혁명과 모더니즘 (러시아의 시와 미학)

혁명과 모더니즘 (러시아의 시와 미학)

$17.01
Description
“나는 이 책이 ‘죽은 시인들의 정원’에 놓이는 조화(造花)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이 지난 세기 초 러시아를 휩쓸었던 문학적 열광과 영광과 치욕에 대한 앙상한 회고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누추할지언정, 세월과 위도의 간극을 넘어서 오늘 우리의 문학적 생로병사에 사소한 참조물이 될 수 있기를. 그것으로 페테르부르크에서의 길고 어두웠던 배회를 가능한 한 건조하게 기억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어느 훗날, 강철로 만든 한 권의 책을 위하여.”
저자

이장욱

대학과대학원에서러시아문학을공부했다.《현대문학》을통해시를,문학수첩작가상을받으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시집『내잠속의모래산』『정오의희망곡』『생년월일』『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장편소설『칼로의유쾌한악마들』『천국보다낯선』,소설집『고백의제왕』『기린이아닌모든것』,평론집『나의우울한모던보이』등을펴냈다.

목차

개정판서문
초판서문
제1장시인과혁명
집시의시집●블로크와상징주의
강철로만든책●마야콥스키와미래주의
사랑의환유●아흐마토바와아크메이즘
러시안랩소디●예세닌
영원의인상주의●파스테르나크
생각하는사물들●브로드스키

제2장시학과미학
‘낯설게하기’의미학과정치학●러시아형식주의
커뮤니케이션모형과비유론●야콥슨
‘조건성’과언어우주●로트만
시적대화주의●바흐친
미학의혁명과혁명의미학●사회주의리얼리즘
제3의비유●엡슈테인
탈신화,혹은맥락의예술●모스크바개념주의

후주

출판사 서평

잃어버린모더니즘을찾아서

영원이아니라서가능한것들이있다.이미말해졌더라도,다시한번말해지기위해찾아오는것들이있다.이장욱작가의단단한산문이자문학연구자로서의기록이기도한『혁명과모더니즘:러시아의시와미학』이‘시간의흐름’에서개정재출간되었다.작가는이책에서20세기?러시아의?주요?시인과?이론가를?소개한다.다만,일반적인?문학사적?상식을전달하는게?아니라,?몇몇?특정?관심사를?중심으로?지난?세기?초의?시인과?이론을?재검토한다.특히,몇몇주관적의견과관심사를중심으로판단의영역을부각하며,미적사유의구조나,은유와환유가서로섞이고모호해지는과정,말과사물혹은언어와리얼리티의관계등을깊이들여다본다.그러기위해서이책은‘리얼리티’를?출발점으로?삼는다.
1부‘시인과혁명’은,마야콥스키에서?예세닌까지?러시아?시인들의?문학과?죽음을?살핌으로써20세기초러시아시의대략적인지도를그려낸다.모더니즘의대표적시인인블로크,아흐마토바,마야콥스키는각각상징주의,아크메이즘,미래주의와밀접한관련이있다.하지만책에서보여주는지점은학파보다는블로크가어떻게상징주의에서멀어져갔는지,아흐마토바의언어가어느지점에서아크메이즘의미적모토에서벗어났는지에가깝다.2부‘시학과미학’에선,‘낯설게하기’‘시적대화주의’‘제3의비유(메타볼)’,‘맥락의예술’등을다룬다.낯설게하기라는개념을다시살피고적극적으로재해석하고,바흐친의기본적입장을전제로시장르와그의이론의관계를살피며,은유에서의원관념과보조관념의미묘하면서도중요한차이에대해다룬다.또한,‘커뮤니케이션?모형과?비유론’에서는우리가보내는하루의일상가운데어떤것이‘본질’이고어떤것이‘비본질’인지나눌수있는가?라는질문을던진다.‘조건성과언어우주’에서는로트만미학의출발점을엿보며,‘미학의혁명과혁명의미학’에서는사회주의리얼리즘에대해서말한다.‘탈신화,혹은맥락의예술’에서는‘오브제’를지배하는인간의정신성,인간의감정,인간의인간성그리고궁극적으로예술의예술성까지를‘헛것’으로만들어버리려는미적노력인개념주의에대해서파고든다.
시와이론,이론과삶이만나는지점을통해우리는어렴풋이보이는것들과어렴풋이보이지않는것들을마주하게된다.그사이에서발생하는어떤은밀한활기는우리를일종의정신적인모험으로이끈다.무엇보다도이책은한국문학의모더니티의한극한에서있는작가이장욱이바라봐왔고여전히바라보고있는모더니즘의모습을그리고있다.시와문학을좋아하는독자들이라면누구나이책을좋아할수있을것이다.늘혁명을꿈꾸듯,이책을간직하게될것이다.

집시의시집,러시안랩소디,그리고강철로만든책

책에실린글들은모두2002년여름에서2005년봄사이에쓰였고,이글들은다시2019년봄에서2019년여름사이에몇몇오류와오식을교정하고일부문장을손보며고쳐쓰였다.여러봄과여름사이에서러시아의눈내리는겨울은시적이면서도명징하고,일상적이면서도차분한문장으로책속에쌓였다.

“책에눈을두고있다가문득주위를둘러보면,그시기로부터벌써100여년이흐른뒤의세계가내눈앞에펼쳐져있다.아주많은것들이달라졌지만,또아주많은것들이달라지지않았다.같은것들과다른것들의소용돌이속에서또새로운계절이오고있다.”_개정판서문중에서

책에서다루고있는논점과주제들은여전히작금의미적전위와정치의관계,미학적진리의관계등과연결하여읽어야할내용들이다.20세기이래끊임없이변주되어온유구한주제인지난세기초의형식주의,아방가르드,사회주의리얼리즘등을둘러싸고일어난이론적반향들,1930년대루카치,브레히트,블로흐등을중심으로한소위표현주의논쟁,1950-1960년대상황주의및68혁명과관련된논의등은어떤방식으로든오늘날한국문학의주제와도이어져있다.하이데거이래랑시에르,바디우등의현대철학자들이미학과진리의관계를둘러싸고전개한논전역시마찬가지다.
흐려진태양과바래진풀과날리는눈발과얼어붙은운하의물속에서건져올린러시아의시와미학은혁명이란보편성의옷을걸치고모더니즘이란모종의길을따라걸으며조용한우리의일상을눈뜨게한다.그렇다면우리는이책을어떤마음으로읽어야할까?혁명이나모더니즘의마음으로읽어야할까?외로움조차사라진마음으로읽어야할까?혼자동물원을거니는오후처럼읽어야할까?어떤사실속에서태어난의욕처럼읽어야할까?어떻게읽든그건읽는저마다의마음이겠지만,고단한삶을살아내듯이,살아있는풍경들을머릿속에그리듯이읽으면더좋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