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양장본 Hardcover)

눈보라 (양장본 Hardcover)

$19.80
Description
이제 와서 제 운명을 거역하기엔 너무 늦었군요. 당신에 관한 추억, 비할 데 없는 당신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지금부터 제 인생의 고통이자 기쁨이 될 겁니다.

“푸시킨은 우리의 전부야. 별이 빛나는 하늘이기도 하고 마음속의 법칙이기도 한 거야”

타티야나 톨스타야의 소설 〈키시〉에서 주인공 베네딕트가 중얼거렸던 이 문장은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푸시킨을 사랑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푸시킨은 러시아 문학을 일거에 성취한 천재이자, 비운의 죽음으로 인해 불멸의 존재가 된 작가다. 본래 ‘벨킨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출간되었던 단편집 〈눈보라〉는 러시아인들이 가장 애정하는 대문호 푸시킨이 생애 최초로 완성한 소설집으로, 러시아적 정서를 가득 담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단편들 중 하나인 〈역참지기〉를 자신의 소설 〈가난한 사람들〉에 매개물로 등장시키면서, 이 단편집은 더욱 유명해진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어로 쓰인 작품들 가운데 최초로 영원한 예술적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눈보라〉에 실린 다섯편의 소설에는 복수의 화신,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연인들, 장의사, 역참지기 등 다양한 계급과 다채로운 사연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푸시킨의 문학은 인간과 그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에 기반하고 있기에 인간의 약점과 온갖 허물로 인해 빚어진 수많은 비극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껴안는 과감한 낙관주의가 함께한다. 그의 문학은 그래서 소중하며 또 여전히, 어쩌면 지금 더 필요하다.

표제작 〈눈보라〉는 한밤의 폭설로 인해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부유하고 아름다운 귀족 처녀 마리야는 가난한 장교 블라디미르와 ‘사랑의 도피’를 계획하고 옆 마을 교회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한다. 블라디미르가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끝낸 사이, 마리야는 몰래 집을 빠져나온다. 그 순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엄청난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그들의 운명은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 후, 마리야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매력적인 청년은 그녀에게 놀라운 사실을 고백하는데…
저자

알렉산드르푸시킨

푸시킨은러시아사람들에게가장사랑받는국민작가다.아버지는유서깊은모스크바귀족가문출신이었고어머니는한니발장군의손녀였다.작가의외증조부였던아브람한니발장군은에디오피아의왕자로,표트르대제에게선물로보내져황제의제자이자총신이되었다.시인은언제나수세기에걸친가문의전통을자각하고있었으며귀족가문의후손이라는점과다혈질의아프리카혈통을평생자랑스럽게생각했다.

“18세기표트르대제의개혁에러시아가푸시킨이라는천재로응수했다”는19세기사상가게르첸의표현은결코과장이아니다.3세기에걸친몽골제국의지배로서유럽에비해상대적으로문화지체를겪어야했던러시아는그의등장으로비로소‘때늦은르네상스’를맞았다.푸시킨이살고창작했던19세기전반부를‘푸시킨의세기’라고칭하며특별히기억하는것은이런이유에서다.러시아문화사에서가장찬란한기억을가진시절을기록한푸시킨의삶과예술은이로써서유럽문화를적극적으로수용해자기화하는데성공한러시아의축적된경험과자부심의척도가된다.푸시킨이러시아근대문학을정초함과동시에그것을단숨에정점에올려놓았다는평가는19세기이전러시아문학의초라한성취와러시아정신의미약한발전상을일거에상쇄하기위한수사적인표현에그치지않는다.

실제로러시아문학사에서푸시킨의시문학이없었다면19세기초러시아서정시의황금시대는도래하지않았을것이며,19세기후반비판적리얼리즘소설의빛나는성취또한리얼리즘을정초한그가없었다면불가능했을것이다.나아가20세기초유례없는과감한예술실험을주도했던러시아모더니즘의유산또한시인의혁신적도전정신에기대지않았더라면훨씬초라했을것이다.현대러시아작가들에게도푸시킨은여전히마르지않는영감의원천으로남아때로는오마주의대상으로,때로는패러디와키치의대상으로끊임없이변모하는중이다.

목차

책머리에

한발의총성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아가씨농노아가씨
고(故)이반페트로비치벨킨이야기

해설
푸시킨의삶과작품세계-『벨킨이야기』가보여주는‘길떠남-시련-귀환’의내러티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