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신호

패배의 신호

$22.00
Description
“태양, 해변, 한가로움, 자유… 이게 우리가 누릴 것들이야, 앙투안.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고. 그게 우리의 정신에, 피부에 뿌리 박힌 걸. 어쩌면 우린 사람들이 타락했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척할 때, 더 타락했다는 기분을 느껴.”

젊고 아름다운 서른 살의 루실은 그녀보다 연상인 부유하고 세련된 신사 샤를과 동거하며 샤를 덕분에 삶의 물질적 제약에서 해방되어 자유를 누린다. 어느 날 루실은 샤를과 함께 참석한 사교 모임에서 그녀와 동갑이며 누가 봐도 미남인 편집자 앙투안을 만난다. 앙투안 또한 그보다 열 살 이상 연상인 사교계의 권력자이며 전설 같은 존재 디안과 동거한다. 서른 살의 늙은 어린애들인 루실과 앙투안은 연회장 한복판에서 둘만이 감염된 미친 듯한 웃음을 공유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랑과 쾌락에 빠져든다. 이 두 사람에게 각각 깊은 열정을 간직한 보호자이자 어른들인 샤를과 디안의 고뇌와 고통이 시작된다.

저자

프랑수아즈사강

저자:프랑수아즈사강
프랑스의소설가이자극작가.본명은프랑수아즈쿠아레FrancoiseQuoirez로,마르셀프루스트의소설『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에등장하는인물의이름‘사강’을필명으로삼았다.19세에발표한장편소설『슬픔이여안녕』으로베스트셀러작가반열에오른그녀는이작품으로1954년프랑스문학비평상을받았다.그뒤『어떤미소』,『한달후,일년후』,『브람스를좋아하세요…』,『신기한구름』,『뜨거운연애』등다양한작품을발표했다.냉정하고담담한시선으로인간의고독과사랑의본질을그려낸사강의작품들은자유로운감성과섬세한심리묘사로전세계독자들에게오랫동안사랑받고있다.자유분방한생활로유명했던그녀는두번의결혼과이혼,도박,자동차경주,약물중독등으로‘사강스캔들’이라는말을낳았다.50대에는마약혐의로법정에서“남에게피해를주지않는한,나는나를파괴할권리가있다”라는말을남겼다.2004년사강이병환으로별세하자자크시라크전프랑스대통령은“프랑스는가장훌륭하고감수성이풍부한작가중한사람을잃었다”며애도했다.

역자:장소미
숙명여자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파리3대학에서영화문학박사과정을마쳤다.옮긴책으로마르그리트뒤라스의『부영사』『타키니아의작은말들』,미셸우엘벡의『지도와영토』『복종』,로맹가리의『죽은자들의포도주』,파울로코엘료의『히피』,브누아필리퐁의『루거총을든할머니』,에르베기베르의『내삶을구하지못한친구에게』,조제프인카르도나의『열기』,안이카르의『날개꺾인너여도괜찮아』,베르나르키리니의『아주특별한컬렉션』,필립지앙의『엘르』,필립베송의『이런사랑』『10월의아이』『포기의순간』,마르크레비의『두려움보다강한감정』『그때로다시돌아간다면』,아녜스르디그의『기적이일어나기2초전』『그와함께떠나버려』,앙리피에르로셰의『줄과짐』『두영국여인과대륙』,앙투안콩파뇽의『인생의맛』,샤를페로의『거울이된남자』,조제프퐁튀스의『라인』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패배의신호


여름
가을

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사강은앞선작품들과마찬가지로여전히사랑과이별이라는주제를다루고있지만,이작품『패배의신호』에서는보다깊어진관능성을보여준다.전작들보다훨씬구체적인사랑과욕망의장면들이촘촘하게표현됨과동시에인간이타인에게매혹되었을때발현되는심리의묘사가작품을가득채운다.걷잡을수없이빠져드는사랑과소유하고싶은욕망을표현한문장만큼이나,헤어짐의풍경또한섬세하고아름답게그려진다.
그녀는무서우리만치냉정하게인간의고독과나약함을묘사한다.사강은한마디로‘가장로맨틱한문장으로로맨스의환상을부숴버리는작가’이기도한것이다.

도덕의잣대를들이댄다면이소설의줄거리가지나치게방종하다고느껴질지도모른다.그러나사강은소설속루실의입을빌어다음과같이말한다.

“태양,해변,한가로움,자유…이게우리가누릴것들이야,앙투안.우리도어쩔수가없다고.그게우리의정신에,피부에,뿌리박힌걸.어쩌면우린사람들이타락했다고말하는그런사람들일지도몰라.하지만난그렇지않은척할때,더타락했다는기분을느껴.”사강은『패배의신호』를통해우리스스로가도덕적올바름이라믿어왔던것들에대한질문을던진다.

『패배의신호』를읽고난후,독자분들은사랑과결혼,직업과로맨스,행복과고독에대한모든개념들이해체되고재조립되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우리마음에사랑의불꽃을당기는감정들,숙명처럼예정된헤어짐으로인해그불꽃이언젠가는꺼져버린다할지라도,인간은그런기억으로미래의고독을견딜수있다는것을사강은너무도잘알고있었다.

젊고아름다운서른살의루실은그녀보다연상인부유하고세련된신사샤를과동거하며샤를덕분에삶의물질적제약에서해방되어자유를누린다.어느날루실은샤를과함께참석한사교모임에서그녀와동갑이며누가봐도미남인편집자앙투안을만난다.앙투안또한그보다열살이상연상인사교계의권력자이며전설같은존재디안과동거중이다.서른살의늙은어린애들인루실과앙투안은연회장한복판에서둘만이감염된미친듯한웃음을공유하면서걷잡을수없는사랑과쾌락에빠져든다.이두사람에게각각깊은열정을간직한보호자이자어른들인샤를과디안의고뇌와고통이시작된다.

『패배의신호』(LaChamade)가사강의다른작품과가장차별화되는부분은‘관능성’이다.이작품에서사강은걷잡을수없는사랑에빠진사람들의불같은욕망과열정을그녀만의감각적인문장으로어느작품에서보다도구체적으로그려낸다.그렇지만작품은단순한통속으로흐르지않는다.이작품에서사강은연인이이별에이르기까지의과정을함께보여주며존재의고독에관해보다깊어진성찰을보여주고있기때문이다.소설의인물들모두가이해되고나아가그들을위해서똑같이깊은비애에젖어드는건그들이결국마주하게되는고독만큼은우리가잘아는고독이기때문일것이다.

○책속으로
공유된웃음의힘과위험과미덕에대해선아무리강조해도지나치지않으리라.사랑도그에비하면우정이나욕망,또는절망과다를바없이강력하지않다.앙투안과루실은초등학생같은둘만의킥킥거림을나누었다.진지한사람들에게사랑받고,발가벗겨지고,갈망을받는그들두사람은자기들이어떤식으로든벌을받게되리라는걸인식한채로,연회장구석에서더는참지못하고미친듯이킥킥거렸다.(P.43)

그가차를세웠을때그녀는머릿속이복잡해졌다.그가그녀를끌어안더니격렬하게키스했다.그녀는그도자기만큼이나떨고있다는걸알아차렸다.그가몸을일으키며그녀를바라보았다.그녀는미동도하지않고그를똑바로바라보았다.그의얼굴이다시다가와이번엔부드럽고,엄숙하게키스했다.그는그녀의관자놀이에이어볼에입을맞추고는다시입술로돌아왔다.그녀는자기얼굴위의이주의깊고온화한얼굴을바라보면서자신이이얼굴을이제자주보게될것이며,거기에어떤저항도하지못하리라는걸깨달았다.누군가를이정도로욕망할수있다는걸잊고있었다.꿈은꾸었으리라.얼마동안?2년,3년?하지만그녀는다른얼굴을기억해내지못했다.그녀의머리칼속에서앙투안의걱정스런목소리가들려왔다.
“대체내가왜이러는거지?대체내가왜이러는거냐고…?”(P.64)

“당신은내가관대한걸싫어하잖소.안심해요,난그렇지않으니까.그저뭔가를확인하고싶었고,그게다요.”
“뭘확인했는데요?”
“식당에들어서는당신의표정,당신이그를바라보지않는방식.난당신을알아.당신은그가마음에든거요.”
루실이그에게서몸을떼어냈다.그리고말했다.
“그래서요?다른사람을고통스럽게하지않으면서누군가가마음에드는건정말로불가능한건가요?난결코평화로울수없는걸까요?이게대체무슨법이죠?그래서당신은무슨자유를누렸는데요?그러니까무슨…”(P.68)

서로간에불꽃이일어난남자와여자사이에일어날수있는일이그들에게일어났다.순식간에,그들은예전에알았던쾌락을더는기억하지못했고,자신들의육체의한계를잊었다.수치심이라든지담대함이라든지하는단어들이그만그만하게추상적이되었다.이제한두시간뒤에는헤어져야한다는사실이그들에게는용납할수없이부도덕하게여겨졌다.그들은이미상대의어떤동작도결코불쾌할수없으리라는걸알았고,육체적사랑에관해서툴고유치한날것의언어들을재발견하며소곤거렸다.그들은주거나받은쾌락에대한자랑과감사를끊임없이서로에게돌렸다.(P.70)

많은은밀한관계들이이런식으로침묵과,질문의부재와,되짚지않는문장과,작정하고선택한평범한단어,너무평범해서엉뚱해보이는단어에의해발각된다.어쨌든루실과앙투안의웃음을,그행복한표정을처음보는누구라도알아채지못하는사람은없으리라.그들도이를막연하게짐작했고,볼디니가선사한이막간의시간을,그들이마음놓고서로를바라보며설렘을주고받을수있는이얼마간의순간을어쩌면오만하게누렸다.그들이부인할수없는,클레르나다른이들의존재가그들의기쁨을배로증폭시켰다.그들은젊어진기분,거의어려진기분이었다.금지된무언가를저지르고도아직처벌받지않은아이들이된기분이었다.(P.83)

그녀는이제‘사랑의밤을보내다’라는표현이의미하는바를알았다.그들은춤을추러갔고,아무도마주치지않았다.그리고그의집으로돌아와햇살이침대를환히비출때까지이야기를나누고,섹스를하고,담배를피우고,다시이야기를나누고,섹스를했다.과잉으로인해기진한이커다란평화속에서말과행동에취했다.그들은이밤,이격렬함속에서조금은이대로죽을지도모른다고생각했고,기적의뗏목처럼밀려온잠에기어올라축늘어져서정신을잃었다.어쨌든마지막결속의의미로서로의손을살며시잡은채였다.그녀는돌아누운앙투안의옆모습을관찰했다.그의목과볼에돋아난수염과눈밑의푸르스름한다크서클을.그녀가그의곁이아닌다른어딘가에서깨어난다는것은있을수없는일처럼여겨졌다.그녀는그가낮에는이토록무사태평하고몽상적이며,밤에는그토록거칠고정확한것이좋았다.마치사랑이그의안에서잠자던,오직쾌락만이확고불변의유일한법칙인무사태평한이교도를깨운것처럼(P.129)

루실은차분한목소리로말했지만끊임없이울먹거렸다.
“우린시작부터그렇지않았으니까.우린오랫동안숨어서만나고,사람들을속이고불행하게만들었어.우린함께속이고쾌락을즐기면서통했지만,함께불행한건못해.우린좋은것만을보며결합한거야.앙투안,너도잘알거야…너도나도…남들처럼생겨먹지않았어.”
루실이엎드리며머리를앙투안의어깨에기댔다.
“태양,해변,한가로움,자유…이게우리가누릴것들이야,앙투안.우리도어쩔수가없다고.그게우리의정신에,피부에뿌리박힌걸.어쩌면우린사람들이타락했다고말하는그런사람들일지도몰라.하지만난그렇지않은척할때,더타락했다는기분을느껴.”(P.239)

○추천사
타임매거진
사강최고의작품.‘슬픔이여안녕’처럼통찰력으로빛난다

디트로이트프리프레스
『패배의신호』는비할수없이빼어나다.사강만큼우아한솔직함,삶에대한즐거움,감각에대한기쁨을모두표현할수있는작가는거의없다

뉴욕타임즈
사강은인간의마음을꿰뚫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