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원로 선지식, 고우 스님이 처음 내놓는 참선 법문록
우리가 꼭 읽어야 할 화두 참선의 교과서
1. 식당을 운영하는 신도가 실천한 중도中道
절에 열심히 다니며 식당 하는 보살님(여성 신도)에게 고우 스님이 이렇게 말씀했다.
“손님을 돈으로 보지 말고 은인으로 보고 장사해보세요. 왜, 은인인가? 손님, 고객 덕분에 직원들 월급 주고, 가겟세 내고, 가족들 먹여 살리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문화생활하고 저축도 하니 손님이 은인입니다. 그러니 식당에 오는 손님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하시고 장사해보세요.”
이 보살님이 한 달 후에 고우 스님을 밝은 얼굴로 찾아와서 이렇게 말한다.
“스님, 장사가 대박입니다.”
고우 스님은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씀했다.
“주인과 손님의 양변에서 장사하는 것은 분별이나, 손님을 은인으로 부처님으로 생각하며 장사한다면 장사가 안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네가 둘이 아니라는 중도를 바로 알아 일상생활에서 중도를 실천하면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갈 뿐만 아니라, 모든 일을 원만하게 할 수 있습니다.”
고우 스님이 이 책에서 수미일관하게 강조하는 것이 이 장면에 다 담겨 있다. 바로 나와 너, 빈부, 갑을, 노소, 남녀, 노사, 좌우, 남북, 여야 등 우리들이 일상에서 쉽게 빠지는 이분법의 함정, 극단의 치우침 등은 모두 양변이기에 이런 양변兩邊의 집착에서 벗어나야 개인이 행복하고 또 사회가 평화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양변을 여읜 자리, 양변을 떠난 자리가 바로 중도이며, 이 중도의 길이 바로 부처님이 깨치고 걸었던 길임을 스님은 말씀한다. 그럼 어떻게 이 길, 중도의 길, 부처님의 길을 어떻게 걸어갈 것인가?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가장 강력하고 빠른 답으로, 화두 참선의 길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이 이어질 수 있다. 화두 참선의 길을 어떻게 갈 것인가? 이 질문에 독자들은 대부분 참선하는 방법, 예컨대 다리를 어떻게 하고, 호흡을 어떻게 내쉬는가 등의 답을 기대할 것이다. 실제 참선을 알려주는 적지 않은 참선 책들이 이렇게 곧바로 참선 ‘방법’을 안내한다. 물론 이 책에서 고우 스님은 화두 참선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가를 들려준다. 다만, 중요한 전제가 있다. 바로 정견이다. 존재에 대한 바른 인식. 중도연기. 이런 개념 이해를 아주 중요하게 말씀한다. 이런 바른 이해 없이 참선하면 도리어 아상我相만 키우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고우 스님은 참선의 시작하는 사람들은 우선 ‘정견’을 세우라고 한다. 정견의 바른 이해를 통해 깨달음의 길로 가는 것을 제시한다. 왜 그런가? 부처님과 역대 조사의 삶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책의 시작은 부처님의 삶과 정견을 이야기하는 데 적지 않은 지면을 할애한다.
2. 부처님의 깨달음은 중도연기
이 길을 위해 처음 고우 스님은 부처님의 삶을 살핀다. 싯다르타는 무엇을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으며, 왜 출가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바로 이 부분에서 고우 스님의 시각이 빛난다. 조계종단에 부처님의 생애가 교과로 채택된 때가 불과 10년 전인 것을 고려하면, 또 대승과 선에서 역사적 인간으로서 부처님을 이해하는 사례가 드물었던 것을 고려하면, 1961년 출가해 전통 선맥을 이어온 고우 스님의 안목에 새삼스럽게 놀랍다. 스님은 이렇게 말씀한다.
“싯다르타 왕자가 출가하여 중도를 깨달아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해탈하여 영원한 행복의 길을 열어 보인 것이 바로 불교佛敎입니다. 불교는 내 밖의 절대자에게 구원을 의지하는 다른 종교와 달리 인간이 스스로 중도를 깨치면 생로병사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는 것입니다.”
고우 스님은 부처님의 깨달음이 곧 중도이며, 중도의 내용이 연기이며, 이 중도와 연기를 깨치면 영원한 행복이 길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책 곳곳에서 반복하며 중도가 무엇이고, 연기가 왜 불교의 세계관이며 존재 원리인지 설명한다. 개인과 사회의 모든 갈등의 핵심은 바로 이 중도와 연기를 모르기 때문이기에 중도연기를 이해하고 행하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을 행하는 것이다. 이게 핵심이다. 이후 전개하는 스님의 모든 법문은 이를 증명하고, 이를 삶에서, 일상에서 실현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빠른 길, 영원히 행복한 길, 화두 참선을 이야기한다.
3. 중도는 ‘나’라는 마음이 없는 것
고우 스님이 대중 법문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중도’다. 고우 스님은 중도가 우주의 존재 원리이고 실상이라고 말씀한다. 모든 존재는 중도의 존재라는 것이다. 예컨대 ‘나’라는 존재도 중도로 존재한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런 설명에 독자들은 많이 낯설어 할 것이다. 내가 중도라고? 그렇다면 이런 인식은 어떤가? ‘나’는 연기의 존재다. 이 표현은 교리를 좀 아는 독자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중도다, 중도가 부처님이다, 이런 인식은 낯설다. 하지만 평생 화두 참선을 이어온 원로 납자가 이 말을 한다면 그 무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스님의 법문을 따라가면 중도는 연기고, 중도는 양변을 여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양변을 여윈 존재다. 나는 본래 그런 존재다. 왜 내가 중도의 존재이고 연기의 존재인지, 그리고 이를 깊이 이해하면 왜 일상의 다툼과 대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스님의 설명을 따라가면 논리적으로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스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나와 우주 만물은 모두 중도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라는 존재도 독립된 실체가 있다고 보면 착각입니다. 독립된 실체로서 ‘나’는 단 한 순간도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내가 산소를 호흡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가 없어요. 뿐만 아니라 음식과 물 없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독립된 실체로서 ‘나’란 존재할 수 없기에 ‘내가 있다’고 보는 것은 착각입니다.”
이런 이해와 인식을 깊이 해본다. 또 일상에서 자주 떠올리고 연습하고 습관화하면 어떻게 될까? 다투는 마음, 갈등이 일어날 때 이 ‘아, 내가 또 나를 고집하는구나. 양변에 집착하는구나’ 하고, 내 마음이 중도로 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스님은 이렇게 이해한 만큼 생활에서 배어 나온다고 한다. ‘나’가 있다는 잘못된 습관이 개인의 삶에서 투영될 때 갈등이 일어나고 대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개인뿐 아니라 사회 등 인간의 모든 갈등의 근본 원인이 바로 이 ‘나’라는 독립된 존재가 ‘있다’는 착각에서 나타난다. 스님의 말씀을 들어본다.
“인간의 모든 갈등의 근본 원인은 ‘내가 있다’는 착각에서 나오는 집착 때문입니다. ‘나’는 독립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실재하는 것으로 착각 하고 집착하기에 이기심이 나오는 것입니다. 내가 있고, 내가 살아야 하고,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고, 너는 틀렸다, 이런 생각을 일으키니 서로서로 대립하고 갈 등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바로 중도中道입니 다. 중도를 바로 알면,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반복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가르침 중 하나가 바로 중도다. 스님은 계속 강조한다. 이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는 지혜, 중도를 체득하는 방법이 바로 화두 참선이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 만큼 지헤가 싹트며, 삶이 여유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4. 중도를 체득하는 것이 화두 참선
그럼 이 화두 참선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고우 스님은 부처님과 역대 선사들의 깨달음의 체험을 낱낱이 검토하며, 그분들의 깨달음이 결국 중도연기임을 드러낸다. 이런 설명과 설득은 꼼꼼하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5분이라도 실천할 것을 말한다. 중도정견의 바른 지혜를 갖추었으면, 이제 이를 체득해야 한다. 고우 스님의 말씀을 직접 들어보자.
“이 화두 참선, 즉 간화선은 바로 중도를 화두로 체득하고 깨치는 것입니다. 간화선도 중도를 깨치는 것이지 다른 게 아닙니다. 그래서 화두 참선을 잘하려면 바로 불교의 근본인 중도에 대하여 바른 안목을 갖추는 정견正見을 세워야 합니다. … 중도정견이 서게 되면 부처님이 깨달은 중도 세계의 가치를 알게 되어 자기와 세상 만물을 보는 지혜가 나옵니다.”
이런 관점, 부처님과 역대 조사의 가르침을 중도연기로 회통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수미일관하게 이를 유지하는 것은 아마 성철 스님과 고우 스님이 유일하지 않을까. 고우 스님이 이 책 곳곳에 성철 스님의 흔적을 남긴 것도 우연이 아니다. 젊은 시절 돈오돈수와 돈오점수 논쟁으로 패기 있게 대들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후 성철 스님과 오매일여 등을 논하며 공부의 한 경지를 통과한다. 이 책에는 고우 스님 당신이 출가 이후 줄곧 매달렸던 깨달음의 열정, 갈망과 성취가 이 책 곳곳에 배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은 화두 참선의 건조한 기술을 넘어, 1961년 출가 이후 평생 화두 참선의 길을 걸었던 고우 스님의 수행 기록이기도 하다.
5. 일상에서 어떻게 화두 참구할 것인가?
이제 구체적으로 그렇다면 어떻게 화두 참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다양한 사례와 당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아래는 고우 스님이 말씀하는 화두 참구하는 법의 일부다.
● ‘조주 무無’자 화두 참구하는 법
부처님은 일체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주 스님은 ‘없다’고 합니다. 어째서 조주 스님은 무라 했을까요? 이것을 참구하는 것이 화두 공부하는 법입니다. 이 ‘무無’자 화두 공부하는 법은 “어째서 조주는 ‘무無’라 했을까?” 이 의문에 몰입해야 합니다 ‘유-무’ 양변의 분별심으로 답을 찾으려 하면 안 됩니다. 그냥 “어째서 ‘무無’라 했을까?” 이 말만 순수하게 참구해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 부처님 말씀에는 일체중생이 다 불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조주 스님은 없다고 말했어요. 수행자 입장에서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지요? 그러니 “부처님께서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