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우리는 다시 먼바다로 나갈 수 있을까 : 순천향대 소아응급실 이주영 교수가 마음으로 눌러쓴 당직 일지

$17.00
Description
어느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당직 일지
끝내는,
아이들 곁을 지키는 모든 어른들을 위한 호소의 기록
15년 전, 어른들의 언어가 아닌 아이들의 몸짓과 눈빛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좋아 소아청소년과를 택한 젊은 전공의가 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소아응급실에서 아픈 아이들과 보호자들의 낮과 밤을 지키며 살아갑니다.

소아응급실에서는 환자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매일 많은 사람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이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는 내일이 없습니다. 내일이 되기 전에 환자는 집으로 외래로 병실로 떠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매일 소아응급실에서 마주하는 찰나의 기쁨과 감사의 순간들, 안타까운 사연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살아가며 겪는 수많은 아픔과 슬픔, 그로 인한 성장의 시간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퇴근길이면 당직 일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과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일 뿐이지만 의료의 본질만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오롯이 전해지기를 소망하며...

저자는 응급실에서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은 때로 아이보다 엄마, 아빠임을 알고 그들을 위해 먼저 다정한 마음을 내어줍니다. 아직 아이 돌보는 법이 서툰 초보 부모들을 보며 똑같이 서툴렀던 자신의 초년병 시절을 돌아보고, 딸아이가 다쳐 의사가 아닌 보호자로서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상대의 입장과 속도를 몰라 오해했던 시간을 돌아봅니다. 아이를 잃어 절망과 고통을 겪고 있는 부모들에게서 아버지의 어깨를 먼저 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병원 곳곳의 ‘무대 뒤’ 의사들, 매일 밤 잠든 아이와 가족을 위해 귀하디귀한 마음 한 조각을 기꺼이 떼어주는 간호사들을 향한 따스한 시선도 잊지 않습니다.
학대아동을 진료할 때는 아픔과 미안함, 자책감에 고개를 숙이고, 장애가 있는 아이의 아주 짧은 눈맞춤 한번에도 함박웃음을 짓는 엄마를 보면서는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재단할 수 없음을 깨닫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입니다.

소아청소년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사라지고, 동네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고, 소아응급실이 더 이상 중환자를 받지 못하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소아 의료의 문제에 대한 고민도 아울러 나눕니다. 너무나 안타까워 언급하기조차 버거운 사안이지만 소중한 이 땅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아픈 현실을 용기 내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아이들 곁을 지키는 모든 어른들에게 한 팀이 되어보자고 내미는 다정한 두 손입니다.

그리고 끝내는,
왜곡되어가는 아이들의 환경과 우리나라 소아 의료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고자 용기 내어 건네는 불완전하지만 간절한 호소의 말들입니다.

저자

이주영

저자:이주영
소아청소년과전문의|소아응급의학과세부전문의
현)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소아전문응급센터임상조교수
동국대학교의과대학을졸업하고서울아산병원에서수련했다.전문의가된지10년이넘었지만진료는언제나새롭고,아이들의마음을이해하고자아동심리상담사자격증도취득했지만육아는여전히어렵다.집에서는사랑을배우고응급실에서는삶을배우며,찰나의기쁨과스쳐가는감사의순간들을오래오래기억하기위해쓴다.

목차


작가의말7

1장
아주보통의육아

새벽새벽두시의공동육아13
안개바다위의방랑자17
오늘도선을넘는다24
식탁유리속의그림자32
세종류의보호자들40
아주보통의육아44
언어의사슬47
하지않아요52
연기를마신아이들57
아이에게가르치는내몸사용설명서62
응급실환자의시계는느리게간다69

2장
강중류의의사들

항해의비밀79
내가되고싶어한의사는85
도망자190
도망자296
일을쉽게하는최고의방법100
그날이태원106
강중류의의사들111
드라마속의사들은어디있을까?1119
드라마속의사들은어디있을까?2126
MakeaWish134
확률과통계141
괜찮다고말해도된다면151
그환자못받아요156
두달만배우면소아과의사만큼본다160
자린고비의약165
1종보통의의사들을위하여171

3장
결정적장면

무대뒤의의사들179
명의를만나는가장확실한방법184
119를불러주세요189
가와사키의밤194
그가의사였다면200
중환자실의해그리드205
아주특이한일상211
학대아동의분리그리고그뒷이야기215
나는2차가해자입니다221
무지개를위하여225
결정적장면232
오늘도배운다,삶자체가기적이라는걸235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돌아오지않겠다는게느껴지는순간이있다.아이를오래지켜본의사들은그순간을동시에느낀다.상한아이의몸이더이상다치지않고,영원히아쉬울부모의마음도다치지않을정도의초라한심폐소생술.세상에서가장슬픈시간은특별히더천천히흐른다.
---p.19

절망과고통이지배하는시공을마지막까지추스르는것은대체로아버지들이었다.온정신을부여잡으며가족들에게전화하고,차마떨어지지않는입술을움직여슬픈소식을전하고,여기저기뛰어다니며서류를정리하고,병원비를결제하고,영안실직원과장례절차에대해건조한대화를나누는일.보이지않는사이에아버지들이해야했던그많은일들을나는어째서몰랐을까.
---p.22

여러일을겪을수록감정은무뎌지고복잡한삶은많은기억을지운다.그러나여전히나는아이를잃은부모의뒷모습에서아버지의어깨를먼저본다.
---p.26

한밤중의소아응급실에서때로보살핌이필요한것은아기보다엄마,아빠인순간들이있다.
---p.38

소아청소년과전문의를지원하는전공의들이사라지고있다.정확히5년째,간격이고른계단처럼착착줄어드는전공의숫자는똑같은숫자로착착줄어드는소아청소년과전문의의예고편이다.아이의혈색,숨소리,목소리하나로도위험을잡아낼수있도록수년에걸쳐이미충분히훈련된전문의들마저소아청소년과진료현장을떠난다.경험의축적과전수가사라지는소아청소년과,노인이사라지는바다.우리는다시먼바다로나갈수있을까.
---p.84

이건소아청소년과의사가아니면할수없는아주특별한경험이다.치료하는내내사심가득담아아이들의보들보들한손가락을만지고,상담하는내내욕심껏아이들의눈을들여다볼수있는몇안되는일이다.세상에서가장소중하고귀한존재들에게건강과생명을선물하는일이고,세상에서우리만할수있는유일한일이다.그렇게나는,소아청소년과의사가되었다.
---p.99

드라마속따뜻한마음을가진‘슬기로운의사’들은대한민국어디에도없다고환자들은호소하지만,사실그들모두현실의말과행동으로병원구석구석에숨어있다.부디현실감각없는소아청소년과마니아들이,쓸데없이공명심넘치는흉부외과마니아들이,태아의심장소리만들어도좋아죽는산부인과마니아들이,프라모델오타쿠처럼작은장기와선천성기형에집착하는소아외과마니아들이이땅에서사라지지않기를바란다.
---p.125

여전히의학은불완전하고사람이하는일은어떤것도모든순간완벽할수없다.그자연과학의법칙과한계를인정하지않고여전히‘누군가나쁜짓을했으니죽었을것’이라고여기는우리사회의무의식이의사들은때로두렵다.언제부터인가협력자가아닌적이되고만의사와환자관계를생각하면슬픔과안타까움,공포와주저하는마음이동시에밀려온다.나는오늘도평소처럼일터로나가고아직은내가배우고믿는대로일할테지만,이런판결이반복된다면앞으로는어쩌면조금씩더비겁해지고용기를잃게될지도모르겠다.
---p.149

법적으로완벽하게안전한수술을받을것인가,의학적으로현실성있는최선의수술을받을것인가.확률적으로발생할수밖에없는부작용이나합병증을해결하려면최고의보상금이필요한가,최적의후속치료가필요한가.우리사회에는오래된질문이있고우리는어쩌면답을이미찾았는지도모르겠다.
---p.174

몇년전만해도소아청소년진료는날마다행복하고기쁜,내가좋아서하는일이었는데하나하나의사건들이이제는좀지겹다.다른직업이라고쉽겠는가마는,힘들다기보다슬프고화가난다기보다상처받는날들이너무많아졌다.퇴근하는길마다쓸쓸하고공허한마음.직업에실연이라도당한듯한기분이드는건축복일까어리석음일까.
---p.199

나는지금도수많은동료들의도움과,지원과,응원을받으며환자들을본다.때로목소리를높이기도,간혹서로욕을하기도하지만나는알고있다.우리사이에환자가있을때우리는진심이라는것을.
---p.209

신고하거나하지않거나,학대가능성이있거나없거나.나에게주어진선택은그뿐중간은없다.나는오늘그렇게또학대의방관자또는동조자가되었다.
---p.224

어떤날은희망을말하고또어떤날은침묵해야하는나는,이순간이그들에게또어떤결정적장면으로남을지몰라애써말을고르고,사진으로상황을이해시키며눈물을숨긴다.
---p.233

“아이가포기하지않았으니까요.”전공의3년차였던어느가을,소아중환자실의보호자가나에게건넨말이다.그말은나의인생을바꾸었다.
---p.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