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한국사 연애열전)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한국사 연애열전)

$18.00
Description
“사랑은 가장 사소한 개인사 같지만, 알고 보면 가장 사회적인 관심사이다.”
‘신여성’ 나혜석은 왜 조리돌림을 불사하고 “정조는 취미일 뿐”이라고 부르짖었을까? ‘자유부인’ 어우동은 어째서 당시 법대로 곤장을 맞지 않고 교수형을 당했을까? ‘왕건의 손녀’ 천추태후는 어쩌다가 여성 통치자에서 음란한 반역자로 전락했을까?
시작은 모두 사랑이었다. 한국사는 거창한 대의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면 사사로운 데서 말미암은 일들이 많다. 옛 사랑이 그러하다. 금지된 사랑에 쓰러진 여인들의 이야기에는 먹먹한 감동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사에서 가부장 사회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힘이 세졌는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은 사랑으로 다시 쓰는 한국사 이야기다. 남녀의 사랑을 실마리 삼아 삼국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역사의 맥락을 관통한다. 사랑은 가장 사소한 개인사 같지만, 알고 보면 가장 사회적인 관심사이다. 한국사의 지배층은 남녀의 사랑을 다스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때로는 사랑을 죄악시하면서 민중에게 공포심을 심었고, 때로는 사랑을 이용해 자신들의 권력욕을 채웠다. 우리가 몰랐던 한국사의 진실이다. 사랑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역사가 되었다.
저자

권경률

역사칼럼니스트,작가.서강대학교에서역사를공부했다.사람을읽고생각하고쓰면서역사의행간을채워나가고있다.인생의정답이아니라좋은질문을구하기위해역사한다.《조선을새롭게하라》(앨피,2017),《조선을만든위험한말들》(앨피,2015),《드라마읽어주는남자》(포럼,2011)등을썼다.팟캐스트,유튜브,페이스북에‘역사채널권경률’을열어독자들과이야기를나눈다.

목차

책을펴내며옛사랑의나비효과

1부사랑이역사다
독립운동가의사랑법-김원봉과박차정

2부여자,금지된사랑을하다
음란한반역자냐,사랑꾼통치자냐-천추태후
열녀문에목매달린자유부인-어우동
추풍에지는잎소리야낸들어이하리오-황진이
이혼고백장-나혜석

3부남자,사랑을이용하다
공주를사랑한스파이-서동
삼국통일연애조작단-김유신
고려를무너뜨린출생의비밀-신돈
사랑이라는이름의폭력-양녕대군
달콤한냉혹-숙종

출판사 서평

‘금지된사랑’의역사,곧‘가부장제’의역사

“정조는도덕도법률도아무것도아니요,오직취미다.”
나혜석이일제강점기때잡지《삼천리》1935년2월호에기고한글의일부다.나혜석은우리나라최초의여성서양화가이자근대적여성해방운동의상징과같은존재다.자유연애가막시작되었지만여전히가부장사회의성적금기가엄격하던시대상황에비추어보면,이는혁명적인발언임에틀림없다.‘정조’라는전가의보도에맞서‘성적인자기결정권’이라는새칼을휘두른셈이다.
이후나혜석의정조론은짧은시간에진화를거듭했다.그녀는남자공창(公娼)을두어여성의성욕을해결하고독신기간을늘리자고주장했다.또결혼을하더라도각자배우자외에다른이성을만나사귀는게권태에빠지지않는길이라고외쳤다.
그러자가부장사회에서극단적인조리돌림이벌어졌다.지인들이하나둘나혜석의곁을떠났다.친정에서조차버림받고그리운아이들도보지못한채그녀는생활고에쓰러져갔다.엎친데덮친격으로파킨슨병증상이덮쳤다.그녀는수덕사,해인사등지를전전하다가1940년대에경기도안양시보육원에의탁했다.그후묘연히잊혔다가1949년3월14일자<대한민국관보>에등장했다.‘나이34세.주소미상.이름나혜석.’그것은행려병자의부고였다.
“어을우동의음행을엄히징계해고려말의음란한풍속이되살아나지못하도록할것이다.극형에처함이옳다.”
1480년4월18일어우동은왕명에따라그날부로서울군기감앞에서처형되었다.그녀의죄는남편이있는양반가여인이각계각층의남자들과부적절한관계를맺고정을나눴다는것이었다.한마디로‘간통죄’다.당시조선에서쓰는《대명률》의간통죄처벌조항을보면곤장80~90대가고작이었다.사안을감안해가중치를적용해도유배를보내거나관노로삼는정도였다.그런데어우동은즉각처형되었다.이와달리그녀와간통했다고해서관직에서쫓겨나거나유배를떠난남자들은불과몇년만에아무일없었다는듯이제자리로복귀했다.
성종은세조때시작된《경국대전》편찬을마무리하고마침내유교통치체제를완성하게된다.이는나랏일은물론백성의풍속까지유교규범으로통제한다는뜻이다.여성에게도새로운사회질서에걸맞은행동과처신을요구했다.유교규범은기본적으로정욕을억누르고절의를좇는것이다.성종은여성의성적일탈이가정과사회를위협에빠뜨린다고보고강력하게대처했다.그본보기가어우동의처형이었다.
하지만과연이게전부일까?성종은단지유교국가의풍속을바로잡기위해어우동을엄히징계했을까?혹시임금에게도말못할속사정이있었던건아닐까?어우동의처형(1480)은성종이부부싸움끝에폐비윤씨를쫓아내고(1479)사약을내려죽이는(1482)와중에벌어졌다.알고보면‘자유부인’어우동의죽음에는연산을낳은폐비윤씨의권력의지에대한성종의두려움이깔려있었다.
‘신여성’나혜석은왜조리돌림을불사하고“정조는취미일뿐”이라고부르짖었을까?‘자유부인’어우동은어째서당시법대로곤장을맞지않고교수형을당했을까?‘왕건의손녀’천추태후는어쩌다가여성통치자에서음란한반역자로전락했을까?
시작은모두사랑이었다.유교통치이념에치우친승자의역사는천추태후에게‘음란한반역자’라는오명을씌웠다.그러나현애왕태후는알고보면고구려계를대표해고려의자주성을수호하고백성들에게큰사랑을받은강력한여성통치자였다.‘음란한반역자’라는오명의원인이된김치양과의염문은오히려고려시대여성의독립적인지위와연애풍속도를엿볼수있는대목이다.한국사는거창한대의명분으로포장되어있지만,그내막을살펴보면이처럼사사로운데서말미암은일들이많다.옛사랑이그러하다.금지된사랑에쓰러진여인들의이야기에는막막한감동만있는게아니다.한국사에서가부장사회가어떻게만들어지고힘이세졌는지,맥락을파악할수있다.한국사에서금지된사랑의역사는곧가부장제의역사이기도하다.

오래된사랑이야기에독창적숨결을불어넣다

이책은사랑으로다시쓰는한국사다.남녀의사랑을실마리삼아삼국시대부터일제강점기까지역사의맥락을관통한다.서동과선화공주부터김원봉과박차정까지열가지사랑이야기까지흥미진진하게펼쳐진다.1980~1990년대에유행한소위‘정통사극’에익숙한독자들에게는익숙한소재들일수있다.하지만저자는‘오래된이야기에독창적인숨결을불어넣는역사가’답게사료파헤치기를통해정통사극과는매우다른시각을보여준다.
역사는꼬불꼬불한역사기록만으로는온전히헤아릴수없다.진실은언제나빛바랜사료의행간에숨어있다.민간인과부소생인서동은어떻게백제의왕좌를차지했을까?《삼국유사》는선화공주와사랑이야기를불교승려들의입을빌려퍼뜨리는‘첩보원’서동의진면목을품고있다.김유신은왜애인천관녀의집앞에서말의목을잘라역사적인동물학대자가되었을까?《삼국사기》에는말의피로하늘에삼국통일을맹세하고‘신녀’천관녀를이용해그비전을설파하는김유신의야망이감춰져있다.
또한사랑얘기라고내내달달할거라예상해선곤란하다.달달하다가아프고화난다.개인을넘어선시대의아픔이자리하고있기때문이다.사랑은가장사소한개인사같지만,알고보면가장사회적인관심사이다.그래서한국사의지배층은남녀의사랑을다스리는데많은공을들였다.때로는사랑을죄악시하면서민중에게공포심을심었고,때로는사랑을이용해자신들의권력욕을채웠다.‘2부여자,금지된사랑을하다’가전자에해당하는이야기라면,‘3부남자,사랑을이용하다’가후자에해당한다.정통사극에서얘기하는것처럼양녕은문치의시대를열기위한아버지의뜻을이해해일부러음주가무에빠진척하던세자가아니었다.양녕은‘사랑이라는이름의폭력’이었던어리와의스캔들로파멸을자초했다.뿐만아니다.조선숙종은사랑하는여인장옥정을왕비로삼기위해집권당을갈아치우며당쟁을사생결단으로격화시켰다.우리가몰랐던한국사의진실이다.
인간세상을지배하는표면적인힘은공포와욕망이다.하지만사람의역사를움직이는진정한힘은사랑이다.고려멸망의결정적계기는우왕을둘러싼출생의비밀이었다.공민왕과신돈이한여인,반야를사랑했기때문이다.한국사에서금지된사랑을꿈꾼여인들은구시대로부터가혹과응징과수모를당했다.하지만역사는끝내그들이꿈꾼세상을향해나아가고있다.사랑은나비효과를일으키며역사가되었다.

역사가된사랑이야기.사랑은힘이세다!

“나,밀양사람김원봉이오.”
2019년한국의봄을달군이슈가운데하나가독립운동가김원봉의서훈을둘러싼논쟁이었다.이제김원봉이의열단의전설적인단장이었다는사실을모르는한국인은별로없을것이다.영화<암살>에서의위대사는그기억의정점을이룬다.그러나김원봉에게부인이있었고,부인이함께독립운동하던박차정이었다는사실을아는이는드문것같다.박차정과의사랑과결혼이김원봉의독립투쟁을깊고풍성하게만들었다는것에대해서는더욱!
1920년대독립운동은분열과시련의시기였다.1919년러시아혁명의영향으로국내외에서사회주의물결이거세게일어나고,독립운동가들이중국내전의소용돌이에빠져들면서분열했다.그러나약산은분열과시련을딛고1930년대에백범김구와함께항일독립운동의지도자반열에올랐다.중국내전의소용돌이속에서자금과인재고갈로절치부심하던약산은1930년박차정과만나며위기를극복하고독립운동의거목으로성장한다.의열단장에서교육자,정치가,군사지도자로진화를거듭하며전체독립운동의구심점으로자리매김한것이다.박차정은김원봉의조력자였을뿐아니라,독자적인여성전사로서조국광복에이바지했다.부부는서로의나침반이되어독립과혁명의길을함께열어나갔다.
《시작은모두사랑이었다》에는한국사가된여러사람의사랑이야기가나온다.그들이만들어가는사랑의색깔과방법도제각각이다.사랑때문에어떤이는파국에빠지고어떤이는사랑을이용해권력을탐한다.시대와불화한안타까운사랑도여럿이고,김원봉과박차정처럼삶과대의를일치시킨독립운동가의사랑법도있다.무엇이됐던사랑은힘이세다.사랑의역사를우습게보면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