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리어의 오월 노래 (광주관광호텔에서 본 5ㆍ18)

호텔리어의 오월 노래 (광주관광호텔에서 본 5ㆍ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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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알려지지 않은 공간과 높이에서 본 5ㆍ18
광주관광호텔은 8층 건물로 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맞은편 오른 측면에는 전일빌딩이 있었다. 5ㆍ18이 일어나자 관광호텔은 자체 폐점했지만, 영업과장이던 홍성표는 그곳에 남아서 5ㆍ18의 열흘을 목격할 수 있었다. 광주에서 관광호텔은 10층 건물인 전일빌딩 다음으로 높았다. 위에서 아래를 보면 아래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시위 군중 속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지난 40년 동안의 모든 증언들과 다르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공간과 높이에서 본 5ㆍ18을 보여준다.

호텔리어 홍성표는 열흘 동안의 5ㆍ18을 놀라울 정도로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증언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지난 40년 동안 수백 번 되새겼기 때문일지 모른다. 5ㆍ18에 대한 존중과 부채감을 그는 소상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에는 공식 기록에서 읽을 수 없는, 때로는 위급하고 때로는 따뜻한 상황들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처음 광주항쟁에 입문하는 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홍성표(일지,메모)

1954년전라남도곡성에서태어났다.1977~1981년광주관광호텔에서,1981~1983년신양파크호텔에서근무했다.1986~2008년광주지역(국제,뉴월드,프라도)과전남지역(월출산온천)의관광호텔에서총지배인,본부장,총괄이사로재직했다.현재광주·전남지역에서축제·역사·문화·관광홍보및해설봉사활동을하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거짓말_홍성표
호텔리어를만나다_안길정

1.대통령의광주도착
안보보고회
영접준비
경호선발대
경호불문율
각하의옷,각하의구두
만찬장의대통령
도지사가가져온조찬도시락
김계원과차지철

2.광주관광호텔
광주관광호텔의시작
슬롯머신오락장
칵테일라운지
나이트클럽
이발소
그림도둑
월례조찬기관장회의

3.달아오르는시가지(5월12일~17일)
12일_칵테일라운지의기자들
13일_검열받는신문과방송
14일_가두로나선학생시위
15일_분수대에모인학생대표와교수들
16일_횃불시위
17일_호텔주변

4.처절한금남로(5월18일~20일)
18일_계엄이확대되다
19일_호텔폐쇄와일본인기자
20일_금남로의차량시위

5.도청앞집단발포(5월21일~26일)
21일_호텔앞대치선
집단발포
목포대생의피격
조준사격
22일_호텔의방화위기
23일_고정간첩,깡패,흑색선전
24일_자전거로바람쐬기
25일_문을연가게들
26일_한광수사장의편지

6.계엄군의호텔점령(5월27일~28일)
27일_601호각하의방에서
헬기사격의섬광
계엄군의호텔점령
28일_쓰레기차가실어나른것
호텔의손실액

7.전두환의광주방문
10ㆍ26사건
연초제조창안보보고회
광주에온전두환

8.망월동이팝나무
이팝나무의오월노래
나의5ㆍ18

해제
그동안알려지지않았던공간과높이에서본5ㆍ18_김정한

출판사 서평

새로운공간과높이,새로운목격자

광주관광호텔은8층건물로도청앞광장과금남로를한눈에볼수있었다.맞은편오른측면에는전일빌딩이있었다.5ㆍ18이일어나자관광호텔은자체폐점했지만,26세의영업과장홍성표는그곳에남아서5ㆍ18의열흘을목격할수있었다.광주에서관광호텔은10층건물인전일빌딩다음으로높았다.위에서아래를보면아래에서볼수없는것을볼수있었다.또한그는시위에적극적으로참여하지는않았기때문에시위군중속에서볼수없는것을볼수있었다.이책은지난40년동안의모든증언들과다르게,그동안알려지지않았던공간과높이에서본5ㆍ18을보여준다.
그렇다면그는왜40년만에기억을털어놓는것일까?사실31년전에증언할기획가있었다.1988년‘5·18광주민주화운동의진상규명을위한청문회’때조준사격의희생자였던김선호씨부인이국회증언대에섰다.부인은원통하게죽은남편의마지막순간을증언할목격자로그를지명했다.그러나홍성표는증인으로출석하지않았다.마음속에서양심의소리가일었지만,용기있게행동으로옮기지못했다.자신이본5·18을거침없이말하기가망설여졌다.“시기상조다”,“가만히있어라”,“모난돌이정맞는다”라는주변인들의조언도있었다.
그로부터30여년이지난2017년에《전두환회고록》이나왔다.다시발포명령은없었다는발뺌과부인이되풀이되었다.마침국방부헬기사격조사위원회에서목격자를찾고있었다.자신의기억의바다에가라앉아있던5·18을더는묻어두지않기로마음먹었다.그래서진압군이도청으로밀어닥친5월27일새벽전일빌딩에대한헬기사격목격상황을증언했다.
호텔리어홍성표는열흘동안의5ㆍ18을놀라울정도로세세하게기억하고있었다.여러가지사정으로국회청문회에서증언하지는못했지만,아마자신이보고들은것을잊지않기위해지난40년동안수백번되새겼기때문일지모른다.5ㆍ18에대한존중과부채감을그는소상한기억으로간직하고있었다.그의기억에는공식기록에서읽을수없는,때로는위급하고때로는따뜻한상황들이생생하게펼쳐져있다.처음광주항쟁에입문하는이들도쉽게이해하고공감할수있을것이다.

목격자만이볼수있었던장면_집단발포,조준사격,헬기사격

도청과금남로를중심으로한5·18에대한증언은무수히많다.그럼에도홍성표의증언은몇가지점에서주목할만하다.아직정확히밝혀지지않았거나,밝혀졌음에도거짓말이거듭되고있는문제들이다.무엇보다5월21일1시집단발포상황과저격수들의조준사격,5월27일새벽전일빌딩을향한헬기사격은오직그만이볼수있는장면이었다.
먼저,5월21일계엄군의집단발포시발생한계엄군사망사건이다.
시위대의장갑차가돌진할때YMCA앞에있던계엄군장갑차가후진하면서그뒤에있던권일병이무한궤도에깔려사망했다.이상황은11여단소속군인이었던이경남목사의증언에서분명하게밝혀졌다.당시금남로에는계엄군장갑차1대와시민군장갑차2대가있었다.계엄군장갑차는M113모델로서바퀴부분이무한궤도였고,시민군장갑차는이탈리아피아트사의CM6614모델로서바퀴부분이고무바퀴였다.하지만《전두환회고록》은권일병이시위대의고무바퀴장갑차에깔려죽었다는거짓말을아직껏되풀이하고있다(11여단61대대3중대장김모대위의법정진술도이점을명확히밝히고있다.그러나군기록은아직껏시위대장갑차의계엄군역사설(轢死說)을시정하지않고있다).홍성표의21일도청앞광장과금남로에서벌어진집단발포에대한구체적인증언은이목사와김대위의용기있는증언을뒷받침한다.권일병의사망직전정황을보여주는보충설명으로서의의가있다.
다음으로,5월21일저격수들의조준사격이다.
당시금남로주변옥상에서저격수들이조준사격을했다는자료는존재한다.그러나저격수들이사격하는모습을직접목격한사람은없었다.공수부대가발포하는급박한상황에서아래에서위를보기는쉽지않고,본다해도옥상사정까지알수는없기때문이다.

벽에기대어앉아앞을보니건너편수협옥상에군인2명이보였다.옥상환기구주위에총을걸치고우체국쪽을향해사격하는사수도보였다.(125쪽)

더구나그는저격수의총에가슴을맞은김선호씨가피를흘리며운명하는순간을함께했다.국방부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조사결과보고서》(2007)에는도청주변건물에저격병을배치했다는현지지휘관의진술과관광호텔옥상에서조준사격을했다는사병의진술이실려있지만,당시관광호텔옥상에는저격수가없었다는것도그의증언으로확인할수있다.
마지막으로,5월27일새벽전일빌딩을향한헬기사격이다.
5월27일새벽공수부대가무력진압할때그는대통령이광주를방문할때숙박하는,전망이가장좋은6층VIP실에숨어있었다.

호텔건너편전일빌딩쪽을보니,광주우체국방향에서전일빌딩위를향해섬광이연속해서날아가는것이보였다.공중에서날아가는탄환이었다.굉음이들려왔다.
“두두두두두두.”
기관총소리였다.카빈총이나M16과는명백히다른둔중하고묵직한소리,탄착점은전일빌딩이었다.호텔위공중에서전일빌딩고층을향해쏘는기관총소리가분명했다.(155~156쪽)

6층보다더높은곳에서날아가는탄환의섬광은헬기사격이아니면설명되지않는다.그의증언은5·18특별조사위원회의《조사결과보고서》(2018)에중요하게수록되었다.5월21일의헬기사격을목격한사람은여럿이지만,5월27일전일빌딩을향한헬기사격의목격자는그가유일하다.

박정희와전두환의광주체류

홍성표의5·18관련목격담이책의중심에있다.그러나이이야기만있는것이아니다.박정희와전두환의광주체류를다룬장이책의시작과끝부분에자리하고있다.책의구조로보았을때5·18이두개의청산해야할군사정권사이에끼어있는셈이다.사실홍성표는두개의군사정권을설명할수있는적격자이다.
홍성표자는호텔리어경력을광주관광호텔에서시작했다.기획·집필한안길정에게그의기억가운데제일인상적인것이박정희대통령의1박2일호텔체류였다.내로라하는기자들이청와대속사정을파헤친글이시중에나도는데,대개는얻어들은이야기에의존한것이다.그러나이책에나오는이야기는호텔에서직접보고겪은것이대부분이다.동선(動線)에따른권력자의행적은다른어느책에도나오지않는새로운발굴이다.대통령전용실의위치,집기,그안에서벌어진일은안길정의심문에가까운추궁끝에복원되었다.아마유신체제를겪어본장년층은대통령의하룻밤호텔체류장면을읽으면서각급정보·군사기관이총동원되는철통같은경호태세에절대권력의실체를실감할것이다.
끝에서두번째장은전두환의광주방문에얽힌이야기이다.통일주체국민회의에의한체육관선거는유신의심장박정희가설계했지만,그것을계승하고향유한이는철권통치자전두환이었다.이이야기역시호텔리어로서구술자의목격담내지청취담으로꾸몄다.
당대최고권력자들의호텔체류이야기를생생하게복원할수있었던까닭은광주관광호텔의위상때문이었다.당시광주관광호텔은지역유지들의사교장이자매월기관장회의가열리는곳이었고,대통령이투숙하는이지역최고의영빈관이었다.당시지방에는대통령이묵을도지사공관이나영빈관이없었으며,귀빈이묵을스위트룸을갖춘고급호텔은오직광주관광호텔뿐이었다.

운명같은만남

이책의마지막(김정한교수의‘해제’)에는다음과같은구절이나온다.

1980년5월27일새벽,한사람은관광호텔에있었고한사람은도청에있었다.생사의갈림길에서살아남은두사람의인연이40년만에이책의운명이되었다.(187쪽)

운명이라니,이게무슨말일까?이책의저자는둘이다.홍성표가구술,일지,메모를,안길정이기획,집필을맡았다.둘은2017년국방부헬기사격조사위원회를통해처음만났다.홍성표는증언자였고,안길정은조사위원이었다.
하지만알고보면둘은1980년5·18때넓게보아같은공간에있었다.홍성표는호텔리어로서광주관광호텔을지켰고,안길정은대학생으로서도청을사수했다.5월27일새벽,홍성표는호텔을점령한계엄군을맞닥뜨렸고,안길정은도청에서계엄군에맞서마지막항쟁을이어갔다.둘은“생사의갈림길에서살아남아”40여년만에만났고,이책의공동저자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