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말하고 싸우고 연대하기 위해 법정에 선 성폭력 생존자의 사법 투쟁기)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 (말하고 싸우고 연대하기 위해 법정에 선 성폭력 생존자의 사법 투쟁기)

$18.50
Description
법원의 재판연구원으로서, 그리고 성폭력 피해 생존자로서
성범죄를 둘러싼 사법 제도의 모순과 정의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물으며 앞으로 나아간 한 여성의 용감한 회고록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이란 다음과 같다. 누군가의 머리를 가볍게 한 대 쳤는데 두개골이 계란껍질처럼 얇아 사망했다면, 머리를 가격한 자는 그 사망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피해자가 얼마나 연약한지와 상관없이 가해자(피고인)에게 모든 피해의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은 저자 브리 리는 영미법상의 이 원칙을 바탕으로 성범죄를 둘러싼 사법 시스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나아가 성 인지성이 결여된 무죄 추정의 원칙만으로는 성폭력 사건의 핵심에 근접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다.

퀸즐랜드 지방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하던 브리 리는 친족 성폭력부터 아동 성 착취물까지 수많은 성범죄 사건들을 다루면서, 정의 구현을 기대하는 법정에서조차 피해자가 외면받고 고통받아왔음에 분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낮은 자존감과 심리적 불안이 어릴 적 겪은 성폭력 피해의 트라우마 증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낙담과 분노를 오가던 브리 리는 결국 형사 소송의 고소인으로서 성폭력 가해자와의 법적 싸움에 돌입한다. 이후 힘겨운 재판 과정 속에서도 그는 어딘가에서 숨죽여 울고 있을 또 다른 피해자들을 떠올리며 연대감과 정의감을 잃지 않았고, 끝내 어두운 터널 속 작은 불빛을 향해 꿋꿋이 걸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책은 그렇게 자신의 존엄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긴 여정을 헤쳐 나간 한 여성의 법정 투쟁기이자 성장기이다.
성범죄의 피해자는 대개 상대적 약자다. 애초에 강자가 약자를 ‘타깃팅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정에서는 오히려 피해자의 취약한 지위가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음을 《계란껍질 두개골 원칙》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성폭력 생존자가 가진 가장 큰 증거이자 무기는 무엇일까? 결국 자신의 목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목소리마저 묵살된다면 그곳에 정의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사법 제도 속에서 자신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한 여성의 치열한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최지은 작가가 추천사에서 언급했듯 “호주 사법 시스템의 문제들이 한국과도 지독하게 닮아 있기에” 우리나라의 사법 체계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저자

브리리

작가,여성운동가.호주퀸즐랜드대학교에서법학을전공했고퀸즐랜드지방법원에서재판연구원(로클럭)으로재직했다.법조인이자성폭력피해자로서의경험을바탕으로한데뷔작《계란껍질두개골원칙》으로2019호주출판산업상(ABIA)과2019빅토리아프리미어문학상등에서수상하며큰주목을받았다.〈가디언〉〈바이스〉〈하퍼스바자〉등에칼럼을기고해왔으며,다른저서로는여성의코르셋에관한성찰을담은에세이집《Beauty》가있다.각종연설,집필,방송활동을통해피해자의목소리를확장하고성범죄관련입법을촉구하는등다양한운동을이어가고있다.bri-lee.com

목차

추천의말
프롤로그

1부
2부

에필로그
감사의말

출판사 서평

“세상을바꿔온건결국피해자들의목소리였다.”


“브리리가지목한호주사법시스템의문제들은한국과지독하게닮아있다.”
-최지은|작가,《괜찮지않습니다》의저자

“저자의용기는다른피해자들에게도자신의경험을말하고싸우도록힘을불어넣을것이다.”
-조윤희|한국영화성평등센터든든전담변호사

계란껍질두개골원칙

1889년,미국위스콘신에서있었던일이다.한소년이같은반의다른학생을장난삼아발로살짝찼는데하필맞은정강이부위가이전에다친곳이었고,그로인한세균감염으로피해학생은한쪽다리를거의쓸수없게되었다.이에재판부는피해학생이다리를못쓰게된책임이가해학생에게있다고판결하였다.계란껍질두개골원칙이란이처럼불법적행위로인한피해에대하여원인제공자가모든결과를책임져야한다는영미법상의유명한법률원칙이다.계란껍질만큼얇은두개골을가진사람의머리를한대쳤을뿐인데그자리에서사망했다면,가해자는피해자의사망에대한책임까지떠안아야한다는것이다.

호주퀸즐랜드지방법원에서재판연구원으로근무한브리리는,이계란껍질두개골원칙을성범죄사건이지니는특수성과연관지어사법시스템의부당한현실을고찰하고나아가그한계를지적한다.특히저자는성폭력생존자가겪는피해의연속성과심각성에주목한다.단한번이라도성폭력을당한사람은가해행위의경중과관계없이극심한고통에시달릴수있으며,그렇기에피해자가얼마나연약한지와는상관없이가해자는상대의모든피해결과에책임을져야한다고그는강조한다.

“대개사람들은스스로원해서끔찍한짓을저지른다.그들은자신의행동을책임져야한다고생각하지않기때문에,타인의욕망보다자신의욕구가더중요하다고생각하기때문에그런짓을저지른다.범행동기에대단한이유랄것은없다.그사람역시단지그러고싶었기때문에,내의사와감정은철저히무시해도된다고여겼기때문에내게그런짓을저지른것이었다.그는성적호기심과만족감을충족하고싶었을것이다.하지만어째서그는내가받을충격은생각하지않았을까?어린아이를성추행하는것은그아이의인간성을말살하고인격과신체를짓밟는짓이다.아직굳지않아보드랍고여린마음을영구적으로망가뜨리는짓이다.”(429쪽)

생생한판례들로가득한법정이야기

흔히‘로클럭(lawclerk)’이라고도불리는재판연구원은그누구보다재판과정을자세하게,그리고객관적으로들여다볼수있는사람이다.저자브리리는로스쿨을졸업한뒤재판연구원이되어성범죄공판을주로맡는판사님을도와열심히일한다.하지만시간이갈수록그는자신이성범죄사건을더이상중립적,객관적으로만바라볼수없다는것을절감한다.그자신부터가여성이자성폭력피해생존자였기때문이다.의붓딸성폭행,아동성착취물소지,데이트폭력,지인강간등하나같이끔찍한사건들과그당사자들을가까이서지켜보면서그는피해자의입장에더욱깊게이입할수밖에없었다.

《계란껍질두개골원칙》의1부는이같이피해자의관점에서바라본성범죄사건의재판들을다룬다.저자는가해자에게너그럽고피해자에게엄격한사회적시선과배심원단의평결에분노하고,사법적정의가가닿지못하는어둡고일그러진현실에좌절한다.그중상징적인사례가필립스사건이다.술자리에서잠든여성을강간해놓고도피고인필립스는유죄평결을받지않았다.어떻게그럴수있었을까?우선,대부분의성범죄가그렇듯확실한물적·인적증거가남지않았다.폭력도발생하지않았고,목격자도없었다.또한피해여성은사건당시피임약을복용하고있었으며,법정에서보인성격과말투는예민하고거칠었다.이른바‘모범적인피해자’의전형이아니었던것이다.

“그동안법정에서보았던여성들과아이들의얼굴을머릿속에그렸다.그들은울고있었다.나는그들에게말해주고싶은것이아주많았지만,언제나재판연구원자리에가만히앉아침묵해야했고중립을지켜야만했다.하지만나는내가그들을얼마나존경하는지,그들이얼마나강인한존재인지꼭말해주고싶었다.또한그들이말하는괴물이세상에정말존재한다고,그괴물은그냥평범한사람의모습을하고있다고,그리고내게도그괴물을법정에세울권리가있다고모두에게말하고싶었다.결국나는수화기를들어전화번호를눌렀다.”(262쪽)

물러서지않는싸움의시작

지방법원의성범죄재판을다루면서브리리의불안증세는점점커져가고,그증상은폭식,폭토,자해와같은극단적행위로나타난다.그러던중그는심리상담을받으면서자신의낮은자존감과극심한우울감이성폭력피해자의전형적증상이라는사실을알게된다.가해자가심어놓은어두운존재가자신을안에서부터좀먹어왔음에절망하지만,그는살기위해용기를내기로마음먹는다.그리하여브리리는깊은기억속한구석에처박아두었던10여년전그날의사건을끄집어내자신을성추행했던지인을법정에세운다.《계란껍질두개골원칙》의2부는저자가경험한바로이법적싸움을그린다.

형사소송을진행하면서브리리는피해자에대한배려가부족한경찰의행동과공판절차에낙담하기도하고,가해자로부터걸려오는전화로공포에빠지기도한다.하지만그는주변의도움을받아꿋꿋이지난한싸움을이어나간다.무엇보다2년이넘는재판과정속에서그를버티게해준건,또다른피해여성들과의연대감이었다.브리리는자신이이싸움에서승리한다면앞으로다른여성들이승리할가능성또한높아질거라믿었고,자신의투쟁역시이전에법정에섰던여성들덕분에가능한것임을잊지않았다.그렇게그는피해자들의목소리가자신을법정에불러세웠으며자신의싸움이다른누군가에게도영향을미칠것임을확신한다.

“나는그들에게서힘을얻었다.침묵하고있는거대한피해자무리가매번날일으켜세웠다.동시에그들에대해책임감도느꼈다.내가강인하게버텨야만2차가해를이겨내는모습을그들에게보여줄수있었다.물론걱정도되었다.만일가해자가법정에서무죄를선고받는다면,그여파는내주변의모든여자들에게일종의메시지를전달할것이다.여자들은세상이자신의말을믿어줄리없음을직감할것이다.정의는그들의편이아니었음을알게될것이다.하지만반대로내가이긴다면?얼마나많은여자들에게이소식을알릴수있을까?내가거둔승리를얼마나당당하게외칠수있을까?호주에서는경찰에신고하는성폭행피해여성의비율이세명중한명도되지않는다고한다.만약에모든피해여성이진실을말한다면무슨일이벌어질까?”(380쪽)

피해자의목소리에귀기울인다는것

한국의형사소송법에는‘의심스러울땐피고인의이익으로’라는대원칙이있다.증거재판주의와함께근대형법의근간을이루는무죄추정의원칙이다.영국의법학자윌리엄블랙스톤은‘무고한사람한명이갇히는것보다범죄자열명을풀어주는것이낫다’고말했고,벤저민프랭클린은‘무고한한명을지킬수있다면범죄자백명을놓쳐도괜찮다’고까지말한바있다.이에대해저자는이렇게말한다.“만약벤저민프랭클린이여자아이백명이강간당한사건을마주했더라면뭐라고말했을지궁금할따름이다.”성범죄의특수성을고려하지않은채성인지성이결여된무죄추정의원칙만을앞세웠을때어떤판결이나왔는지수없이목격해온자로서할수있는말이었다.

성범죄의피해자는대개상대적약자다.애초에강자가약자를‘타깃팅하는’범죄이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재판정에서는오히려피해자의취약한지위가판결에불리하게작용하는경우가많음을《계란껍질두개골원칙》은구체적으로보여준다.성폭력생존자가가진가장큰증거이자무기는무엇일까?결국자신의목소리다.그럼에도불구하고피해자의목소리마저묵살된다면그곳에정의란게있을수있을까.사법제도속에서자신의존엄을되찾기위해고군분투한한여성의치열한여정을담은이책은,최지은작가가추천사에서언급했듯“호주사법시스템의문제들이한국과도지독하게닮아있기에”우리나라의사법체계에대해서도많은생각을하게만든다.

“잘난몇명이떠들어서나아진게아닙니다.2008년조두순사건의피해아동이결국다행히살아남아서,입을다물지않고그고통을온국민과공유해줬기에,그사람이대한민국의현대사를바꿨다고까지말할수있는것입니다.그피해자조차사망했다면,우리는오늘날도친고죄가폐지되지않은,성범죄를그저수치나불온으로생각하는나라에서살고있었을지도모릅니다.그들의목소리에,피해자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것이필요한이유입니다.많이말하고,많이들어야합니다.”(이수정경기대범죄심리학과교수,팟캐스트《듣똑라》‘2020년1월13일’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