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유 재산

나의 사유 재산

$15.00
Description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1952년생 미국 시인 메리 루플의 산문 모음집. 《나의 사유 재산》에 실린 총 41개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읽힌 〈멈춤〉은, 작가의 폐경 경험과 노년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면서도 섬세한 시적 언어로 풀어낸 에세이이다. 표제작 〈나의 사유 재산〉은 일부 아마존 부족의 전통인 ‘슈렁큰 헤드(shrunken head, 쪼그라든 머리)’라는 다소 끔찍한 소재를 통해 슬픔과 사랑, 고통과 위안에 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메리 루플은 2019년 로버트 프로스트와 루이스 글릭 등이 거쳐 간 버몬트 계관시인 칭호를 받았고, 시집 《던스》로 2020 퓰리처상 최종 결선 후보 및 2019 전미도서상 후보에 선정되었다. 1982년 첫 시집 출간 이후 십여 권의 시집과 두 권의 산문집, 강의록과 만화책, 이레이저 아트북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찰스 시믹, 조이스 캐롤 오츠, 토니 호글랜드 등이 깊은 애정을 표한 바 있는 메리 루플의 기이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탐험하기에 《나의 사유 재산》은 가장 흥미로운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메리루플

저자:메리루플MaryRuefle
시인,에세이스트.1952년미국펜실베이니아의군인가정에서태어나미국과유럽곳곳을옮겨다니며성장했다.버몬트예술대학에서23년간글쓰기를가르쳤고,2019년로버트프로스트와루이스글릭등이거쳐간버몬트계관시인칭호를받았다.《시선집》을비롯한십여권의시집과두권의산문집,그리고옛문헌속단어들을삭제해새로운텍스트를만들어내는‘이레이저아트’작품집《작고하얀그림자》등과만화책《집에가서잠이나자!》를냈다.구겐하임펠로우십,윌리엄칼로스윌리엄스상,화이팅어워드등을수상했으며,강연모음집《광기,고통,그리고달콤함》으로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에,시집《던스》로퓰리처상결선후보와전미도서상후보에올랐다.미국시인토니호글랜드는메리루플을“에밀리디킨슨의절망과월리스스티븐스의기교를합친듯한”글을쓰는작가라고일컬었고,소설가조이스캐롤오츠는그의작품세계가“기이하고역설적인방식으로”독특하게직조되었다며칭송했다.루플의대표작《나의사유재산》은그처럼독자적인언어로낙망과구원을오가며사라짐,슬픔,문학적자의식등에대해이야기하는산문모음집이다.현재그는버몬트주베닝턴에서컴퓨터와스마트폰없이살고있다

역자:박현주
소설가,전문번역가,에세이스트.소설《나의오컬트한일상:봄여름편》《나의오컬트한일상:가을겨울편》《서칭포허니맨》,에세이《로맨스약국》《당신과나의안전거리》를썼고,《레이먼드챈들러선집》《스밀라의눈에대한감각》《트루먼커포티선집》,찰스부코스키의소설과시집,논픽션《바바리안데이즈》등을번역했다.2018년《하우스프라우》로제12회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현재한겨레에〈박현주의장르문학읽기〉를연재중이다.

목차

작은골프연필
열쇠
읽어주세요
운이좋아서
땅에관한몇가지관찰
파랑
무언가를묘사할수있었다해도할수없었던여자
멈춤
자장가
프랭크의이야기를해보자면
나의크리스마스트리에관한회상
자주
검정
한소녀의이론
어느잡지에보내는편지
밀크셰이크
회색
빨강
구름속에서
나의사유재산
불멸의노인
초록
분홍
숲속에서
한겹덮인,저녁식사의꿈
스카프처럼
주황
노랑
야생숲의피
잉크로그린장식문자
개인적기록
추방자
걱정없는세계를향해
자기비판
하양
갈색
그들생각은틀렸다
선물
침입자
숭고한것
이상한행동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국내에처음소개되는1952년생의미국시인메리루플은,1982년첫시집을낸후십여권의시집과두권의산문집,강의록과만화책,이레이저아트북등다수의작품을발표하며많은독자를확보해온작가다.특히강연모음집《광기,고통,그리고달콤함Madness,Rack,andHoney》이2012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최종후보에,시집《던스Dunce》가2020퓰리처상최종결선후보및2019전미도서상후보에선정되면서,그리고2019년말로버트프로스트와루이스글릭등이거쳐간버몬트계관시인칭호를받으면서메리루플은더욱주목받는미국현대시인으로자리매김했다.

메리루플의대표적인작품집《나의사유재산》에는총41개의글이수록돼있다.각산문은에세이,초단편소설,산문시등의문학장르를경계없이타고넘으며우리삶의불가해한순간들을포착하고기록한다.책에서가장널리읽힌글중하나인〈멈춤〉은작가의폐경경험을다룬에세이로,‘월경중단’이불러오는새로운국면에대해적나라하게묘사하면서도섬세한시적언어를통해여성의삶에깃든슬픔과기쁨을덤덤하게전한다.한편플래시픽션과에세이사이에걸쳐있는〈선물〉은작가의불안한현실인식에서출발해집이물에잠기는상상으로뻗어나가며실존적고민과초현실적자의식을결합한다.이렇게루플은자신의일상에스민비밀스런단면들을특유의기이하고아름다운문장에실어흘려보낸다.

세상모든여성들에게건네는
냉철하고도따스한위안의메시지,〈멈춤〉

“폐경이란단순히평화로운멈춤이아니다.메리루플의이글에나오듯이매일울기도하고,죽고싶기도하고,무언가를끝장내고싶기도하다.어떤삶의끝인것만같다.하지만그끝의뒤에는새로운시작이있다.물론그뒤의삶또한보이지않는것처럼취급받기도하지만,존재하지않는것이아니다.여성이라면누구나겪는일이다.어떤이에게는좀더이르게,다른이에게는좀더늦게.그러나그에대해진지하게이야기한문학을접할기회가많지않았다.폐경이우리인생에어떤기점을가져다주는지.우리가그런멈춤을겪고어떤영혼으로나아가는지.”
―박현주옮긴이

《나의사유재산》에실린글들은대부분메리루플이50대와60대의나이에각종문예지에기고한것이다.그래서책에는노년에접어든여성으로서의시선이곳곳에배어있다.물론그의글쓰기는노년의삶이나나이듦에대한낭만적예찬과는거리가멀다.루플은노화가자기삶에가져다준성찰의시선을주변의크고작은사물과사건들에비추어낼뿐이다.그렇게탄생한대표적인글이바로〈멈춤〉이다.이작품에서루플은모든여성이언젠가는겪게되는폐경에대해이야기한다.더이상보이지않게됨으로써갖는자유,그리고부모를떠나보낸뒤강둑에앉아마음대로돌을던질수있게되는자유는그냥얻어지는것이아니라잠시멈춰(pause)서는일,다시말해폐경(menopause)을통해서야비로소가능해진다는정언과함께.

〈멈춤〉은눈길을끄는한장의사진으로시작한다.그것은메리루플본인이1998년4월에썼던‘울음일기(cryalog)’다.이울음일기는당시에루플이울었던횟수를‘C’라는글자로기록한개인일지다.한번만울었던날은C가하나있고,다섯번이나울었던날은C가5개적혀있다.루플은“지금보면이울음일기가무척우스꽝스럽게보이고웃음이”나지만“그걸쓸당시에는죽고싶었다”고,“김이펄펄나도록뜨겁게달궈놓은다리미로”자살하고싶었다고회상한다.그리고폐경을맞은여성은“마흔다섯살의경험과일상을가진열세살짜리”가되며,“어떤날에는나무나개,뭐가됐든가장가까이에있는것과섹스하고싶은욕망이”들거나“남편이든애인이든파트너든,뭐가됐든떠나고싶은욕구가생긴다”고말한다.하지만그시간을통과해낸이에게“행복한노년은맨발로다가오며,그와함께우아함과상냥한말들을가지고온다”고도덧붙인다.이것은한노시인이세상의여성들에게건네는가장냉철하고도따스한위안일지도모르겠다.

사람의머리를잘라만든‘슈렁큰헤드’부터
파랑·노랑·검정등11가지빛깔을띤슬픔의편린들까지

표제작〈나의사유재산〉을빼놓을순없을것이다.〈나의사유재산〉은이책에서가장긴분량의에세이로,작가의특별한경험과상상력이슈렁큰헤드(shrunkenhead,쪼그라든머리)라는다소끔찍한소재를만나사랑과죽음에관한깊은사색을이끌어내는글이다.일부아마존부족의전통인‘슈렁큰헤드’는,전리품혹은장례의식의용도로사람의머리를절단해그속을비운뒤쪼그라들게만들어보관하거나목에걸고다니는이른바‘진짜’인형이다.메리루플은어릴적박물관에서처음그것과마주했던일화를꺼내와서는,자신이지금껏그날을잊지못하는이유와사랑하는사람들을슈렁큰헤드로만들어보관하고자하는열망에대해고백한다.

색깔에관한글들도눈여겨볼만하다.파랑,노랑,자주,검정등11개의빛깔은슬픔이라는감정과맞물려새로운심상을창조해낸다.예컨대루플에게있어‘파란빛슬픔’은하늘만큼멀리있어닿을수없는슬픔이며(〈파랑〉),‘회색빛슬픔’은파란빛슬픔만큼아름답긴하지만안타깝게도다른것으로대체될수있는슬픔이다(〈회색〉).약200년전괴테가《색채론》을통해색과감정의관계에대해고찰한이후로수많은작가가색깔에관한글을써왔지만,메리루플이색을이야기하는방식은그어떤통념이나문학작품과도다르다는점에서그가치는더빛나보인다.더욱이산문시라고도할수있는이색깔이야기들은책의사이사이에배치되어독서의흐름에생기를더한다.

퓰리처상심사위원단은루플의근작시집《던스》와관련해,그가“코미디와멜랑콜리사이에서균형을맞추는것같다가도,예상되는지점에서갑자기방향을틀어버리는야생성과기지를보여준다”고평했다.이는루플의작품세계전반을아우르는서술이자,《나의사유재산》에서도일관되게드러나는그만의특장이다.루플의차가운유머와맹렬한상상력은예측불가능한전개와맞물려우리가흔히접할수없었던언어의풍경을펼쳐보인다.때로는클라리시리스펙토르의소설처럼묵직하고신비로운아름다움을발하고,때론제임스테이트의시처럼외곬의위트와강단을선사하며,그러다어느순간에는우리에게익숙한세상속의평범한비밀들을가만가만히폭로한다.그래서루플은마치천살이나먹었음에도여전히호기심많은선인같기도하고,장례식보다목욕에더관심이많은철부지소녀같기도하다.《나의사유재산》은그의이러한면모가선명하게드러난산문들로가득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