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기꺼이 서서 마신다〉는 오사카 사람들의 술과 미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주가 박찬일 요리사가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발과 혀와 가슴으로 찾아낸 술집과 밥집 107곳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술과 음식을 매개로 오사카의 미식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음식점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 맛보고 마셨습니다. 오사카의 술꾼들과 가슴을 나눴습니다. 이 책은 식당 107곳에 대한 친절한 메뉴판이자 각 음식점들의 고유한 정서를 소개한 미식 여행서입니다. ‘오사카에서 마시고 먹는 것’에 대한 에세이 이기도 합니다. 기꺼이 서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왜 오사카는 술을 사랑하게 됐을까요? 박찬일 요리사가 얘기해줍니다.
이 책에 나온 그대로, 오사카 어느 골목의 술집을 찾아가보세요. 박찬일이 마시고 먹었던 술과 안주를 주문하세요. 오사카의 술꾼이 돼보세요. 술집의 주인장, 손님들과 가슴을 섞어보세요. 당신의 무거웠던 일상이 조금은 가벼워질지도 모릅니다.
왜 박찬일은 오사카로 갔을까?
_ 요리사 박찬일이 발품으로 찾아낸 오사카의 미식 이야기
박찬일 요리사가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계절이 몇 차례 순환하기까지, 그가 오사카를 수차례 방문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천하의 부엌 오사카엔 ’먹다 망하고(구이다오레)’ ‘마시다 쓰러진다(노미다오레)’는 말이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마시고 먹습니다. 평소 미식의 세계를 탐구하고, 취재해 글도 쓰고, 방송도 하고, 본업인 요리도 하고, 술도 좋아해 틈틈이 마시는 박찬일 요리사에겐 군침이 흐르지 않을 수 없는 소재입니다.
책에는 술집 70곳, 밥집과 카페, 빵집 등 37곳이 등장합니다. 오사카의 대표적인 술집인 다치노미야(선술집)를 비롯해 야키니쿠야(고기구이집), 이자카야, 가쿠우치, 고료리야, 바, 스낫쿠(이상 357페이지, 일본의 술집들), 그리고 라멘, 우동, 소바, 스시, 카레, 양식(요쇼쿠), 덮밥, 정식(우리나라의 백반), 카페, 빵집, 식재료점 등 다양한 밥집과 미식의 스폿들을 다룹니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오사카를 다녔습니다. 줄잡아 700~800 곳의 식당을 다녔을 겁니다. 지난 10년간 오사카 미식의 세계를 경험했지만, 최근 몇 년 만큼 오사카가 그를 강렬하게 끌어당긴 적은 없었습니다. 무엇이 박찬일을 오사카로 유혹했을까요? 오사카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현장으로 불러들였을까요? 과연 박찬일은 오사카의 무엇에 마음을 빼앗겼을까요?
오사카의 술꾼들에 응답한 박찬일
_애주가 박찬일의 ‘오사카 대폿집 기행’
박찬일 요리사는 술 참 좋아합니다. 왕년엔 엄청 마셨습니다. 지금은 세월 앞에 장사가 없는 처지가 됐지만 여전히 그는 애주가입니다. 그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오사카 술집 기행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펄럭이는 노렌(포렴)과 그 곳으로 찾아드는 술꾼들의 현장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다. 사라져가는 술맛의 기원을 찾아서랄까, 술꾼이 술꾼다울 수 있는 공간에 낮게 젖어들고 싶었다. 그 여정은 대폿집 기행의 오사카판이 되었다.”(5페이지, 서문 중)
필자는 술을 그렇게 좋아한다는 오사카의 애주가들을 만나고 싶어졌습니다. 무려 아침 8시부터 술집에 줄을 서는 사람들(126페이지, ‘논키야'), 평일 대낮에 양복 입고 혼술하는 노신사들(130페이지, ’메이지야’), 늦은 오후부터 모여 싸구려 소주를 서서 마시는 사람들(72페이지, ‘하나노쇼텐’), 매일밤 힙한 바에서 술 파도타기를 하는 청춘들(180페이지). 이 오사카의 애주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요? 그들은 왜 시도때도 없이 마실까요? 박찬일 요리사는 그 답을 찾고 싶었습니다.
검색 말고 발품으로, 인터넷 말고 가슴으로
_ 그 가게가 정말 거기에 있을까?
박찬일 요리사는 한 가지가 더 궁금했습니다. ‘오사카 어디로 가면, 술집등에 줄을 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먼저 구글을 뒤졌습니다. 검색이 권력인 시대. 오사카의 맛집은 죄다 인터넷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문은 오히려 깊어졌습니다.
“그 가게가 정말 거기에 있을까?”(4페이지, 서문 중)
‘검색으로 찾은 집에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요리사 인맥도 활용했습니다. 추천도 받고 정보도 얻었습니다. 일본 현지의 네트워크도 동원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았습니다. ‘과연 그 가게가 정말 거기에 있을까?’ 결국 박찬일은 자신의 발과 눈으로, 입으로, 가슴으로 확인하는 것만이 의문을 풀 길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마침내 가게에 도착해서 문을 드르륵 열고, 상상하던 모습의 주인과 어깨를 웅크린 채 술을 털어 넣는 술꾼이 눈에 들어오고, 구수한 오뎅 냄새가 훅 끼치면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전율을 안긴다.”(5페이지, 서문 중)
결국 그는 간(肝)을 잠시 집에 내려놓고 오사카 하시고자케(207페이지, 술집 순례)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박찬일의 오사카 대폿집 기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일단 시작하자, 그 어떤 것도 필자의 열망을 막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 때도, 간사이 공항을 집어삼킨 태풍이 상륙했을 때도, 필자는 오사카의 술집거리를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필자를 사로잡은 술집들의 매력
_ 술꾼의 시선과 나그네의 마음으로
박찬일 요리사가 이번 취재를 위해 다닌 술집과 밥집은 어림잡아 200곳이 넘습니다. 그 집들 중 책에 실린 식당은 60%가 채 되지 않습니다. 출판사의 눈치도 봐야했습니다. 취재비의 압박이 심했으니까요. 그렇다면 필자가 술집과 밥집을 평가한 기준은 무엇일까요? 무려 네 차례나 간 와스레나구사(98페이지)에, 필자는 최고의 평점(별점 넷 반)을 매겼습니다. 어떤 위스키 바는 세 차례나 가고도 책에 싣지 않았습니다. 마스터(주인장)가 맨손으로 얼음을 집는 모습을 슬쩍 본 것입니다. 오사카엔 매력적인 술집과 음식점들이 차고 넘칩니다. 완전경쟁시장에서 맛 없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다.
“이 책은 공정하고 평균적인 기준을 경원했다. 술꾼의 시선으로 보고자 했다. 그 프리즘 안에 들어 있는 집들을 실었다. 물론 술도 음식도 맛있고 싸다. 술집다운 마성이 있는 집이 많다. 문을 열고 나오면 사라지는, 상상의 공간 같은 집들을 고르고자 했다. 정말 그런지, 여러분이 평가해주기 바란다.”(9페이지, 서문 중)
필자는 사라져가는 술꾼들을 찾는 심정으로, 배고픈 나그네의 심정으로 술집과 밥집을 고르고 평가했습니다. 비싸고 잘 나가는 집보다는 가슴으로 공감할 수 있는, 맛있고 저렴한 집들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그 대표적인 곳이 가쿠우치입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가쿠우치란 술 도매상이 소매를 겸하는 형태로, 술상자 위에 캔 안주와 싸구려 술을 놓고 먹는 집입니다. 자연스럽게 노동자를 비롯한 서민들이 단골입니다. 하지만 정은 넘칩니다. 운 좋으면 옆 사람이 사는 술을 얻어먹을 수도 있습니다. 다치노미야는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선술집으로, 오사카의 독특한 음주문화와 정서를 상징하는 집입니다. 숨막히는 회사 생활을 버텨야 하는 월급쟁이들도, 동네 아저씨들도, 은퇴한 노신사도, 혼술하는 아주머니도, 쿨한 청춘들도, 다이노미야에선 모두 친구가 됩니다.
완벽한 구시카쓰를 위하여, 건배!
_ 오사카가 사랑한 안주들
박찬일은 요리사입니다. 기자 출신인 그는 단행본 십수 권을 낸 치열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미식의 세계를 집요하게 취재하고 기록해 왔습니다. 글도 잘 씁니다. 게다가 애주가입니다. 그러니 먹고 마시다 망한다는 오사카의 미식 기행에, 단언컨대 박찬일 만한 필자는 없을 겁니다. 요리사+기자+글쟁이의 3박자를 갖춘 필자는 오사카가 사랑하는 모든 안주들을 먹어치웠습니다. 그의 취재수첩은 점점 두툼해 졌습니다.
혹시 구시카쓰를 드셔봤나요? 조그만 꼬치에 재료를 꿰 라드(돼지기름)나 참기름에 튀기는 음식입니다. 고기든 채소든 뭐든 튀겨버립니다. 필자는 오사카의 술꾼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안주를 섭렵했습니다. 다시국물을 흠뻑 빨아들인 오뎅, 무엇이든 튀겨버리는 기름우월주의자들의 음식 구시카쓰, 고기의 성지 오사카가 열광하는 야키니쿠, 선도 좋은 바다의 제철 식재료들, 기무치(김치)를 비롯한 절임채소, 맥주와 찰떡궁합인 교자까지, 요리사 특유의 경험과 시선으로 오사카 안주들의 맛을 언어로 옮겼습니다.
“구시카쓰는 고운 빵가루를 묻혀 튀기는 것이 정석이라 입에 닿는 촉감도 특이하다. 재료에 따라 묽은 반죽만 묻히기도 하고, 빵가루만 묻히거나 두 가지 다 묻히기도 한다. 이런 걸 자유자재로 판단하는 게 주인의 솜씨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인은 채소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그 중에서도 아스파라거스, 연근, 꽈리고추(시시토) 등을 추천한다. 삼겹살도 있고, 심지어 스팸도 튀겨준다. 뭐든 튀긴다. 그게 구시카쓰의 멋이다. 구시카쓰는 반죽에 마를 넣어야 진짜라고 한다. 요즘은 마가 비싸서 넣는 집이 별로 없다. 아, 입 안 가득 뜨겁게 번지는 라드의 맛, 구시카쓰의 촉감이 살아난다. 강력히 추천하는 집.”(52페이지, ’에치겐’ 중)
발과 혀로 쓴 오사카 미식의 기록
_ 요리사 특유의 시선으로 탐식한 오사카
음식은 아는 만큼 먹을 수 있습니다. 식재료를 알면 미식의 기쁨은 두 배가 됩니다. 필자는 요리사 15년 경력의 경험과 지식을 충분히 살렸습니다. 일본 식재료에 대한 이해, 일본 음식의 변천사, 미식의 각축장인 일본 식문화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미식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라멘은 이제 작은 우주다. 이 집에 와서 이런 나의 해석과 가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도리소바자긴. 소바라는 전통적 명칭을 쓰고, 고급의 대명사인 도쿄 긴자를 비튼 것으로 보이는 위트(자긴이라니!), 심지어 크림소스 같은 국물을 뽐낸다. 어디까지가 라멘인가. 우리는 그것을 규정할 수 있는가. 신사이바시에 있는 이 가게에서 이런 생각이 더 짙어졌다. 물론 이곳은 닭이 메인이다. 옵션에 있는 ‘닭 지방 추가 큰 것 250엔’. 당신 같으면 닭의 기름기를 2500원 주고 사서 라멘에 얹어 먹겠는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