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우치 요시미: 어느 방법의 전기

다케우치 요시미: 어느 방법의 전기

$15.00
Description
전후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 가운데서도 다케우치 요시미竹?好는 특유의 사유와 태도를 견지하면서 치열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위치를 지녔던 지식인이다. 전쟁 시기의 일본 민족(국가)의 오류를 자신의 책임으로 짊어지고서 전중을 낱낱이 되묻고 그것을 단서로 삼아 전후의 사고를 열고자 했던 그의 사상적 면모는 그동안 한국어로 번역된 몇 권의 책을 통해서도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런 다케우치 요시미의 삶과 사상을 전기적 방법으로 엮은 책이 이번에 우리에게 전해졌다. 책을 쓴 이는 츠루미 ?스케. 철학자, 비평가, 운동가로 그 또한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사상가에 의해 쓰인 사상가 비평이라는 점에서 일반적 전기의 관행을 넘어서리라는 관심을 갖게 한다.

두껍지 않은 분량의 ‘전기’ 안에서 동아시아의 비판적 사상의 형성 구도와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루쉰 연구자로 알려진 다케우치 요시미의 전중과 전후의 독특한 사상적 궤적을 그와는 다른 위치에서 동시대를 살아 낸 츠루미 순스케가 조명하고, 이를 현대 중국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 쑨거가 그 의미를 따진다. 그리고 이를 한국의 동아시아 사상 연구자 윤여일이 다케우치 요시미-츠루미 ?스케-쑨거를 다시 한국어의 공간 안에서 ‘사상의 번역’을 시도한다. 사상과 사상을 잇는 이 긴장을 견딜 수 있을 때, 사상의 아사 상태를 벗어날 출구가 비로소 보이지 않겠는가.
저자

츠루미순스케

일본의철학자,평론가,운동가,대중문화연구자.1922년도쿄에서태어났다.아버지츠루미유스케는유력한정치인이었고,어머니츠루미아이코는만철초대총재이자타이완초대총독을지낸고토신페이의딸이었다.열다섯인1938년미국에가서이듬해하버드대학에진학하고철학을전공했다.1942년전쟁포로로일본으로돌아왔다가병사로서자카르타에보내졌으며패전은일본에서맞이했다.1946년『사상의과학』을창간하며본격적인문필활동에나섰다.1960년안보투쟁시기‘소리없는소리의모임’을조직하고,1965년베트남전쟁에대응하는‘베평련’을만들고,2004년헌법을수호하고자‘9조의모임’을결성했다.2015년세상을떠나기전까지『철학의반성』(1946),『미국철학』(1950),『대중예술』(1954),『프래그머티즘』(1955),『오해할권리』(1959),『절충주의입장』(1961),『일상적사상의가능성』(1967),『한계예술론』(1967),『부정형의사상』(1968),『만화의전후사상』(1973),『사私의지평선위로』(1975),『전향연구』(1976),『책과사람』(1979),『전후를사는의미』(1981),『전시기일본의정신사1931-1945년』(1982),『집안의광장』(1982),『전후일본의대중문화사1945-1980년』(1984),『말을찾아서』(1984),『대중문학론』(1985),『텔레비전의어느풍경』(1985),『늙은이가사는법』(1988),『사상의함정』(1988),『서평십년』(1992),『기대와회상』(1997),『시와자유,사랑과혁명』(2006),『말한다는것』(2009),『일본인들은상황에서무엇을배우는가』(2012),『흐름에거스르며』(2013),『눈빛』(2015)등백여권의책을펴냈다.

목차

전중사상재고―다케우치요시미를단서로삼아

도덕의근거는어디에
나가노현우스다마치―도쿄
선을거스르지않고
이웃나라에서는
베이징에서
유학
중화민국만세와대일본제국만세
중국문학연구회
「대동아전쟁과우리의결의」
루쉰의무덤
병사의걸음
회교권연구소
다자이오사무에몰입하다
전후라는상황
저항을계승하는장소
대동아전쟁기념의비
사상의모습

후기
후기에덧붙여

해설:선에는응보없으니_쑨거
역자후기:츠루미?스케의삶과사상

출판사 서평

한권의‘전기(『다케우치요시미―어느방법의전기竹?好―ある方法の傳記』)’가담은동아시아사상잇기의삼중三重구조

하나.다케우치요시미(1910-1977)라는사상가의전모를루쉰연구자로국한할수없지만,그는『루쉰잡기魯迅雜記』(2020년초한국어로출간될예정)를비롯그의루쉰연구는특별하다.많은일본인들이그를통해루쉰을이해하게되었다는점에서독보적이라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그렇다면그의루쉰연구가다른것들과차별되는까닭은어디에있을까?아니그에게있어서루쉰이라는존재는무엇이었을까?

다케우치요시미의중국문학연구가처음부터루쉰을향했던것은아니다(따지고보면그가중국문학을택해대학에진학한것도실은대학에큰의미를두지않았던그의니힐리즘적태도에서비롯된우연이었다).난폭한중국인이철로를폭파해일본열차를가로막았다는거꾸로된이유로일본이군사행동을일으키는계기가된1931년의만주사변.도쿄대학문학부의지나철학·지나문학과1학년학생이었던다케우치요시미는그렇게시작된격변의시대에아시아(중국)이라는‘타자’속으로들어선다.

명작보다는무명작가의글을찾아읽던어린시절부터,니체와슈트리너를읽으며러시아문학에서도톨스토이의도학자면모를경원시하고투르게네프를좋아하던청년니힐리스트는이미그시절부터문학을하나의‘태도’라고믿었다.그는자신의나라일본과중국사이의전쟁에처음부터관심을가졌고,최소한약한자를괴롭히는건싫다는감각을줄곧간직했다.그러한감각이중국인유학생을비하하는‘지나’라는말을거슬러‘중국문학연구회’를만들게했을것임은물론이다.

자기시대를살아가기위해나름의중국의상像을만들지만,그는자신이만든상속에안주하는일본낭만파와연을끊었다.하지만,그는1942년1월중국문학연구회가내는잡지에일본의대동아전쟁을지지하는「대동아전쟁과우리의결의」라는선언을실음으로써국가와자아가뒤얽힌선악의비식별지대로자진해서들어선다(다이쇼이래일본국의행보가줄곧혐오스러웠는
데,마침내일본이미국,영국,네덜란드에맞서겠다는아시아주의의자세를확실히표명한것이일거에지지의입장으로돌아섰던이유였을것이다).그리고이전중의선택이지닌오류와책임에자신을연루시킴으로써자신의전후를시작한다.

이런다케우치요시미에의해루쉰이어떻게그려지는지는그의『루쉰잡기』에맡겨두도록하자.『다케우치요시미―어느방법의전기』에는1942년상하이의루쉰의무덤앞에선다케우치요시미가있다.“일본군점령아래서루쉰은죽음마저욕보였다.그앞에서아무말없이머리를
숙이고있던다케우치요시미의상념은『루쉰』을쓰는다케우치의서술안으로도흘러들어가지않았을까.”묘비에새겨진초상이절반이부서진채작은무덤들속에방치되어있다시피한루쉰의무덤앞의상념.위다푸나궈모러를주목했지그들과반대편에있는루쉰에게는관심을두지않았고,마오뚠의장편소설에마음이끌렸지거리를두었던루쉰은바로주저없이전쟁지지를선택했지만,그선택에서놓친것이있다는것을잊지않는분열된주체로서의다케우치의정신속으로걸어들어온것이다.“다케우치에게『루쉰』은자신이바라보는일본의상황이자그의이상이었다.다케우치에따르면루쉰의사상은무종교의형태를띤속죄”였던것이다.

츠루미?스케가쓴『다케우치요시미―어느방법의전기』는이렇게루쉰에이르는다케우치의사상적연대기를비평적관점으로섬세하고세밀하게엮어낸다(전중뿐아니라전후다케우치요시미의글전체와그에관한기록들에대한정밀한독해에기초하여).뿐만아니라전중의책임으로분리시키는길이아니라기억을적극적으로불러냄으로써,지배체체의바깥으로나와그것을전면적으로부정하는것이아니라그안에머물며몸부림치는다케우치요시미의지난하고도마르지않는글쓰기와분투속에놓인그의전후사상의내재된의미를해명해낸다.

둘.그런데한편으로『다케우치요시미―어느방법의전기』는전중과전후의상황속에서펼쳐진다케우치요시미에대한전기적비평인동시에다름아닌츠루미순스케라는사상가의정신적궤적에다름아니다.바로이점을우리에게밝혀주고있는것이현대중국의대표적인비판적지식인쑨거가쓴해설「선에는응보없으니」이다.츠루미가그려낸다케우치요시미의‘사상의모습’안에는바로그자신의사상의모습이담겨있는것이다.

한국어로도번역된『다케우치요시미라는물음』(윤여일옮김,2007)의저자이기도한쑨거는다케우치의삶과사상을추적하는츠루미순스케의시선에담긴변화와숨겨진일관성을따라가며그의전기작업에대한비평을수행한다.쑨거는,츠루미가착오에대한반성을사상의원동력으로삼는지식인이기는하지만,자신의정치적입장이옳으냐의여부보다는역사를헤치고들어가기를주저하지않았던다케우치요시미의삶과사상을읽어내는데에는한계가있을수있다는의심으로부터출발했다.그것은다케우치의사상을그저“실패로부터교훈을얻는다”는것으로읽어서는사상의본질적의미와가치가실패를무릅쓰는몸부림에놓여있다는것을놓칠수있기때문이다.

츠루미?스케역시『다케우치요시미라는물음』속에서자신과다케우치사이의삶의이력과사상적행보사이의차이를숨기지않는다.츠루미는스스로를“자신을말뚝에묶듯이해서이시대를간신히살았”던자로묘사한다.전쟁반대라는정치적관점이분명했던그는어쩌면일관되게,특별한오류없이전중과전후를살아냈던지식인이자운동가였다.그런그에게어떤변화가있었으며,무엇보다다케우치의존재를자신의어머니의존재옆으로끌고오게되었을까.“시간을거슬러도달점으로부터되돌아가보면,츠루미가시간을경과하는동안무엇을흘려보냈는지가보인다.그것은이상주의적색채를띠는‘순수한선’이었다.여과된이후형성된것은‘선에는응보없으니’라는버거운현실과직면한‘복합적선’이라는신념일것이다.이선은악의바깥에서악과대결하는것처럼명쾌하지않다.악속에서만들어낸선이다.악속에서만들어낸선은결코순수한‘선’같은모습을취할수없다.츠루미가강조했듯이천황제지배의바깥으로나와천황제를전면적으로부정하는길을택하지않고,천황제안에서견딘다는다케우치의사상적입장은이‘선’의전형적사례”로서츠루미는다케우치의모색을계승하기위해서는어떠한사상적‘쩡짜’가필요한지를바로이책을통해보여주었다고비평한다.루쉰과다케우치요시미,츠루미순스케와쑨거로이어지는사상적긴장과그속에서추구되는사상의근원적의미에대한탐색을지켜볼수있는장면이아닐수없다.

셋.이책이그려내는동아시아사상의모습에는한국어의공간이비어있었다.이것을채우는것은다름아닌책을옮긴동아시아사상연구자윤여일의글「츠루미?스케의삶과사상」이다.이미『다케우치요시미선집』(1·2)와쑨거의『다케우치요시미라는물음』,『사상이살아가는법』등을번역해온윤여일의글은단순히언어의번역이아니라한국어의공간안에서시도되는‘사상의번역’이다.그는이글에서전후일본의대표적사상가이면서도적극적인해석이아직시도되지않은츠루미순스케의삶과사상의전모를보여준다.“다케우치요시미의전기인이책을번역하기로마음먹을때내관심은다케우치요시미만큼이나츠루미순스케였다.다케우치요시미를알기위해서만큼이나츠루미?스케를이해하고싶어츠루미?스케의수많은책가운데고민하다가이책을골랐다.하나의정신을알고자할때,다른인간에게어떻게접근했고무엇을중시했는지를확인한다면그정신의본질을얼마간엿볼수있다고여겼기때문”이라는말처럼그는이글에서다케우치와츠루미라는전후일본의두사상가가무엇을추구했는지를해명하고사상을잇는작업의가능성을구체화한다.

그는츠루미의삶과사상을“사상은신념과태도의복합”라는츠루미의관점이생활의근거지를사상의준거틀로삼으려는노력과‘반사反射’의개념으로포착한다.“반사란어떤자극이주어졌을때그사람이드러내는반응이다.……일상이란반사의영역이고,여러반사들로생활은두께를가지며,반사들의양상이삶의태도를이루며,사회적자아란외부로의노출과자기고유의반사간의긴장관계로성립한다.츠루미는이러한반사의차원을사상의소재所在로파악하고자했다”는것이다.이러한츠루미순스케의사상관은자신의전쟁체험에서비롯된바가크다.이러한츠루미는전중을,전후를어떻게살아냈던것일까.윤여일의글은다케우치요시미전기속에담긴츠루미순스케에관한잘씌어진‘소전小傳’이라고도할수있겠다.

윤여일은저명한정치가·지식인의가문에서태어난츠루미가다케우치요시미를만날수있었던것을그의‘불량소년’이력에서부터추적한다.그는전쟁지지라는다케우치와달리전쟁반대의입장을지니고있었지만“전후가되어서는말뚝에매달리듯이살아가는방식이올바른지의심이들었고그(다케우치요시미)의저작에이끌린”다.“다케우치의문체는……학문에기대어평론하며살아가는자가아니라자신의처신을걸고상황을확실히움켜쥐려는자의스타일이다.자신이그안에떡하니버티고있는까닭에그의문장은안정감이있다.”츠루미는다케우치요시미의문장들을이렇게읽었다.우선다케우치가루쉰의문장을이렇게읽어낸바있다.루쉰에대해다케우치가그렇게했듯,츠루미역시다케우치의사상의모습을같은태도와방법으로읽었다.그들은공통되게“현실속에뛰어들어자기명제의내부적정합성에구애되지않고움직인다.그렇다고현실을그대로추인하지도않는다.주체는현실속에서자신을씻어내며부단히자기를갱신한다.……이로써주체는유동성더불어주체성을얻는다.다케우치요시미가말하는동중정이란,행동이란바로이런의미이며,츠루미순스케는이운동의생애를‘어느방법’으로형상화해냈다”는역자의해명은전중과전후를거쳐오늘의동아시아비판적사상들을잇는하나의가능성을보여준다.

[책속으로이어서]
다케우치요시미의전기인이책을번역하기로마음먹을때내관심은다케우치요시미만큼이나츠루미?스케였다.다케우치요시미를알기위해서만큼이나츠루미순스케를이해하고싶어츠루미?스케의수많은책가운데고민하다가이책을골랐다.하나의정신을알고자할때,다른인간에게어떻게접근했고무엇을중시했는지를확인한다면그정신의본질을얼마간엿볼수있다고여겼기때문이다.……어느방법.츠루미?스케는다케우치요시미를그렇게불렀다.‘방법’이란다케우치요시미가「방법으로서의아시아」를써낸이후‘방법으로서의□□’라는형태로유명세를탄표현이지만,동시대에활동했던츠루미순스케는다케우치요시미가현실에개입하며살아가는모습을‘방법’이란말로포착해낸듯했다.……여기서사상에관한츠루미?스케의유명한일구를가져와도좋을것이다.“사상은신념과태도의복합이다.”그는신념의올바름만이아니라그걸떠받치는태도를아우르며사상됨을측정했다.[윤여일,역자후기,「츠루미?스케의삶과사상」중에서,227-228쪽]

다케우치가루쉰에대해그러했듯츠루미도다케우치의동중정動中靜의면모를‘쩡짜’라는말로풀이했다.……“쩡짜는자신을둘러싼현실을자기뜻대로개척해가기가어렵다는자각을품
은말이다.현실에떠내려가면서자신의의도를접는것이아니라,자신의의도가상황에씻겨가는과정을응시한다는사고다.”현실속에뛰어들어자기명제의내부적정합성에구애되지않고움직인다.그렇다고현실을그대로추인하지도않는다.주체는현실속에서자신을씻어내며부단히자기를갱신한다.이리하여“자기임을거절하고동시에자기아님도거부한다.”이로써주체는유동성더불어주체성을얻는다.다케우치요시미가말하는동중정이란,행동이란바로이런의미이며,츠루미순스케는이운동의생애를‘어느방법’으로형상화해냈다.[윤여일,같은글중에서,246-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