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사랑, 바디우

라캉, 사랑, 바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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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이 문학의 원천이자 오랜 테마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 철학의 영원한 숙제인 동시에 정신분석의 임상적 난제임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랑을 할 수 있고 또한 사랑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동시에 그것이 그저 상상적인 신기루일 뿐이라는 생각 앞에서 캄캄해 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이라는 아포리아를 대면할 준비가 미처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사랑에 대해 정말 알고 있는 게 뭘까? …… 사랑에 관해 뭔가 아는 것처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에 대해선 창피해해야 마땅해.”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론이나 지식에 의존하려 하지만, 그것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인데, 왜냐하면 사랑은 반(反)지식과 반(反)이론의 차원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랑 앞에서 그저 침묵해야 할까.

“모든 말하기는 잘못 말하기이다.” ―『라캉, 사랑, 바디우』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은 베케트의 금언에 따라 “사랑에 관한 말하기는 가장 급진적인 잘못 말하기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인간 주체에 대한 정의를 가차 없이 뒤흔들었던(“성관계는 없다”) 정신분석가 라캉과, 동시대의 사랑의 위기 앞에서 다시금 사랑에 진리의 위치를 부여하는(『사랑예찬』) 철학자 바디우의 이름 ‘사이’에 놓는다. 가장 도발적인 반(反)철학자 라캉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철학자 바디우 사이에서 사랑을 사유하려는 이 무모한 시도는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까. 사랑을 말하는 것의 필요 불가결함과 불가능성 앞에 선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저자

박영진

연세대학교에서학부와대학원을마치고,뉴욕주립대학교에서미술사석사학위를,캐나다토론토대학교에서라캉과바디우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EcoledelaCausefreudienne/NewLacanianSchool소속의분석가와교육분석을하고있다.학술지Concentric(A&HCI)에「반철학,철학,사랑―무라카미하루키의‘토니타키타니’읽기」를게재했다.지은책으로『라캉,사랑,바디우』가있고,『비트겐슈타인의반철학』과『메타정치론』을함께옮겼다.

목차

들어가며

1장사랑-사이의계보와“라캉과바디우사이”

2장수학과사랑
성별화공식

양상
위상학
매듭이론
사랑의공백

3장정치와사랑
동시대사랑의위기
우애의재발명
공동체
인류
사랑의탈권력

4장반철학,철학,사랑
라캉반철학
「토니타키타니」의사랑에관한대화
반철학과철학의뒤얽힘
결론없는대화

5장바캉적사랑:『D에게보낸편지』
만남
관계/과정
결혼과성차
증상
권력
죽음/삶
이념

나오며

출판사 서평

“사랑에관한말하기는가장급진적인잘못말하기이다.”

사랑을말할때우리는우리가무슨말을하는지과연알고나있는것일까.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에관한말은끊이지않는다.사랑에관해말하는책들은헤아릴수없이많다.그렇다면더보탤것도없이사랑에대한이야기는충분하며그나름의견고한체계를갖추었다고할수있지않을까.오래전작고한,미국을대표하는작가로평가받는레이먼드카버는이러한안이한추정에찬물을끼얹는다.“사랑에관해뭔가아는것처럼말할때우리가이야기하는것들에대해선창피해해야마땅해.”이게무슨말인가.“사랑은말야……”로시작하는모든이야기는모두헛소리이고심지어는부끄러워해야마땅하다고하는건좀심한것아닌가.

이는사랑에대해전문적인지식을가진사람이있으니입다물고너희는사랑이나해라.이런소리가아니다.정반대이다.사랑이란그럴듯한이론이나지식으로는포착될수없는반(反)이론반(反)지식의차원에속하니너희가사랑에대해알고있다고생각하는것부터의심하라는것이다.다시말해우리에게사랑을말하는것은필요불가결하지만,사랑에대해잘말하는것은불가능하다는것을아는것이중요하다는것이다.어렵다.하지만오늘날사랑을둘러싼상황을돌아보면이해가안되는것만도아니다.

동시대사랑을압도적으로지배하는관념은‘안전한사랑’이다.우리는어떤위험부담도없이조건적인거래에따른사랑을종용하는미디어와눈뒤집어지면서사랑을해봤자현실앞에서다부질없다는늙은이들(이것은결코생물학적인의미가아니다)의훈계를들으며살고있다.미디어와늙은이들은사랑에대해어떻게말해야할지잘알고있으며사랑에대해옳은말과틀린말을명확히구분한다.그러나그들의말도연애포기세대의절망,연애자본의양극화,저출산,남혐여혐갈등과같은사회적증상앞에서는잠잠해지고,사랑에내재적인역설과난점,모호성과곤란함앞에서는무력해질뿐이다.사랑이본래적으로이론에저항하고지식에구멍을낸다면,아이러니하게도사랑에관한온갖잘못된말하기가자유롭게순환하도록내버려두는것만이사랑에다가갈수있는진정한첫걸음이되지않을까.그렇다면정신분석과철학사이에서우리는사랑에관해잘말하는것의불가능성을껴안으면서어떤새로운말하기를만들어낼수있을까.

이책은정신분석가자크라캉과철학자알랭바디우의뒤얽힘을통해사랑을살펴본다.1장은사랑-사이,즉사랑은이론이나지식으로환원되지않는사이(metaxu)라는논제를제기하고,서구사상에함축된사랑-사이의계보를구축하고,‘라캉과바디우사이’를통해그계보에개입한다.
2장은수학을통해사랑을다룬다.수학은라캉과바디우가사랑에관한사유를혁신하는데에있어서핵심적이다.이를고려하여저자는어떻게사랑이성별화공식,수,양상논리,위상학,매듭이론을통해접근되는지를보여준다.나아가사랑에대한라캉과바디우의수학적접근에서논의되지않고암묵적으로남아있는귀결들을전개하고사랑의공백이라는개념을제시한다.
3장은정치와관련하여사랑을다룬다.정치는라캉과바디우가격렬한대립관계(보수적계몽과급진적해방)및상보적동반관계(현재상태에대한분석과새로운세계의이념)에놓이는논쟁적인영역이다.이점을바탕으로저자는동시대사랑의위기,우애의재발명,사랑의공동체,사랑과인류의문제를다룬다.나아가정치와사랑간의모호한매듭을강조하면서사랑의탈권력(impouvoir/unpower)이라는개념을제시한다.
4장은반철학과철학을통해사랑을다룬다.저자는바디우가제시한라캉반철학의특징들을분석하고무라카미하루키의단편「토니타키타니」를참고하면서사랑에관한반철학과철학간의대화를재구성한다.여기서사랑은정신분석적증상과철학적진리,분석행위와철학적작용사이에놓인다.4장은증환적진리와원(元)사랑의행위라는개념을정교화하면서결론맺는다.
5장은프랑스철학자앙드레고르의『D에게보낸편지』를읽는다.고르의편지는라캉과바디우사이에놓인사랑,즉바캉적(Ba-canian)사랑의구체적사례이다.저자는고르와그의연인도린이어떻게그들의예외적인사랑의여정(만남과결혼에서시작해서증상과권력에대한투쟁을거쳐동반자살에이르는)을통해라캉적인것과바디우적인것을엮어내는지를논의한다.5장은바캉적사랑의이념을공식화하면서결론맺는다.
결론에서저자는플라톤의『에피노미스』의중간자적정령(daimon)과관련해서사랑-사이의테마로되돌아간다.그리고고통의참여자로서의분석가와진리의식별자로서의철학자의뒤얽힘을제기한다.이뒤얽힘이유발하는문제의식을전개하면서저자는사랑하는이의길은라캉적인비(非)사랑과바디우적인초(超)사랑간의사잇길임을주장한다.사랑의길이란사랑과식별되지않는사랑없음에마주함으로써사랑의수수께끼를인정하고,무한히스스로를넘어서는사랑을충실하게창조함으로써사랑의원칙에헌신하는데에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