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 개정증보판)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 (어느 여성 생계부양자 이야기 | 개정증보판)

$19.80
Description
아버지가 가장이고
한 가정을 책임진다는 통념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책!
62세 엄마 박영선 씨는 말했다. “나는 삶에서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 31세 딸 김은화 씨는 생각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자식들 도시락부터 시부모 밥상까지 하루 열 번 상을 차리고, 집 앞의 물류창고에서 여덟 시간 이상을 꼬박 일하고, 주말에는 빨래와 장보기로 바빴던 엄마의 노동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엄마의 인생을 인터뷰하고 기록하기로 결심한 배경이다.

이 책에는 엄마의 과거를 함께 들여다봄으로써 현재를 재해석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딸은 엄마를 긴 노동으로부터, 폭력적인 아빠로부터 지켜줘야 할 사람으로 여겨 왔다. 이야기를 찬찬히 듣다 보니 인간 박영선 씨는 그 스스로 강한 사람이었다. 1972년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공장노동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2013년 요양보호사로 은퇴하기까지 박영선 씨는 40년간 제 손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온 사람으로서 가진 뿌리 깊은 자부심이 있었다. 여기에 가사와 육아, 시부모 돌봄 노동까지 전담해왔다. 그러나 그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엄마를 알아주기로 했다. 그 시작은 제대로 된 호칭을 붙여 주는 일이다. 엄마는 그간 가족을 위해 일했다. 그러나 한 가정을 이끄는 가장이나 생계부양자 같은 호칭은 남성에게만 명예롭게 주어졌다. 나는 여기에 대항해서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다고, 아니 살렸다고, 그녀의 노동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지 못했을 거라고, 엄마는 우리 가족의 생계부양자이자 진정한 가장이었다고 말이다.”(16쪽)

모녀가 마주한
눈물과 웃음, 화해의 시간들

이 책의 또 다른 한 축은 ‘관계'에 관한 것이다. 영선 씨는 사는 동안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함께할 수 없었던 전 남편에 대해 단호하게 선언한다. “이혼, 열두 번 생각해도 열두 번 다 옳다.” 딸은 이렇게 맞받아친다. “이혼을 일찍 했으면 자식 농사가 좀 더 잘됐을 수 있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녀의 대화 속에는 슬픔과 웃음, 원망과 화해의 장면이 녹아 있다. 이를 통해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독립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처음부터 나는 엄마의 구원자가 될 필요도, 될 수도 없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한 가지 욕심이 있다면, 어딘가에 있을 나 같은 딸들이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놓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무리 피를 나눈 사이라도 서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엄마에게는 엄마의 삶이, 나에게는 나의 삶이 있으므로.”(17쪽)


입체적인 시선 속에 드러나는 개인의 초상

2017년 3월부터 여섯 차례, 총 열네 시간에 걸친 인터뷰 중 핵심적인 장면만을 모아 엮어낸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엄마 박영선 씨의 관점이다. 경상도 사투리가 그대로 살아 있는 본문에서는 1인칭 시점에서 과거를 복기한다. 둘째는 딸의 시선이다. 각 장의 뒷부분에서는 딸의 속마음을 후기로 만나볼 수 있다. 셋째는 시대성이다. 박영선 씨 삶에 미친 사회적 사건들을 기사에서 인용하여 시대적인 맥락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한 개인이 시대와 어떻게 조우하는지, 한 세대가 지난 후 그 경험은 어떻게 해석되는지 교차하는 시선 속에 ‘인간 박영선’의 초상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

김은화

87년경남창원에서태어나경기도에서자랐다.출판편집자로3년간일했다.글쓰기,편집,인터뷰,강연등을하며마감노동자로살고있다.공저로에세이『돌봄과작업』,망원시장여성상인들의구술사를담은책『이번생은망원시장』,문화비평집『일요개그연구회』가있다.

목차

프롤로그◇엄마의끝없는노동을바라보던딸의이야기

1장낮에는마산수출자유지역노동자,밤에는방송통신고학생
엄마가나보다어렸을적에
맏딸의운명
둘째딸의한갓진유년시절
열다섯,가사노동의시작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시작한노동자의삶
대의원‘오야붕’에도전하다
일본기업상대로데모했으니“우리가애국자”
프레스기계너머썸타던시절
밤10시만되면꾸벅꾸벅졸던방통고수업
교대가서선생님이되고싶었지만
ㆍㆍ인터뷰후기ㆍㆍ엄마의평생화두,노동과배움

2장만화방부터한복집주인까지,결혼후틈새노동을찾아서
“봉사하는마음으로결혼했다.”
공무원월급만큼벌어다준만화가게
첫째낳고서럽게울었던이유
집사기일보직전,사라진돈
문간방새댁의모내기살림살이
재테크의귀재
폭군같은남편에대한생애맥락적이해
방송통신대학을가다
88년,마산에서서울로
자식이맞고와도역지사지
남편이몰래계약한집
한복집을차리다
여성자영업자의무덤,가사노동과돌봄노동
ㆍㆍ인터뷰후기ㆍㆍ호적따위파버리면그만이지만

3장‘분리수거왕’의마지막비정규직
부녀회의분리수거왕
남편과함께경매에나서다
“아르바이트는죽어도안한다고했지”
출판물류회사노동자로서의자부심
책으로엮인엄마와나의노동
ㆍㆍ인터뷰후기ㆍㆍ폭풍전야는늘고요하니까

4장이혼
주식과경마,파국의시작
사채업자의방문
집이불편해서
죽음을각오한이혼
아들의반격
딸의원망
“이혼,열두번생각해도열두번다옳다.”
ㆍㆍ인터뷰후기ㆍㆍ엄마의전선,나의전선


5장닥치는대로비정규직
숨고싶은마음을안고섬으로
요양원에서의더부살이
그겨울의선택
선착장매점에서
마음이힘든것도모르고
ㆍㆍ인터뷰후기ㆍㆍ각개전투의상처들

6장요양보호사10년,그리고그후
드디어서울로
늘양보하는‘똑똑바보’의딜레마
딸의창vs엄마의방패
“요양보호사하다가병안난사람없다.”
늙어보니그마음알겠네
자식들이취직할때까지버티다가
전남편에대하여
“내가외유내강한사람이라니까.”
ㆍㆍ인터뷰후기ㆍㆍ부메랑

에필로그◇살아남은여성은강하다

출간5년후이야기
“내팔아서돈많이벌었나?”
그놈의국민연금
다음생이있다면

연표

출판사 서평

■추천의말

아버지가가장이라는통념을날려버리는책.
-다다

엄마를구원해야한다는의무감,죄책감에무기력해지곤했다.
이책을읽고지난날들을위로받았다.
-오현주

재미있고속상하고찡하고.엄마랑같이읽고싶다.
-이은솔

책의마지막에엄마의인생연표를보면서전율이흘렀다.
나도우리엄마의삶을기록해보고싶다.
-릴리북

자신의어머니가임금노동으로돈을벌었든벌지않았든
이좋은책을모두가읽어봅시다.
-두부

이책정말좋습니다.한부분만발췌해봐도알수있어요.“그래서내가엄마를먼저알아주기로했다.그시작은제대로된호칭을붙여주는일이다.(...)엄마는우리가족의생계부양자이자진정한가장이었다고말이다.”
-장혜영전의원

나는여전히엄마를이해하기어렵고,지켜주고싶었다가방치하고싶었다가안아주고싶었다가외면하고싶다.나도이런내가혼란스럽다.원망과안쓰러움이버무려진내감정이부끄러웠는데,이책을읽고나니마음이가벼워졌다.나만이런게아닌것이다.
-yoga_mamang22

“혈연작업을하게되면자기상처가보이고자기성숙이이뤄져.부모자식간에구술작업을잘하면자기인생이펴.화해까지는필요없지만적어도내시선을바꿀수있다는거지.엄마와구술작업하면서내가그전까지얼마나밴댕이소갈딱지였는지,내상처가얼마나자기중심적이고편협한지도보게되었어.
은화씨엄마가1956년생,내가57년생이잖아.이런딸같은사람이와서나한테서생애구술사공부하고내또래엄마이야기를책으로쓰니까여자들생애가이렇게다음세대로이어지더란말이지.당신이애안낳고이책낳기를천만잘한거야!”
-최현숙작가인터뷰,이유진기자,「여자들살은거를말로다우예하노」,《한겨레》(2019년6월14일)

저자김은화씨의어머니박영선씨같은분을나도알고있다.그는많이먹어도여간해서살이찌지않는데그래서인지다이어트같은행위를잘이해하지못한다.계속해서움직이기때문이다.일이없어쉬는날엔집안에서도끊임없이무언가를한다.된장을담그든반찬을만들든밀린빨래를삶든.평일에있는제사음식도혼자다하는데그게걸려죄송하다고하면“돈버는일이훨씬중하다”라고한다.사회가늘그래왔듯스스로도자신의가사노동에값을매기지않는60~70대여성이다.이쯤되면독자누구나주변에비슷한인물이한명쯤떠오르지않을까.
최근몇년,평범한사람들의생애사가자주눈에띈다.대부분중장년여성의서사다.한참동안주목하지않았던(대문자역사와는다른)‘소문자’삶의이야기다.박영선씨의이야기도스펙터클하다.마산수출자유지역의노동자로일하던10대시절언니들을제치고조장까지했던그가결혼후기지를발휘해자영업을이어가고애둘을건사하면서도새벽4시에일어나자격증공부를한다.결단하되,그것에책임지는인생태도는이혼을감행할때도적극적으로발현된다.예순을넘긴그는인생에서아무것도이룬게없다고했다는데과연그럴까.정말이지아니다.
-임지영기자,「주목하지않았던‘소문자’여성의삶」,《시사in》(2020년4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