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눈으로관찰하고반려인의마음으로보다
저자는반려인이자과학자다.그는시종일관객관적인시선을유지하고,예측이나넘겨짚는것이아닌입증된사실만을골라독자들에게전달하고자노력한다.그러면서도이책은그가반려견펌퍼니클(펌프)에게쓴러브레터와도같은느낌을준다.곳곳에들어있는저자의스케치들은개에대한그의애정을다시금짐작하게한다.까만털의믹스견펌프는유기견보호소에서는래브라도믹스로분류되어있었지만,스패니얼같기도하고,골든레트리버같기도하며,푸들같기도한,그의‘유일무이한개’다.그리고그가과학자로서개라는연구대상에게가까이다가가게해준열쇠같은존재기도하다.
이책에는너무도사랑스러운나의개를의인화하고싶어하는‘반려인호로비츠박사’와검증된연구결과를바탕으로개를객관적으로관찰하고자하는‘과학자호로비츠박사’가동시에등장한다.그렇다고두존재가서로충돌하거나갈등을일으키지는않는다.그저과학을통해개를더잘이해하고사랑하게된한사람이있을뿐이다.그리고이두존재를통해객관적이면서따스한시선을담아낸,개를개로보고,개를개답게살게위한‘개행동학의교과서’가세상의빛을볼수있었다.
개를의인화하지말아야하는이유
사실어쩔수없는일이기는하다.다정하게눈을마주보고,집에돌아오면더할나위없이반겨주며,잠들때까지우리를시선으로좇는,이렇게근사한털복숭이들을의인화하지않고어떻게배기겠는가.이를테면“우리개는간식을안주면삐친다.”“영상통화할때우리개는나를알아보고짖는다.”하는식이다.그자체로는딱히문제가없다고할수있겠지만,이런의인화는개를진정으로이해하는데걸림돌이된다.사물을이해하는기준이인간이될수밖에없기때문이다.
“음,이건핥으니까거칠거칠하네?”“아니,이건왜입에안들어가지?”“오,저건왜높이있는거지?”세상을볼때이렇게‘보는’사람은없을것이다.하지만개가‘보는’세상은그렇다.여기에근본적인차이가있는것이다.개가보는,즉인지하는세상을모르고서는그들을진정으로이해할수없다.호로비츠박사가‘개가되어보라’고권하는것은바로그런이유에서다.
개들의세상(움벨트)을살짝엿보다
“나는‘개는개다’라는말을좋아한다.이말은사람이아니기때문에개를막대해도된다는의미는절대아니다.개와함께할때사람이아닌,그들의입장에서생각해야진정으로소통할수있다는뜻이다.”라는설채현수의사의말처럼이책의전제는‘개를개로보자’는것이다.여기에는‘개가사람보다낫다’거나‘개는동물일뿐’이라는,어떤기준이나잣대로나눌것이아니라개라는존재를있는그대로받아들이자는의미가담겨있다.
저자는개들의세상을‘움벨트’라는용어로표현한다.그세상을궁금해하고관찰하는것만으로도충분하다.그럼으로써개들이왜그렇게행동하는지에대한해답을찾을수있기때문이다.개에게섭섭해하거나화를내거나슬퍼할필요가없다.우리와개는그저서로를제대로이해하지못했을뿐이기때문이다.
지금바로내개와눈높이를맞춰엎드려보자
성능이제대로증명되지않은,강아지말을번역해준다는신통방통한(?)제품이나올정도로사람들은개와소통하고싶어한다.검증되지않은그어떤제품이나서비스보다그간절한소원을제대로이뤄줄방법이이책에나와있다.지금배변패드가놓인자리가적절한지,새로사준방석은마음에드는지,퇴근이늦어질때는불을켜둔채나가는게좋았는지,소파에앉아서나를보며무슨생각을하는지가궁금했다면,이책을읽어보자.
시작은아주쉽다.관절걱정때문에하지말라고교육하는데도왜그렇게두발로일어서는지궁금했다면,지금바로개의움벨트를경험해보자.내개와눈높이를맞춰앉거나엎드리는것만으로충분하다.개들의세상이바로눈앞에펼쳐질것이다.이책이사람과개사이의높디높은소통의장벽을조금은허물수있기를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