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김목인 콜라보 에디션) (개정판)

나의 두려움을 여기 두고 간다(김목인 콜라보 에디션) (개정판)

$22.00
Description
“사람은 어디를 가나 똑같다. 모이면 불편하고, 결국 싸우게 된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한다. 정말 모이면 꼭 싸우는 게 사람이라면
잡초라도 뽑으며 싸우는 편이 낫지 않겠나?
인생은 예기치 않은 사건들, 그리고 때로는 꼭 만나야 할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걸 몸으로 증명하며 살아가는 에세이스트 썸머.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덴마크의 밭 한복판으로 떠났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경험이 『장래희망은, 귀여운 할머니』의 탄생 배경이 된다니? 사건(?)의 전말이 궁금한 독자라면, 이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반복되던 어느 날, 저자는 무심코 검색창에 '북유럽+자원봉사'라는 조합을 입력한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한 장의 글. 덴마크 시골마을 ‘스반홀름’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안내였다. '쉬운 밭일 몇 시간이면 숙식을 제공', 그리고 그 아래 눈에 띄는 문장 한 줄. “우리는 얄미운 사람도 훌륭한 사람으로 대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 문장에 마음을 빼앗긴 썸머는, 반사적으로 신청서를 작성한다. “여기. 여기에 가야겠어!”

홀린 듯 떠난 덴마크, 도착하자 마자 전 재산을 소매치기 당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잃은 애'로 불리게 된 썸머는, 난생 처음 잡초를 뽑고 감자를 캐며 흙밭을 뒹구는 일이 만만치 않아 다사다난한 매일을 보낸다. 온몸이 녹초가 되는 하루속에서도 썸머의 시선은 무언가를 캐내고 만다. 몸에 대한 자각, 오래된 관계와 새로운 관계들, 내 몫의 삶, 그리고 어떤 두려움들. 떠나온 세상과 단절하는 동시에 새로운 눈으로 다시 자신이 만들어갈 세계를 발견해내는 하루가 쌓여간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담담한 인사로 시작한 스반홀름 사람들과의 관계는 서서히 썸머의 마음을 물들이고, 여정의 마지막 날에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마주하게 된다. 상처받고 꼬인 듯했던 모든 일들은 '이런' 순간을 위한 필연이었을까? 스반홀름은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시작하기 좋은 곳이었을까?

마치 한 편의 여름 영화처럼 펼쳐지는 이 체류기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각별한 마음을 나누고 싶은 관계들을 소중히 품고 싶은 이들에게 살며시 건네고 싶은 선물이다. 속이 꽉 찬 호박처럼, 묵직하고 든든하게. 당신의 일상에도 어쩌면 그런 여름방학이 필요한 건 아닐까.
저자

하정

서울북촌에서잘생긴고양이동동이와산다.어려서는엄마가좋아하는대로살고어른이되어서는살고싶은대로산다.여전히미래직업과장래희망을궁리한다.무엇을하고살든지내게일어나는사적이고사소한사건을‘대단하지않되그럴싸한책’으로엮는일은꾸준히하고싶다.

최근작
『나의두려움을여기두고간다』(좋은여름,2020)
『장래희망은,귀여운할머니』(좋은여름,2019)
『이런여행뭐,어때서』(에디터,2012)

목차

프롤로그_아직은나만아는이야기

Part1.썸머!밖으로!
안전한험지
로맨틱반지하
깨끗한한끼
썸머!밖으로!
일욕심
나의덴마크식따릉이
내몫의세상을움켜쥔다
철학하는잡초
슬기로운밭생활에온특이점
행복을모르는행복
호박밭이슈
김목인과썸머의사소한차이

Part2.행복은똑같은옷을입고있지않다
하정과썸머의행방불명
장미귀걸이를한여인
기억상실자들의카우치
밥하지않는인류
저마다의덴마크
행복은똑같은옷을입고있지않다
누구나처음엔이상한사람

Part3.가장낮은일,가장높은대화
너희들은몰랐겠지만,어젯밤에
우리머리위의장례식
가장낮은일,가장높은대화
감자에눈물을묻는다
마지막날
이튿날

에필로그_나의다음,자연스럽게
썸머의사진전

출판사 서평

나는이책을만든좋은여름의발행인이자저자다.처음이이야기를세상에내놓은2020년,팬데믹이전세계를덮쳤다.이동이차단되고만남이멈춘그시기에,독자들은책을통해오히려낯선세계로,마음껏멀리떠났다.이책의배경인스반홀름도그중하나였으리라.눈이시릴듯선명한자연의색,북유럽특유의한가로움,낯설지만아름다운밭에서의노동,그리고우연이빚어낸인연들까지.직접가볼수없기에그풍경은더욱독자들의마음속에서신비롭고이상적인은신처로자라났다.

그2~3년동안나는마치동방에서돌아온마르코폴로처럼,스반홀름에서의체류기를한국독자들에게전했다.사적인체험이었던이야기가어느새공감과상상력의연결고리가되어,이제는“저도그책을읽고다녀왔어요”,“곧스반홀름으로떠나요”라는소식을듣는다.누군가의여름계획에내이야기가작은영향을미쳤다는사실은언제나묘한감동을준다.

더는나만의비밀장소가아닌스반홀름(물론나는더많은사람들이이곳을경험하길바란다)은,1970년대에설립된덴마크의생활공동체다.약150명의사람들이집,식당,차량등을함께공유하며살아간다.농번기에는부족한일손을채우기위해자원봉사자(게스트)를모집해숙식을제공하고,봉사자는일종의공동체구성원이되어그들과함께일하고생활한다.

잡초한포기뽑아본적없는‘완전도시형인간’이었던나는,매일아침노란어린이용자전거를타고8시까지밭에나가,6시간씩흙바닥을기며일했다.일은콩을고르고,잡초를뽑고,호박을나르는등단순하지만매일달랐고,덕분에지루할틈은없었다.‘밭일’이라고해도우리가생각하는고된농사일과는달랐다.비교적쉬운일을하면서멍하니하늘을올려다보고,아름다운작물들의사진을찍을여유가있었다.그렇게온감각으로농부의생활을익혀가던어느날,넝쿨과잡초가뒤엉킨로즈마리밭에서지난한풀뽑기를하며‘잡초와밭,경험과인간’에대해혼자사유에빠지기도했다.그리고한국으로돌아온나는조금달라진사람이되어있었다.자연과가까워졌고,내몸을쓰는데자신감이생겼다.스반홀름의나날은나의삶을실제로바꿔놓았다.이것은과언이아니다.

그변화를가능케한힘은‘삶을구성하는조각들을다르게바라보게해준시간’이었다.그리고그시간을만들어준장소,사람들이었다.이책을덮을즈음,독자여러분이스반홀름의풍경속으로뛰어들어낯선사람들과시시콜콜한대화를나누고,몸으로일하고,지금을만끽하는생활을상상하게된다면,그게바로내가바라는별다섯개짜리리뷰다.그리고언젠가여러분만의스반홀름추억을누군가에게나누어준다면,그건이책의가장아름다운후속편이될것이다.

이번개정판에는음악가김목인님과의협업이더해졌다.목인님은무려18년전인2007년에유럽여행중스반홀름에머물며나처럼자원봉사자로일한경험이있다.당시그는그곳에서의며칠을조용히관찰하고,담담한문장으로기록했다.볼펜으로직접노트에쓴손글씨일지!지금처럼누구나인스타그램이나유튜브를하지않던시절,‘보고,듣고,적어서’남기는방식이었다.그일지가주는감동은각별하다.아무렇지도않은담백한단어들이왜이토록평화롭고또왜이토록일렁이는지!

일상의기록이가진힘,아날로그가주는그리움,조용한마음의떨림을독자들도함께즐기길바란다.흔쾌히일지를공유해주신김목인님께,이자리를빌려다시한번깊은감사의마음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