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들에게 (최영미 시집 | 개정증보판)

돼지들에게 (최영미 시집 | 개정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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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대의 밑창을 드러내는 불온한 언어
“진실을 추구하는 치열한 정신”
시인 최영미가 시집『돼지들에게』의 개정증보판을 출간했다. 2005년에 초판, 2014년에 2판 발행에 이어, 2020년에 신작시 3편 ‘착한 여자의 역습’ ‘자격’ ‘ㅊ’을 추가하고 일부 시들을 다듬어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시대와 사회를 꿰뚫는 날카로운 시선, 몇 자 안되는 말로 전부를 표현하는 통찰력, 허위와 위선에 대한 통렬한 비판, 생활에서 우러나온 맑은 서정이 숨은 진주처럼 빛나는 시집 『돼지들에게』로 시인은 제5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자신을 버리는 아픔을 감수하고 오래 전 쓴 작품들, 우리 사회의 숨겨진 밑창을 드러내는 시편들은 2020년을 사는 우리의 현재를 미리 본 듯하다.
저자

최영미

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서양사학과를졸업하고홍익대대학원미술사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1992년『창작과비평』겨울호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서른,잔치는끝났다』『꿈의페달을밟고』『돼지들에게』『도착하지않은삶』『이미뜨거운것들』『다시오지않는것들』,장편소설『흉터와무늬』『청동정원』,산문집『시대의우울:최영미의유럽일기』『우연히내일기를엿보게될사람에게』『화가의우연한시선』『길을잃어야진짜여행이다』,명시를해설한『내가사랑하는시』『시를읽는오후』가있다.『돼지들에게』로이수문학상을수상했다.시‘괴물’등창작활동을통해문단내성폭력과남성중심권력문제를사회적의제로확산시켜성평등에기여한공로로2018년서울시성평등상대상을받았다.

목차

1부순진의시련

착한여자의역습
돼지들에게
돼지의본질
돼지의변신
하늘에서내려온여우
비극의시작
여우와진주의러브스토리
앵무새들
권위란2
최소한의자존심
자격


2부내영혼의수몰지구

굳은빵에버터바르듯
햇빛속의여인
서울의방
대화상대
알겠니?
황혼
바람부는날
한국영화를위하여
KoreanAir
서른아홉
세기말,제기랄
옛날시인

3부축구장에서생각한육체와정신

공은기다리는곳에서오지않는다
정의는축구장에만있다
남북축구대회에나타난반공의딸
닮은꼴
인생보다진실한게임
축구는내게
나는왜수비수가되었나
인간의두부류

4부달리는폐허위에서

노트르담의오르간
베르사유의가을
ICIREPOSE여기쉬다
베니스의유령
발자크의집을다녀와
런던의실비아플라스
외국어로고백하기
지중해의노을

5부짐승의시간,인간의시간

시대의우울
대학시절사진을달라는기자에게
산과바다
횡단보도를건너며
권력의얼굴
짐승의시간
44년전의오늘
이장(移葬)
육체와영혼에대한어떤문답
눈감고헤엄치기

시인의말

출판사 서평

우리가사랑했던영혼이
우리가미워했던육체를이기리라

영혼의수고와아름다운반짝임이깃든시집

최영미시인의3번째시집『돼지들에게』의개정증보판이출간되었다.2019년이미출판사를설립한최영미시인은신작시집『다시오지않는것들』,영문시선집『ThePartyWasOver』를펴낸바있다.
우리시대의가장뜨거운시인,최영미는“첫시집이너무성공한탓에문학외적인풍문에휩싸여제대로평가받지못한불행한시인이다”(최원식)

봄비처럼섬세하면서강철처럼단단한언어로사랑과혁명이지나간자리를노래했던『서른,잔치는끝났다』이후3번째시집『돼지들에게』로최영미는다시논란의중심에섰다.1부에는‘여우와진주의러브스토리’‘앵무새들’등,한국시에드문알레고리의진수를보여주는작품들이실려있다.

그래도그탐욕스런돼지들은포기하지않는다.
긴여행에서돌아온나는늙고병들어
자리에서일어날힘도없는데
그들은내게진주를달라고
마지막으로제발한번만달라고……
_「돼지들에게」

시인은‘돼지’와‘진주’의비유를통해자신을방어할능력이없는약자에대한강자들의횡포와탐욕을비판한다.풍자를시도하기는쉽지만성공하기는힘들다.‘돼지들에게’에대한항간의오해와억측은이시집에담긴시편들에대한상찬이라할것이다.그만큼시의언어들이,동물우화의형식을빌어그려낸세계가그럴듯하다는방증이다.
70행이넘는장편시‘돼지들에게’는성경에나오는“돼지에게진주를주지마라”는문구에착안해완성한풍자시이며,영어로번역된시가2013년하버드대학교한국학연구소가펴내는영문문예지〈AZALEA〉에실렸다.2판시집‘시인의말’에서밝혔듯이“이전까지내시들이경험에주로의지했다면,?돼지들에게?의1부에실린시들은상상이경험을제압하는”진짜작품이다.

슬픈이야기를하면서도최영미는유머를잃지않는다.이번시집에도웃고울다숨이막히는,짧게후려치는표현들이읽는묘미를더해준다.

날마다조금씩자기를파괴하면서
결코완전히파괴할용기는없었지
_「알겠니?」

최영미의시집은풍자로만끝나지않는다.일상에서건져올린단단한서정시들이2부와5부에,4부에는여행시편그리고3부에는시인이사랑하는축구에관한시들이실려있다.

먼저경기장에나서지는않지만,때가되면나는
전세계와도맞서싸우는수비수가되련다
_「인간의두부류」

자신은공격수가아니라수비수라며세상에대한투쟁(혹은방어)의지를다지는시.2005년에발표했지만마치2018년의미투를예언하는듯한시구에서예언자로서시인의면모가드러난다.

기차를타고폼페이를찾아가는자신도달리는폐허임을(「지중해의노을」)자각하는시인은,다시일상으로돌아와“배반당하더라도이지저분한일상을끌고여행을계속하련다”라고말한다(「런던의실비아플라스」)

인간의조건에대한통찰이풍자로,세련된농담으로혹은서정으로변주되는다채로운세계.2006년이수문학상심사위원이던신경림시인은“시를쓰지않고는견딜수없는진정성과언어의조탁이돋보인다”라고『돼지들에게』의수상이유를밝힌바있다.

“자신의약점을보이지않는시를믿지않는”(「눈감고헤엄치기」)최영미시인은요즘유행하는난해의병풍뒤로숨지않는다.‘솔직하다’‘도발적’이라는형용사에갇힌뜨거운언어들,『돼지들에게』의실험을한국사회가감당할수있을지…2020년독자들의평가에돼지와진주의(또는이시집의)운명이달려있다.

“이시집에대한일부의오독은나의운명이려니,체념하다미투이후에새로운희망이생겼다.이제는내시들이제대로평가받을수있지않을까.”
_2020년「시인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