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우렁이 각시는 당신이 아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15.00
Description
이 책은 구술로 전해 오다가 근대화 이후 남성들에 의해 글로 기록되면서 왜곡되거나 삭제된 옛이야기를 여성의 입장에서 복원하여 생생하게 풀어내고 있다. 안방과 빨래터, 우물가에 삼삼오오 모인 여성들은 자신들의 고된 삶을 때로는 으스스하게, 때로는 깔깔대며 끝없이 이야기하였다. 가부장제의 굴레에 갇혀 온전한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했던 그들은 끝내 살아남아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 책은 밋밋한 훈계가 아니라 상징과 은유와 풍자로 가득한 옛이야기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 들의 만만찮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고전과 옛이야기를 탐구해 온 작가 심조원은 전국의 노인들이 들려주는 구술 기록들을 원본으로 삼아 그 입말을 그대로 인용하며 이 책을 기록했다. 작가의 구수하면서도 신랄한 입담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저자

심조원

출판노동자로이십년남짓일했다.책에따라기획자,편집자,작가를오가며자연과생태를주제로한어린이책을쓰거나편집했다.2005년올해의출판인상(편집부문)을받았다.그동안기획,편집,저술한작품으로는<달팽이과학동화시리즈><세밀화로그린보리어린이도감><내가좋아하는시리즈><똥강아지봄여름가을겨울시리즈>《나의엉뚱한머리카락연구》《어슬렁어슬렁동네관찰기》《우리가구손수짜기》《새를기다리는사람》등이있다.

사단법인유도회한문연수원을수료했다.지금은고전강독모임을꾸리고있으며,옛이야기모임인‘팥죽할머니’회원이다.공부와글쓰기를통해세상과소통하고자한다.

목차

어디든가는나쁜여자들
‘우렁이각시’는당신이아는그런이야기가아니다│우렁이각시
소란떨고냄새피우는여자│방귀쟁이며느리
불타는땅,천명의죽음으로태어난당신│여우누이
내배꼽밑,검은선의힘│내복에산다
수탉이울어도선녀는닭장으로돌아가지않는다│선녀와나무꾼
머리뚜껑이열리는여자│밥많이먹는색시

범과도깨비가판치는세상의진짜주인공
그여자의최후의만찬│팥죽할머니와호랑이
곰의불알을쥐고마을로돌아온소도둑│호랑이와곶감
영원한‘호랑이담배먹던시절’과‘나때는말이야’│범이야기두편
여자를좋아하는도깨비와꽃뱀│과부와도깨비
남성의섹슈얼리티가나아갈두갈래길│도깨비방망이

여자는어머니로태어나지않는다
살해된작은몸들을위한진혼│아기장수이야기
‘아들의마더’에관한서늘한탄생신화│꽁지닷발주둥이닷발새
말하는아이,콩쥐│콩쥐팥쥐
새로태어난어머니는모성에갇히지않는다│손없는색시
토끼같은내새끼와남의새끼│팥이영감과토끼
아버지와아들은다르게이어질수있다│아버지의세가지유산

옛이야기는영웅을믿지않는다
인생역전한사내의피튀기는입지전│꾀보막동이
쥐좆도모르는이야기│둔갑한쥐
걸려넘어진돌들로지은성│돌노적쌀노적
반쪽어둠을찾아떠나라│복타러간총각
이야기를가두면사람을잡는다│이야기주머니

출판사 서평

끝내살아남은여자들의영원한이야기

이책은우리가흔히알고있는옛이야기를여성서사중심으로풀어내고있다.전국의노인들이들려준구술기록들을원본으로삼아입말그대로인용하고있다.옛이야기는대부분여성들의말이었으며,남성의문자로재해석된것에한해간신히문학대접을받아왔다.그과정에서말한당사자는쉽게지워진다.더구나어린이교육용으로재구성되면서주류사회에교훈을담는수단으로쓰이곤했다.이책은밋밋한훈계가아니라상징과은유와풍자로가득한옛이야기의바다에서건져올린우리할머니와어머니와딸들의이야기를전하고있다.
책만드는일을그만두고고전과옛이야기를탐구해온작가심조원의구수하면서도신랄한입담이읽는재미를더하고있다.

“웬늙은이가밭을매니까루산에서호랭이가내려왔더랴.”

이렇게시작하는〈팥죽할머니와호랑이〉는어린이그림책으로도여러권출간되어있을정도로잘알려진옛이야기로,할머니와알밤,자라,개똥등이힘을합쳐호랑이를물리친다는신나는이야기다.이이야기를《우렁이각시는당신이아는그런이야기가아니다》버전으로해석하면,이른바‘정상가족’을꾸리지못하고궁벽한산골에혼자살고있는늙은여성의몸을노리는작자를알밤,자라,지게등누추하고하찮은이웃들이팥죽한그릇으로얼었던몸을녹이고는저마다할수있는한가지몸짓을보태며연대하여무너뜨리는이야기다.

분노와서러움을달래는노래이자세상과연대하는무기

안방과빨래터,우물가에삼삼오오모인여성들은자신들의고된삶을때로는으스스하게때로는깔깔대며끝없이이야기하였다.가부장제의굴레에갇혀온전한인간으로대접받지못했던그들은끝내살아남아이야기의주인공이되었다.고명이되기를거부하고남성가부장인아버지를미러링하고있는‘빌런’여우누이와여우가재현하는폭력으로부터세상을구한‘슈퍼히어로’인용왕의딸거북(〈여우누이〉),시아버지의냄새가지배하는영토에서소리내고냄새피우기를포기하지않은며느리(〈방귀쟁이며느리〉),엉엉울면서도암소와두꺼비와참새와이웃집할머니에게왜서러운지,얼마나애쓰며살고있는지말하는아이,콩쥐(〈콩쥐팥쥐〉),폭력적인가부장앞에서자의식을드러내어쫓겨났지만세상의이목에개의치않고발언을계속이어가는막내딸(〈내복에산다〉),부정당한욕망을결코포기하지않고차곡차곡머릿속에저장한색시(〈밥많이먹는색시〉)등은이야기판여성당사자들의이야기라고이책은말한다.

여자는어머니로태어나지않는다

이책에서는다양한어머니에대해서도이야기하고있다.동서고금을막론하고이야기에서악역을맡는계모.작가는계모가어머니의다른얼굴이라고분석하고있다.남편의존재는사라지고전처소생과본인의딸,그리고끝없는집안일을떠맡아야했던팥쥐엄마이자콩쥐의의붓어미,의붓딸을성적으로문란하다고모함하여아비로하여금딸의손목을자르게하는계모.모성이라는구실로양육과돌봄노동을떠맡은약자이자모성을앞세워모진폭력을휘두르는괴물이될때도있는복잡하고혼란스러운어머니를옛이야기에서는계모라고한다는것이다.환대받지못한아이를낳고살해한산모,아들의어머니이자며느리의시어머니라는두얼굴,죽을고비에서새로태어난어머니를통해이야기는인간의얼굴을드러내고있다.

도깨비는아침을맞을수없다

이책은온갖망가지는배역을맡아오히려친근해진호랑이와도깨비이야기에도지면을할애하고있다.호랑이는사실가족제도나국가권력등의힘을상징하지만,범을캐스팅하는주체는이야기자리에모인여성,아이,머슴,소금장수,짚신장수등이다.범을모시고섬겨야할이들은이야기속에서범의껍데기를벗기고,수수깡으로찌르고,동아줄에줄줄이꿰며함께웃을수있었다는것이다.도깨비는가부장제에서대접받는‘남성성’을풍자하기도한다.여자들은도깨비에게덜미가잡혀도자신이긴밤을버티고살아남은주인공임을잊지않는다.도깨비는아무리애를써도아침을맞을수없기때문이다.작가는마지막이야기를〈이야기주머니〉로배치했다.이야기를듣기만하고풀어놓지않으면이야기가굶어죽는다는이야기이다.

“그러니까얘길해요.오늘저녁에들은거아무데라도댕기면서얘기를해야얘기가얻어먹구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