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15.00
Description
십 년이라는 긴 시간 안에서 써내려간 개인의 이야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속의 평범한 개인이자 가장이었고, 어쩌면 가장 치열하게 한 시대를 고민했을 사십대의 어른이었고, 지금-여기를 늘 기록하고 고민해야 하는 작가였던 김연수가 지난 십 년간 써내려간 한 개인의 일기이자 작가로서의 기록 『시절일기』.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동안 작가로서, 한 개인으로서 써내려간 매일의 기록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어른의 한가운데에서 용산참사와 세월호의 침몰, 문화계 블랙리스트, 2016년 촛불들 등의 사건들을 우리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고 견뎌내고 맞이했던 저자는 세상을 움직이는 커다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과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문학이 할 수 있는 것은, 또 예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그렇게 책을 읽고, 그림과 영화와 연극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사건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쉬지 않고 쓰고, 계속해서, 점점 더, 끊임없이 소설가가 되어가는 저자의 십 년 간의 일기들은 지금의 김연수라는 소설가가 있게 한 힘이 무엇이었는지 새삼 확인하게 해준다.
이 책은 저자와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의 기록이자 그 안에서 발견한 작은 빛의 기록이다. 지금은 마치 어떤 절망상태 속에 있는 듯 느껴지더라도 결국, 함께, 빛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는 이 책의 마지막 챕터에 담긴 단편소설 《ps 사랑의 단상, 2014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들, 그리고 저자가 지난 십 년간 되묻고 되물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이 소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김연수

경북김천에서태어나성균관대영문과를졸업했다.1993년『작가세계』여름호에시를발표하고,1994년장편소설『가면을가리키며걷기』로제3회작가세계문학상을수상하며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꾿빠이,이상』으로2001년동서문학상을,소설집『내가아직아이였을때』로2003년동인문학상을,소설집『나는유령작가입니다』로2005년대산문학상을,단편소설「달로간코미디언」으로...

목차

프롤로그내가쓴글,저절로쓰여진글5

제1부장래희망은,다시할머니13
제2부진실의반대말은거짓이아니라망각57
제3부그렇게이별은노래가된다109
제4부나의올바른사용법151
제5부그을린이후의소설가221

참고문헌+302
ps사랑의단상,2014년305

출판사 서평

이지옥같은세상속에서문학이무엇을할수있겠는가,
그렇지만……

타자의고통앞에서문학은충분히애도할수없다.검은그림자는찌꺼기처럼마음에들러붙어떨어지지않는다.애도를속히완결지으려는욕망을버리고해석이불가능해떨쳐버릴수없는이모호한감정을받아들이는게문학의일이다.그러므로영구히다시쓰고읽어야한다.날마다노동자와일꾼과농부처럼,우리에게다시밤이찾아올때까지.(/p.49)

소설가란소설가가되어가는과정에있는사람을뜻한다.소설가란지금소설을쓰고있는사람을뜻한다는얘기다.소설쓰기에영적인요소가있다면,바로이것이다.소설가는자기자신이되기위해소설을쓴다.(……)새로시도할때마다실패하는것,그게바로데뷔작이후,그을린이후,모든소설가의운명이다.(/pp.52~53)

아마도언제나“소설을쓰고있는사람”김연수는1970년생이다.지난십년,청년이던작가김연수는온전히사십대를지나보냈다.사십대-어른의한가운데에서그는용산참사와세월호의침몰,문화계블랙리스트,2016년의촛불들……등의사건을직간접적으로보고듣고겪고견뎌내고맞이했다.그의시선과질문과고민들은그사이더예민해지고더깊어졌다.그런그의시간속에,당연히‘우리’또한함께있었다.그것은그와우리가함께지나온,함께견뎌온,함께맞이한시간이었다.그안에서우리는여러날동안눈을감았고,말을잃었고,펜을놓았다.다시눈을뜨고말을찾고펜을들고일상으로돌아오기까지는짧지않은시간이필요했다.
세상을움직이는커다란역사의흐름속에서과연제삶의시간조차제뜻대로할수없는한개인이할수있는일이무엇일까,작가는끊임없이묻고또묻는다.문학이할수있는것은무엇인가,예술이할수있는것은무엇인가……그리고그질문들은결국그의업業인글쓰기의문제로귀결된다.이책속의질문들과어떤대답들은어쩌면지금의김연수라는소설가가있게한힘이무엇이었는지를새삼확인하게해주기도한다.그의문학/글쓰기의출발점이어디였는지,그는글쓰기를통해어디로나아가고있는지.

지체되는시간이자기인생이된다고할때,인간은그시간을어떻게견뎌야할까요?그런의문이저를소설로이끌었습니다.
저는거시적으로제대로작동되는역사가아니라,개인의삶속에서한없이지체되는역사에관심이갑니다.인과율이지체되는동안의시간을견디기위해인간들이만들어내는우연과신화와운명에끌립니다.(……)
우리의삶은구불구불흘러내려가는강을닮아있습니다.인간의시간은곧잘지체되며때로는거꾸로흘러가기도합니다.그럴때마다우리는깊은어둠속으로잠겨들지만,그때가바로흐름에몸을맡길때라고생각합니다.어둠속에서도쉼없이흘러가는역사에온전하게몸을맡길때,우리는근대이후의인간,동시대인이됩니다.그때저는온전히인간을이해할수있습니다.여전히,깊은밤의한가운데에서고독을두려워하지않는마음으로역사의흐름에몸을내맡길때,우리의절망은서로에게읽힐수있습니다.문학의위로는여기서시작될것입니다.(/pp.296~301)

책을읽고,그림과영화와연극을보고,사람들을만나고,이해/감당할수없는사건들을만나면서그는쉬지않고‘쓰고’,계속해서,점점더,끊임없이,소설가가‘되어간다’.그리고,그렇게끊임없이질문하며쉼없이‘쓰는’그를우리가‘읽는’동안,우리는함께‘그럼에도불구하고’의시간을발견하게된다.그힘이우리를한발더앞으로나아가게한다.

이렇게견디기위해서소설가들은소설을쓰고감독들은영화를만들고시인들은시를쓴다.마찬가지로견디기위해사람들은소설과시를읽고영화를본다.애도를완결짓기위해서가아니라,애도는불가능하기때문에그들은날마다읽고써야만한다.(/p.44)

이책은어쩌면그를통해,함께(쓰고)읽는우리의일기일지도모른다.우리들각자가자신의방식으로조금씩나아가고있는동안그가작가로서,한개인으로서써내려간매일의기록이결국우리모두의이야기가되는것이다.

그러므로,왜누군가를그토록사랑하느냐면,대체불가능하기때문에.
_결국빛으로나아가는이야기

김제훈학생의어머니이지연씨는아무리어두워도,또아무리오래걸려도기다릴수있다고말한다.대신에그동안뭔가를하고싶다며,십년정도하다가몸이아파서그만둔서예를다시시작할예정이라고한다.(……)어둠속에서기다리며이지연씨는말한다.“손끝에서느껴지는붓놀림같은것들이눈에삼삼해요.하고싶은걸하면서다른사람들마음에큰빛이되면참좋겠구나,밝은빛이되면참좋겠구나,그런생각을해요.”(/p.83)

어둠속에서는조금의빛이라도너무나눈부시게느껴진다.암흑속의빛.그건단한사람만을위한빛이다.그렇기에기적이다.아들을잃고도다른사람의마음에빛이되고싶다는마음을,우리는직접겪지않아도알고있다.
지난십년간의일기들속에서,우리는어떤밤의시간을함께지나왔다.그리고그안에서작은빛들또한발견할수있었다.이책은그와우리가함께지나온밤의기록이며그안에서발견한작은빛의기록이다.지금은마치어떤절망상태속에있는듯느껴지더라도우리는결국,함께,빛으로나아가고있는것이다.

어둠속에서우리는어둠만을볼뿐이다.그게바로인간의슬픔과절망이다.어둠속에있는사람이이세계를다르게보려면빛이필요하다.(……)어떻게하면슬픔과절망에서벗어나이세계를다르게바라볼수있는지는나도잘모르겠다.다만하룻밤자고일어났더니온동네꽃들이모두피어나던,내고향의부활절풍경이그런새로운빛속에서세계를바라보는것과비슷하지않을까.(/p.94)

지난십년간김연수가읽은책과세상의기록,글쓰기에대한질문과그안에서발견한어떤빛에대한이야기랄수있는이책의마지막챕터인「ps사랑의단상,2014년」은단편소설이다.그것이끝난뒤에야가능한사랑.그것이사랑이었음을겨우깨닫게되는것은언제나그후의일이다.

이제는당신의뒷모습만떠오릅니다.얼굴은어떻게생겼더라,생각하려고해도자꾸뒷모습만,그저뒷모습만.내가당신의뒷모습을사랑한게아니었는데도가을의거리에서돌아서걸어가던그뒷모습,여름의방에서땀을흘리며잠들었던당신의뒷모습만떠오릅니다.(……)
이상한일이기도하지요.당신이곁에있을때내겐손이나발혹은심장같은게없어도,심지어나란사람이애당초이세상에없었다고해도아무런상관이없겠다고생각했으니.그럼에도내가세상에태어나많은것을보고배우고,그렇게자라서이세상에는나뿐만이아니라헤아릴수없이많은사람들이살아가고있으며,그많은사람들가운데당신이라는사람이있어서우리가만나고사랑하게됐다는게기적처럼여겨집니다.나의쓸모는거기에있었습니다.(/pp.327~328)

지난뒤에야깨닫게되는것들,그리고그기록들.이것은비단사랑만이아닐것이다.어쩌면이소설은지난십년간작가가되묻고되물었던질문에대한다른방식의대답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