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나 (배수아 장편소설 | 개정판)

이바나 (배수아 장편소설 |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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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쓴다. 이미 사라져버렸으나,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그렇게 우리의 모든 인생은 언어로 이루어져 있고, 언어를 필요로 한다. 언어가 없이는 삶의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 당연한 일이지만, 진실로 침묵할 수 있었던 사람을 우리는 결코 알지 못한다. 침묵이란 결국 망각됨이므로. _98p
저자

배수아

소설가이자번역가.1993년『소설과사상』에「천구백팔십팔년의어두운방」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푸른사과가있는국도』『밀레나,밀레나,황홀한』『올빼미의없음』『뱀과물』『멀리있다우루는늦을것이다』『작별들순간들』『속삭임우묵한정원』등이있고,옮긴책으로페르난두페소아『불안의서』,프란츠카프카『꿈』,W.G.제발트『현기증.감정들』『자연을따라.기초시』,클라리시리스펙토르『달걀과닭』『G.H.에따른수난』,아글라야페터라니『아이는왜폴렌타속에서끓는가』등이있다.2024년김유정문학상,2018년오늘의작가상,2004년동서문학상,2003년한국일보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이바나 _7

작가의말 _179

출판사 서평

"우리는이바나와함께있었다.나는K와함께있었고K는잠과함께있었다.K는잠을원했고나는침묵을원했다."

우리가이바나,하고말하는것은집시,라고불리는한마리개와,그리고나머지분석되지않은체험을의미한다.그때,우리는우리가태어나고자란도시를떠났고아는사람이없는방식으로살기를원했다.그것은이방인이되는것이다.저기,이해할수없는말을사용하는이방인이간다._7p

‘나’와K는이바나와함께13개월동안이국의도시를여행한다.목적지도없고,희망사항도없다.부유하는듯한이여행은작가가말한‘침묵’의다른형태인지도모르겠다.
‘이바나’는이여행을함께한중고자동차의이름인동시에,‘우리’가여행한몰락해가는어느이국의도시이름이기도하며,여행후‘나’와K가함께쓴책의제목이기도하다.그리고그것은나의부모님의친구이자한때나의연인이었던Y의이름이기도하며B가잠시머문곳에서그곳사람들이안부를궁금해하는미지의존재의이름이기도하다.그리고그것은아직은존재하지않는다른무엇의이름일수도있다.
‘이바나’와의여행은또한글쓰기의행적이기도한데,이글쓰기의여행은난해하고도기괴하다.아귀가맞지않는퍼즐처럼뒤틀리고어긋나면서『이바나』를이루고있는50개의조각들은일관된서사의한줄기로이어지지못하고파편처럼흩어져있다.
이흩어진『이바나』의조각들은텍스트에대해말하는텍스트의형태를띠고있기도하다.텍스트외부에존재하는어떤의식은끊임없이내부로틈입하며,작품속인물들은당연히이에완강히저항한다.

언어란매혹적이기는하나-자신을덧칠할수있다는점에서-매우불완전한정보전달수단이다.일차적언어로서이바나를말하면누구나그것이무엇인가의이름임을알게된다.그러나이차적의미로서의이바나를아는사람은없다.그것에대한정보를전달하는데는언어는불완전하고제한적이며심지어빈약하다.(…)결국언어로전달되는이바나는방언에지나지않는다.그것은거짓말과오해이며과장이고소문이다._97~98p


“이것은침묵을찾아떠나는여행에관한이야기다.”

『이바나』는,지금은오래전부터독일에체류하고있는작가가처음으로독일로떠나있던동안쓰여진소설이다.

침묵이란곧비밀이다.그러므로침묵에대해떠들어대는것은얼치기같은행동이라는생각에나는좀괴로웠다.그러나적어도그것은나자신에대해떠들어대는것보다는덜바보같으리라는생각이들었다.글에등장하는사람들은익명의이니셜이거나혹은규정되지않은모호한이름으로존재한다.그들이살아간다,라는말을나는그들이그대가를치른다,라고표현한다.과오의유무나내용은그리중요한일이아닐것이다.설사침묵을가질수있었다고해도아무것도달라지지않을것이다.(…)내가관심을가졌던것은그들이살아있음으로인해치르는대가였다._‘작가의말’중에서

과거망각됨에다름아닌침묵을찾아떠났던작가는,그럼에도불구하고여전히‘쓰는’사람이되어굳건하게제자리를찾은듯보인다.이세계를자신만의언어로번역해보이려던,이미충분히낯설고새로웠던그의어떤문장들은아름답기까지하다.언어와침묵과이세계와그리고음악에대해드러나는작가의사유는자연스레작가의현재를다시생각하게만든다.
작품이처음출간된2002년,문학평론가손정수는“『이바나』는배수아소설세계의한정점에해당”하며,“새로운국면을향한가능성을열어놓고”있다고,또한“『이바나』에서펼쳐지는의식의모험은우리소설사의맥락에서보더라도단연문제적”이며바야흐로배수아의새로운출발을예감하는순간이아닐수없다“고평한바있다.
그로부터이십여년,그사이그무엇과도비견될수없는자신만의어떤궤도에정착한듯보이는작가의자장안에서우리는기꺼이유영하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