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위한 문장 (이시백 시집)

널 위한 문장 (이시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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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물의 외면과 내면을 융합시켜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시인
인간은 결핍의 존재이다. 그러한 결핍이 시를 쓰게 한다. 삶의 근원적인 무상성과 욕망의 충족불가능성은 우리에게 언제나 채워질 수 없는 결핍과 마음의 상처를 남긴다. 특히 자본주의로 인한 지속적인 욕망의 자극과 채워질 수 없는 근원적인 결핍성은 정신분열증과 우울증을 비롯한 많은 현대의 정신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결국 무상한 세월과 분열적인 자본주의적 세상에서 우리의 욕망은 근원적으로 채워질 수 없는 것이고, 상처는 피할 수가 없는 사태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인 이시백은 전원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자연과 교감하며 하늘의 뜻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안빈낙도의 삶은 흔히 은둔선비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무망의 가치에 깃발을 꼽’고 전원에 은거하여 살아가는 이유는 뭘까?


어디서든 살아가는 이유가 있기에
보이지 않는 무망의 가치에 깃발을 꼽는다.
철새는 철새대로 나는 나대로
은둔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동하는 족속」 부분

그것은 어쩌면 도도새처럼 “날지도 못하면서 날개를 포기하지”(「떠난 자의 회상」) 못하는 성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는 “머무는 곳마다 사연의 꽃”(「조화로운 사이로 거듭나기」)을 피우며 인연 따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거처를 옮겨 다니다가 마침내 지금의 거처에 은거하기로 한 듯하다. 하지만 그는 옛 선비들이 그러했듯이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는 선비들의 ‘ 신독(愼獨)’의 정신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시인은 이제 자연에 온전히 몰입하여 자연 속에서 삶의 지혜와 섭리를 읽어내고 있다. 한바탕 생명의 축제를 펼치는 자연을 통해 인간 세상의 삶과 사랑을 찬미한다.
자연은 너무나도 성실하여 능히 오래 간다는 능구(能久)의 존재로 불린다. 그러나 인간은 간혹 때를 놓치기도 한다. 해가 길어서 일하기 지루한 음력 오월은 농사철이 한창인 때이지만 자칫 때를 놓치면 보잘것없는 헌 낫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하는 법이다. 그러나 자연 그 자체인 신은 인간의 그러한 흠이나 잘못을 덮어주고 돌보고 보살펴 준다. 자연은 아가페적 사랑 그 자체인 것이다. 제대로 손보지 않았으니 채마밭은 벌레가 먹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 ‘고욤열매’와 ‘대추나무’는 무르익어 요염해지고 다른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시집가기를 기다린다.
섬세한 감성을 바탕으로 하여 사물의 외면과 내면을 융합시켜 감각적으로 묘사하는 이시백의 시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더욱 무르익어 간다. 자연을 가까이 하며 전원 속에서 살아가는 그의 시는 삶의 상처를 승화시켜 담백한 시어로 그려냄으로써 여백의 미학을 추구한다. 특히 자본주의로 포위된 세상에서 물화되어가는 자신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고 파편화되어가는 인간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참사람의 길을 동학정신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시인 이시백은 안빈낙도하는 전원의 삶 속에서도 선비의 기개를 지키며 깨끗하게 살다가고자 하는 정갈한 삶을 지향한다. 누구보다도 모국어를 사랑하는 그의 시가 더욱 무르익어 어두운 욕망의 뒤안에서 신음하는 현대인의 마음을 밝혀주는 희망의 ‘햇살문장’으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저자

이시백

전남강진출생.
서울시립대졸업.
2002년〈문학과창작〉등단.
시집으로는『숲해설가의아침』,『아름다운순간』이있다.

목차

□자서

1부이야기일곱

이야기,하나
이야기,둘
이야기,셋
이야기,넷
이야기,다섯
이야기,여섯
이야기,일곱
내가사는곳
나들이
올갱이는색깔도곱다
기억의재구성
이런날이왔다
이끼의노래
자연놀이1
자연놀이2
자연놀이3
자연놀이4
자연놀이5


2부그녀의공간

그녀의공간

따스한봄날
봄길
잊어진순간들
차마,1
차마,2
입술의향기
널위한문장
오랜시간을기다린후
민들레
다가오는미래
보듬어보자
붙이지않은편지
나방일기

3부참,우습지

떠난자의회상
당신은가진자
지천명
걷는다
건너건너
참,우습지
조화로운사이로거듭나기
욕망이윤1
욕망이윤2
흔적의힘
물컹한관계
진실한무엇
보자기의꿈
아웃사이더
성질죽이기
타산지석

4부동학이부른다

영동물안리에서몇시간
동학이부른다
바위틈에자라다
카페,모시는사람들
사회참여
초록보리와아이들
외침
동네어르신이이르기를
여유를찾는다는거
감정이입
겁내지말고
상호보완
고행의색깔은흰색이다
호젓한침묵
이동하는족속
풍경화에들어

5부씨앗의영혼

카톡에보이는자모의세계
씨앗의영혼
긴여운1
긴여운2
긴여운3
긴여운4
긴여운5
긴여운6
풀잎의마음에들다
둥근생각
숲길은순탄하지않다
소리에취한사내
왕자봉을오르며
새롭게살피기
스러지는
나의흔적
저승길

■발문|정갈한삶의기개와참사람의길
-고명수(시인,전동원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