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면과 벌꿀 : 돌아오고 싶은 집을 만드는 방법

순면과 벌꿀 : 돌아오고 싶은 집을 만드는 방법

$15.00
Description
“고양이 모래를 잘 퍼내고 수건을 개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부족한 통장 잔고와 사랑 속에서도
비틀린 마음 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을까?”
많은 사람에게 인생관 편지를 전하며 위로를 주었던 책 『고르고르 인생관』의 작가 슬로보트가 초등교사를 그만두고 우당탕탕 엉뚱하기 그지없는 책방지기로 살아가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순면과 벌꿀』로 돌아왔다. 돌아오고 싶은 집을 만들어가는 차분했다가, 발랄했다가, 소심했다가, 슬픔도 있는 현재진행형 여정. 그 안에 귀여움 한 스푼까지.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한, 예상치 못한 깊이를 가진 에세이스트로서 정식으로 선보이는 첫 산문집이다.

슬로보트 작가의 『순면과 벌꿀』은 불완전하게 주어진 모든 것을 자신이 진짜 돌아오고 싶은 장소로 가꾸어가는 사람의 모험담이다. 누구에게나 푹신하고 풍요롭게 주어지는 것은 아닌 집, 상처를 주는 가족과 종종 한심하게 느껴지는 나 자신. 가장 아늑해야 할 장소가 도리어 가장 큰 상처를 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장소가 우리에게는 결국 다시 돌아가야 하는 집, 돌보아야 할 장소다.

여기 엉뚱한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돌보며 스스로 구원을 만드는 서점 주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의 삶을 세상 사람들로부터 말해지는 방식이 아닌,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오롯하게 다시 일구었던 지난 10년간의 기록. 부족한 통장 잔고와 사랑 속에서도, 비틀린 마음 없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SNS 속의 지나치게 높은 보통 말고, 조금 지저분하고 촌스럽더라도 마음만은 편안한 진짜 보통을 ‘다 내려놓고’ 털어놓는 이야기에서 나를 새롭게 건축하는 법을 발견할 수 있다. ‘거기가 아니고, 여기가 진짜 보통’이라고 주장하는, 페이지마다 녹아 있는 엉뚱하지만 제법 논리적인 작가의 응원과 함께라면 이 책을 펼친 이들도 어느새 무사히 도착해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돌아가고 싶은 진짜 집으로.

저자

슬로보트

『고르고르인생관』을쓴작가,1집정규앨범『섬광』을전곡작사,작곡,프로듀싱한싱어송라이터,혼자서「인천아트북페어」를주관한씩씩한문화기획자이지만사실은며칠째청소를하지않은책방의먼지를들킬까봐슬쩍발로밀어넣는대충대충니스트.초등교사를그만둔후작은서점을열었다.지저분한편이지만이만하면깨끗하다고생각하고,통장잔고는부족하지만이상하게하고싶은것은다하며산다.
...

목차

prologue.
어떤하루라도저물녘은오기마련

하나
집의언어를만드는법

나에게사랑스러운집
손가락하나만까딱하는구원
작은물건왕국의백성들
약약중간약약,집안일음악
설거지통과이집의안녕
맥시멀리스트의서랍정리
청소기명상법
고양이는실례합니다
어지러운마음과만능보풀제거기
집에서만나는작은고요
구질구질하게빛나는빈티지
식물파괴범의다짐
여름의집
겨울의집
라디오천국
천신만고끝에애플망고
좋아하는반찬의이름을되뇌는날


알아차려야하는사랑

가족은언제나수리중
섬의외할머니
아버지를울린날
실연후의집
분거형가족
불안정애착의사람
너무늦지않은초대
충격적으로나누어주는사람들
마음껏사랑할수있는고양이
나의첫고양이소룡이
촌스러운사람의친구들
알아차려야하는사랑


새로쓴마음

누구의뒤통수도보이지않는집
거기아니고여기가보통
다쓰면일어나자
별일없이만든다
혼자여행삼매경
제주도타령
진짜삶을위한과목
책이커서책방이되는일
조그맣게버는삶
버킷리스트
그곳은반드시있어

epilogue.
그래도어직은환한저녁

출판사 서평

힘주지않고작게움직이며나를돌보는일
그안에서다시살아나는시간
잘머무는것만으로도마음을새로쓸수있다

결핍된환경속에서더욱선명하게보이는행복을향해보폭을크게움직여온슬로보트작가가‘돌아오고싶은집’을만들어나가는이야기를담은산문집『순면과벌꿀』을출간했다.

작가에게‘돌아오고싶은집’이란무엇일까?그곳은잘머무를수있는집이기도하고,다녀왔습니다,라고말할수있는가족이기도하고,초라해보이지만언제나받아들일수밖에없는‘나’이기도하다.마침내돌아갈수있는안식처가있다는것은온종일자신의쓸모를증명해내느라지친우리에게얼마나큰위안인가.그러나그곳이누구에게나처음부터아늑하고풍요롭게주어진것은아니다.제자리에있어야할것들은어수선하게흩어져있고,가족들은저마다제상처를바라보기에바쁘고,나는세상누구보다스스로에게혹독하다.그래서작가는물음표를던진다.

사람들이말하는높은수준의보통을갖지못한나는내내실격된채로침울해야하는것일까?_『순면과벌꿀』254p.

작가는질문의답을찾기위해남들이말하는‘보통’이아니라작가만의시선으로‘보통’의풍경을그리기시작한다.

밋밋하고심심하지만큰고통없는무엇이아니라,두려워하면서,때로는벌벌떠는손을잠재우려주먹을꼭쥐고원하는것을향해애쓰며간다.그러다가때로는누군가에게기대고내민손을잡으며간신히나아간다.세상의수많은보통은그렇게만들어진다.모두평등한간절함과망설임으로만들어진다._『순면과벌꿀』196p.

한심스럽게쌓여있는설거지를해치우며집안의안녕을빌고,작은물건들을자꾸만사들이는것을반성하는맥시멀리스트지만그속에담긴다정함을음미한다.오후4시쯤불안이덮쳐오면집안의불편을해결하기위해멋진아이디어를내며불안으로부터도망친다.작가는그렇게집안에잘머무는것만으로도씩씩하게자신을돌본다.

서점에서조그만돈을벌고좋아하는반찬을사서,언덕하나넘어가면,슈퍼하나지나가면나타나는아늑한곳.그곳으로기쁘게돌아가고싶다.물을끓이고,벌꿀을담은찻잔에따르는동안나는제자리로돌아온다.갓마른순면이불위에햇볕냄새가나는고양이와함께누워있으면먼곳은흐려지고,가까운곳은따뜻해진다._『순면과벌꿀』8p.

불안한데불행하기까지할수는없지
분명히부족한데이상하게풍요로운삶을만드는비법

때로는안정된직장이었던초등교사를그만두고책방지기로사는삶이막막하고불안하지는않을까?하지만직장을다닐때도늘어나는통장잔고와안정감은비례하지않았다.대신서점에서조그맣게번돈으로과일을사들고먹고싶은반찬의이름을되뇌며돌아가고싶은집으로향하는발걸음을택한다.

조금덜먹고,덜사고,더움직이는삶으로향하는것이하릴없는도시인의허무를다스리는법이아닐까생각한다.그러면덜벌어도되기때문이다.덜소비할수만있다면하기싫은일은줄이고,가기싫은일터에안가도되고,조금허황된꿈이있어도가난의균형을멋지게유지하며힘을빼고느릿느릿전진할수있기때문이다._『순면과벌꿀』54p.

내가미처발견하지못한등뒤의사랑을알아채게도와주는책

불안정애착의사람임을의심하던작가에게사랑은인생에서큰의미다.작가가서점을방문한독자에게나누어준다정함의원천은무엇이었을까.사랑받아본적이없어누군가를행복하게해줄없을것같다는동생의이야기에작가는이렇게편지를쓴다.

내가알지못하는사이에뒤에서응원해준사람들의얼굴을하나하나모두돌아볼수는없지만,언제나어딘가에있다는것을알고있어.그러니까우리는모르는사이그동안우리에게쌓인사랑의무거움을알아채며살아가자._『순면과벌꿀』183p.

작가는결핍된사랑마저도이내세상에무수하게존재하는사랑으로채우고만다.타고나길주어진게많지않았던작가는오히려결핍이선명한행복에대한감각을생생하게만들어주었다고말한다.그래서다른사람이행복이라말하는것에자신을끼워넣지않고진심으로행복한쪽으로과감하게걸어왔는지도모른다.그렇게도착한북극서점에서,새롭게만들어진인생에서,나만의언어를만들어간다.

조금씩,너무힘들지않을만큼의힘만내더라도묵묵히걸으면꽤멀리까지갈수있다.나는이제보통의집으로돌아올수있다.한심한날이라도집으로돌아가는길만큼은이상하게힘이넘친다.어쩌면,내가세상을사랑하는것만큼은세상도나를사랑하는것이아닐까?_『순면과벌꿀』196~197p.

집에돌아오는길이시무룩한모든이들에게이책을권한다.순면과벌꿀이있는집으로향하는작가와함께걷다보면나의작은안식처에무사히도착해있을것이다.

■슬로보트작가의말

어떤하루라도저물녘은오기마련
그래도아직은환한저녁

세상이나에게발신하는소란스러운모든것들을다받아낼필요는없다.보이는곳들까지모두닿을필요도없다.넘을수있는만큼만조금씩고도를높여가고,엉덩방아를찧으면,그바람에조금무서워지면,그냥거기까지만넘어도된다.움직이고싶지않을때는집이라는작은왕국을돌보며잘머물면된다.그러다어쩐지힘이생기면엉덩이를툭툭털고일어나게될것이다.그러면다음의도움닫기에서는무릎을조금높이들어올릴수도있을것이다.
-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