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사회 (개정판)

시설사회 (개정판)

$17.25
Description
시설을 통해 시설 밖을 정상화하고, 지배권력을 유지ㆍ강화하는 사회. 그곳이 바로 ‘시설사회’다. 장애여성공감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노숙인, 난민, HIV 감염인, 정신장애인, 비혼모, 탈가정 청소년 등 여러 소수자 집단의 활동가ㆍ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왔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배제되고 은폐된 존재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억압의 구조를 밝히고, 함께 해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교류와 연대의 결과물이다.
필자들은 서로의 운동이 교차하는 지점을 연대의 출발점으로 삼아, 시설이라는 폭력적인 운명을 함께 거부하자고 제안한다. 시설사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해방 담론과 정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 퀴어 이론, 반차별 담론, 국가와 자본의 폭력에 맞서는 인권 규범과 반자본주의적 기획과도 연결되어야”(7쪽)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단단한 자세로 그 과정을 밟아가며, 탈시설 운동의 지평을 확장시켜 나간다.
저자

장애여성공감

1998년에창립한장애여성인권운동단체.국가권력이정해놓은정상성에도전하고소수자를억압하는규범을흔들고자장애여성의관점에서질문을던진다.여성운동,장애인운동,소수자운동등다양한인권운동의현장에서함께싸우며운동적고민과실천을확장해나가는것을지향한다.wde.or.kr

목차

책머리에
들어가며누구와함께시설사회에맞설것인가_나영정

1부가족
1강제된장소,강제된관계를질문하는탈시설운동_김순남
2해외입양과미혼모,그리고한국의정상가족_김호수
3탈가정청소년의주거,보호가아닌권리로_변미혜
4한부모,장소가만들어내는차이:탈시설에서답을찾다_오진방
5친밀한통제,시설화의또다른얼굴_강진경

2부도시
6도시의감금회로망적상상:유동하는수용시설의경계와그사이의몸들을언어화하기위하여_김현철
7노숙인의도시에대한권리_김윤영
8‘지역사회’라는유일한선택을위해:대구시립희망원중증ㆍ중복발달장애인의탈시설과함께살기_전근배

3부보호소
9한국사회와난민,그리고탈시설_고은지
10난민은어떻게시설에갇히는가:외국인보호소와동향조사_김연주
11요양병원이종착지가된에이즈환자들_권미란
12정신장애인의안전할권리찾기:치안이아닌‘치료’,관리가아닌‘권리’_노다혜

4부담론과제도
13탈시설운동은‘없애는것’넘어‘만드는것’_김지혜
14‘좋은왕’과‘나쁜왕’이사라진자리:불온한타자의삶을가능케할반폭력,탈시설의윤리_김은정
15탈시설과중증장애인노동권:‘현저히낮은근로능력’이라는기준은누가정하는가_정다운
16장애인의권리를빼앗는소비자주의와바우처제도_조현수

5부저항의현장
17쉼터는어떻게시설화를넘어설수있을까_여름
18탈시설운동으로나아가는엑시트와자립팸:청소년과‘동료-하기’를수행하는현장에서_한낱
19시설화된관계를넘어동료시민으로살아가기:발달장애인과조력자의관계를중심으로_진은선
20장애인탈시설운동에서이뤄질‘불구의정치’간연대를기대하며_조미경

출판사 서평

장애여성,노숙인,난민,HIV감염인,정신장애인,비혼모,탈가정청소년…
이들은어디에있는가?
이책은한국사회의‘정상성’에서이탈한이들의삶의장소를문제삼는다.‘정상신체’에부합하지않는몸을가졌거나,자본주의사회가요구하는생산성을달성할수없거나,이성애기반의가족을이룰수없는이는어디서살아가는가?
한국사회는그들의삶의자리로‘시설’을내세운다.‘보호’와‘안전’이라는이름으로권리를박탈한다.어디서살고싶은지,어떻게살고싶은지,누구와관계맺고싶은지질문하지않는다.시설은‘어쩔수없는’‘가장현실적인’선택이라고끊임없이설득하며,무력하고통제가능한몸을만들어간다.지금여기에서함께살아갈수없는,함께살고싶지않은대상을적극적으로호명함으로써이상적인인간됨의조건을구성하는것이다.‘나쁜시설’이아닌‘시설’자체가문제적일수밖에없는이유다.시설을통해시설밖을정상화하고,지배권력을유지ㆍ강화하는사회.그곳이바로‘시설사회’다.
장애여성공감은이러한문제의식을가지고노숙인,난민,HIV감염인,정신장애인,비혼모,탈가정청소년등여러소수자집단의활동가ㆍ연구자들과지속적으로만나왔다.이를통해사회에서배제되고은폐된존재들이공통적으로경험하는억압의구조를밝히고,함께해방될수있는방법을모색해왔다.이책은그러한교류와연대의결과물이다.

탈시설운동,무엇으로부터탈脫할것인가?
탈시설운동은시설거주인이지역사회로삶의자리를옮기고,상실한주체성과권리를되찾으려는싸움이다.시설의소규모화나민주화가아닌전면폐쇄를요구한다.문제는개인이아니라사회구조와권력에있음을알리고국가에정당한책임을묻겠다는것이다.하지만이책의필자들은‘시설에서나오는것’만을탈시설운동의목표로삼아서는충분치않다고말한다.애초에사회구성원으로인정받지못했던이에게,자신을경계하고차별하는지역사회는또하나의시설과다르지않기때문이다.시설밖에서도시설의논리가통용된다면그가갈곳은어디인가?
흔히시설은‘자립’이가능하면떠날수있는곳으로이해된다.그러나“자립의의미가사회주류의관점과기준으로기획되는한그런자립은‘주류같이’되어야한다는,도달불가능한조건”(199쪽)일수밖에없다.그렇기에탈시설을이야기할때‘무엇으로부터탈脫할것인가?’를먼저질문해야한다고필자들은힘주어말한다.물리적장소로서의시설을넘어,시설화를추동하는이사회의정상성을문제삼아야한다는것이다.“시설폐쇄는탈시설운동의시작일수는있어도끝이될수는없다.”(199쪽)

누구와함께시설사회에맞설것인가?
‘불구’들의정치와연대에대하여
이책은5부로구성되어있다.1부‘가족(집)’,2부‘도시’,3부‘보호소’는이책에서주목하는시설화된장소로,보이는혹은보이지않는시설이한국사회곳곳에어떻게자리잡고있는지보여준다.누가시설에포획되는지,시설은어떠한논리로유지되고강화되는지,물리적경계를넘어서는시설은어떻게가능한지확인할수있다.4부‘담론과제도’에서는시설사회를구축하는/무너뜨리려는최근의담론과제도를살펴보고,5부‘저항의현장’에서는지금이순간탈시설을시도하고살아내는이들의경험을바탕으로저항의방식을고민한다.
이책은‘불구不具’라는말을뒤집어,각자가스스로를구할수없는‘불구不救’로서서로를알아보고정체성을넘어연대하자고제안한다.서로의운동이교차하는지점을연대의출발점으로삼아,시설이라는폭력적인운명을함께거부하자는것이다.결국시설사회에대항하기위해서는“장애인해방담론과정치뿐만아니라페미니즘,퀴어이론,반차별담론,국가와자본의폭력에맞서는인권규범과반자본주의적기획과도연결되어야”(7쪽)할것이다.이책은단단한자세로그과정을밟아간다.각자의경험과고민이모두의자원이될때,우리를옭아맨부정의가기어이드러날것이라는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