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신분사회 (호주제 폐지 이후의 한국가족정치)

가족신분사회 (호주제 폐지 이후의 한국가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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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호주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한국사회의 성차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던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가장에게 가족 내 친권과 재산권 등을 독점케 하고 그것을 남성 직계비속에게 우선 세습하는 호주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사회의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장면들을 수없이 만들어 냈다.
호주제 폐지로 법적인 호주는 사라졌지만, 그 유산은 민법과 사회복지제도, 여타 수많은 법제도에 남아 변함없이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사회는 이성애 규범성을 따르는 ‘정상가족’의 구성을 통해 사회적 ‘신분’을 획득할 것을 개인에게 요구한다.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관계만이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개인/관계는 자격을 얻지 못한 채 불평등과 차별, 낙인을 경험한다.
이 책은 이러한 한국사회를 ‘가족신분사회’로 명명하며, 호주제 폐지 이후 20년간의 한국가족정치를 살핀다. 13명의 필자는 각자 자리한 현장에서 생성된 의제들로 가족정치의 장면을 분석한다. 특히 트랜스젠더, 아동ㆍ청소년, 한부모여성, 결혼이주여성, 비혼여성, 장애인, 동성 부부, 1인 가구 등 소수자의 관점에서 ‘가족’을 끈질기게 질문한다. 기존의 가족제도로부터 억압되고 추방된 이들이 만들어 내는 돌봄, 친밀성, 연대의 장이 새로운 사회를 추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가족구성권연구소

가족구성권연구소는누구나자신이원하는가족·공동체를구성하고그형태나상황이다르더라도차별없는지위를보장받을수있도록하는‘가족구성권’이확보되는사회를위해활동한다.소수자,페미니즘,인권의관점에서다각적으로연구하며,가족다양성을넘어여러친밀성과유대관계의실천을포착한다.나아가법적가족이아니라는이유로마주하게되는차별과불평등을해소하기위한실천적인대안을모색한다.
2006년,호주제폐지운동을함께했던학자,활동가등구성원이모여‘다양한가족형태에따른차별해소와가족구성권보장을위한연구모임’을시작하였다.한국사회의인구구조와가족구성의급격한변화에도가족제도-가족정치는바뀌지않는상황에서2018년가족구성권연구소로개소했다.가족실태와변동에대한조사,가족법·가족제도변화를위한정책제안,차별금지법제정연대참여등을해오고있다.『여기는무지개집입니다』,『가족을구성할권리』를썼다.
familyequalityrights.org

목차

기획의말|포스트호주제와퀴어가족정치

1부가족은왜신분이되는가
가족법개정운동과호주제폐지이후의과제_김대현
트랜스젠더성별변경과가족제도_나영정
아동ㆍ청소년의가족구성권_김현경

2부‘정상가족’을벗어난시민의삶은가능한가
가족뒤로숨는국가와사회복지제도의‘가족’호명비판_성정숙
정상가족밖에서생존의세계를모색하는한부모여성_김순남
비혼단독출산으로보는여성의재생산권리_김소형
다문화가족정책과결혼이주여성_장서연

3부삶과죽음은어떻게가족정치의의제가되는가
탈시설운동과가족구성권_김다정
가족의안과밖을질문하는퀴어-비혼정치_이유나
죽음이후의가족_한가람

4부새로운결속은어떻게이루어지는가
다양한친밀성과돌봄관계를위한제도적공간만들기_정현희
동성결합의실천과혼인평등운동_이종걸
관계와시민의기본값을바꾸는1인가구_홍한솔

주석

출판사 서평

호주제의유산:가족신분사회
2005년2월3일,헌법재판소는호주제에대해헌법불합치결정을내렸다.이로써한국사회의성차별에중추적인역할을하던호주제가폐지되었다.호주제는한국의전통문화나미풍양속이아닌식민지기간일제에의해유입된것으로,1947년일본이호주제를폐지한이래전세계에서오직한국에만존재해온가족법체제였다.가장에게가족내친권과재산권등을독점케하고그것을남성직계비속에게우선세습하는호주제는,지난반세기동안한국사회의불평등하고차별적인장면들을수없이만들어냈다.
호주제폐지로법적인호주는사라졌다.그러나그유산은민법과사회복지제도,여타수많은법제도에남아변함없이강한영향력을발휘하고있다.여전히한국사회는이성애규범성을따르는‘정상가족’의구성을통해사회적‘신분’을획득할것을개인에게요구한다.건강가정기본법과민법이정의한대로“혼인,혈연,입양으로이루어진”관계만이법적가족으로인정받고,이에부합하지않는개인/관계는자격을얻지못한채불평등과차별,낙인을경험한다.성별이분법적인젠더체제를바탕으로하는가족제도는이와불화하는존재를제대로포착조차하지못한다.호주제폐지의핵심을사회적신분의철폐로본다면그기획은아직‘완성’되지않은것이다.이책에서는이러한한국사회를‘가족신분사회’라고명명한다.

포스트호주제의과제:‘가족’에서‘가족들’로
이책은호주제폐지이후20년간의한국가족정치를돌아보며,급격히변화하고있는인구구조와가족구성을살핀다.13명의필자는각자자리한현장에서생성된의제들로가족정치의장면을분석한다.이미한국사회에는정상가족과는다른방식의생애모델을구축하는사람들이상당히출현해있다.이렇듯이성애규범적인관계성을교란하며차별적인가족제도에대항하는‘다양한가족’에필자들은주목한다.
특히트랜스젠더,아동ㆍ청소년,한부모여성,결혼이주여성,비혼여성,장애인,동성부부,1인가구등소수자의관점에서‘가족’을끈질기게질문한다.기존의가족제도로부터억압되고추방된이들이만들어내고있는돌봄,친밀성,연대의장이새로운사회를추동할것이기때문이다.자발적인돌봄을바탕으로한이들의관계는“가족신분사회너머의세계”를현실로이끌어내고있다.지금까지가족다양성이란말은‘취약가족’이나‘위기가족’의완곡한표현에가까웠지만,이제진정한의미의‘가족다양성’이이뤄질때가다가온것이다.

가족신분사회너머의세계로
이책은4부로구성되어있으며,각부는다음네개의질문으로구성된다.가족은왜신분이되는가,‘정상가족’을벗어난시민의삶은가능한가,삶과죽음은어떻게가족정치의의제가되는가,새로운결속은어떻게이루어지는가.이질문들은가족/신분제도로인해빈곤과불평등,차별을경험한수많은이들이오랫동안품어온것이기도하다.그러므로각각의질문은그자체로문제의식인동시에새로운사회로향하는동력이다.
호주제와관련한지난수십년의투쟁은아직끝나지않았다.20년전호주제폐지를이끌어낸이들의연대는지금도이어지고있으며계속확장하고있다.이책또한그러한연대의한부분이다.누구나‘가족을구성할권리’를가질수있고가족이아닌개인으로서사회적안전망을보장받을수있는‘가족신분사회너머의세계’를,‘모두’가함께요청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