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을 읽는 아침

체육복을 읽는 아침

$16.50
Description
아침마다 교문에서
아이들의 체육복을 읽어내는
젊은 학생부장 교사
아침마다 교문에서 학생들을 맞이하는 공립 고등학교의 한 젊은 교사가 있습니다. 그는 호떡을 구워 나누어 주기도 하고 어묵꼬치를 국물과 함께 따뜻하게 내밀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합니다. 학생부장인 그는 아이들이 입은 옷을 살핍니다. 누군가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그에 따르면, 교복을 입고 등교한다는 건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제대로 보살핌받을 수 없어 구겨진 교복을 입고 올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체육복을 입죠. 그 마음을 읽어주는 게 학생부장인 저의 일이고요”
이 책은 이원재 교사가 읽어낸 학생들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는 네 학교의 학생부에 있는 동안 많은 학생들과 만났습니다. 각종 범죄에 연루된, 배달 일을 하다 세상을 등진, 영어는커녕 한글도 제대로 잘 못 쓰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희망도 갖지 않은, 그런 아이들을. 그들과 만나온 시간들은 한 사람이 가진 교사로서의 정체성뿐 아니라 좋은 어른의 모습이라는 것을 뒤흔들게 됩니다.
이 책은 한 젊은 교사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아이들로부터 돌려받으며 조금씩 성장해 온 이야기이면서, 우리가 희망을 찾을 곳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작은 씨앗임을 그래서 누구 하나 빠짐없이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해 온 기록입니다.
저자

이원재

강원도의학생들과함께글을읽고쓰는국어교사입니다.선생님으로서도아빠로서도남편으로서도무척서툴러서미안하지만,학교에서만나는아이들이청소년기를무사히건너삶의다음단계로넘어갈수있도록돕는사람으로,마지막까지괜찮다고말해주는사람으로살고싶습니다.그리고,롯데자이언츠가우승하는걸죽기전에는꼭보고싶습니다.
인스타그램ID:iweonjae375

목차

책을만들며5
글을열며8

1부새로운선생이태어나는시간
새로운세상으로의진입19
내남편을서방님이라고부르는년은죽여버릴거야!28
건강한빗자루는꺾일지언정부러지지않는다38
스스로에대한믿음은고기를부른다43
경계에있는아이들은어디로가야할까49
오빠도술이웬수다56
어두운바다에홀로오징어배를띄워놓은것같던그시간은(1)64
어두운바다에홀로오징어배를띄워놓은것같던그시간은(2)74
손이졸라고우시네요90
마지막종례의전달사항99
담배가준상112

2부아이들을내려두고,다시
탈출,그리고125
학생부장을하라고요?134
아마도,우리사이는비즈니스140
된다고말하게146
그대이름은장미155
삐에로는우릴보고웃지162
흰자위가슬픔을불러오는걸까173
그저.잘.‘살아’있기를186
뱃사공이널떠난이유203

3부선생이라는이름의친구
세잎클로버행복이세장217
안전교육은드웨인존슨과함께222
4.12급식대란230
사랑한다고말하면빵한조각을주지238
B컬과S컬의각도차이를구하시오250
처음과같이이제와항상영원히260
당신에게돋아있는가시는273
마음하나젖지않을법한우산283

책한권을마치며291

출판사 서평

아침등굣길에음악을틀고,호떡을굽고,어묵을삶고,코코아를나누는
‘이상한’학생부장이전하는뜨끈한위로

첫발령지,특성화고등학교

처음발령받은곳은집에서대중교통으로8시간이걸리는특성화고등학교였다.흔히대학입시,특히‘인서울’진입을위해공부하는것이고등학생이라고여겨지는보통의인식을깨부수는경계의학생들이다니는곳.국어라는지식을어떻게든가르쳐보려하지만인생의쓴맛을벌써다알아버린것만같은아이들에게교사의말은잔소리일뿐이다.하지만진심은결국닿는법.지각을줄이고금연을지키자는규칙을매일외치고,성인이되어자신의몫을할수있도록자격증이라도하나따보자는담임교사의고군분투는학생들의마음을변화시킨다.그리고,
한학생의죽음또한한교사를변화시킨다.장지로향하는그의마지막등교에‘천국에서도행복하라’며오열하는마음은그때그가지닌첫마음을오래도록잊지않게만들어준다.

살아있어야그다음도있는것이다.삶의지속,그것을위해선생이학생에게해줄말은무엇일까.
살아있기만하면괜찮아.
조금힘들어도괜찮아.
지금남들이너보고뭐라고하든괜찮아.
그래,너니까괜찮아.
이문장들의앞성분을다빼고,‘괜찮아’만남겨놓아도괜찮을것같다.그래서,나는마지막순간까지‘괜찮아’라고말해주는한사람이되고싶다.(마지막종례의전달사항)

두번째발령지도,특성화고등학교.

30살젊은교사는두번째학교에서학생부장이된다.원하든원치않았든학생들과직접부딪히고깨지는자리인만큼여러학생을만난다.가정환경이좋지않아도벽이생긴아이나갑작스러운임신과중절수술로불안한정신상태를감당할수없었던아이.환경이나상황만으로도설명할수없는무기력이나분노,냉담함과같은감정의덩어리들앞에설때도있다.과한업무량과개인의무거운책임감에도망치고싶다는본능적욕망을떠올리기도하지만그는자신이맡은일에꾸준히성실하다.힘들고바쁘면조금외면할만도한데,교사와학생의만남이한인간과다른인간이맺는유의미한관계라는자신의신념에끝까지떳떳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아이들의이름을불러주는일은무척이나중요하다.교사가수십,수백명의학생가운데그한명의이름을정확히부르는일은단순한명사하나를기억해내는일에그치는것이아니라세상에유일한‘자기’라는존재를세계가인식하고있다는무척효과적인증명이기때문이다.뿐만아니라교사에게있어서도학생의이름을기억하게되는일은내마음의한켠에그의방을내어준다는뜻이고,그입주자를위해서수업에서도,만남에서도,대화에서도집주인으로서의책임을다해야하겠다는마음을갖게하는일인것이다.(그대이름은장미)

비단잉어코이는어항에서살면10cm도안되는크기로살지만,연못이나강에서는사람크기까지도자란다고한다.아이들이성장하는데영향주는것은환경의영향도있겠지만,믿을만한어른이자신을뭐라고불러주느냐에따라,그이름에맞게스스로를어떻게생각하고그가슴속에어떤이상을품느냐에따라성장의정도가달라진다고나는아직믿는다.우스꽝스러운명칭일지라도,내가그가그리되리라는믿음과함께라면,그것이그의가슴속에자그마한희망의씨앗으로심길것을함께믿는다.(된다고말하게)

처음에는누구나잘하고싶고,그일에열정과열성을쏟는다.또누구나시간이흐르면일에익숙해지고,그런만큼의나태함과느슨함에몸과마음을맡기기쉽다.그역시마찬가지일수도있었겠다.하지만그는학생들곁에서함께걸어주는일에있어서는마음을거두지않는다.그의변함없는모습은그가뱃사공의마음을지니고있어서가아닐까.

어디에서든언제든그저잘,살고,있기를바란다.끝까지함께걸어주지못한이선생님은,잘살았으면좋겠다는말에무슨말을더붙일수가없구나.(그저.잘.‘살아’있기를)

그래.교사는뱃사공이다.이것은도망치는것이아니다.나는그아이들이원하는목적지까지함께갔다.그리고그곳에내려다주었다.(뱃사공이널떠난이유)

그리고,사랑한다고말하면

지역명문이라는인문계여고학생부장으로세번째발령지에서의생활을시작한다.안해도아무문제없을법한일을부러찾아만드는학생부장으로.

서로끌어안으면서‘사랑해’라고외치는미션을수행해야만빵을나눠준다는조건을걸었다.빵만먹으면목막히니까코코아도한잔씩타서따뜻하게먹으라고손에함께들려주기로했다.사랑한다는말,빵그리고따뜻한음료.이런것들을모두집어넣어우리가만날공간의이름을‘사랑해모닝카페’라고지었다.(사랑한다고말하면빵한조각을주지)

아침등굣길에음악을틀고,호떡을굽고,어묵을삶고,코코아를타는그를학생들은‘이상한’선생님이라고기억한다.

이상한선생님이었다.아이들의이름을하나하나외우는건기본이고작은부탁하나를거절하는일이없다.등교시간이면어김없이정문에서웃으며손을흔들고수업시간엔직접수기로만든프린트를내민다.고등학생은배가든든해야한다며학교에카페를차려음식을나눠주기도하고,어느겨울날등굣길엔어묵꼬치를잔뜩가져와따뜻한국물과함께내민다.졸업하고나서야,그가남다른사람이라는것을알았다.(제자송현주)

신기하게도인간은타인이나에게호감혹은비호감이있는지쉽게알아챈다.“어떻게알았어?”라는질문의대답은보통“그냥느낌이그래.”가많을것이다.예민할수록더잘알아채는것이상대방의감정이다.인간의일생중가장예민한한때는사춘기가아닐까.우리가중,고등학생이라고부르는아이들은민감하게관계에반응하고,그렇기때문에더잘안다.이선생이이상하다는것을.이제까지만나보지못한사람이라는것도.그들안에섞여들어가함께숨쉬는교사가어색할수밖엔없다.
이낯선학생부장은학교가‘어두운바다’일수있음을알고있는사람이다.그깊이도막막함도알고있기에그들이혼자가아니라는것을몸으로마음으로이야기하는사람이다.함께하는존재가있음을,학생들의가장가까이에서서단단하게사랑을외친다.

학교가너희들을귀하게생각하고있다는점,너희들은충분히서로사랑하고사랑받을자격이있는사람이라는점을알아주길바랐다.(사랑한다고말하면빵한조각을주지)

때로는친구로,때로는부모로함께울고웃는그의이야기는교사가학생에게전하는응원으로만끝나지않는다.학생은아니지만,때때로나도혼자가아님을확인하고싶을때마다나도그위로를받은뜨끈한마음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