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 : 일상에 깃든 시적인 순간

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 : 일상에 깃든 시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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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두 아이의 엄마로,
타향살이 중인 제주민으로,
무엇보다 영화, 여행,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시인의 감각적인 시선이 닿은 일상의 이야기.
2010년 신춘문예 당선자인 시인이 두 딸을 낳고 기르며 느꼈던 감정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야기, 시를 쓰기 위해 육지로 나온 이후의 삶의 흔적들, ‘자신의 다른 이름’이라고 일컫는 남편과의 일화들, 육아라는 긴 터널 속에서 위로받았던 영화, 음악에 대한 소회와 감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시를 잃지 않기 위해 적어온 많은 메모들을 엮어 책으로 담아냈다.

‘시는 상식적인 데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삶의 체험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이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 강윤미의 앞날에 신뢰가 갔다’고 이미 그의 신춘문예 당선작에 대해 황동규, 정호승 시인이 평가한 것처럼 그의 눈길이 닿은 삶의 체험을 고스란히 그만의 감성으로 녹여냈다.

제주에서 보낸 어린 날의 기억에서부터, 여행을 다녀오며 모은 각국의 어린 왕자 책, 어린 딸아이와 피렌체에서 보냈던 시간 등을 서랍에 담듯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을 뿐인데 그의 언어에 설렌다. 그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갈수록 오랜 친구처럼 그의 취향에 물들고 만다. ‘구닥다리이고 서툴고 촌스러워서 세련되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시인’이라 자신을 표현하는 그이지만, 내밀한 이야기의 다정함에 공감하게 되고 때로는 눈가가 뜨거워진다.

흘러가고 지나쳐버리기 쉬운 일상의 시간을 다채롭고 영롱한 언어로 붙잡아 둔 시적인 순간에 당신을 초대한다.
저자

강윤미

제주에서나고자랐다.2005년광주일보신춘문예와2010년문화일보신춘문예시부문에당선되었으며,광주일보문학상을수상했다.시그림아트북『이상형과이상향|』과시그림책『엄마의셔츠』를출간했다.

목차

추천사─5
시작하는글─9

1부ㆍ우는방법을잊은외로운사람
OutofIsland─19
겨울의질량─22
커트머리아이─26
열명의아이들─29
뱀,뱀,뱀─32
고모이야기─37
드라마와국수─40
귤이나에게건네는말─43
동문시장떡볶이─47
애기구덕─50
오늘잡았다─53
밤공기는누가사랑했을까─57
스무살의기숙사─61
사투리는잊는것이아니라잃어버리는것─65

2부ㆍ빛나면서빛나야한다
아이의생각에서샴푸냄새가난다─71
건방지고다정하며귀중한오늘─72
다름왕국─74
구닥다리엄마─76
가구는변덕쟁이─82
살았던곳의시차─85
천변에간다─88
식물과함께하는낮과밤─92
윤미네집─96
중고거래하기좋은날─102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109
봄에게닿다─114
엄마의택배─117
시외버스터미널─122

3부ㆍ가장오래걸었던여름
만삭의등단─127
토토와알프레도─130
교토에두고온신발한짝─136
내가사랑해서밤은아침이되는것을잊고─139
해금소리─144
셰이프오브워터─146
오래걸어야닿는당신의집─150
라디오가있는곳에어김없이내가있다─153
어린왕자─157
클래식은귀여워─163
빨강머리앤─167
음악은저쪽에서흘러나와이쪽으로숨어들었다─171
세살의피렌체─176

4부ㆍ내것이아닌것처럼
오늘의감정─187
메르시!─190
예술이라는물질─194
서랍은서럽다─197
랭보와그녀─202
그곳에두고온시─206
카페유랑자─209
패터슨─214
문장에기댄시간─219
포도송이의시간─224
겨울,코트생각─229
겨울은가고겨울은남고─234
혼자가는먼집─243

출판사 서평

누구에게나자신의이름은필요한법이니까.
나를나로서빛나게하는소중한것에서멀어지고있다는감각,눈앞의주어진삶을열심히살아내고있지만그렇기때문에사랑하는대상과는점점헤어져가고있다고느끼는것은얼마나절망적인일인가.많은여성이출산과육아를위해자신의시간을할애하는동안겪는다분히평범한일이지만,그시간은도무지평탄한일일수는없다.누구에게나자신의이름은필요한법이니까.그불안과좌절속에서빠져나올수있는것은,잃고싶지않은것을끝내잃지않는법밖에는없다.다행히강윤미시인은그방법을터득한것같다.책으로엮인일상이이미시그자체만큼빛나고있는것을보면말이다.

제주중산간마을에서
커트머리를한아이는분교를다녔다.‘열명의아이들로시작해서마을의모든사람들로연결되는이끈을붙잡고성장한’나날어딘가에는뱀이나타나는길도,어두운골목길도,일로만여겨져사랑할수없었던귤도있었다.하지만드라마촬영을하러온배우들을위해추운겨울뜨끈한국수를끓여주던엄마에대한기억,언니같던고모에대한기다림,이렇게밤을사랑했던어린날도있었다.

낭만을낭만으로만생각해버리기엔조금헛헛했던감정들이옥상에남아있었다.누구에게그헛헛함을고백해야할지알수없어서별들을보고밤바다를보고음악속으로기어들어갔다.(밤공기는누가사랑했을까)

시를사랑하는아이는육지로나온다.제주에서의기억은이제는귤처럼그리움으로남았고,두딸의엄마로살아가는지금많은것이변하고달라졌다.

엄마가되고부터밤에밤곁으로홀로나가보지못했다.아이들의밤은잠들면완성되었지만,나의밤은어디로가야할지몰라거실을괜히서성거렸다.잠은오지않을때가많지만잠이오지않는다고말할사람이딱히생각나지않았다.오랫동안밤에혼자나가보지못한탓에밤에혼자나간다는생각을떠올리지못한다.떠올리지못해서실행에옮기지못한다.누군가를지켜내야하는삶으로돌아앉은나는이제밤은조금무서운것이되었다.(밤공기는누가사랑했을까)

같은상황에서도다른것을느끼게되었기때문에시인은이제는시를놓아야하는것인지고민했고그래도괜찮다고위안하기도한다.엄마로빛나는것또한빛나는것이기에.(소제목의제목이‘빛나면서빛나야한다’인것의서술어가취하는주어가서로다를것이라는추측도여기에기인한다)그것은누구보다도우리모두가가장잘아는일이아니었던가.

‘단어를넣고
오물오물씹는아이의입에서소화되고남은아이의기분이고스란히만져진다’며소소한감상에젖는모습은어린아이를키우는엄마의모습그대로이다.하지만엄마도사람이기에,지난인연에게긴문자를보내고싶어지는새벽이있다.‘널떠올리면늘내가외로워져.어른이된다는것은가장익숙한것을떠나보내는일같아.’하지만‘견딘다.후배에게안부를묻는대신하늘의구름을한번더올려다본다.’그것이어른이되는일이라고여기고있으니까.그리고살아간다.아이의크리스마스선물을준비하고,중고거래를위해물건을닦아준비하거나,남편,아이들과함께자전거를타고천변을산책한다.우리도똑같이살아가는풍경속에는가족이라는이름의잔잔한행복이묻어있다.

딸로바라보는
엄마의삶은우울의근원지였을수도있겠지만그역시엄마가되었다.한인간으로엄마라는존재를이해하는경험은엄마가되고난이후에야가능하다는것을많은이들이뒤늦게깨닫곤한다.일찍철이든딸이었던그는아이를키우는엄마의삶을슬프다고느꼈지만,이제스스로딸을키우면서그시선이아픔으로만끝나지않을수있다는것도이제는알지않을까.아이를키운다는것이,나이가들어간다는것이늙음이나낡음만이아니라는것을.

나를일찍낳은엄마덕분에나는친구들보다젊은엄마를가질수있었는데,나는그것이성장하는동안좋으면서무거웠다.젊은엄마여서,젊고어여쁜엄마여서좋았지만,나를낳고엄마의청춘은조금씩희미해져갔다는사실이아프게다가왔다.(...)엄마의꿈은아이를키우며낡아가고멀어져갔다.맏이로태어났기때문에내가엄마의청춘을앗아가버린시작점인것만같았다.(혼자가는먼집)

세아이를먹이고기르느라,농사를짓고아버지성미맞추느라젊었던엄마는젊은줄도모르고아름다운줄도몰랐을것이다.우리는다자라서어른이됐지만,어머니는더자랄데가없어서외로웠을것이다.(...)엄마는그때나지금이나음식을하면더하면더했지부족하게하지않는다.그래서나는지금이렇게글을쓸수있다.(드라마와국수)

친정에쉽게왕래하지못하는딸의삶은,왕래하지못해도괜찮을만큼겉으로는아주단단해보여야한다.단단한상자속에감춰진여러갈래의마음이겉으로드러나지않는것이서로에게좋다.말하다보면가고싶고,말하다보면내딸들을보여주고싶고,말하다보면나도‘엄마’라는것을잊고당신의딸로만머물고싶다고다쏟아부어버릴까봐목소리를잊기로했다.(엄마의택배)

영화와여행,
음악에관한이야기에서는그의취향이여실히드러난다.다시보게된영화에대한새로운느낌이나여행지에서의소소한일화들은그자체로도호기심을자아내지만,시인의생각에꿰어펼쳐놓으니한결매력적으로다가온다.그취향을따라가다보면시인이궁금해진다.그가모으고있다는어린왕자의판본들을만나고싶은마음이된다.

시인은
시를쓰지못하는자신에게죄책감을느꼈음을끊임없이고백한다.시를쓰는일이‘내가내존재로빛날수있는유일한길임을’알고있는사람이기때문이다.

시안쓴다고아무도뭐라하지않았지만나는시를쓰지못하고있는자신을받아들이기힘들었다.(...)시가일찌감치포기하고나라는인간을피해도망쳐버린것같았다.(패터슨)

그런불안은사람을안에서부터갉아내는탁월한재주가있다.겪어내는당시에는아마도절망이었을것이다.하지만그견디어냄으로그에게는어른의사유를할수있는마음의여백이생긴것은아닐까.시를잃어감에침잠했던나날이지나고난후남은깨달음은담담하다.

안아주고사랑한다고말하는일은눈에보이지않아서당장필요해보이진않지만무엇보다중요하다.어른이되어보면아는것이다.(겨울,코트생각)

포도알들이모여송이가되는일처럼책상에자주앉는일이내가‘쓰는사람’의길에가까워져가는것임을잊지않으려한다.(포도송이의시간)

결국그는쓰는사람으로살고자한다,인생을관통하는절실한마음에마음이동해울컥하고눈가가뜨거워지지않을도리가없다.
마지막장을덮으며따뜻한응원을보낸다.하고싶은것을하고싶다고말하는용기를지닌그에게,그리고꿈이깃든일상을살아가는모든이들에게,우리가살아가는다채롭고영롱한시적인순간을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