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다 왕의 물음
얼마 전에 출간된 수인총서1 《空·반야심경 읽기》에 이어 수인총서2 《밀린다 왕의 물음》이 출간되었다. 신간 《밀린다 왕의 물음》은, 문학적 향기가 짙은 불교 고전 중의 하나인 〈밀린다팡하〉를, 동/서양의 여러 번역본을 대조하여 우리 시대의 살아 숨쉬는 한국어로 옮기고, 원 텍스트의 참뜻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해설을 붙여 쉽게 풀어쓴 책이다.

서정형
수인서정형
서울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미국위스콘신대학교에서〈중국화엄철학의형성에관한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에서20여년불교철학을강의하면서철학사상연구소별책으로《밀린다팡하》,《중론》,《대승기신론》,《금강삼매경론》을출판했다.지눌의《정혜결사문》을풀어썼고,용성의《각해일륜》을영역했으며,최근‘수인총서’의첫권으로《空-반야심경읽기》를출간했다.
헌사/서문/약어표/〈밀린다팡하〉의역사적배경
1부대론對論
1.무아
당신은누구인가(1/1)_37/아는주체가존재하는가(3/6)_44
영혼은존재하는가(7/14)_48
2.윤회
다음생의나는지금의나와같은가,다른가(2/1)_50/누가환생하는가(2/6)_51
당신은다시태어나는가(2/7)_53/몸과마음의관계(2/8)_54
시간이란무엇인가(2/9)_57/시간의근원(3/1)_58
사물의시원1(3/2)_63/사물의시원2(3/3)_65
윤회의양상(5/5)_66/업과윤회(5/7)_67
환생한다는것을미리아는가(5/9)_69/윤회의지속(7/5)_70
윤회의정의(6/9)_71
3.업
업의분화(4/1)_73/업의차별(4/2)_74
노력한다는것(4/3)_76/업의힘(4/4)_77/업의소재(5/8)_78
4.마음
지식과지혜(2/3)_80/선악과고락(2/5)_82
인식의발생1(3/7)_85/인식의발생2(3/8)_88
느낌의특성(3/9)_90/지각의특성(3/10)_90
의사의특성(3/11)_91/식의특성(3/12)_92
심의특성(3/13)_92/사의특성(3/14)_93
인식작용1(3/15)_93/인식작용2(3/16)_94
세계의구조(4/5)_95/마음의청정(6/6)_96/마음이기억하는것이아니다(6/10)_97/
기억의발생1(6/11)_98/기억의발생2(7/1)_99
진리의맛(7/12)_102/지혜의힘(7/13)_103/인식작용의구분(7/15)_104
5.수행
당신은진리를보았는가(5/4)_106/몸은소중한가(6/1)_107
선업의힘(7/2)_108/수행은왜필요한가(7/3)_109
마음의속도(7/4)_110/깨달음의요소(7/6)_112
선과불선1(7/7)_114/선과불선2(7/8)_116
마음의힘(7/9)_117/긴뼈(7/10)_118/호흡의통제(7/11)_119
6.열반
해탈의자각(2/2)_120/깨달은사람도고통을겪는가(2/4)_121
유위법에대하여1(3/4)_123/유위법에대하여2(3/5)_124
열반이란무엇인가(4/6)_126/누구나열반을얻는가(4/7)_127
열반은행복한상태인가(4/8)_128/붓다는어디에존재하는가(5/10)_129
탐욕과무욕(6/7)_130/지혜는어디에머무는가(6/8)_131
7.붓다
붓다의존재1(5/1)_133/붓다의존재2(5/2)_134
붓다의존재3(5/3)_135/계율의제정(6/2)_136
붓다의신체적특성(6/3)_137/붓다는브라마의제자인가(6/4)_138
붓다의스승은누구인가(6/5)_139/마지막대화(7/16)_139
2부딜레마Dilemma
1.딜레마Dilemma
나의고통은업보인가(I-8)_145/붓다의선정(I-9)_148
무기,형이상학적질문에대하여(II-2)_150/죽음에대한두려움(II-3)_154
주문의효력(II-4)_157/옛부처들이걸어간길(V-4)_159
설법을주저하다(V-10)_161/붓다는스승없이깨달았다(VI-1)_163
출가와재가(VI-4)_164/아라한의마음은고통에흔들리지않는다(VI-7)_167
바라이죄를범한경우(VI-8)_173/세상에존재하지않는것(VII-4)_174
무위법1(VII-5)_176/무위법2(VII-6)_180
공덕의회향(VIII-4)_181/누구나진리를통찰할수있는가(VIII-8)_186
열반은행복한상태인가(VII-9)_188
열반에대한비유(VIII-10)_190/열반에이르는길(VIII-11)_192
열반은어디에있는가(VIII-12)_195
2.마무리_197
[해설]
I.무아에관한단상_201
2.업과윤회_229
3.열반의즐거움_247
[부록]?내?가없는데누가윤회하는가_265
불교의고전〈밀린다팡하〉를쉽게풀어쓴책!
얼마전에출간된수인총서1《空·반야심경읽기》에이어수인총서2《밀린다왕의물음》이출간되었다.신간《밀린다왕의물음》은,문학적향기가짙은불교고전중의하나인〈밀린다팡하〉를,동/서양의여러번역본을대조하여우리시대의살아숨쉬는한국어로옮기고,원텍스트의참뜻을선명하게드러내주는해설을붙여쉽게풀어쓴책이다.
기원전2세기경에성립된〈밀란다팡하〉는오랜세월을거치는동안그원본의산실과재편집,훼손과첨삭의과정을거쳤기때문에원형을복원하는일은거의불가능하다.이문제를해결하기위해저자(=역해자)는〈밀린다왕의물음〉의전체짜임새와서술방향에대하여다음과같이제시한다.
“이책은,리스데이비즈(T.W.RhysDavids)가빨리어원본에서영역한TheDebateofKingMilinda를기본텍스트로삼고,이를요약,편집한비구페살라(BhikhuPesala)의AnAbridgementoftheMilindapanha를참조했다.간간이의미가명확하지않거나,모호한부분은한역본〈나선비구경〉을교차검증했으며,우리말번역본의내용을대조했다.특히페살라의영역본을접하고축약의필요성과편의성에공감했기때문에중복되는비유나부연설명을간소하게줄이고,주제별로재편해서완전히새로운형태의〈밀린다팡하〉를만들게되었다.”
여기서주목할만한대목은,원텍스트의뼈대와골격은그대로유지하면서도“주제별로묶어새롭게편집”했다는언술인데,이러한특화된시각과접근법이,기존에출간되었던동/서양의〈밀린다팡하〉번역본과차별되는도전적이며창의적인번역/해석작업이라하겠다.
대다수의경전번역자들이축자적으로번역을하고,책뒤에간략한해설을첨부하는것으로마무리하는까닭은,한그루의‘나무’는보기쉽지만그나무들이다채롭고다양한양상으로서로얽히어군집해있으면서복잡미묘한생태계의질서를숨기고있는‘숲’의전경을꿰뚫어보기어렵기때문이다.
이처럼,경전번역의보편적어려움을극복하고,관행처럼되풀이되어온우리나라의경전번역의미숙함과한계,상투성과불성실성을지양하고극복하기위한해법을구체적으로실현하고있는책이《밀린다왕의물음》이다.이책은,불교경전전체에대한맥락과연관속에서읽혀지고반추되어야경전의요체가파악될수있다는저자의신념이잘반영되어있다.
20년가까운세월동안〈밀린다팡하〉에대해지대한관심을기울여온저자가선명하게밝히고있듯이,〈밀린다팡하〉가지닌문헌적가치는다음과같다.
첫째,인문학적소양을갖춘그리스의밀린다왕과인도의불교고승나가세나사이에서벌어지는질문과답변,곧대화형식으로구성되어있는데,이는동서문화의교섭이라는의의를갖는다.
둘째,밀린다왕이서구문명의관점과시각에서불교에대한의문을제기하는것은,개인과자유,합리적사고를중시하는서구식교육을받은오늘날의현대인들의입장을대변한다는점에서시대와공간을뛰어넘는보편성을획득한다.
셋째,불교고승나가세나에게답변을요구하는밀린다왕의질문은,거침이없이당당하며,예리하고날카롭지만적확한비유와보편타당한논리로답변하는나가세나의통찰력과지혜는,읽는이로하여금감탄을자아낸다.이는,우리말은우리말답게씌어져야하고,읽혀져야한다는신념으로글쓰기에임해온저자의유려하고생동감넘치는번역에힘입은바크다.
지금까지볼수없었던독창적구성!
인도산문의위대한걸작중의하나인〈밀린다팡하〉에담긴주요내용은다음과같이요약할수있다.
1.인격의개체와영혼의문제
2.윤회의주체와인과응보의원리
3.불교의독자적인지식론과심리현상
4.불타론을중심으로한해탈과열반을향한실천수행론
이처럼불교의핵심에닿아있는주제를폭넓게다루고있는데,이른바소승불교의복잡한교학과는달리불교의실천적특성들을다양하게개진하고있다는점이특징적이다.이러한요소가,대승불교의본격적인흥기를앞둔시대적특성을잘보여주고있다고하겠다.
저자의지적처럼,〈밀린다팡하〉의빨리어본은장/절이구분되어있으나주제별로묶인것도아니고,특별한분류체계가보이는것도아니다.이책은,이러한점을고려하여“1부대론”부분을완전히해체한후주제별로재구성하였고,후대에덧붙여진것이명백한“2부딜레마”는일반독자들에게유의미한대화만을선별적으로발췌번역하였다.
주지하다시피,기본이되는텍스트를해체하여재구성하는작업은,단순히원본을축자적으로번역하는영역을뛰어넘는일이며,독창적해석과창의적사유의틀을“신선하게”제시하는일에버금가는일이다.이러한힘들고고단한작업은,경전의핵심을관통하여전체를하나로꿰고회통시킬수있는밝은눈이없다면이루어낼수없는일이다.대부분의경전은한문,산스크리트어,빨리어로쓰여져있는데,이낯설고친밀하지않은언어들은일반인들에게불편함과거부감을불러일으키기쉽다.
이러한고민을직시하고그해결의실천적방안을제안한책이《밀린다왕의물음》인데,이책은난삽하고복잡하고어렵다고느껴지는경전의세계를두루살펴,“구슬이서말이라도꿰어야보배”라는말처럼일이관지하는질서를부여하고있다.친절한설명과해설이뒷받침되지않으면그경전의내용을반의반도소화하지못한다는저자의문제의식,그리고글쓰기/말하기는"지적정직성"에바탕을두어야한다는저자의신념이빚어낸결과물이기때문이다.
전체를아우르는짜임새의중요성강조하기,아는것만말하기,자기의견해를분명히밝히기,다른해석존중하기,자기글에무한책임지기,우리말어법에맞게적절하게잘전달하기,모호하고애매함에서벗어나기등이요긴하다는저자의말들,그리고오역과타역과비문역의폐해가우리나라인문학의후진성의바로미터라고역설하는저자의지적은,우리모두가귀담아들어야할경구들이다.
이책은크게“1부대론對論”,“2부딜레마”로구성되어있으며,권말에“해설”과“부록”이첨부되어있다.
“1부대론”은,밀린다왕과나가세나의대론이있은후100년후에기록된구본의내용인데,1.무아,2.윤회,3.업,4.마음,5.수행,6.열반,7.붓다로구성되어있다.이일곱개의범주는모두〈밀린다팡하〉와불교교학을관통하는주요교리이다.
“2부딜레마”는후세에덧붙여진신본인데,서로충돌하는교설에대한해명을추구하는대화법인“양도논법(딜레마)”중핵심논지만정리하여번역한것이다.
권말의“해설”은밀린다왕과나가세나의대화가운데철학적으로중요하고,불교안팎에서논란이끊이지않는주제들(무아,업,윤회,열반)에대해정리한것이다.마지막으로“부록”에서는저자가오래전에쓴소논문을함께실었다.이논문은이책의주요주제인“무아,윤회,열반”등과긴밀하게연결되어있는깊이있는사유와통찰의글로써,독자들에게보다심층적인사유의틀을제시해준다.본문과연계시켜읽으면보다깊은이해와공감을불러일으킬것이다.
〈밀린다팡하〉는밀린다왕이질문을던지고,나가세나가그질문에대해답변하는형식으로구성되어있기때문에한주제에대한체계적인물음의연속이아니라단답형의질문/답변으로짜여져있다는특성을갖는다.응집된답변이기에불교에대한기초지식과소양이쌓여있지못하면그의미를제대로읽어내기어려울뿐만아니라자칫하면심각한오독을야기할가능성이크다.
그런까닭에전체를조망하는안목을가진,눈밝은길라잡이가절실히요청되는데,이책은원텍스트의흐름을충실히따라가면서도도움말/보충설명이필요하다고판단되는대목마다충실하고풍요로운“요주(腰註)”를첨부하여,독자의이해를돕고있다.
“요주”란,본문내용중간중간에저자가필요하다고판단되는대목에서상세한해설을덧붙인것을말하는데,의미가분명하지않은대목이나교학적으로중요하여상세해설이나보충설명을덧붙인것이다.
저자가오로지수십년동안천착해온불교의진리가살아숨쉬는“요주”야말로《밀린다왕의물음》의알짜배기고갱이이자가장찬란하게빛나는부분이다.
불교가시대와지역을뛰어넘어누구나관찰하고경험할수있는보편적진리라고할때그객관적진리의중심에는“무아”가자리잡는다.다시말해,“무아”는불교라는육중한탑을튼실하게지탱해주는디딤돌의하나이기때문에〈밀린다팡하〉는무아에대한문제제기로부터그첫발을떼기시작한다.
밀린다왕:당신은누구이며,이름은무엇입니까?
나가세나:동료수행자들은저를나가세나로부릅니다만,그‘나가세나’란단지이름이고,호칭이며,통칭에불과합니다.[이름에대응하는]‘실체적존재’는없습니다.(p.37)
이대화에대한저자의“요주”는다음과같다.
우리가‘아무개’라고하든,‘사람’이라고하든우리가이름을사용할때은연중에전제하고있는것은그렇게불리는존재가그자체로영속성을가지고실체적으로존재한다는것이다.그러나‘사람’이라고불리는존재를면밀하게살펴보면고정되어있는것은아무것도없고,그것을구성하는요소들이무상無常하게변하고있다는것을알게된다.즉우리는‘무상한변화’에이름을붙여서부르면서마치변치않는무엇이있는듯이착각을하고있는것이다……
사람을구성하는정신적요소와물질적요소가모두찰나간에생멸을거듭하며흘러갈뿐이다(이것을‘무상하다’고말한다).이흐름은단절된것도아니고,연속되는것도아니다.거기에는어떤영속성도,실체성도없다.(pp.37∼39)
이인용문에서보듯이,일체의군더더기는모두빼버리고,원텍스트의의미를정확히짚어주는저자의요주는,본문의질문과답변에대한심화학습과정에다름아니다.밀린다왕과불교고승나가세나사이의주고받는대론은술술읽히는데,그근원적인힘은바로저자가공들여쓴“요주”에서나온다.원텍스트와의관련성을밝히면서도불필요한지엽말단을거두어내고압축/응축하여제시하는저자의“요주”는,망망대해를항해하는선박에게항로를알려주는등대의불빛역할을한다.뿐만아니라,글의맥락과흐름을따라가면서적재적소에본문의내용과연관성이높은불교의다양한경전,동양의고전저작물,동/서양의논저등이종횡무진인용되어해설의깊이와넓이를확장해준다.
이러한"요주"로가득차있는이책은,시간을들여천천히그의미를곱씹을때그효과와감동이배가된다.
흔히말해지듯이,“좋은책”은독자를가르치려고하지않고,“소통과대화”라는생산적과정을거쳐읽는이로하여금스스로를돌아보게하는힘을가진책을말한다.반성적성찰로이끌어주는책을만나,세계와인간과삶을새롭게인식하는계기를얻고,그결과로시나브로자신이“변화”해나아간다는사실을발견하는일,이것이독서의가장큰즐거움과효용이다.
그러한의미맥락에서,이책을꼼꼼히읽어보면,저자의모든발화들이궁극적으로불교의핵심주제들인“연기,공,무아,중도”등을향하고있으며,그논의의전개과정에서“세제와진제”의시각으로다듬어지면서,최종적으로세제와진제를동시에아우르는“중도”를지향하고있음을깨닫게된다.
이처럼바른견해에도달하기위한“잘정리된길”에들어섬으로써,세상을읽고해석하고판단하는인식이“전변”되는길이열린다.생각이바뀌고,행동이바뀌고,습관이바뀌는일이가능하다는희망의메시지가이책곳곳에깃들여져있는데,이러한“빛”을발견하는일은즐겁고,행복한일이다.
다음에인용하는글이대표적이다.
현재의나는과거의행위의결과지만미래의나는바로이순간부터만들어나가는것이다.의지조차도독립적이지않고연기적이기때문에인간에게과연자유의지가있는지여부는간단하게답할수있는문제는아니다.그러나모든것이연기적이고공空하기때문에변화가가능한것은분명하다.(p.233)
실천의어려움은동서고금이다르지않지만,본질적이고내재적인면에서“변화”에의가능성을열어,세상을“있는그대로”볼수있는길을보여준다는점이,이책이지닌가장활력넘치는미덕중의하나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