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14.00
저자

미야노마키코,이소노마호

철학자.전후쿠오카대학교인문학부부교수.2000년에교토대학교문학부문학과를졸업했고,2007년까지동대학원문학연구과후기박사과정을수학했다.인간과학박사이며,전문분야는일본철학사다.지은책으로『왜우리는사랑하며살아가는가:‘만남’과‘연애’의근대일본정신사』『마주침의아련함:구키슈조의존재논리학과해후의윤리』등이있고,후지타히사시와함께‘사랑·성·가족의철학’(전3권)을엮었다.

목차

들어가며

첫번째편지
갑자기병세가악화될지도모릅니다

두번째편지
무엇으로지금을바라보는가

세번째편지
4연패와대체요법

네번째편지
우연을연구하는합리적철학자

다섯번째편지
불운과요술

여섯번째편지
전환이니비약이니

일곱번째편지
“몸조리잘하세요.”가쓸모없어질때

여덟번째편지
에이스의역할

아홉번째편지
세계를가로질러선을그려라!

열번째편지
정말로갑자기병세가악화되었습니다

이책의무대뒤에서는
감사의말
덧붙이는글
옮긴이의말
인용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마음을뒤흔드는명저다!”
“읽고나면움직이기힘들만큼강렬한책!”

철학자와의료인류학자,
질병과죽음앞에선인간의삶을사유하다

마흔을갓넘은나이에유방암의다발성전이로시한부선고를받은철학자미야노마키코는주변을정리하고예정된강연을취소하려한다.그러자강연의주최자인의료인류학자이소노마호는그를만류한다.“어쩌면건강한내가당신보다먼저교통사고로죽게될지도몰라요.”
언제닥칠지모르는죽음앞에서도기약없는약속을하는인간의운명적딜레마를목도한철학자는‘죽음의준비’를멈춘다.그리고의료인류학자에게서신교환을제안한다.점점사라져가는자신의몸과다가올죽음을소재로삼아,자신이평생연구해온‘우연’을주제로.
『우연의질병,필연의죽음』은말기암으로죽음을앞둔철학자가의료인류학자와주고받은편지를엮은책이다.오랫동안임상현장을조사하며질병과죽음,확률과선택의문제에대해고민해온의료인류학자이소노마호와평생‘우연’에천착해온철학자미야노마키코는철학적주제인‘우연’을통해‘질병’이라는실체적문제를사유한다.두여성학자는스무통의편지를주고받으며인간에게우연히찾아드는만남과질병,반드시맞닥뜨릴수밖에없는이별과죽음,나아가죽음이라는정해진운명앞에서도계속되는인간의삶에대해근본적인화두를던진다.

질병은대상이아닌정체성의문제
환자가아닌인간으로살아가기위해

철학자미야노마키코는얼마남지않은삶을환자가아닌철학자로서계속살아가겠노라결심한다.그리고환자라는정체성을100퍼센트받아들이지않은채일상을이어간다.어쩌면내일이오지않을지도모르는상황이지만새로운사람을만나고새로운일을계획하며전과같은일상을이어간다.극심한고통을모르핀으로누르며학생들의기말시험문제를출제하고언제나올지모를책출간계약을맺으며새로운철학적사유에골몰한다.
우리사회에는삶과죽음,건강과질병,보호자와환자같은이분법적사고가만연해있다.그때문에질병은한인간이평생가꿔온삶을단순한환자의삶으로정리해버린다.아픈사람은모든인생의가능성이차단된채오로지환자답게살것을강요당한다.건강한사람은아픈사람과예전에어떤관계였건환자를배려하고보호하는태도만을우선하느라본의아니게아픈사람을환자라는정체성안에가두고만다.그러나건강과질병,죽음사이에놓여있는수많은삶과가능성을배제하고인간을환자와비환자로규정짓는것이과연온당할까?
미야노마키코는아픈사람의정체성이환자라는점에고정되는순간그의앞에놓인인생의수많은가능성이사라져버리며주변사람과의관계역시환자와보호자로경직되어의미있는관계맺기가불가능해진다고말한다.그는인간이하나의점에고정되지않고타인과함께세상에자신만의궤적을그리며살아가야비로소삶의가치를지켜낼수있다고거듭강조한다.
질병과죽음에대한사유가부족한사회
인간이마지막까지자신으로살수있는길은무엇인가

현대사회에서개인의질병은‘불행’으로치부된다.그리고과학은그‘불행’에서원인을찾으려한다.각종통계에근거해습관,식생활,유전적요인,부주의로인해특정한병에걸렸다고결론내린다.그러나의료현장에서일해온의료인류학자이소노마호는이런과학적근거에기초한확률론이그저‘약한운명론’과다르지않으며,그운명론이아픈개인에게질병에대한책임을전가한다고말한다.
“이약을먹으면몇퍼센트의확률로이런심각한부작용이나타날지도모릅니다.”라는말이유발하는모호한공포,“암이나으면무엇을하고싶으세요?”라는질문속에담긴폭력성을지적하며,이책은질병과죽음에대한사유가부족한우리사회의맹점을짚어낸다.
말기암이라는최악의‘불행’을맞이한철학자미야노마키코는자신이‘불운’할뿐,절대‘불행’하지않다고강조한다.이런저런합리적분석을해본들실상질병은그저우연히우리에게당도할뿐이며,인간은그우연성에몸을내맡기고살아가는존재라고그는말한다.
수많은강연과행사에참여하고,두권의책을쓴미야노마키코는이책의서문을쓰고몇시간뒤의식을잃었다.그리고보름뒤짧은생을마감한다.그는자신이그토록바라던‘우연에몸을맡긴채다양한사람과어울리며궤적을그리다가미완으로끝나는삶’을살고떠났다.
생의마지막순간까지자신의삶과세계를진심으로사랑하다떠난젊은철학자의이야기는우리에게깊은울림을준다.그리고두여성학자가삶과죽음,추상과구체를오가며서로에게던지는묵직한화두는우리가그동안질병과죽음을대하던방식을의심하게한다.숫자에근거해미래를예측하는합리적사고가과연우리삶을온전하게지탱할수있을까?인간이마지막까지자기자신으로살수있는길은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