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허스토리 (생존자의 노래, 개척자의 지도)

19세기 허스토리 (생존자의 노래, 개척자의 지도)

$21.00
Description
제국주의, 산업화, 혁명을 겪으며 요동친 서구의 19세기에 여성은 ‘당사자’로서 상황에 대응하고 변화를 주도했다. 시대의 한계에 갇혀 모순을 드러내기도 했고 또 그것을 돌파하며 한 걸음 나아간 역사의 주체였다. 이 책은 실재했으나 잊히고 지워져온 그 궤적을 조명한다. 서양사 연구자 여섯 명이 함께 19세기가 서구 여성에게 어떤 시대였는지, 19세기 여성의 역사적 경험은 무엇인지를 시대의 초상이라 할 인물/집단을 통해 드러낸다.

아이티혁명기에 싸우고 연대하며 자유를 혁신해간 유색인 여성들, 미국 첫 세대 공장노동자인 로웰 여공들, 생시몽주의의 이상과 노동자 공동생산조합에 헌신한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폴린 롤랑, 파리코뮌을 이끈 혁명가 루이즈 미셸, 미국에서 여성참정권을 처음 주장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 독일 여성운동의 선구자로 교육과 고용 평등을 내세운 루이제 오토, 빅토리아 시대의 젠더 규범을 수용하는 동시에 전복한 영국 작가 세라 콜리지. 인간과 시민으로 생존하기 위해 분투한 ‘19세기 허스토리’가 우리의 오늘을 만들었다.
저자

노서경

서울대학교불문학과를졸업하고한국일보외신부기자로근무했다.서울대학교서양사학과에서장조레스와프랑스노동계급을주제로박사학위를받은뒤여러대학에서시간강사로강의했다.현재충남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자문연구위원이다.1914년이전프랑스사회주의를공부하며프랑스식민지였던알제리에도관심을두고있다.저서로《알제리전쟁:생각하는사람들의식민지항쟁》(2017),《지식인이란누구인가》(2001),《전쟁과프랑스사회의변동》(2017,공저)등이있으며,한국방송통신대학교문화교양학과교재출간에공저자로참여했다.번역서로는프란츠파농의《검은피부,하얀가면》(2014),막스갈로의《장조레스그의삶》(2009),장조레스의《사회주의와자유외》(2008)등이있다.

목차

서문-‘인간과시민’으로살아남기위한분투:어느19세기서구여성의역사

1장아이티혁명기유색인여성들:대서양세계를가로지른자유의여정_권윤경
2장로웰여공1세대:자유와독립의경험_최재인
3장폴린롤랑:‘육체의복권’에서공동생산조합으로_양희영
4장루이즈미셸:전위적교사,총을든코뮈나르,불굴의혁명가_노서경
5장엘리자베스캐디스탠턴:혁명가의성취와모순_최재인
6장루이제오토:독일여성운동의‘새길’에서‘노동과교육과자조’를외치다_문수현
7장세라콜리지:빅토리아시대여성이작가가되는방법_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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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말하고생각하고노동하고싸우다
여성노예들의분투에서참정권운동까지
한세계를부수고새길을낸이들의이야기

19세기서양여성,인간의역사를쓰다
더많은자유와더많은평등의출현,인권의발명…‘혁명의시대’라는19세기의과실은누구에게나공평했는가?이제이런질문은새롭지않다.우리는프랑스혁명기에〈여성과여성시민의권리선언〉을쓴올랭프드구주가단두대에서처형된사실을알고있고,당시가장혁명적이라는자코뱅정부가여성의정치활동을금지하는법령을제정했다는사실에놀라지않는다.많은나라에서여성의참정권이보장된것은20세기이후이다.역사의국면마다여성이배제당하고배반당한것은분명한사실이지만,그러나이렇게만말하는것은온당하지않다.피해자/희생자위치를강조할때여성과여성의역사는타자로서뒤로물러난다.
제국주의,산업화,혁명을겪으며요동친서구의19세기에여성은‘당사자’로서상황에대응하고변화를주도했다.때로시대의한계에갇혀모순을드러내기도했고또그것을돌파하며한걸음나아간역사의주체였다.《19세기허스토리》는실재했으나잊히고지워져온그궤적을조명한다.서양사연구자여섯명이함께19세기가서구여성에게어떤시대였는지,19세기여성의역사적경험은무엇인지를시대의초상이라할인물/집단을통해드러낸다.
아이티혁명기에싸우고연대하며자유를혁신해간유색인여성들,미국첫세대공장노동자인로웰여공들,생시몽주의의이상과노동자공동생산조합에헌신한프랑스의사회주의자페미니스트폴린롤랑,파리코뮌을이끈혁명가루이즈미셸,미국에서여성참정권을처음주장한엘리자베스캐디스탠턴,독일여성운동의선구자로교육과고용평등을내세운루이제오토,빅토리아시대의젠더규범을수용하는동시에전복한영국작가세라콜리지.여성의인간과시민자격을의심하고‘여성의영역은가정’이라는관념이지배하는시대에맞서말하고생각하고노동하고싸워새길을낸이들이다.인간과시민으로생존하기위해분투한‘19세기허스토리’는성취와한계,가능성과모순을함께보여준다.비통하고찬란한그들의역사가우리의오늘을만들었다.

아이티혁명기유색인여성들-새로운가족,새로운자유를만들다
19세기는노예제가가장번성한시대이면서마침내노예제가폐지된시대이다.이책은역사상유일하게성공한노예반란인아이티혁명기유색인여성들이야기로시작한다.혁명기의혼란속에서대규모난민행렬이이어졌을때그절반은유색인여성노예/자유민이었다.정치적,법적자유와무장투쟁을중시하는아이티혁명의영웅서사에서이여성들의존재는소실되었다.1장에서권윤경은이사벨아옌데의소설《바다밑의섬》을안내서삼아유색인여성들,특히여성노예에초점을맞춰아이티혁명기자유를위한투쟁을새로운시각으로접근한다.
여성노예들에게자유는법적증명서를얻어내는일이면서스스로파트너를고르고“아이들을빼앗길염려없이키울수있는능력”이기도했다.이들에게는가족을만들고유지하는능력이자유의핵심이었으며,그가족은법적결혼을뛰어넘어선택하고변화하는것이었다.1장에등장하는유색인여성들은아이티에서쿠바로,쿠바에서미국루이지애나로대서양세계를가로지른다.노예제와가부장제,인종차별,계급착취가어디서나온존하지만,이여성들은유사가족을만들어서로의존하며,때로는체제와싸우고때로는체제를이용하며존엄과자유를확보해갔다.역사의기록에서는지워졌으나자신들의방식으로“가족과시대와문화”를이어간이들의모습은자유의의미와경로를확장하며,노예제에관한관념과역사서술의문제를급진적으로사유하게한다.

로웰여공1세대-시민의지위에걸맞은임금을지급하라
서구의19세기는산업혁명의시대이기도하다.초창기공장노동자의다수는여성이었으며,19세기초여공들은여성의경제적독립을상징하는존재였다.2장에서최재인은미국첫세대공장노동자였던로웰여공들을살펴본다.1820년대-40년대에임노동세계로진출한로웰여공1세대는중산층지식인여성들보다앞서집단적이고공식적으로자기주장을펼쳤다.이들은노동자문집인《로웰오퍼링》을펴내자신들의경험과사유를정제된언어로표현했다.1830년대에는임금삭감에맞서파업을전개했고,1840년대에는세계최초로‘10시간노동제’운동을조직했다.독립과자유는적절한임금과노동조건위에서만가능하다는깨달음이이들을행동하게했다.
로웰여공들은경제활동인구이자시민으로서여성의권리를주장했지만,기득권층의반발에부딪혀대다수가임노동시장을떠나가정으로돌아간다.이들이발전시킨자매애와여성의식은집단차원으로진화하지못했다.그러나이들이10-20대에여공으로일하며이룬지적/문화적/사회적개혁은여성운동과노동운동의중요한자산이되었다.로웰여공1세대의성취와한계는이후여성임금노동자의역사에서비슷하게반복되었다.시민의지위에걸맞은임금을달라는이들의주장은지금도실현되어야할과제로남아있다.

폴린롤랑-19세기사회주의자페미니스트의삶
3장에서양희영이소개하는폴린롤랑PaulineRoland(1805-1852)은혁명과유토피아사회주의의시대를치열하게살아낸프랑스의사회주의자페미니스트이다.7월혁명의정치적격동기인1830년대에폴린은생시몽주의에매료되어‘육체의복권’이라는앙팡탱의새로운도덕을실천했다.자유로운‘실험’에머물렀던남성생시몽주의자들과달리폴린은결혼을거부하고홀로세자녀를키우는가난한비혼어머니,하루12시간이상노동해자녀를부양하는불안정한지식노동자로살면서삶과생각을일치시켰다.일평생‘인간에의한인간착취’의종식과남녀평등이라는신념에투신했다.
1848년혁명기에폴린은노동자공동생산조합운동에헌신하다반체제정치범으로투옥된다.그는직종별공동생산조합과그연합체를통해사회주의를건설할수있다고믿었고,조직과제도뿐만아니라인간자체를변화시키는새로운사회를꿈꾸었다.그의열망은현실에서좌절되었고당시의운동은‘공상적사회주의’라는비판을받는다.그러나체제와제도변화가인간사이의착취와불평등을소멸하지못하는현실은폴린이강조했던노동자의자발성과연대,도덕과종교,교육의역할,그리고생산자공동체의역사적의의를다시생각하게한다.

루이즈미셸-전위적교사,총을든코뮈나르,불굴의혁명가
서구의19세기는18세기말에일어난시민혁명의토대위에있었다.남성혁명가들은혁명에참여한여성들을동료시민으로인정하지않았지만,시민혁명은여성들을변화시켰고일부법과제도의변화를불러왔다.4장에서노서경은파리코뮌의혁명가루이즈미셸LouiseMichel(1830-1905)을통해프랑스대혁명이프랑스사회에가져온성과와한계를동시에보여준다.교사이자1871년파리코뮌의지도자로‘이보다나은세상’을위해싸웠던미셸은코뮌기내내레밍턴장총을메고군복차림으로다녔으며두번을제외하고는전투장소를떠나지않았다.
“사람이사람을지위와소유를준거로대하지않는”코뮌사회에서여성들은개인으로,조직으로참여했다.코뮌활동으로군사재판에기소된여성은1051명에달했는데대부분노동자였다.저임금과실업,복잡한결혼제도,교육기회부족,국가와교회의결탁같은현실에서이들은다른세상을꿈꾸며시민의의무를다했고,계급과성별을넘어서는유대를보여주었다.코뮈나르여성들의행동은혁명이체제와사회구조만의일이아님을이야기한다.“여성이라면순종해야한다고믿는시대는부정해야한다는것을,노동자를하찮게보는서열사회는거부한다는것을,나아가그모든매운비판과항의에내가책임진다는것”을미셸은일깨운다.

엘리자베스캐디스탠턴-여성참정권을주장하다
19세기내내‘여성의영역은가정’이라는규범이여성의삶과직업을규제했다.19세기후반이관념에도전한대표적인물이엘리자베스캐디스탠턴ElizabethCadyStanton(1815-1902)이다.5장에서최재인은그를조명한다.미국에서여성참정권을처음주장하고이문제를개혁운동의중심의제로세운캐디스탠턴은그러나여성운동이참정권에매몰되어서는안된다고주장했다.여성의시민권확보를위해법과제도개혁이필수이지만그것만으로는충분하지않다는것이다.가정과종교등다양한삶의영역과사회전반에서여성에대한인식이바뀌고여성의지위가달라져야한다는그의주장은미국사회의혁명적변화를요구한것이다.
그러나내전이후유색인남성에게는참정권이부여되고여성이배제되는상황에서캐디스탠턴은여성의참정권주장을위해인종주의에편승하는행보를보인다.백인남성지배층과유색인남성의유대에균열을내려던그의전략은보편적시민권을추구한자신의신념과모순되며,가부장질서를공고히하는데이용되기도했다.캐디스탠턴이노정한모순은인종,성별,계급,종교등에따른불평등과차별이온존하는오늘의현실과이를합리화하는기제를성찰하게한다.

루이제오토-노동과교육과자조를외치다
6장(문수현)의주인공은독일여성운동의선구자루이제오토LouiseOtto(1819-1895)이다.《여성신문》을발행한언론인이자전국차원의여성운동을조직한운동가이며베스트셀러작가였던오토는여성참정권보다교육과고용의평등을더긴급한과제로삼았다.경제적으로독립해야부부나연인같은기본적인인간관계에서자유롭고평등해질수있다고믿었기때문이다.그의활동은의과대학의여성입학허용으로여성의전문직진출이가능해지는등성과를거두었으며,노동을중시함으로써부르주아여성운동과프롤레타리아여성운동을아울렀다.
여론설득을중시한오토는자유주의의자장안에있었다.아내와어머니역할을위해고등교육과경제력이필요하다는논리를내세운것이다.이러한접근은참정권확보나사회주의혁명에투신한이들에비해온건하고수동적이라는평가를받는다.그러나여성의문제를단번에해소하는해결책은불가능할것이다.또여성이자유주의를추구하면가부장제에기초한가족제도의토대를허무는급진성을장착하게된다.루이제오토를비롯한19세기여성운동가들이걸어간길과가지못한길을,당시의맥락과오늘의현실을겹쳐살펴보아야할것이다.

세라콜리지-수용과전복의역설로여성작가가되다
7장에서황혜진이소개하는세라콜리지SaraColeridge(1802~1852)는빅토리아시대여성이지배이데올로기에대응하는또다른생존법을보여준다.작가이자비평가,편집자로활동한세라는영국낭만주의문학의거장새뮤얼콜리지의딸이기도하다.여성의의무와역할이‘집안의천사’로제한되고여성이작가가되는것이금기였던시대에세라는어떻게문학에진입할수있었을까?세라는표면적으로는빅토리아시대의여성성을수용하면서실제로는가부장질서를전복하는역설과모순을취함으로써원하는일을성취했다.
이러한역설을위해서는몇가지전략이필요했다.세라는‘환자’가됨으로써여성스러운방식으로가정의책무에서벗어났고약자의권력을창출해가족내질서를재편했으며이렇게확보한시간과자원을문학에투입했다.또아버지의이름과권위를빌려대의를확보했다.아버지사후그의편집자를자임해당대규범안에서문학가로활동했으며,비평이나종교철학같은남성의장르에진입할수있었다.이처럼‘수용’과‘전복’이라는이중적전략을취함으로써여성작가로살았던세라의삶은빅토리아시대여성을가부장이데올로기의무력한희생자로보는시각을경계하게한다.19세기의젠더규범에부응하는동시에저항하면서,여성들은균열을만들어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