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인간의 징검다리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서, 인간의 징검다리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23.00
Description
‘서恕’는 사람이 평생토록 실천할 행동 원칙을 묻는 자공의 질문에 공자가 제시한 개념이다. 공자는 서의 의미를 이렇게 부연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 이 책은 한 철학자가 유학을 대표하는 개념의 하나인 ‘서’를 탐구 주제로 삼아 10여 년 동안 치열하게 자신의 사유를 펼쳐온 기록이다. 저자는 그간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서’에서 나와 타자를 넘어 ‘우리’로 확장하는 윤리학적 차원, 그리고 본성론과 형이상학을 넘어 현실에 밀착하는 현대적 유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해명하는 데 몰두해왔다.

그동안의 성과를 담은 이 책은 공자에서 시작해 정약용에 이르는 ‘서의 개념사’이자, 그에 기반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상호주관성의 윤리학을 구축하려는 모색이며, 현대 서양철학과 경험과학적 연구를 경유해 유학 담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새로운 실험이다. 잔인한 인정투쟁의 시대, 더욱이 신종 바이러스라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격리를 강요받는 시대, 그래서 역설적으로 연대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해진 시대에 어떻게 나와 타자를 잇고 서로 환대할 것인가? 이 책은 오래된 유학의 개념으로 이렇게 첨예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

이향준

전남대학교철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남당南塘한원진韓元震의성론性論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주자대전朱子大全》및《주자어류朱子語類》번역·연구팀의전임연구원,전남대학교철학과BK21+사업단학술연구교수를지냈다.현재전남대학교철학연구교육센터‘근대호남유학연구단’학술연구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조선의유학자들켄타우로스를상상하며리와기를논하다》(예문서원,2011),《인지유학의첫걸음》(발해그래픽스,2018)등이있고,번역서로《이정유서》(발해그래픽스,2019)등이있다.그외50여편의논문을발표했다.유학의자연주의적해석과비판,현대적인담론형성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

목차

머리말
서장서,도덕,상상력

제1부유학,서를만나다
제1장공자,잔인함에맞서다
제2장맹자,슬픔의서
제3장순자,날카로운서의차가움

제2부차이나는사유의중심들:당위,욕망,사랑
제4장주희,당위의서
제5장왕부지,욕망의서:김치한포기함부로내놓지말것
제6장서,황금률을만나다:정약용의경우

제3부현대성의주변에서
제7장마흔두갈래의서:《패문운부》가알려주는것들
제8장죄수의밥그릇:따듯함에대한사색
제9장거울뉴런의세계:서와반서의딜레마
제10장서,환대,인정투쟁

맺는말
참고문헌/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恕,내가원하지않는것을남에게행하지말라”

격리와혐오의시대,어떻게나와타자를잇고서로환대할것인가?
유학의오래된개념이던지는가장현재적질문
서恕의개념사로상호주관성의윤리학을구축하다

“사람이평생토록실천할만한행동원칙을한마디로이르면무엇입니까?”자공의질문에공자가대답했다.“그것은서恕다.”공자는서의의미를이렇게부연한다.“내가원하지않는것을남에게행하지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논어》〈위령공〉편).
《서恕,인간의징검다리》는한철학자가유학을대표하는개념의하나인‘서恕’를탐구주제로삼아10여년동안치열하게자신의사유를펼쳐온기록이다.저자는인仁,의義등에비해제대로조명받지못했던‘서’에서나와타자를넘어‘우리’로확장하는윤리학적차원,그리고본성론과형이상학을넘어현실에밀착하는현대적유학의가능성을발견하고,그의미를해명하는데몰두해왔다.그동안의성과를담은이책은공자에서시작해정약용에이르는‘서의개념사’이자,그에기반해인간과인간을연결하는상호주관성의윤리학을구축하려는모색이며,현대서양철학과경험과학적연구를경유해유학담론을비판적으로재구성하려는새로운실험이다.
저자에따르면공자의서는당대사회와삶에만연했던잔인함에맞서는유가적인삶의양식이자전략이다.맹자의서는‘슬픔과같은감정을경유하라는권고’이며,순자의서는‘합리적계산을동반하는반성적사유’이다.그리고주희의성리학적사유를만나서는‘당위의서’가되었고,왕부지에와서‘욕망의서’로,정약용에이르러‘사랑의서’로변모되었다.규범적당위,인간의욕망,보편적인간애를기초로정당화되면서다양한의미를갖게된것이다.
이책은이처럼다층적인서의의미와이론적실천적특징을해명하는작업에더해다양한시각에서서를이해하려는시도들을담고있다.18세기중국지성사에기록된서의용례,서의신체적기원인따듯함이라는감각경험,거울뉴런과서의연관성,서와환대및인정투쟁을둘러싼담론의은유적형식에대한탐구가그것이다.이과정에서인지과학,체험주의,개념혼성이론,비트겐슈타인을비롯한현대서양철학의사유등을도입해전통적인유학의담론을재해석함으로써유학의현대화라는과제에한발다가서고있다.
이러한탐구를통해저자는‘서恕’란인간을다른인간에게이어주는‘징검다리’,사유와행위의한방식이자공동체의기반이라고말한다.“친밀한유대와공감으로충만한공동체의이상과타자로서감수해야할영원한고립사이를메우는하나의징검다리.”그것은절대적이고초월적인도덕원리가아니라구체적인삶의경험에기초하는,지속적실천을통한자기교정을필요로하는개념이기도하다.잔인한인정투쟁의시대,더욱이신종바이러스라는거대한재난앞에서격리를강요받는시대,그래서역설적으로연대의중요성이더욱절실해진시대에어떻게나와타자를잇고서로환대할것인가?이책은오래된유학의개념으로이렇게첨예한질문을던지고있다.

도덕에상상력을사용하라-오류가능성과자기교정의서恕
이책의출발점에는체험주의(인지과학을비롯한경험과학의성과를수용하는철학적탐구의한방식)의철학자마크존슨MarkJohnson의‘도덕적상상력’개념이자리하고있다.저자는존슨의사유에착안하여공자가제시한서의의미를행위의선택과정에서도덕적상상력을활용하라는주장으로해석한다.‘도덕’이라는경험영역에상상력을사용한다는발상은인간에게도덕적본질을가정하지않고도우리가도덕적삶을향유할수있다는점을정당화한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
서에내재된상상적추론은원천적으로오류가능성을포함하고있으며,서는모든상황에타당한도덕적해답을제시하는유일한원리가아니다.그것은우리의일상적삶에서지속적인실천과반성으로스스로를교정해나가야하는개념이다.서에포함된오류가능성을받아들이고,이를줄여가기위해도덕적상상력을활용하려고끊임없이노력하는것.저자에따르면,이것이형이상학적으로서를정당화하는것보다현대의도덕적상황에대응하는보다현실적인방식이다.

잔인함에맞서는공자의서,맹자의슬픔의서,순자의날카로운합리성의서
도덕적상상력이라는관점을도입한저자는공자,맹자,순자로이어지는철학사적관계를서의담론차원에서재탐구한다.저자가보기에공자의서는삶의잔인한양상들에맞서는유학의전략적태도이다.“타인의고통에무관심하거나고통을확산시키려는사고와행동”은모두잔인함으로묶을수있다.나쁨의윤리학이란관점에서볼때잔인함에대한거부는서의원형적의미를이루고있으며,잔인함은윤리적의미에서나쁨이란범주의핵심을이룬다.인간적인나쁨의원형으로서잔인함으로범주화되는삶의사태들에맞서는유가적삶의양식을발명하고,이를서라고명명한것.저자에따르면이것이공자가유가규범이론의역사에기여한핵심중하나이다.
저자는이어서맹자의서를성선론에대한현대적해석과관련지어비판적으로검토한다.자연주의적시각에서맹자의성선설은타인의고통에대한감정이입을통한반응으로서의슬픔을도덕적맥락에도입하고,이를인간행위의중요한요건으로간주하자는주장이다.맹자의선한성,도덕감정에대한실체론적해석은현대의철학적반성에의하면불필요한것이다.성선을제외한관점에서맹자의도덕이론은도덕적상상력의바탕이감정이입이라는점에서공자의서와전제가같다.맹자의측은지심은서의특수한사례라고할수있다.맹자는‘슬픔의서’라는양식을발명했으며,이는서를실천할때슬픔과같은감정과정서를경유하라는권고인것이다.
맹자의서가도덕적슬픔과같은정서적기초를강조하는데반해순자의서는인지적계산을동반하는반성적사고를강조한다.맹자의서는타인의고통에대한감정이입에중점을두지만,순자의서는다양한욕구의충돌과갈등을가정하고,그것의억제를위한공리주의적계산을동반하는인지적사유를강조하고있다.맹자의정서가일차적이고따듯한것이라면,순자의인지적반성은이차적이고차가운공리적판단으로받아들여진다.둘다도덕적이지만,맹자의도덕이론은따듯하고순자의이론은날카롭고차갑다.저자는순자의서를맹자의서에대한반론으로,즉합리성을경유해서서를실천하라는가르침으로이해하고있다.

주희의당위의서,왕부지의욕망의서,정약용의사랑의서
선진시대에확립된서는인간인지의일반성에기초한것이었다.유학의급진적변화를가져온성리학적사유에서서의의미는어떻게달라졌을까?저자는서의성리학적변화를대변하는인물로주희에주목한다.주희는서의담론을이기론이라는초월-선험적체계의일부로포섭했고,체용론적사고에기초해어떤공통원리의실천적지침으로서를이해했다.그의서에대한정의,‘추기급인’은서를인간관계의보편적통로로사유하는효과를낳았다.저자는이러한주희의서를선재하는보편적원리를따라행해야하는실천이라는점에서‘당위의서’라고명명한다.
명말청초의학자왕부지에와서서의개념사는다시변화한다.왕부지는기존의이론가들과달리인간의이질성에기초해서를이해하려했는데,그결과‘욕망의서’라고부를수있는새로운담론을제시했다.우리가타인과완전하게같을수없고타인의욕망이나의욕망과다를수있다는시각.당위의인간에서욕망하는인간으로의전환은동북아지성사에서중세적인간이근대적인간으로나아가는과도기를상징한다고볼수있다.
유교문명권과기독교문명권이만났을때서의의미체계에는어떤변화가생겼을까?저자는조선후기학자정약용의서담론을,서구의황금률과유학적서의전면적인마주침의결과로제시한다.자기수양의관점에서서를파악한정약용은인간의외부에서인간을용서하는초월적존재의개념을받아들이지않았지만,기독교의보편적이웃사랑의개념을폭넓게받아들였다.이렇게해서정약용의서는인간애에기초한‘사랑의서’라는새로운의의를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