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퍼가기 시대 (미국의 미혼모, 신생아 입양, 강요된 선택)

아기 퍼가기 시대 (미국의 미혼모, 신생아 입양, 강요된 선택)

$20.23
Description
미국 1950~60년대 인권 의식이 한창 높아 가던 미국에서 임신한 미혼 여성들은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는 삶을 살았다. 혼외 임신을 했다는 이유에서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었으며, 입양 외에는 어떤 선택도 이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시기가 바로 미국의 ‘아기 퍼가기 시대’이다.

지은이 역시 1966년 갓 출산할 딸을 입양 보내야 했다. 책 표지 사진은 미혼모 시설에서 갓 출산한 아기를 입양 보내기 전 안고 있던 지은이 캐런과 그 딸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캐런은 입양 압박 속에 아기를 입양 보냈다. 수십 년이 지나 평생 그리워하던 딸과 재회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딸은 루게릭 병으로 사망한다. 이후 자신에게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캐런은 미혼모 낙인화가 언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하여 미혼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돕던 양육 중심의 지원 제도가 왜 미혼모 자녀의 대거 입양으로 전환되었는지 검토한다. 아울러 과거 자신과 같이 입양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다른 미혼모들의 경험을 수집하였다.

이 책은 지은이가 약 20년간의 시간 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연대기별로 정리한 것이다. 미혼모성 억압에 대한 방대한 사료를 검토해 추적하고, 미국 ‘아기 퍼가기 시대’의 생존자인 미혼모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풍부하게 수록한 이 책은 앞으로 ‘미혼모’ 문제를 숙고하고자 하는 모든 독자들의 필독서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

캐런윌슨-부터바우

KarenWilson-Buterbaugh
1966년고등학교3학년때임신으로학교를중단하고워싱턴D.C.에있는유급위탁가정에보내졌다.숙식을제공받고약간의급여를받는대신가사일을도우며지내다당시관행에따라출산예정일이다가올때플로렌스크리텐튼전미연합산하미혼모의집으로보내졌다.그해7월22일딸미셸르네를낳았다.딸과함께시설로돌아와열흘정도지냈다.이후본인의양육의사에도불구하고딸은1966년8월1일종교단체가운영하는입양기관으로보내졌다.30년이지난1996년입양으로잃게된딸과재회하였으나딸은2007년8월루게릭병으로사망한다.이로써캐런은딸과영원히헤어지게되었다.그해캐런은아기퍼가기시대연구협의체를만들고미혼모의아기를집단적으로입양보냈던‘아기퍼가기시대’에대한연구를진행하는한편,반모성적,반인권적,반윤리적이었던과거입양관행을알리고,관련당국의사과를요구하는활동을펼쳐왔다.

목차

저자소개
추천의글
감사의글
옮긴이서문
서문_텍사스감리교선교회미혼모의집사건
한어머니의이야기_코니
글을시작하며

1부벼랑끝에몰리다
1장‘아기퍼가기시대’
2장도움의손길은사라지고
3장‘전문가’의등장
4장비합법적모성

2부아기를퍼가다
한어머니의이야기_낸시앤
5장전지전능한존재들
6장돈되는입양산업
7장누구를위한“최선의이익”인가?
8장아기넘겨주기의례
9장입양부모평가?
10장“사내들은다그렇지뭐”
11장‘아이보리스노우’처럼하얀백인아기
12장처벌과강압
13장도살장에끌려가는양들처럼
14장부양아동이있는가족지원
15장회전문과컨베이어벨트
16장엄마의엄마
17장평등하지않은보호
18장공모자들
19장낯선사람들과통계들
20장조각내기
21장입양동기를성찰하라!
한어머니의이야기_프리실라

3부속죄는끝났다
22장실패한실험
23장채찍과돌멩이
24장과거라는거울
25장‘아기퍼가기시대’가남긴외상후스트레스장애
26장인정하고사과하라
27장우생학,사회공학,아동매매
한어머니의이야기_칼라

글을마치며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미혼모에대한낙인과미혼모성억압의역사적기원을추적하고
미국미혼모성억압의역사를국내에처음으로알리는
안토니아스출판사가기획한〈서구미혼모잔혹사〉총서중첫번째책

‘미혼모’라는단어를어쩐지불편하게느낀적이있는가?모성을부정당하는미혼모의경험과이야기를복원하기위한도서출판을목적으로하는안토니아스출판사는그불편함의기원을찾고자했다.그리고그과정에서미혼모에게낙인을찍고그들자녀를엄마로부터떼어내어기혼부부로구성된중산층가정에입양보내는시스템이제2차세계대전이후부터1970년대중반까지정신분석학이론에뒷받침되어‘아동복지’라는명목하에서구사회에서무비판적으로실천되었다는역사적사실에주목했다.〈서구미혼모잔혹사〉총서는이러한배경에서기획되었다.이책『아기퍼가기시대』는총서중첫번째책으로수십만명의미혼모들이자신의의사와상관없이아기를입양보내야했던미국의‘아기퍼가기시대’미혼모에대한처우와신생아입양의문제를다룬것이다.지은이또한당시입양으로아이를잃은미혼모당사자로서,이책을통해침해받은모성권을고발하고관계당국의사과를요구하는목소리를내고있다.

아무도몰랐던미국의미혼모억압의역사서

우리는가끔이런이야기를듣는다.‘서구는미혼모차별이없는데한국사회는아직후진적이라미혼모를차별하고지원이부재하다’라는식의이야기를.이말은반은맞지만반은틀리다.현재의관점에서보면그렇다고할수있지만,과거역사를보았을때는그렇지않기때문이다.미혼임산부에게낙인을찍고집단적으로미혼모시설에수용하는한편,그들이출산한아기는중산층부부에게입양보내고미혼모를결혼하기적합한‘여성’으로교화시켜아무일없었다는듯사회로복귀시키는일은바로서구에서시작되었다.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등에서단지결혼을하지않고임신했다는이유에서수많은‘미혼모’들이“체계적이고폭력적인방식에의해아이를입양보내야했던시기”를경험했다.나라에따라차이가있지만대체로제2차세계대전이후부터1970년대까지이런일이일어났다.이시기를‘아기퍼가기시대’로명명하는미국에서는6백만에서1천만명에이르는미혼모가,캐나다에서는약35만명의미혼모가친권을포기하고아기를입양보낸것으로추정된다.근대의국민국가출현과중산층핵가족만들기라는과업은근대학문으로등장한정신분석학과사회복지학이론에지지받으며결혼제도밖에서출산한어머니의키울수있는권리로서의모성을정교하게거세했다.그리고근대에새로운직업군으로등장한사회복지사(socialworker)들은입양제도를통해미혼모로부터그들자녀를분리하여기혼의부부에게입양보내는실천적행위자로서그역할을했다.이때부터미혼모는아기를출산했으나‘어머니’가아니게되었으며,미혼모의자녀는어머니가있으나‘고아’가되었다.

‘아기퍼가기시대’의생존자,미혼모당사자들의생생한증언

이책의저자캐런윌슨-부터바우도‘아기퍼가기시대’아기를입양보내야했던어머니중한명이다.책표지사진은캐런이입양보내기직전에아기를안고있는모습이다.그녀의표정과눈빛에서우리는분노,슬픔,무력감을본다.캐런은학자도작가도아니다.단지지난날자신에게일어난일을이해하기위해수십년에걸쳐관련서적을읽고,수많은자료를모았다.그리고자신과같은경험을한여성들과연대해과거잘못된입양관행으로침해당한모성권,시민권,그리고인권의문제를공론화하고정부와관련기관으로부터사과를받기위한운동을최근까지활발히해왔다.이책은그일환으로만들어진것이며,캐런뿐아니라‘아기퍼가기시대’의생존자인미혼모당사자들의생생한증언을담고있다.

미혼모성병리화담론의유포,
입양제도의정비,
그리고미혼모의아기를퍼가다

이책의가장큰장점은미국의‘아기퍼가기시대’를가능하게했던당시의정신분석학및사회복지이론,사회복지사들,종교인,미혼모의부모,지역사회구성원들의신념을알수있는방대한자료들을접할수있다는것이다.한아이를키우기위해한마을이필요하다고했나?단지미혼이란이유로수십만명의아기를그엄마에게서떼어내입양을보내는데도수많은학자,전문가,변호사,의사,종교인들,지역의사람들그리고미혼모아기의아빠와미혼모의가족이있었다.즉아기를키우는데도,미혼모의아기를엄마에게서떼어내어기혼부부에게입양보내는데도하나의마을,아니그이상이필요했다.20세기말미국사회가미혼모를어떻게규정했는지,그시대미혼임산부는어떤경험을했고,어떤과정을통해자녀를입양보낼수밖에없었는지알게되면독자들은놀랄것이다.아동복지의이름으로미혼임산부의모성을철저히부정하고아기를엄마로부터떼어놓았던우리의모습,그리고그것만이미혼모와아기를위한최선의복지라고여전히믿고있는일부사람들의모습과도너무도닮았기때문이다.

서구미혼모차별의역사를우리는왜알아야할까?

‘한국전쟁이후고아를입양보내기위해시작했다’는한국의근대입양은1970년대경제가발전하면서오히려급증했다.이에대해산업화의부작용으로미혼모가증가했기때문이라거나핏줄을중시하는유교문화때문이라는설명이회자되곤한다.하지만한국사회가미혼모성을병리화하고그자녀를중산층의기혼부부로구성된가정으로보내는입양중심의복지제도를실천한것은서구의‘아기퍼가기시대’를풍미했던사회복지지식과실천이국내에유입되었기때문이다.우리가상상할수있는그이상으로미국의‘아기퍼가기시대’는한국의미혼모차별의역사와미혼모자녀중심의입양시스템구축과긴밀한관계를갖는다(권희정,『미혼모의탄생:추방된어머니들의역사』2019,안토니아스).미국의정신과의사볼비는서구‘아기퍼가기시대’에일반적으로일어나는미혼모와자녀를입양으로분리하는일은“놀랍고도”,“정상궤도를벗어난일”이며,개발도상국에서모방하지않기를바란다”(본문274~275쪽)고말했다.하지만안타깝게도그일은일어났다.따라서이책은한국에서의미혼모에대한낙인및미혼모자녀의대거입양은역사적진공상태에서발생한것도아니고,핏줄을중시한“고질적유교문화”에서비롯된것도아닌,기혼부부와자녀로구성된중산층가족만들기라는서구근대화의역사적과정의연장선상에서일어났다는통찰을줄것이며,미혼모성억압역사를바라보는관점의지평을넓히는데도도움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