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와 작별하기 : 괄약근 조절과 아이의 자의식 발달 - 엠미 피클러 보육학 시리즈 4

기저귀와 작별하기 : 괄약근 조절과 아이의 자의식 발달 - 엠미 피클러 보육학 시리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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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기저귀는 아이 스스로 떼는 것
방광이나 직장을 조절하는 일은 단순히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거나 어떤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의 정신적·사회적 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기저귀를 뗀 것을 '깨끗하다'라고 하는 것은 우리 보육 관습의 큰 오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편견이기도 하다. 아이의 조기 발달을 원하는 부모와 이를 부추기는 학계의 오류로 인해 사람들은 이른 시기에 대소변을 가리도록 아이를 ‘훈련’하는 관행을 당연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의식이 생기기 전인 생후 15개월에는 대소변 훈련을 시작해야 한다는 카프만과 엘리추르의 이론은 이 주제에 오랫동안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을 다각도로 면밀히 관찰하면, 아이에게 경계를 정해 주고 의지적인 절제를 통해 이를 따르도록 인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초기부터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의지와 한계를 감지하고 경험하고 알맞게 행동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 대소변 조절은 의도적인 지도와는 상관없이 신경생리적 발달 상태와 심리적 기제가 복잡하게 개입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저귀와 작별하기〉는 유디트 팔크와 마리아 빈체가 부다페스트에 있는 피클러 연구소에서 진행한 것이며, 원래의 연구 자료에는 방광과 직장의 조절능력 습득 단계와 이에 관한 아이들의 감정과 발언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피클러 연구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아이의 자기주도적 참여, 보육 담당자와의 신뢰 및 명확한 관계를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 방법을 유지해 왔다. 또한 방광과 직장의 조절능력 습득에서도 아이의 자기주도적 참여와 자기효능감을 강조하고 이를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것을 중시한다.

‘엠미 피클러 보육학 시리즈’는 〈아기는 놀이에서 배운다〉를 시작으로 〈아기와 대화하기〉, 〈나, 너 그리고 우리〉, 〈자유놀이의 시작〉 등을 차례로 발간하여 올바른 보육학의 이론과 실천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저자

유디트팔크,마리아빈체

저자:유디트팔크
1922년출생.소아과의사,교육학자.1962년부터헝가리부다페스트소재피클러연구소("로치"보육원)에서일했으며,1979년부터1991년까지원장직을맡았다.현재에도저자겸강사로서학문적인활동을계속하고있다.

저자:마리아빈체
소아과의사.1962년부터1991년까지피클러연구소에서일했으며,1979년부터부원장직을맡았다.삶을마칠때까지유아의발달에관한학문적연구를지속했다.

엠미피클러
헝가리의소아과의사.부다페스트소재국립보육원"로치Loczy"를설립하였고,이기관이훗날피클러연구소가되었다.이미1930년대에개별성을펼치기위한능동적인활동과자율적인움직임발달이아이들에게중요하다는것을깨달았다.아이들은자유놀이를통해‘배움을배우고’자기신뢰와재능,능숙함,인내력이발달하며자신의능력을경험한다는점을강조했다.
엠미피클러라는이름은곧신생아와영아들을대하는방식과태도에대한인식의전환을의미한다.피클러는폭력적요소가전혀없는보육원을운영하면서"존중과공감의돌봄"을실현하여새로운양육방식을제시했다.
안정감에대한아이의욕구는돌봄을받는동안사랑가득한관심과온전히주의를기울이는것으로충족된다.신생아때부터아이는이미보살피는성인에게협조하는것이가능하다.어른에대한아이의애착관계는어른의돌봄과정에서만들어지며,이것은아이의사회성발달을위한바탕이된다.
엠미피클러의원칙들은그의동료와전문가들에의해수많은나라에서영아보육학의기본으로실천되고심화,발전하고있다.

박성원
이화여자대학교독어독문학과,한국외국어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졸업."외국인을위한독일어디플롬(KDS,GDS)"을받고,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한국의책100>번역자로선정되었다.현재번역가로활동하고있다.

목차

발행인의말이정희

강요된대소변훈련의결과
연구대상과방법론
주요연구결과
자신의몸,그리고‘자아’의성숙
방광과직장의조절능력을습득하는과정
배설,신체구조,그리고성별인식
아이들은서로를관찰한다
요약및결론

참고문헌
베를린피클러협회총서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

p.3
방광과직장을조절하여대소변을가리는것은아이와부모에게커다란도전이다.일부가정과영유아현장에서는특정한시점까지아이가기저귀를떼야한다는확고한생각을갖고있기도하다.정해진시점까지기저귀에서벗어나유아용변기를사용하도록여러가지교육과훈련방법을동원하는경우도드물지않다.
아이에게이는많은학습단계중하나에불과하다.이과정에서아이는처음으로인체의기능에대한갖가지생각을할뿐아니라많은두려움을갖게된다.레모라르고(RemoLargo)가스위스에서진행한장기추적연구자료에따르면집중적인대소변훈련은방광과직장의조절능력을습득하는시기에아무런영향을끼치지않는다고한다.그럼에도불구하고현실적으로대소변훈련이라는교육적중재행위로인해아이들은막대한외부간섭을받으며,동시에어른들은수많은불필요한갈등을겪는다.

p.8
기저귀를뗀것을두고'깨끗하다'라고하는것은아이가괄약근을완전히조절하기까지는‘더럽다’는것을암시하며,아이가‘바람직하지못한유아적행동’에서벗어나려면어른의교육적노력이필요하다는의미를내포한다.하지만방광이나직장을조절하는일은단순히새로운습관을받아들이거나어떤능력을습득하는것이아니다.그것은아이의정신적·사회적발달에서매우중요한단계이다.난생처음아이는자신의욕구를즉시충족시키고자하는본능에따르지않고어른의규범을충족시키기위해현재의불편한내적긴장감을한동안지탱하고자결심하는것이기때문이다.
어른이요구하는시점에아이가유아용변기에배설하게하는것은자신의몸이갖고있는특징을스스로알아갈기회를아이에게서박탈하는일이며,일정한성숙단계에도달하면자신의괄약근조절을의식할수있는기회를아이에게서박탈하는일이다.

p.11
괄약근조절을둘러싸고생긴문제는단순히아이가괄약근을조절하지못하거나조절에서투르다는것이상을의미한다.이것은심리상태와긴밀하게연결된관계형성과사회적인행동에심각한문제를야기할수도있다(참고문헌2).피클러연구소의경험에따르면,괄약근조절과관련한어른과아이사이의갈등은충분히방지할수있다.육아를담당하는어른과의관계가원만한아이는전혀훈련을받지않아도이런발달과정을무리없이이행한다.

p.28
일반적으로어른들이전두엽에방광및직장하부괄약근조절중추가위치하고,뇌의이부분은만3세가되기전에는성숙해있지않다는사실을제대로이해하지못하고있다.실제로모든신경연결망과신경해부학적중추들이성숙되고나서야비로소방광과직장을아무런제약없이의지에따라사용할수있는것이다.
이시기이전의아이는훈련을통해서조건반사를학습시킬수는있지만,자신의내적요구에기초한괄약근조절에는도달할수없다.내적요구에기초한괄약근조절을위해서는아이가만2세부터1년간여러방식으로‘자아’을강하게실험해본다.강한자아의실험은일상의다양한상황에서이루어진다.예를들어초록색바지를꼭입겠다고고집부리기도하고,바구니를들겠다고하거나혼자서빵을자르겠다고고집부리기도한다.이시기에는어른에대한아이의의존도가급격히감소하는데,아이가아직외부요인에의존하고있다는것을보여주는마지막상징이바로기저귀이다.
이시기의아이는관심깊게외부세계를관찰하며,처음으로삶의근본문제들을생각한다.이과정이조화롭게이루어지려면아이의발달단계와발달의속도조절을아이자신에게위임해야하며,아이와주변환경및주위어른의관계가안정적이어야한다.유아용변기속에무언가들어있기를바라는요구같은것들에의해관계가방해받지않아야하는것이다.
아이에게이런압박을가하는것은생리적성숙도로보아아직가능하지않은것을요구하는것이며,자기자신의발달과능력의발달상태에부합하지않는것을요구하는것이다(참고문헌2).이와반대로어른이그냥조용히기다리면,자신의욕구를어른과같은방식으로처리하고자하는소망이아이의내면에서저절로우러나온다.

p.34
하루아침에새로운발달수준에도달하는아이는존재하지않는다.안나터르도시AnnaTardos(참고문헌31,32,34)가언급했듯이,새로습득한능력이하루아침에행동을주도하지는않는다.혼자앉아있을수있게된아이라고해도제대로된자세로앉기까지는시간이걸린다.걸을수있게된아이도한동안기어서장소를옮긴다.아이는새로이습득한능력을자신의운동·인지·감정영역에통합하고난후에야비로소새로운과제수행을위해그새로운능력을시험한다.
괄약근조절능력이이런법칙에서예외가될이유가있는가?괄약근조절능력습득또한갑작스러운성숙이아니라일정한기간이소요되는학습과정이다.때로는길수도있고때로는짧을수도있으며,어떤경우에는너무짧아서하루아침에이루어졌다는인상을받을수도있지만,어쨌든일정한기간이필요한학습과정이다.
그런데영아의일반적인운동발달과괄약근조절능력습득간에는주목할만한차이가있다.신생아의성장을자극하는것은어른의본보기도아니고자라고싶다는자신의소망도아니다.아이는움직이고몸을돌리고일어서다가,한두해가지나면자유롭게걷고뛰어다닌다.이를위해아이는아무런모범사례도필요하지않으며,오로지자신의내적시계에따라이과정을거친다.
이와반대로괄약근조절능력습득은사회화과정에속한다.사회화는한편으로는사랑하는부모나어른처럼되고싶어하는아이의바람에의해상당부분이루어지며,다른한편으로는많은것의포기를의미한다.아이는어린아이로서사는것을포기하고,언제어디서나따뜻하고부드러운기저귀에용변을보는편안한느낌을포기한다.또한기저귀를갈아주는어른에게서느끼는친밀감을포기한다.또한아이는자신이만들어낸쉬야와응가를포기한다.쉬야와응가와작별하여그것을변기아래로떠내려보내며,그것이사라지는모습을눈으로확인한다.아이가이런모든상실을이겨내는데는상당한의지가필요하다.

p.38
“응가는쉬야랑비슷한건가?아니면응가속에는무언가다른게들어있나?”,“응가는어떻게밖으로나오는걸까?그리고어떻게몸저기로들어가는걸까?”이렇게이해하기힘든여러가지비밀이아이의불안을키운다.이런불안이커지는이유는,아이가자신에게일어날지도모르는상실을의식하게되어처음으로이세상에서자신의존재에대한불안을자각하는시기가바로그무렵이기때문이다.

p.41
아이들이외부세계로부터자기자신을구분하고괄약근조절능력을습득하는시기는자신이남자아이인지여자아이인지성별을의식하는시기와맞물린다.
아이들의언어를살펴보면,그들이성별에대한인식,성기에대한호기심,성에대한인체구조·생리적지식,남근에대한자부심,남근이없는부러움,거세에대한불안등과관련해엄청난혼란을겪고있음을알수있다.
이와관련된남아의사례는다음과같다.요제프E.(생후33개월)는보육교사의치마속에그릇을밀어넣으며거기에다쉬야를해보라는말을자주했고어린이용화장실쪽으로보육교사를밀면서변기에앉으라고말하기도했다.다비드M.(생후30개월)은보육교사에게,“선생님의쉬야집은어디에있어요?어떻게생겼어요?”라고물었다.

p.44
자신의몸과신체기능에대한아이의질문은중요하다.부모와보육교사가아이로하여금자신의몸과좋은관계를유지하면서자라도록돌보는것은아이들에게큰도움이된다.그들은아이가자신에게맡겨지는첫날부터사랑이담긴손길로아이를쓰다듬어준다.그렇게함으로써아이스스로가자신의몸을지각하도록도와준다.이런방식을통해아이는젖먹이시기부터자기몸에대해긍정적인감정을갖을수있으며신체의모든부분이발달단계에맞게사용할수있게된다(참고문헌13).
적절한수준의언어발달은아이로하여금하고싶은질문을할수있도록하는데중요한역할을했다.피클러연구소에서자라나는아이들은처음부터보육교사와대화를하면서생활한다.이는아이가자신의감정과생각을잘표현할수있도록도와준다.아이가질문할때마다항상대답해주기때문에,아이는끊임없이묻는다.그누구도아이에게거부하는태도를보이지않는다.어떤상황에서도아이가쓸데없이창피한이야기를했다거나해서는안될이야기를했다는인상을받지않도록유의한다.

p.51
우리는아이의개별적인발달리듬에개입하는행위가선별한전략을통해아이의발달을가속시키려는어른의시도와똑같이유해하다고확신한다.아이발달에적절한생활테두리를확보해줌으로써아이로하여금자신의능력과환경을자발적으로알아갈수있게해주어야한다(참고문헌31,32).어른은아이가아직이룰수없는것을이루도록기대해서는안된다.이것이전제된다면,아이가불필요한실패를경험하지않도록보호할수있다(참고문헌24,25,26,27).아이스스로가어른과같은방법으로자신의용무를처리하겠다는결정을내릴때까지기다려주는것이올바른것도바로이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