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15.00
Description
고 최인호 작가 여섯 번째 유고집
가톨릭적 불교주의자, 최인호의 불교 수상집
불교에 관련한 생전의 글들을 새로이 한데 엮은 불교 모음 글

2013년 9월 25일 작가 최인호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빈소에는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과 불교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보낸 화환이 나란히 고인의 영정 옆에 놓여졌다.
1998년 불교출판문화상과 가톨릭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할 만큼 그는 불교와 기독교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글을 통해 자신의 영성을 펼쳐나갔다. 이번에 출간된 책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20년 전, 도서출판 여백에서 한 권의 책이 나왔다. 바로 최인호 작가의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이다. 지금은 절판된 이 수필집은 몇 해 전까지 30만권이 팔릴 정도로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소중한 책이며, 이 책의 진가를 알아 본 독자들에 의해 소리 소문 없이 입소문을 통해 퍼져나간 그야말로 스테디셀러이다.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이 책을 다시 출간하게 되었지만 내용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이 책을 출간하기 전 다른 제목을 염두에 두기도 하였지만, 평소 최인호 작가가 애착을 갖고 마음에 들어 했던 제목이기도 하여 책 제목을 그대로 따르기로 하였다. 이 책은 기존의 책에 실린 내용이 삼분의 일이며, 나머지는 이 책에 실리지 않았던 글들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책은 최인호 작가가 생전에 쓴 불교에 관한 글들이다. 소설 〈길 없는 길〉과 〈할喝〉을 제외하면 불교에 연관된 글들이 이 한 권에 거의 다 실려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저자

최인호

1945년서울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했다.서울고등학교2학년에재학중이던1963년에단편「벽구멍으로」가한국일보신춘문예에가작입선하여문단에데뷔했고,1967년단편「견습환자」가조선일보신춘문예에당선된이후본격적인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작가는1970~80년대한국문학의축복과도같은존재였다.농업과공업,근대와현대가미묘하게교차하는시기의왜곡된삶을조명한그의작품들은작품성과대중성을동시에확보하며청년문학의아이콘으로서한시대를담당했다.
소설집으로『타인의방』,『술꾼』,『개미의탑』,『견습환자』등이있으며,『길없는길』,『도시의사냥꾼』,『잃어버린왕국』,『상도』,『내마음의풍차』,『불새』,『제4의제국』,『낯익은타인들의도시』등의장편소설을발표했다.수필집으로는『어머니는죽지않는다』,『천국에서온편지』,『최인호의인생』등이있다.작고이후유고집『눈물』,1주기추모집『나의딸의딸』,법정스님과의대담집『꽃잎이떨어져도꽃은지지않네』,문학적자서전이자최인호문학의풋풋한향기를맡을수있는아주특별한작품집『나는나를기억한다1,2』,다섯번째유고집『누가천재를죽였는가』가출간되었다.
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가톨릭문학상,불교출판문화상,현대불교문학상,동리문학상등을수상했다.2013년‘아름다운예술인상’대상수상자로선정되었고,은관문화훈장이추서되었다.

목차

|들어가기|

숨어있는부처님
더깊은청산靑山으로
눈쌓인히말라야로가자
불목하니의인정
나는스님이되고싶다
가톨릭적불교주의자
윤회輪廻와업業
경허선사의해탈법문
흙한줌속의비밀
마음의눈
부끄러움의옷
바위의조용한침묵
무진등無盡燈을찾아서
회양懷讓화상의기왓장
육신은상처와같다
세가지깨달음
동산한서洞山寒暑
마지막작별인사
산중인山中人
유아독존唯我獨尊의존재
진리는하나다
남에게입은은혜를기억하라
나의환인향幻人鄕
천진불天眞佛
부처님은집안에있다
일상에서도道를배우다
일곱종류의아내
가면의생生
살아있는물건을주어라
깃발이휘날리는까닭
종교는곧친절이다
바보선사의혼잣말
중생의병이나으면보살도병이낫는다
벼랑끝으로오라

출판사 서평

이책의구성

기존에발간되었던〈나는아직도스님이되고싶다〉의글중에서동일한소제목으로있던부분을‘들어가기’에삽입시킴으로서책의제목도그대로살리고이책의성격도보다분명히하였다.
또한1982년성철스님의부처님오신날법어‘자기를바로봅시다’가담겨있는‘숨어있는부처님(18쪽)’을맨처음으로배치시킨것은이제얼마있으면석가탄신일인이유도있지만,비록오래된법어이지만현대인모두에게여전히인생의유효한지침을줄수있는법구경法句經일정도로진리의세계를명료하게설파하고있을뿐만아니라최인호작가가아직어떠한종교도가지고있지않았던시절,성철스님의이법어로부터위로와평안을느꼈기때문이다.
작가의영혼속에내재해있던원인모를불교에대한친숙함이성철스님의법어와함께잘녹아있다.

절은절마다의풍경을지니고있다.어느산,어느나무,어느돌하나,같은게있으련마는절은이상하게도어느산어느숲을배경으로숨어있어도절만이가진유일한풍경을지니고있다.어느왕권,어느정치,어느권력,어느명예와도떨어진곳에있다는바로그이유하나때문에불교는‘인간’그자체만을볼수있는것이아닐까하는느낌같은것이었다.절에가면마음이맑게씻어진다.어느절이고행락인파가몰리고술취해노래부르는주정꾼이없으리오마는그래도절은대범하게이들을용서한다.그어려운먼길뒤에찾아간절에서도스님은보려야볼수도없다.무엇이부끄러운지숨바꼭질하듯꼬옥꼬옥숨어서기침소리하나내지않는다.‘마음대로보려면보시오’하고절문도활짝열어놓고대웅전도활짝열려있고마당뜨락엔피토하듯붉은꽃들이흐드러져피어나있건만,정작스님들은그넓은절어디엔가꼬옥꼭숨어들어앉아있다.(21-22쪽)

자기를바로봅시다.
부처님은이세상을구원하러오신것이아니요,이세상이본래구원되어있음을가르쳐주려고오셨습니다.이렇듯크나큰진리속에서살고있는우리는참으로행복합니다.(26쪽)

이처럼이책의구성은불교에문외한이었던글들로부터가톨릭에귀의한이후의불교에관련한30년의글들을세월의흐름과함께순차적으로배열했기때문에,독자들은수십년에걸친작가의개인일상사는물론이에따라깊이를더해가는의식의흐름또한함께느낄수있어읽는즐거움을배가시킬수있으리라희망한다.

가톨릭적불교주의자

특히가톨릭신자가불교출판문화상,현대불교문학상을수상할정도로불교에심취할수밖에없었던이유에대해편지형식을빌려쓴‘가톨릭적불교주의자(59쪽)’는작가의피속에석가의가르침이원형질로서면면히흐르고있음을느낄수있는글이다.

2000년동안우리민족의정신을지배하여마침내우리민족의성격을형성시킨불교의정신이야말로우리민족의영혼임을깨달았습니다.제가마침내벼락을맞아하느님으로부터깨닫게된진리와불교의사상은결국너와나,둘이아닌하나의진리임을저는자각하였던것입니다.그런의미에서저는‘가톨릭적불교주의자’이기를원합니다.뿐만아니라,해동海東의우리나라에는부처로부터흘러내려온불의등불이활화산이되어2000년동안아직도활활타오르고있음을느꼈으며,그것을깨달았을때저는진심으로제가이나라에태어난사실에대해서깊은자부심을느낄수있었던것입니다.(65쪽)

그래서작가는‘들어가기’에서‘나는가톨릭신자다.그리고나는여전히불교에심취해있다.왜냐하면내정신의아버지가가톨릭이라면내영혼의어머니는불교이기때문이다.’라고표현하고있는것이아니겠는가.

죽음에관한글이많은이유

작가의이번글중에는이상하게도죽음에관한글들이많다.죽음이나죽음이후의세계보다는도덕을실천하는현실적삶에더관심을가지고있는유교보다는꾸준히불교와기독교에서죽음에관한답을찾으려했음을유추해볼수있다.
작가는죽음에대해‘무진등無盡燈을찾아서(126쪽)’에서이렇게말하고있다.

인간은감기나암이나우울증같은병들이사실죽음이라는불치의병을앓는동안에일어나는합병증에불과하다는것을깨닫지못한다.인간은암으로죽지않는다.인간은죽음이라는병에의해서만죽을뿐이다.(133쪽)

암에걸리기10년전의글이라죽음에관한한초연함이엿보인다.
그러나2008년여름,암진단을받은이후의글들은죽음에관한막연한공포나두려움혹은제3자로서의해탈적머릿속글들이아니라실제암에걸린환자로서매순간느끼는죽음에관한절절한이야기들이다.그래서더욱감동적이다.
‘바보선사의혼잣말(308쪽)’은죽음앞에서불면의밤을보내며하루하루약해지는자신의처지를당나라때의바보선사사언師彦의일화에비유해또다른진짜의최인호에게혼잣말을걸며스스로를위로하며달래는내용이다.천지미분전天地未分前,부모미생전父母未生前에이미존재하고있는‘참나〔眞我〕’에관한불교적인식은이미‘회양懷讓화상과기왓장(137쪽)’이나‘가면의생生(274쪽)‘에서도엿볼수있지만그와는달리이대목은혼잣말하는모습이영상적으로그려져진한처연함을느끼게한다.

요즘엔혼잣말이부쩍더늘었다.
나는다정스럽게내이름을불러본다.
“인호야.”
소리내어나는대답한다.
“왜불러.”
“나와노올자.”
“그으래.”
나와나는요즘어깨동무를하고날마다함께산에간다.
나는내친구가너무좋다.우리의우정은천지가갈라지기전부터시작되었으며
부모가태어나기전부터있어왔고죽음도우리의우정을갈라놓지는못할것이다.
나는씨동무인나를사랑한다.(316쪽)

또‘중생의병이나으면보살도병이낫는다(317쪽)’는‘죽음에이르는병’이생기게되는근본원인을관조하는글로서,작가는자신의병이중생들의고통과함께하기위한것이었음을유마힐維摩詰의답변을통해깊이깨닫고있음을보여준다.

일체중생모두가병이들어나도병이들었습니다.만약모든중생들에게서병이없어진다면내병도없어질것입니다.마땅히보살은중생을위해생사生死에들어가는것이요,생사가있으면병도있게마련이니,중생이병에서벗어날수있다면보살도병이없을것입니다.어떤장자에게외아들이있다고칩시다.그러면그아들이병들면그부모도병들고,아들의병이나으면부모의병도낫는것이당연하지않겠습니까.같은이치입니다.중생이병을앓으면보살도병을앓고,중생의병이나으면보살도병이낫습니다.(321-322쪽)

‘왜내가암에걸려야하는가’라는원망적물음에대한불교적답변이라고할수있다.
이책의마지막‘벼랑끝으로오라(327쪽)‘역시암투병중에쓴글로작가는불경과성경의구절을함께인용하며이렇게끝을맺는다.이는독백일수도있으며,독자들에게던지는위로와희망일수도있다.

과거를걱정하지마십시오.
그리고내일을두려워하지마십시오.(331쪽)

우리의곁을떠나기전,작가는한인터뷰에서자신의죽음에대해한가지소원을밝히고있다.
"소원이있다면환자로죽지않겠다.나는작가로죽겠다.원고지위에서만년필로한마디쓰다가죽었으면좋겠다."

6번째유고집

‘나는스님이되고싶다(53쪽)’를비롯해이책에실린글들은때로는경허스님의시구를빌려불교인들이더깊은청산으로들어가라고외치고,때로는불목하니의작은인정에감동을받아불교의자비심을접하고,또때로는가정의소소한일상사에서불교의큰뜻을깨닫는내용들로,어느한가지라도놓칠수없는모두주옥같은글들이다.뜻하지않게이책은작가사후6번째유고집이라는타이틀도함께가지게되었다.이책이가진‘업業’이아니겠는가.
아무튼이책은초하初夏의햇살을받으며빛을보았다.아무쪼록독자들로부터많은사랑을받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