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함께한 일주일의 여정 (일평생 사랑을 실천했던 한 사람의 생애가 남긴 아름다운 고백)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한 일주일의 여정 (일평생 사랑을 실천했던 한 사람의 생애가 남긴 아름다운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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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입니다”
최초 공개되는 『거룩한 경청』은 김수환 추기경의 신앙관과 사상, 그리고 인간 존재에 관한 근원적 문제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드러낸 감동적인 내면의 기록이다

“하느님의 백성은 위안을 필요로 한다. 정말 위안 받기를 원한다. 오늘날 교회는 마치 야전병원처럼 보인다. 위로가 필요한 상처들이 너무나 많다. 제발 성직자가 아닌 사목자가 되어 달라. 하느님 백성을 위로해주는 진정한 사목자가 돼 달라.”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연일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우리 사회에 신선한 감동과 희망을 불어넣었다. 방한 기간 내내 큰 차와 화려한 숙소를 사양하고 경차를 타며 공식 일정을 소화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과 꽃동네 장애인, 위안부 할머니 등 우리 사회의 약자와 힘없는 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나섰다. 그런 그가 이 땅의 성직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부드러움 가운데 서릿발 같은 질책을 담고 있었다. 성직자는 ‘섬김 받는 자가 아닌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교황의 메시지는 비단 성직자뿐만이 아니라 사회 지도층을 비롯해 물질만능주의에 젖은 우리 사회를 향해 ‘인간다움’의 회복을 희구하는 간절한 호소로 들린다. ‘갑’의 횡포가 판치는 시대, 이제는 ‘웰빙’이 아닌 ‘생존’이 화두가 되어버린 이 시대, 교황이 보여준 ‘낮은 곳으로 임하는’ 리더십이 여전히 우리 마음에 그 진한 여운을 남기고 있는 이유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이 땅엔 프란치스코 교황과 놀랍도록 똑같은 메시지를 때로는 따스하고 온화한 미소로, 때로는 단호하고 올곧은 목소리로 역설하던 한 성직자가 있었다. 김수환 추기경이 바로 그다. 주위 사람들에게 늘 버릇처럼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고 말하던 ‘아름다운 바보’ 김수환. 이 책은 그가 1999년 5월 7일부터 14일까지, 의정부에서 열린 한국 천주교 사제들의 연례 피정에 참석하여 일주일 동안 그들과 함께하며 행한 열두 번의 강연을 글로 옮긴 것이다.
저자

김수환

1922년대구에서태어나1951년사제품을받았다.안동천주교회주임(1951),김천성의중고등학교장(1955),주간가톨릭시보사사장(1964)을거쳐1966년44세때마산교구장으로임명됐으며,1968년제12대서울대교구장으로임명되면서대주교가되었다.1969년교황바오로6세에의해한국최초의추기경이되었다.1998년서울대교구장에서물러나2009년2월16일87세를일기로선종했다.
‘교회는가난한이들의눈물을닦아주어야한다’는믿음으로평생가난하고소외된이들을위해살아온추기경은‘너희와모든이를위하여’라는자신의사목표어처럼‘세상속의교회’를지향하며,현대사의중요한고비마다종교인의양심으로바른길을제시해왔다.한국사회의정신적지도자이자사상가,실천가로여전히우리마음속에남아있다.

목차

〈첫째날〉
이순간도하느님은우리를사랑하십니다
첫째날오전하느님과우리가마주앉아있다는것,기도
-하느님의뜻을받아들이는것이기도입니다
-기도는하느님의음성을들을때까지기다리는것입니다

첫째날오후우리인간을,우리를그리고나를위해서
-사랑은하느님과우리관계의가장근본입니다
-창조자체가하느님사랑의표현입니다
-우리인간만이그분을찬미할줄압니다
-나와우리를위해만물을지으셨습니다

〈둘째날〉
우리마음의문밖에서문을두드리다
둘째날오전누가우리를이렇게사랑합니까
-내가태어나기전부터나를사랑하셨습니다
-그분없이우리는존재할수없습니다|나의모든것을알고계십니다
-누가이렇게우리를사랑합니까

둘째날오후손바닥에내이름을새기다
-우리가아는지식의총체는한방울의물에불과합니다
-나보다더내가까이에계십니다
-하느님의사랑을마셔야다른사람을사랑할수있습니다
-믿음은하느님의사랑에완전투항하는용기입니다

〈셋째날〉
하느님께서먼저인간을찾아나서다
셋째날오전내안에늘계시거늘
-이미오래전부터내안에계셨습니다
-강함을부끄럽게하려고이세상의약함을선택하셨습니다
-믿음은아무말없이하느님의명령을따르는것입니다
-그래도불평하는이스라엘백성을구원하셨습니다

셋째날오후계약을맺다
-벌은당신의자비와사랑을깨닫게하기위한것입니다
-당신은인간에대한변함없는사랑이십니다
-예수님은하느님사랑의육화입니다

〈넷째날〉
당신과같이만들기위해서
넷째날오전인간이존엄한이유
-당신자신보다더소중한외아들을주셨습니다
-당신께서사랑하시기에모든인간은참으로존엄합니다
-십자가에서죽기까지우리를사랑하십니다

넷째날오후길잃은나를찾아나서다
-당신은거듭죄인을찾으시고용서해주십니다
-하느님의용서에는한도가없습니다

〈다섯째날〉
십자가에몸소오르다
다섯째날오전우리에게십자가는거룩한사랑의증거입니다
사람과세상을변화시킬수있는것은사랑뿐입니다
희생과한없는겸손과자비로우리를구원하셨습니다

다섯째날오후십자가는사랑과믿음그리고희망을갖게합니다
당신의손과발에못박는사람들을위해기도하셨습니다
주님을따르고자하면십자가를져야합니다

〈여섯째날〉
나를업고걸어가시다
여섯째날오전있는그대로의자기자신을받아들이십시오
고통은새로운세계를열어주는문입니다
고통은하느님께서같이있다는신호일지모릅니다

여섯째날오후지금우리와함께계시다
부활은우리그리스도인들의믿음의근본입니다
부활하신예수님께서는구원과생명의주님입니다
세상끝날까지여기살아계십니다

〈일곱째날〉
김수환추기경의영성
-끝까지지켜야할가치,사랑
-너희와모든이를위하여
-실천하는사랑
-공동선에의참여
-좌도우도아닌사랑
-인간,인간,인간…
-이시대우리의벗
-박학한무지의영성

글을엮고나서김수환추기경을추모하며

김수환추기경,그의생애

출판사 서평

■김수환추기경과함께한일주일동안의영성여행
“격동과불면의시간속에피어난특별한영성”

김수환추기경이일주일동안한곳에머물며12회에이르는1인릴레이강연을펼친것은매우드문일이었기에이일주일의강연은대한민국천주교사에‘사건’으로기억될만한일이었다.공교롭게도1999년은추기경으로임명된지30주년을맞는해였고,이때를즈음하여김수환추기경은후배사제들에게자신이깨달은바를남김없이전해주고싶었는지도모른다.그래서였을까,한권의책으로묶인김수환추기경의12회에걸친강연기록들은토씨하나버릴것이없을만큼맑디맑은영성으로가득하다.

김수환추기경이지나온사제로서의길은대한민국격랑의근현대사와맥을같이한다.일제강점기와2차세계대전의소용돌이속에신학을공부하고한국전쟁이한창인때에사제서품을받았던그는이후에도군부독재의강압과탄압을맨몸으로맞서야했던불행한(?)사제였다.지난수십년동안불면에시달려왔다는말년의고백을통해우리는김수환추기경이시대의아픔을한시도잊은적없는이시대의어른이었음을새삼되새기게되었다.종교와종파를막론하고수많은사람의존경을한몸에받을수있었던것역시시대의현실을외면한종교적이상이란있을수없다는스스로의신앙관을몸소실천했기때문이었다.『거룩한경청』에담긴김수환추기경의강연은모든것을신의섭리에맡기면서도땅을딛고살아가는한인간으로서의고뇌가잉태한산물이다.때문에이강연들은비단가톨릭신자들에게만국한된것이아니라,올곧은삶을살고자하는모든이들을위한지침이된다.특히‘나’라는존재에담긴의미와고통의이유에대해서밝힌부분은삶의의미를잃어버린많은이들에게위로를건넨다.1979년,이미그는‘나의기도’에서신으로부터받은자신의소명이무엇인지분명히밝히고있다.

주여당신이보고싶습니다.
당신과만나고싶습니다.
당신과함께살고싶습니다.

목숨다하는그날까지
당신과함께영원을
향하여걷고싶습니다.

형제들을위한봉사속에
형제들을위한가난속에
그들과함께모든것을나누면서

사랑으로몸과마음
다바치고싶습니다.

-김수환,‘나의기도’중에서

김수환추기경의『거룩한경청』은사랑,그리고고통과죽음에관한이야기다.

■사랑:우리가존재하는이유

김수환추기경은첫째날오후의강연(「우리인간을,우리를그리고나를위하여」)에서이렇게이야기한다.

“창세기에는하느님께서엿새동안세상을창조하셨다고서술하고있습니다.여기서엿새를곧이곧대로해석하는이는우리중에아무도없으리라생각합니다.”

김수환추기경의이말은그리스도교인들이성경을있는그대로받아들일것이라는세간의편견을뒤집는다.특히나김수환추기경이여기에서언급하는‘우리’란바로현직에서신자들을이끌고있는사제들이다.그만큼김수환추기경의신앙관이열려있었음을알수있는대목이다.
이어서김수환추기경은우주탄생에관한빅뱅설과150억년에서200억년에이르는우주의역사,그리고우주와밤하늘을수놓은수천억개의별에대해서이야기하며,우리가아는한이무한한우주속에서땅과바다가나뉘어있고생명이존재하는별은지구뿐임을말한다.그러면서우주라는무한한공간과200억년에이르는광대한시간이지구라는조그마한별과의식을지닌인간이라는존재를만들어내는데필요한과정이었음을밝힌다.

김수환추기경은둘째날오전의강연(「누가우리를이렇게사랑합니까」)에서우리의존재이유에대해서이렇게설명한다.

우리는부모의몸을빌려태어났지만,‘나’라는존재는이땅에태어나기이전부터하느님에의해선택되었다.부모는단지자식을갖겠다는생각으로생명을잉태하지만,‘나’라는존재를구체적으로인식하지는않는다.이땅에태어나기전부터하느님이‘나’를알고있었기에‘나’가존재할수있는것이다.조각가가작품을만들기전에머릿속에구상을하는것처럼하느님의창조계획속에이미우리가존재했기에지금의‘나’가존재하는것이다...
하느님이‘나’를알고선택한이유가무엇일까?그것은바로사랑이다.지구상의50억이넘는인간들중에어느한사람고유하지않은존재가없으며,하느님은그한사람한사람을기억하고고유하게사랑하신다는것이다.이처럼‘나’라는존재는하느님의사랑에서비롯되었고,엄청난계획과준비속에이세상에왔다.그러니어떻게존귀하지않은사람이있을수있겠는가.

■고통과죽음:새로운세계로향하는문

둘째날부터다섯째날까지기도와믿음의참된의미,인간을향한하느님의사랑에대해서이야기한김수환추기경은여섯째날에이르러‘왜우리에게는고통이찾아오며고통에담긴의미는무엇인가?’라는주제로강연을연다.이강연을위해김수환추기경은아웅산테러에남편을잃은미망인,교도소의사형수들,사고로자식을잃은부모,병중의환자등의사례를들며참으로견디기힘든그고통속에담긴하느님의섭리를이야기한다.아마도김수환추기경이생존해계셨다면세월호참사로인한유가족들에게도같은말씀을하셨을것이다.

고통과슬픔을겪은이들은하나같이‘왜?’라는질문을던진다.하느님을믿는이라고해서고통을피할수는없다.그럴때그들은‘하느님,왜나에게?’라며절규한다.하지만강론중에든사례에서처럼그들은고통과슬픔으로인해하느님을등지는것이아니라오히려더욱깊은신앙세계로발을들이고,삶의깊은곳을들여다보는체험을한다.그리고고통속에서자기바로곁에계시는하느님의현존을더욱절실히느끼게된다.고통이후의삶이기쁨과행복으로이어지는것은아니다.하지만그들은고통을통해자기존재의이유와삶의의미를깊이깨닫고감사할줄알게되었다.고통을통해우리는새롭게눈을뜨고이전에는깨닫지못한진리와마주하게된다.소위말하는‘고통의신비’를체험하게되는것이다.신앙은결국‘나’로부터의긴여정이라고할수있다.

■일평생사랑을실천했던한사람의생애가남긴마지막고백

2006년겨울,이책을엮은우광호기자는김수환추기경과동행할기회가있었다.그때추기경이물었다.“매주미사꼬박꼬박나오고봉사활동열심히하고이웃을도우면은총받을까요?”우광호기자는“당연히은총받겠죠.”라고답했다.그러자이어진추기경의말.

“그게아닙니다.이미은총받아서주일미사에나올수있고,은총받아서이웃을도울수있는겁니다.”

『거룩한경청』은신앙인뿐만아니라우리모두의가슴을울리는금언들로가득하다.일평생사랑을실천하고자했던이시대의어른이자우리의벗인김수환추기경!일주일동안그와함께한영성여행이더욱소중하게다가오는것은그것이바로그가우리에게남긴마지막유언이자고백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