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큰 키 (한상순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 (한상순 동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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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틈’은 연결이 엉성허거나 불완전한 형태의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는 작은 틈조차 존재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물샐 틈 없이’ 견고하고 완전한 것을 좋아한다.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를, 혹은 ‘모여 있는 사람이 속’을 우리는 틈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틈은 방어적이고 안전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에게 틈은 그 존재 유무에 따라 불완전한 형태 혹은 안전한 형태로 여겨지지만, 틈이 없는 것이 좋다고 여긴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틈’은 존재한다. 한상순의 시집 『세상에서 제일 큰 키』에는 ‘틈’의 존재와 ‘틈’ 안의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저자

한상순

전라북도임실에서태어났으며1999년자유문학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황금펜아동문학상과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한국아동문학상을수상했으며,대산문화재단창작기금과아르코창작기금을받았다.
지은책으로는동시집『예쁜이름표하나』,『갖고싶은비밀번호』,『뻥튀기는속상해』,『병원에온비둘기』,『딱따구리학교』등과그림동화『호랑이를물리친재투성이재덕이』,『오리가족이사가는날』이있다.초등국어교과서에동시「기계를더믿어요」가실려있다.

목차

시인의말

1부고래가사는집
울엄마이영심
숙제는싫어
단골
눈에밟히다
그럼좋겠다
고래가사는집
왕할머니
시골집에사는바람
눈어둔할머니
안부
와아,누나가일어났다
혼자두면
윗물때문에
자석

2부봄은마중가야온다
힘센봄
지렁이의일생
뿌리의입
누에씨
봄은마중가야온다
저걸어쩌지?
낮달
돌뿌리
마침표가자란다
기다림
고집불통
장대비
겨울담쟁이
태풍의눈
미세먼지
진눈깨비
3월
햇살과바람이또잘한일

3부틈새정신
틈새정신
오늘은엄마날
걱정없어
둥둥당당둥둥당당
감자눈에빠지다
도깨비바늘
두대문이만난다면
겨울도둑
그러는게아니었어
축구공이뿔났다
태풍
손이한생각
알!아~알!

4부나하곤달라
나하곤달라
꿀벌의고민
소문
주인이바뀌었다
해님도어쩌지못한일
어떻게참았을까
뭐라부를까?
탱자나무울타리가사라졌다
새일꾼
누가맞아?
꿀벌의전기문
거짓말은못하겠다

5부분꽃씨를받는이유
비둘기시위
어떤참매미의일생
부끄럼타는별
감자도시락
선물
전세
분꽃씨를받는이유
참말좋겠다
돌돌
좁쌀눈
서울에온소나무
운주사와불님

출판사 서평

봐라!

오늘아침저틈새
큰일을해냈다.

노란민들레
노란씀바귀

저꽃피우느라
제몸더갈라져아팠을
틈새.

햇볕한줌
빗물한모금

절대
허투루쓰지않아
틈새는.
-「틈새정신」전문

틈은‘잘보이지않는다.’,‘비좁다’는속성을가지고있다.문틈,바위틈등온갖틈은비좁다.그리고그리소중하게여기지않는경향이있다.그리고틈을만드는주체도있다.처음에는‘틈’을찾아볼수없지만‘제몸갈라’져서라도틈새를만들고‘노란민들레’,‘노란씀바귀’를틈새로밀어내고있다.‘틈’이제몸을갈라서틈을만들고그틈새로노란민들레,노란씀바귀를밀어낸것이다.햇볕한줌,물한줌으로.보이지않는,아무도관심두지않는틈새의고통과경이로움을시인은지켜봤다.‘절대/허투루쓰지않’는‘틈새’의세계를지켜보면서세상의이치를,자연의이치를,틈새의존재를느끼고말하고있다.


시골집
텅빈집에사는바람은

꼭닫힌창문틈으로
송홧가루를나른다
아카시아향기를
한움큼
안방까지들여다놓는다
계절이바뀔때마다피었다지는
꽃향기도모두
방안으로날라다놓는다.

어쩌다한번시골집에가서
달칵,방문을열면

온갖향기가뒤섞여
먼지발로뛰어나온다.
-「시골집에사는바람」전문

그런데‘틈’은아주오래전,어디에서든존재했다.‘창문틈’으로‘텅빈집에사는바람은’누가보거나,관심을두거나개의치않고‘송홧가루’며‘아카시아향기’며‘온각향기’를‘계절이바뀔때마다’모두‘방안으로날라다놓’는다.그래서시골집은늘‘온갖향기가뒤섞여/먼지발로뛰어’다닌다.시골집이바람에게작음틈을내어주어서인지,작은틈으로바람이비집고들어서서그런것인지는모르겠지만,분명한것은‘닫힌창문틈’으로이루어진일들이다.
틈은아주오래전부터존재했던것이다.아귀가꽉맞물려있던창문도,닫혀서존재하지않을것같던창문도‘틈’은존재했던것이다.우리가인식하지못했고,사고의여유가없어서일것이다.

꿀벌한마리
아파트방충망에붙어
베란다화분
치자꽃들여다보다

‘저길어떻게들어가지?’

엉덩일
들었다놨다들었다놨다

‘어떻게꿀을따지?’

군침을
꼴깍꼴깍.
-「꿀벌의고민」전문

때때로우리는비록작은틈조차존재할것이라믿고있지않던‘틈’이라도‘들여다보’고‘군침을/꼴깍꼴깍’흘리기도한다.방충망사이를두고꿀벌의절박함이보인다.비록자연이아닌아파트베란다지만꿀벌에게는좋은자연이다.그순간만큼은.다만인위적틈이안쓰러울뿐이다.꿀벌의‘엉덩일/들었다놨다들었다놨다’하는기세가방충망틈과한바탕전쟁이라도불사할각오다.

스물두번째까진그래도괜찮았어.
삼촌이스물세번째취직시험에떨어진날
왕할머닌펑펑우셨지.
그러던왕할머니가어젯밤,
“하아,내가왜요생각을못했나.”
무릎을탁치셨어.
“순영아,니약사증따논거있제?그거니오빠줘라.”
퇴근한약국고모한테그러는거야.
“할머니,그건주는게아니야,”
“할머니,그건받는게아니야.”
고모랑삼촌이아무리말해도소용없어.
“그거니오빠주고니는또따믄될거아녀!니오빤디그걸못햐?”
“할머니,그건.....”
고모가몇마디더하려는데
“남매간에우애가그럼못쓰는겨!”
철썩!
고모등짝으로날아온왕할머니손바닥.
-「왕할머니」전문

그런데우리가인식하고느낄수있는‘틈’외에잘보이지않고인식되기도어려운‘틈’이많다.청년실업이란말로대변되는취업난,우리주위에수수히많다.우리사회의취업난역시‘틈’의간격이,모습이너무커보이고도저히메워질수없기때문인지도모른다.그래서‘왕할머니’는‘고모’의‘약사증’을삼촌에게주라한다.삼촌이‘그것은주는것도받는것도아니’라고하지만왕할머니는막무가내다.이런상황은시에서왕할머니의우스운해프닝으로그려지지만,이는우리인간사회에존재하는인간의틈을드러내고있다고할수있다.

갯벌구멍숭숭숭
그위를걸으면
바지락바지락.

갯벌바닥닥-닥
호미로긁으면
바지락바지락.

자루속바지락
뻘배타고나갈때도
바지락바지락.

누가뭐래도
거짓말은못하겠다
바지락.

-「거짓말은못하겠다」전문

시인은우리주위의틈을관찰하면서‘틈’의존재를느끼고‘틈’의세계를인식하고확장하고있다.하지만자칫그확장성이커지면‘미화혹은포장’이되거나시인의인식을시를통해강요하는결과를낳게된다.그런데시인은‘바지락바지락’바지락이자신의존재에대해‘거짓말’을못하는것처럼‘틈’의존재와세계를있는그대로보여주고있어좋다.작은것도크게볼수있고보이지않는틈조차관심을두고있는시인의세계는우리에게작은위안,틈을주는건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