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못한일들로넘어지고아픈것,그런게인생
난그냥이렇게남들과다르게주근깨가득,주름가득으로살아봐야지.
좋은걸누리고살았으니페이백해야하잖아.
편안하면서도생명력이느껴지는글을읽으면햇빛과바람같은주근깨를그대로달고사는저자의얼굴이떠오른다.주름‘자글’해지도록환하게웃는얼굴처럼오지영의글은조용하지만울림이강하다.부끄러울만큼솔직한고백은더없이매력적이다.
싱가포르에사는저자가한국에들어와만났던날,그녀에게선설명하기어려운‘대지’의기운이느껴졌다.기름진갈색땅에맨발로당당히서있는한여인의모습이그려졌다.그녀가공유해온사진들,인스타그램에짧게올린글귀에서도그모습이읽혔다.뿌리가깊은생명의에너지와차돌처럼단단한엄마의사랑.엄마와아내로사는오지영은따듯하고강한햇빛한가운데당당하고자유롭게서있는모습이었다.
그리고처음그녀의글이도착하던날,글을읽으며나도모르게울고있었다.예측못한일들로넘어지고아픈것,그런게인생이라고,비워내고다시채우며사는게인생이니온전히나의속도로살면된다고저자는자기의경험을통해알려주었다.슬픔으로가라앉는기분이아닌마음이치유되는기분.그녀의글은위로의힘을지니고있었다.
어쩌면나보다더상처받았을그대와나보다더인생의기쁨을맛보는그대를두손벌려안아주고싶다.
그녀의바람대로,누군가의심장에다가가꽃이되는글,마음의상처가치유되는글을저자는오래오래써내려가며천천히오랫동안출판사로보내왔다.
사랑에관한쉽고도깊은설명
내가알던남자들은질투가많았다.사랑하지만서로를가질수없는존재라는걸잊어버리곤상대방의기억마저도소유하고싶은마음에서모든것이삐걱거리기시작했다.그렇게몇번의사랑에실패하고나서는서로의존재를인정해줘야비로소편하게사랑할수있다는것을아는조금더성숙한사람을만나고싶었다.
그리고지금의그를만났다.여러사랑에실패하고이젠누군가와진정한사랑을하고싶다고마음먹었을때,그때서야그가보였다.
사랑은어렵다.아름다운사람을만나횡재한기분을주던시절도지나가면그만이다.온전히사랑한다는건어떤걸까.오지영은그답을가족에서찾았다.자기의옆에서늘‘빵터져’주던프랑스남자보리스.오래오래대화가잘되던그와결혼을하고가정을이루었고그결정을지금까지한번도후회한적이없다.책을읽으면이남자보리스가궁금해진다.여자의질문에이토록센스있는대답을하는남자라니,여자의과거를이렇게시큰둥하게넘겨버리는남자라니!어렵고고달프던사랑에방점을찍게해준남자,그남자와의사소한다툼도크루아상한입으로지워진다는걸아는지금,저자에게사랑은더이상어려운숙제가아니다.
나는부모님께받은사랑을다시돌려드릴타이밍을맞추지못했기에,내아이들을위해자신의건강을지키며사는일에소홀하지말아야한다는결심을굳게한다.
온전하고온유하며강한‘엄마’라는이름도오지영을지탱하는사랑의한축이다.이제는없는엄마지만그기억만으로도매순간그에게힘을주는원천이고,“엄마”라고그를부르는두아이의목소리는삶의또다른에너지다.시간이유한하다는것을저자는경험을통해알고있다.지금이순간을소중히느낄줄아는지혜도배웠다.아이들과함께아이스크림을한입배어무는순간잭팟동전소리를듣고,학교에서돌아오는아이들의모습이얼마나찬란한순간인지아는것.순간순간의행복을만끽하는삶은,아픔을통해터득한지혜다.
싱가포르,제주도,안티파로스…
섬에사는줄리네
오지영가족은싱가포르에살며가끔제주도와그리스안티파로스섬을오간다.제주도는한국에대한그리움으로오는곳이고안티파로스는프랑스인남편이어릴적부터휴가를보내던곳이다.저자가머무는세곳모두바다가가까운섬이다.
오지영의삶에는섬사람다운면모가있다.자연을가까이하고아날로그적인삶을산다.그렇게달고살던술과담배,고기와커피를끊었다.비가오면비를맞고걸어서장을보러시장에간다.천연이스트를직접배양해매일빵을굽는다.각종허브와야채를키워풍성하게식탁을차린다.바람을맞으며요가를한다.
이런작은일들이요즘나의삶을바꾸기시작한다.아날로그적인삶으로다가갈수록잃어버렸던감수성이다시다가오는느낌이다.작은물건하나에감사하고감동하고,직접해먹고씻고다시사용하며물건에대한정감이쌓이기도한다.조금은번거롭고불편할거라생각한일들이하나둘씩나에게기쁨을주기시작한다.
유한한삶을어떻게꾸려갈것인가,이지구에서어떻게함께살아갈것인가에대한질문과답을생각하며살기에가능한일이었다.오랜습관에서벗어나무엇인가로부터자유로워지는기쁨을누리며,그전에는없으면못살겠다고느껴지는것들에서훌훌벗고나아가는일.마흔이넘어서하나씩깨우쳐가고있는저자의지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