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고어리석어도
나에게성공이란‘인정받는광고인’이되는것인가여러차례자문해보았지만그때마다내속에선그렇지않다는대답이흘러나왔다.마음이시키지않는일을계속하며살수는없었다.그래서두렵지만다른길을택했다.부부가둘다회사를그만두고놀면서한옥이나고치고있는모습이사람들에게무모하고어리석게비칠까봐겁이났고그건지금도마찬가지다.
- ‘SMART’를끄고‘BESTUPID’중에서
타인의기준에맞춰‘합리적인선택’을한다는건어느정도의포기와타협을의미한다.합리적으로살것인가,실제로어리석고무모한선택일지라도마음가는대로의모험을택할것인가.20년넘게카피라이터로살며남을위한글을써오던편성준저자는어느날돌연회사에사표를쓴다.다니던광고프로덕션에서자존감이심하게상하는일을겪고는‘이제는회사를그만둘때가되었음을직감’한것이다.갚아야할빚과고정생활비를생각하면참고꾸역꾸역다니는게옳겠지만아무리생각해도그건저자가꿈꾸는삶이나가치관과는거리가멀었다.카피라이터로서의경력을접고‘내가쓰고싶은글’을쓰며살고싶은마음도간절했다.우연처럼비슷한시기에출판사를다니던그의아내역시회사를그만두었다.대형출판사를그만둔뒤직접출판기획을준비하던중이어서아내도별다른수입이없는상황이었다.
자본주의는‘그만하면충분하다’고말하는법이없다
편성준저자는사회생활을시작할때부터카피라이터로일했다.광고는어렵고복잡한이야기를쉽고흥미롭게표현해서소비자들에게전달하는게관건인데결과물을보면쉬워보여도막상과정은늘어렵고막막했다고한다.성격상일을맡으면거기서벗어나지못하고하루종일매달려노심초사하는편이어서다른개인적인일엔소홀할수밖에없고저녁에초주검이되어귀가하면날카로워진신경을다스리느라혼자라도술을마시고잠드는생활의연속이었다.늘새로운아이디어를찾아야하는스트레스,촉박한스케줄,의도대로나오지않는결과물등괴로운일이많았고자존감또한잃어가고있었다.이대로회사를계속다니면불행할것같았다.
“역사학자유발하라리가지적한대로자본주의는‘그만하면충분히벌었으니이제그만하라’라고말하는법이없다.”?‘내가회사를그만두는이유’중에서
저자는‘한쪽문이닫히면다른쪽문이열리는법’이라는말을믿어보기로했다.‘손에쥔공을놓아야더큰공을잡을수있다’는말도떠올렸다.
“쉰다는것과논다는것은다른얘기다”
<부부가둘다놀고있습니다>는부부의퇴사로시작된이야기지만긴긴인생을즐겁게,‘쉬지않고노는것’에관한글이다.저자는“쉰다는것과논다는것은다른얘기’라고말한다.그동안은남들이원하는것들을하고살아왔으니이제부터라도스스로원하는것들을하며살아보려는마음이다.그동안벌던돈의반도못벌게뻔하지만거기서벗어나지못하면그게바로‘돈의노예’가되는것.부부는‘지금당장힘들더라도견뎌야하지않겠는가’라고의기투합을한것이다.
삶의일정부분을포기하고방향전환을했다.좋은가방,좋은오디오,고급자동차등눈에보이는귀중품들을소장목록에서지웠다.그대신계속해서재미있는일을만들고찾아보자고다짐했다.
“이것은‘정신승리’가아니다.다만이렇게살아도된다는것을보여주고싶을뿐이다.”?프롤로그중에서
“많이벌생각보다는많이놀생각”
“사람을개운하게하는그의유머감각도좋아하지만최고는앞뒤가똑같은번호도아닌데그의글과삶도앞뒤가똑같다는것이다.고수들이득시글한심리치유의영역에서‘잘산다’는것의모범사례가될만하다.”?이명수
심리기획자이자작가인이명수씨가추천의글에서밝혔듯저자는글과삶의앞뒤가같다.글에서처럼엉뚱한유머와온화함이읽힌다.바쁘지않게,안달하지않으며살고자하는의지가그의글에도,삶에도자연스럽게배어난다.자본주의의최정점이자가장치열한필드라고하는광고현장에서그렇게오래일을했었다는게믿기지않는다.첫에세이임에도저자의모습이나글에서는‘전업작가’의포스가나온다.다소늦게,그는자신에게걸맞는옷을입은것이다.이책은편성준저자가회사를그만두고얼마나진지하고색다르게일상의의미를찾고있는지에대한기록이며동시에월급을받거나사업을벌이지않고도어떻게굶어죽지않을수있는지에대한이야기이다.
‘놀고있는’그의생활속에선카피라이터특유의기획력과감각이빛난다.퇴사직후엔‘제주도한달살기’를실행하며혼자글을쓰기시작했고토요일에모여한국소설을읽는독서모임‘독하다토요일’을기획해운영중이다.기획단행본의취재를맡아아내와전국을돌기도하고‘공처가의삶’이나한옥고치는스토리를담아다양한플랫폼에글을올리기도한다.직장에다니는사람들보다오히려더바쁠때도많지만전처럼힘들지는않다.하고싶은일을하며살기에돈은적게벌더라도보람이있다.많이벌생각보다는많이놀생각을하기에이들부부는지금도깔깔거리며살수있다고한다.돈벌이에대한고민은여전한채로,특유의유머를잃지않으며,이상한낙관주의를품고,그는늘새롭고즐거운일들을찾아나선다.
“별빛은옆으로쳐다볼때더많이보인다”
저자부부는누구나꿈꾸는‘소확행’을‘언젠가’가아닌지금바로실천하고자한다.불확실한미래의행복을위해현재를희생시키는짓은이제그만하자고마음먹었다.허구한날남의회사걱정을하며살던삶에서벗어나매일아침일찍일어나책을읽고진짜쓰고싶었던글을쓴다.글이바로돈이되지는않지만그래도과감히‘옆길로새어보는삶’을택한것이다.앞으로만질주하지말고“곁눈질도하라”는메시지를,유머와진지함을곁들여독자들에게전하고싶은것이다.
좋아하는영화중알렉산더페인의<사이드웨이>라는작품이있다.결혼식을앞두고와인여행을떠난두친구가‘옆길’로새어보고나니비로소자신이원했던게뭔지알게된다는내용이다.가끔이영화를떠올리면서어쩌면그들이갔던옆길이나의길이될지도모르겠다는생각을했다.밤하늘의별빛은똑바로쳐다보는것보다옆으로쳐다볼때더많이보인다고하지않는가??에필로그,미루지말고지금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