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천사들 (카프카, 벤야민, 숄렘에게 전통과 모더니티는 무엇이었나)

필요한 천사들 (카프카, 벤야민, 숄렘에게 전통과 모더니티는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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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프란츠 카프카, 발터 벤야민, 게르숌 숄렘-하나의 이름만으로도 쉽게 가늠되지 않는 깊이를 지닌, 이 세 사람의 이름이 “삼각형처럼” 함께 놓인 제목의 책이 나왔다는 사실. 『필요한 천사들: 카프카, 벤야민, 숄렘에게 전통과 모더니티는 무엇이었나』는 굳이 요약하자면, “파국을 맞은 세계에 내던져진 20세기의 세 유대인 지성이 ‘진리’와 ‘계시’, ‘전통’을 어떻게 이해했는가”라는 물음 속으로 걸어 들어가 예리한 촉각으로 단서들을 모아 답을 찾아가는 드라마틱한 에세이의 연쇄이다.

전통을 산산조각 내며 폭주하던 모더니티(근대)가 만든 “파국”-실은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이 세 사람의 유대인 지성을 각기 전통과 모더니티의 한계 영역에 위치하게 했고, 이들 각자가 문학적 수단을 통해 모더니티의 딜레마들을 생애에 걸쳐 탐색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러나 카프카, 벤야민, 숄렘이라는 각각의 깊은 골짜기 안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들 세 사람의 상호 접합이 보여 주는 인식의 새로운 차원에 이르러 본 적은 없다. 30년 전에 나온 ‘명저’의 한국어 번역이-이 번역본에 ‘보론’으로 실린 문학 평론가 조효원의 「두 명의 독일인과 세 명의 유대인─바람과 역설과 아브라함에 대하여」와 함께-아직은 20세기의 빼어난 문학적-철학적 성취들의 저변에 흐르는 유대 정신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에게 인식의 새로운 자양이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

로버트올터

1935년뉴욕주올버니의유대인노동계급가정에서태어났다.컬럼비아대학에서영문학을전공했고,하버드대학에서비교문학으로석사와박사학위를취득했다.1967년부터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에서가르쳤으며현재는같은대학히브리및비교문학과명예교수로있다.주된연구분야는18세기이래유럽및미국문학과현대히브리어문학이며,『불한당의진보:피카레스크소설연구Rogue’sProgress:StudiesinthePicaresqueNovel』(1965),『사랑을위한사자:비판적스탕달전기ALionforLove:ACriticalBiographyofStendhal』(1979),『픽션의동기들MotivesforFiction』(1984),『히브리어산문의발명:현대픽션과언어혁명TheInventionofHebrewProse:ModernFictionandtheLanguageRevolution』(1988),『이데올로기시대읽기의쾌락PleasuresofReadinginanIdeologicalAge』(1990),『필요한천사들NecessaryAngels:TraditionandModernityinKafka,Benjamin,andScholem』(1991),『상상된도시들:도시경험과소설ImaginedCities:UrbanExperienceandtheNovel』(2005),『철필:미국산문과킹제임스성서PenofIron:AmericanProseandtheKingJamesBible』(2010)등의연구서를펴냈다.다른한편젊은시절부터성서의서사에매력을느껴성서서사의문학적위대함을설명하고자『성서의이야기기술heArtofBiblicalNarrative』(1981)을집필했다.이책에쏟아진열렬한반응과개인적인열정을바탕으로1990년대중반부터본격적으로성서번역에착수했으며,1999년『사무엘』번역출간을시작으로히브리성서(구약성서)낱권번역을발표하다가2018년에는20년이상이어진번역노력의결정체인『히브리성서:번역과주석TheHebrewBible:ATranslationwithCommentary』을완성했다.이어2019년에는성서의양식적특징과성서번역에관한논의를담은『성서번역의기술TheArtofBibleTranslation』을펴내기도했다.미국예술과학학술원,미국철학협회등의회원이고,문학연구비평협회회장을역임했다.또구겐하임펠로를두차례지냈으며,미국문학계에기여한공로를인정받아로버트커시상(2009)과찰스호머해스킨스상(2013)등을수상했다.

목차

서문

1장카프카에관한편지교환

2장히브리어를알지못한다는것

3장텍스트의힘

4장계시와기억

보론두명의독일인과세명의유대인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그럼에도나는지상의필요한천사다,
내가보는것에서그대들이지상을다시보고있기에,

지상의경직되고완고한,인간이짜맞춘설정에서벗어난채로,
그리고내가듣는것에서그대들이지상의비극적인소리를듣고있기에,

불안정한망설임들속에서불안정하게치솟는소리를,
물을뒤집어쓴젖은단어들처럼,절반의의미들이반복되어

말해진의미들처럼.

월리스스티븐스
「농부들에게둘러싸인천사AngelSurroundedbyPaysans」


파국의폭풍앞에선지성의안간힘을떠올리며

『필요한천사들:카프카,벤야민,숄렘에게전통과모더니티는무엇이었나』의표지에는폴고갱(PaulGauguin,1848-1903)이그린〈설교뒤의환상,천사와씨름하는야곱〉(1888)이란그림의일부가담겨있다.(원서와마찬가지로)그것은제목그대로-『구약성서』의「창세기」에나오는-형의분노를피해달아난야곱이황야에서지내다한‘사람’을만나밤새도록씨름하는장면을상상하여그린것이다.그(야곱)가사투를벌였던‘사람’은정말‘천사’였을까,아니면그저꿈속의환상이었을까?

우리는유럽의근대(모더니티)가20세기중반에어떤파국적상황을맞이했는지알고있다.또한이시대의한복판에있었던발터벤야민이란예민한지성을기억한다면,그가애써소장했던파울클레의그림〈새로운천사AngelusNovus〉도떠올릴수있을것이다.벤야민은,눈을크게뜨고입이열려있는채자신이응시하고있는어떤것으로부터금방이라도멀어지려고하고있는것처럼보이는날개를펼친이천사를가리켜‘역사의천사’도이런모습을하고있을것이라고「역사의개념에대하여」에서말했다.그천사는머물고싶어하고,죽은자들을불러일깨우고또산산이부서진것들을모아서이를다시결합시키고싶어하지만천국으로부터불어오는폭풍은그의날개를꼼짝달싹못할정도로세차게불어온다.어쩌면벤야민자신의,그시대지식인의운명을이보다더잘묘사할수있을까(모든지식인들이그러했다는것이아니겠지만)?『필요한천사들』의저자가말한다.이책이고찰의대상으로삼고있는프란츠카프카,발터벤야민,게르숌숄렘,이세사람모두벤야민이읽은클레의〈새로운천사〉와비슷했다고.역사의폭풍이모질게도자신들을기원들의‘에덴동산’밖으로밀어낸상황에서등뒤에남겨진전통의풍경을돌아본모더니스트였다고.

찢겨진‘전통’과‘모더니티’사이에서

『필요한천사들:카프카,벤야민,숄렘에게전통과모더니티는무엇이었나』는카프카와벤야민,그리고숄렘이라는독특한위치를점하는작가/사상가를“삼각형삼아”이들의상호접합을시도하면서“파국을맞은세계에내던져진20세기의세유대인지성이‘진리’와‘계시’,‘전통’을어떻게이해했는가”라는물음을던지고답을찾아가는비평적에세이(게오르크루카치에따르면비평과에세이는같은의미를지닌다)이다.

하나의이름만으로도쉽게가늠되지않는깊이를지닌,이세사람의공통분모를거칠게요약하면,세사람모두강하게동화된독일어사용집안에서태어나자랐고,셋모두아버지의문화가치에저항했다.각자무척다른길로나아가기는했지만그과정에서이들은아버지가버린유대문화와의진지한마주침을실현하고자했다.이세명의독일계유대인(「보론」의필자의표현에따르면“두명의독일인과세명의유대인”)지성은전통과모더니티사이의한계영역에위치해있다는바로그이유때문에각자의문학적수단을이용해모더니티의딜레마들을탐지할수있었다는점.여기서‘한계영역’이란,앞서말했듯이,전통을산산조각내며폭주하던모더니티(근대)가만든“파국”으로드러난그자리를의미한다(이는또한숄렘이지은시의표현을빌자면,“신이서계시던자리에이제는멜랑콜리가서있”는시대를가리킨다).이데올로기의살인적인단순화가역사적현실을도식화된거짓말로대체해버린시대에전통과모더니티의한계영역에서이둘모두를움켜잡으려했던이들의지적안간힘-기획은그자체로하나의문화적저항행위,전체주의가영원히말살하고자한풍부한유산을섬세하게유지하는행위에다름아니다.

이러한시대적상황과개인적실존을전제로저자인로버트올터는카프카,벤야민,숄렘을다시읽으면서현대독일을배경으로등장한이치열했던포스트-전통유대인들의특징적인‘의식구조들’을일종의현상학적방식으로탐색한다.여기서저자가제시하는것은“계시”,“신적언어”,“[율]법”,“주해”같이철저한신학범주들이세작가에게서차지하는중요성이다.얼핏20세기이후사회과학으로부터의후퇴로비칠수있는이러한실마리의제시가혹자들의우려를불식시키는것은이러한신학적개념들의그물망아래펼쳐보이는저자가지닌해석의능력이다.더구나저자는자신의논의의예증적근거들을세작가의픽션,비평적종합,역사기술상의주요작품-당연히이것들도결코무시할수없었지만-보다는편지,일기,노트,금언적이고단편적인조각에서찾아낸다.그리하여언뜻부수적인듯보이는세부-기이하게도알파벳과물리적인기입행위에초점을맞추거나텍스트라는발상및텍스트성이진리의수단이라는관념에매혹을느끼거나천사의이미지에매료되는세사람의상상력을표시하는일종의워터마크를집요하게추적하는과정을통해이들작업을따로검토할때는분명하게나타나지않는하나의인식적차원을보여준다.다르게말하면유대전통의개념적ㆍ정신적세계에세사람이느낀향수,감상을엄격히배격한이향수가어떻게이들글쓰기에특유의방향을부여해주었고모더니티에대한우려에특별한날카로움을더해주었는지를규명해낸다(예컨대지금까지문학적알레고리로만해석되어온카프카해석의새로운근거를제시하는것만으로도이는획기적이다).

누가스쳐가는신의,천사의얼굴을보는가

『필요한천사들』은길고도두려운세계대전의시작이어렴풋이자리를잡고있었던암울한상황에서두사람이카프카를두고나눈의견교환을추적하는것으로시작하여언어(전승으로서의히브리어와독일어)사이의긴장이의미하는바와,텍스트와해석(주해)를둘러싼상이하지만세사람이추구한공통성,계시와기억의문제를통해구원의가능성(역사의천사에대한니힐과갈망)을안간힘을다해붙들려했던세지성의역설적사유의가치와의미를해명하려시도한다.

로마,예루살렘,파리,베를린이불길에휩싸일위험에처한순간에숄렘과벤야민두사람에게카프카이해는너무나많은것이걸려있는문제였다.성년이되어맞이한새로운세기에이르러오랫동안믿음,가치,공동체를지탱하던구조가산산이조각났다고생각했던두사람.19세기산업화와도시화가쌍둥이를이루어발휘한내파력이이과정을초래했다고이해한벤야민과,유대역사의내적흐름을추적하면서17세기의메시아주의적격변들과그여파로생겨난급진적인반율법주의antinomianism에서모더니티로의파열적인이행을위한하나의대규모패러다임을보았던숄렘,이두사람모두인류가형이상학적나침반의안내없이도실존의황무지를헤쳐나갈것이라고상상할수없었다.지혜를공유하
고궁극적현실들과우리가맺는관계를의식하는하나의공동체안에서살아가는우리의역량이우리를인간으로만든다고상정했기때문이다.그런두사람에게고통스러운이역사적탈구전체의모순들을회피하지않고포용하는능력을보유한카프카의문학적텍스트들은역설적인권위를행사할수있는역능의단초였다.카프카는믿음에닻을내린기원들의세계와절연하기를거부하지만그세계의위중한몰락을결코기만하지않는다.픽션에서카프카는전통을조롱하지않으며경건한감정으로전통을대하지도않는다.그는일종의도착적숭배속에서전통의제스처들을재상연하고변형한다.그리고무엇보다두려움한가운데에서유머의가능성을구해낸다.이것이야말로숄렘이발견하기를희망하며벤야민이최후의순간직전에암시한것처럼,우리의파악을피해가는신의얼굴중하나를어렴풋이확인할수있는유령의집거울이될지도모른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이들이보기에는바로그것이야말로파괴의그림자아래세계가진동할때착수해야할긴급한과제였던것이다.

카프카와벤야민,숄렘,이세사람모두유대전통에서예지적visionary진리를유지하는힘과본래성을감지한한편이진리와이본래성이더는접근가능하지않을지도모른다는두려움을느꼈다.특히언어의측면에서정체성이분열되어있다는감각이,형식적이고주제적인층위에서,카프카픽션의몽상적이고비유담에가까우며서사와양식면에서는인습파괴적인요소들에,유대역사에서일탈이중심을차지한다는숄렘의한결같은주장및‘심연’이라는규정아래그가시행한수많은연구에,벤야민이금언적으로표현한전통의몰락과경험의퇴락이라는시야및“역사의폐기물”을역사의숨겨진본성을이해하는열쇠로이용하려는그의노력에반영되어있었다.

다시,“필요한천사”누구이며,무엇인가

카프카는자신의작품들-특별히비유담-에서,성서텍스트를다루면서때때로이텍스트를전복한다.하지만여러비평가가그러듯우리시대의문학용어를사용해카프카가신학텍스트를‘탈구축’하고있다고말하는것은부정확하다.반대로성서의텍스트구조가카프카의상상을강제하고있으며,그는이텍스트주변을돌아다니면서자신을위해그리로들어갈특이한뒷문을찾으려한다.아니면벤야민의은유를활용해이뒷문이자기내면의밀림에이르는길이되는방법들을카프카가찾으려한다고말할수도있다.카프카가다른판본들에등장하는것과는다른아브라함을찾는것도이러한맥락이다.카프카의아브라함은속세라는진창에빠져서신앙이있지만신이저에게말을걸었다고address믿을자신감은없으며,신앙의추문을실행하려시도했다가웃음거리만될까봐두려워하는아브라함이다.저자인올터는“유대신학의희극적측면이카프카를이해하는열쇠를제공할지도모른다는벤야민의제안이여기서아름답게들어맞는다”고해석한다.부조리함을,웃는특징risibility을,호모시그니피칸스즉의미를만드는동물의필사적인집요함을카프카만큼기민하게통찰한소설가는없었다.기원상신적인[대문자]발신자Addresser와[소문자]수신자addressee사이에는추문적인틈이생기며텍스트수신행동은필연적으로하나의부조리가되며이해불가능성에휩싸인다.그러나불가해하다는바로그이유때문에계시는긴요한질문들을영원히불러일으킬수있다.바로이를두고숄렘을통과하면서다음과같이추론할수있을지도모른다.저것이언제나기원적계시의모든것,제도화된종교의한층안락한경건함을벗겨낸계시의모든것이라고.

카프카와벤야민,숄렘,이세작가의이같은기원들을향해돌아감전체는독일부르주아유산에대항한반란의근본적표현이었다.카프카적상상력의통일성을가늠하게해주는척도하나는그가최소한의향수도내비치지않은채로기원들에대한이긴요한관심을재현한다는것이었다.카프카를비롯한세사람은종교전통과현대세속문화사이에위치한무인지대의서로다른지점에서있었으며,이지점들은셋중누구에게서도완전히고정되어있지않았다.세작가가빛과관련된유대전통전승들에사로잡힌마당에천사들,때로는명시적이고때로는변장한천사들이이들의상상세계를부유했다는사실에는놀라운점이전혀없다.저자의지적처럼세사람이천사를문학적으로목격한방식을고찰하면이들이공유한정신적무인지대에서이들이제각기서있던곳을적어도잠정적으로이해할수있을지도모른다.

히브리어와그리스어모두에서천사들은전통적으로나어원상으로나전령messenger이지벤야민은〈새로운천사〉를명상하는아홉째테제에서계시와신적인전언message의영역에서천사를제거한다.종교상징주의세계를떠나온일종의말문막힌난민인천사는천상과지상사이에세워진수직축이아니라낙원같은기원이라는꿈과역사의오랜파국끝에오게될것(그것이무엇이든)의상상불가능한풍경-이것이단순히하나의악몽으로판명날까?-사이에놓인시간축에위치한다.모더니티의재난들-경험의부식,지혜의퇴락,구원적시야의상실,그리고이제1940년대의대량살육의보편적지배아래천사는‘천사인간’을알리고있는것이아니라‘인간’을목격하고있으며,가상이라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