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낭만주의

정치적 낭만주의

$17.00
Description
한 세기 전, 청년 칼 슈미트는 자국민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다.

“독일인들은 쉽고 편한 한마디 말로 어렵지 않게 소통하는 경쾌함이 부족하다.”

슈미트가 보기에 당시 독일인들의 언어생활은 바벨의 혼란을 방불케 했다. 때는 바야흐로 제1차 세계 대전 직후. 사람들은 더 이상 기존의 가치와 질서 들을 신뢰할 수 없었다. 절망과 허무의 감정만이 그들을 지탱했다. 삶의 의미가 제 빛을 잃으며 온갖 어지러운 말들이 난무했다. 난분분한 말들이 무성한 갈등을 꽃피우자, 허무주의는 더 깊이 사람들의 영혼에 뿌리내렸다. 이 혼돈의 땅에서 청년 슈미트는 문제의 뿌리를 찾아 근절하려는 작업에 착수한다. 『정치적 낭만주의』는 바로 그 작업의 결과다. 슈미트는 ‘19세기 정치적 낭만주의자들이 무책임하게 뿌려 댄 무질서의 씨앗이 무성하게 자라 오늘날 수많은 갈등과 혼란을 유발했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이 씨앗의 다른 이름은 ‘주관적 기연주의’다. 바로 자아 비대증과 기회주의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것이다. 주관적 기연주의의 응용 확장판인 ‘정치적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슈미트는 현 세계 기형성의 한 원인을 소상히 밝혀낸다. 이 책은 정치 풍자와 역사 비평의 모범적인 결합을 보여 주며, 오늘날 우리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저자

칼슈미트

저자:칼슈미트
1888년7월11일독일중서부의소도시플레텐베르크에서가톨릭을신봉하는중산층집안의아들로태어났다.1907년베를린대학에서법학공부를시작해뮌헨대학을거쳐슈트라스부르크대학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1921년부터1928년까지그의이름을전유럽에알린일련의논쟁적저작들,『독재』(1921),『정치신학』(1922),『정치적인것의개념』(1927),『헌법이론』(1928)등을잇달아발표해학계와논단의?스타로부상했으며,이시기(1925년)에초창기저작『정치적낭만주의』(1919)를새로운서문과함께?재출간했다.본대학과쾰른대학을거쳐1933년마침내베를린대학의교수로임용되었으며,이와동시에프로이센추밀고문관으로도임명되어나치정권과의밀월관계를시작했다.이후수년간나치체제의어용학자로서위용을떨치지만,1936년무렵부터‘나치의이념에충실하지않다’는동료법학자들의공격을받으면서권력의자리에서멀어지게된다.이후비교적조용한삶을보내지만,제2차세계대전종전후전범으로소련군과미군에체포된다.일년여의영어생활을한뒤석방된그는1947년부터고향에칩거하며세상을뜰때까지학계와논단으로부터고립된생활을영위한다.그러나예순을넘긴시점부터한층더왕성한서신교환및집필활동을펼치면서향후그를위대한사상가의반열에올려줄강력한저작들을남긴다.이시기의대표적인저서로는『대지의노모스』(1950),『햄릿혹은헤카베』(1956),『파르티잔이론』(1963),『정치신학2』(1970)등을꼽을수있다.슈미트는노쇠할때까지명망있는유럽지식인들의끊임없는방문을받았는데,이들중에는에른스트윙거,라인하르트코젤렉,알렉상드르코제브,야콥타우베스등이포함되어있었다.1985년4월7일사망했으며,유해는플레텐베르크에안치되었다.슈미트의비석에는“그는노모스를알았다”는묘비명이새겨져있다.

역자:조효원
서양인문학자,번역가,문학비평가.성균관대학교독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발터벤야민의초기언어이론에관한논문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독문과박사과정을수료한뒤미국존스홉킨스대학교유럽어문학부에서방문학생으로수학했다.미국뉴욕대학교(NYU)독문과에서바이마르정치신학에대한논문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주요논문으로「ACloudofWords:AReflectionon(Dis)appearingWordsofBenjaminandWittgenstein」(『Benjamin-Studien3』),「HumororDyingVoice:HamletbetweenWalterBenjaminandCarlSchmitt」(『TheGermanicReview』),「VergangeneVergangnis:FureinePhilologiedesStattdessen」(『Arcadia』)등이있고,저서로는『부서진이름(들):발터벤야민의글상자』,『다음책:읽을수없는시간들사이에서』가,역서로는조르조아감벤의『유아기와역사』,『빌라도와예수』,야콥타우베스의『바울의정치신학』,대니얼헬러-로즌의『에코랄리아스』,칼슈미트의『정치신학2』가있다.

목차

서문

서론

Ⅰ.외부상황

Ⅱ.낭만주의정신의구조

Ⅲ.정치적낭만주의

결론

옮긴이후기

출판사 서평

민주주의가낭만에취한시대,
청년칼슈미트의통렬한비판을다시읽는다


오늘날의한국을생각해보자.교회는불법정치집회로,정치는개인방송의불쏘시개로,종교는갖은음모론의출처로소비되고마는현실을.너도나도“진짜”를자처하는모습은애석하게도“진짜”가드문시대임을방증한다.“진짜”의빈자리를슬몃차지한숭앙과혐오는,동전의양면으로들붙어자본주의와민주주의의사잇길로굴러다닌다.

여기,작금의사태를미리내다본사람이있다.『정치적낭만주의』의저자,칼슈미트는“교회가극장으로대체되고,종교적인것이연극이나오페라의소재따위로취급되며,성당이마치박물관처럼여겨지던당시세태”를아프게꼬집는다.무려100년전의진단이다.어째서이오래된진단에서21세기한국의오늘이보이는걸까.만약슈미트가오늘날한국인들의소통양태를본다면,과연무어라말을할까.아마도그는이렇게탄식하지않았을까?

‘한국인들은쉽고편한몇마디말로가볍게서로의인격을짓밟아버린다.그래서그들은가장중요한문제,즉정치를수렁에빠뜨리고있다.’

매일매순간우리는목격한다.미문이비판을밀어내고,미사여구가촌철살인을지워내며,감정적편가르기가합리적판단의숨통을조이는장면들을.슈미트가100년전유럽을묘사한문장은오늘의한국,나아가세계전체에실로적확하게들어와꽂힌다.

“이세계는실체없는세계,확고한지도체계가부재한세계,결론도정의도결정도최종판결도모른채우연이라는마법의손길에이끌려끝없이방황하는세계다.”

『정치적낭만주의』는이제막법학자로서활동을개시한슈미트가처음으로세상에내놓은본격정치·역사비평서다.그가이책을구상하고집필한것은제1차세계대전의참상과부조리를온몸으로겪어낸직후였다.다다이즘을대표하는시인후고발HugoBall은『정치적낭만주의』를두고“칼슈미트사상의『순수이성비판』에해당하는책”이라고말했다(발에따르면,1922년의『정치신학』은『실천이성비판』이다).첫책에서부터슈미트는이미정치사상가로서의예리한안목과문화비평가로서의날카로운필봉을유감없이발휘하고있다.

독일정신사및정치신학의달력상,이책은칼바르트의역작『로마서』초판과동년배라할수있다.비록바르트의책만큼열띤반응을얻지는못했지만,『정치적낭만주의』가내보인정치비판의가공할위력은『로마서』─초판과재판을아우르는─가보여준종교비판의힘에결코뒤지지않는다.칼슈미트의『정치적낭만주의』은가짜뉴스와주작이판치는시대,질낮은아류들이횡행하는이시대가반드시참조해야할필독서다.현시대에미만한생존주의와각자도생문화,무엇보다도무지끝을모르는‘칭찬제일주의’에염증을느끼는모든독자들에게일독을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