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잠

숲과 잠

$15.00
Description
고단한 마음에 건네는 다정한 숲의 위로

여행에서 만난 소박하게 아름다운 도시를 마음에 두지만 그래도 살아본다면 역시 숲이라고 생각하는 숲 애호가인 저자가 초록의 여름과 하얀 눈의 계절에 머문 스웨덴의 청량하고 고요한 숲의 나날.

그해 여름, 호숫가 작은 통나무집에 머물렀다. 주위는 온통 초록 숲이었다.

진녹색 침엽수의 숲 사이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사슴, 호숫가 옆 작은 여름 집, 아침의 커피와 그때 가만히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 깊은 밤 창으로 스며드는 달빛과 작은 풀벌레 소리, 맑고 높은 새 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 라즈베리 덤불과 황금 버섯, 찔레꽃과 초콜릿백합, 삼각 지붕의 다락방을 떠도는 꿈과 차가운 밤에 만드는 달 수프, 사향과 시나몬,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따먹는 아침 사과, 수국 핀 마당을 산책하는 우아한 고양이, 피크닉의 샌드위치와 라스무스의 청어 튀김, 여름 내내 에코백을 물들인 검붉은 자두 즙과 작은 찻집의 프린세스 케이크, 하얀 눈을 뒤집어쓴 신선한 숲의 냄새, 눈 속을 달리는 썰매와 희미한 요정의 노랫소리, 초승달이 뜬 숲의 작은 부엌에서 끓는 뜨겁고 달콤한 와인, 아무런 두려움 없는 깊고 두터운 잠의 입구를 서성일 때면 잃어버린 자장가처럼 지치고 헛헛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상냥한 위로, 고요히 내리는 숲의 언어. 눈은 어딘가 먼 곳을 향해 있고 입가에는 살짝 미소를 띤 채, 낮에도 꿈을 꾸는 표정으로 순하고 고요한 단어를 소리 내어 말해본다면 그것은 어쩌면 숲, 일지도 모른다.

저자

최상희

소설가.때때로여행하고글을쓴다.지금처럼제주여행이활발하지않던시절,훌쩍제주로떠나머무르는여행을했던얼리버드여행자.제주에서‘중간여행자’로머문700여일을담은여행서『제주도비밀코스여행』이제주도여행의바이블로떠오르며제주도여행의새로운바람을일으켰다.동생과함께작은출판사'해변에서랄랄라'를운영하며여행의기록을책으로만들고있다.

『그냥,컬링』으로비룡...

목차

빛나는버섯
설탕절임자두와검은숲
숲과잠
여름손님
여름밤숲냄새
빵과산책
한낮의그림자
여름여운
은빛지느러미
시나몬의숲

출판사 서평

호숫가작은오두막에서여름을보냈다.눈두는곳마다초록,신선한냄새가풍겨나는곳에서밀도높은충족과고요의시간을살았다.

일상에는없던,느리고충만한나날들

창을열자아무도쓰지않은신선한공기가방안으로밀려든다.물을끓여평소보다더정성스레커피를내리고호숫가테이블에빵과버터와과일로간소한아침을차린다.그곳의일상은짧은산책과긴산책으로이어졌다.숲을거닐며솔방울이나마른잎사귀와나뭇가지처럼쓸데는없지만예쁜것들을열심히주워모은다.좋았던일들을조곤조곤나누다까무룩잠이드는작고아늑한다락방.별일없이고요히흐른시간들,푸른호수위로가만히떠도는햇살처럼충만하고반짝이는순간들.지난여름,스웨덴의한호숫가에있는작은오두막에서지낸그리운순간들에관한아름다운기록은마치먼꿈처럼,여전히조용한위로를건넨다.

꿈을잠시살아보는순간,그것은여행

갈아입을옷과세면도구,몇권의책을넣은작은가방이지닌것의전부.잠시빌려쓰는여행자의방에서삶은단출하고간소해진다.냉장고에는우유와과일약간,전에머물던여행자가남기고간쌀반봉지와파스타한봉지.일주일마다장을봐서냉장고를가득채우고비우고다시채워야하는강박과습관에서잠시벗어나누구도아닌여행자로살며하루종일걷고이상하게많이웃었던날의끝자락,침대에누워책을몇페이지읽고창밖으로밤하늘을내다보며내일의날씨를짐작해보고불면증이라고는한번도겪은적없는것처럼깊은잠에든다.잠을깨면더즐거운하루가시작될거라는,까마득한어린시절에나품었던기대와설렘이베개옆에살포시눕는다.의무와책임에서벗어난여행자의방에서언젠가그리살고싶은삶을살고있다고문득느낀다.먼옛날언젠가와먼훗날언젠가의꿈을함께살아보는순간,그것이바로여행일지도모른다.

가만한위로,숲의언어

초록잎사이로스며드는햇살,고개를들면울창한나무사이로보이는푸른하늘.숲이란이름에는청아한울림이있다.십여년다닌회사를그만두고사는것도여행하는것도아닌,혹은그둘다인중간여행자로머물던제주숲의나날,이타카의숲어귀에사는친구J가구워준다정한빵,토펠리우스의동화속어린소녀가길을헤매다발견한작은오두막집에서만들어먹는딸기수프,열일곱마리의고양이가사는작은찻집,아름다운정원과초록잔디위로툭툭떨어져내리는붉은열매,숲속호숫가의작은통나무집과황금버섯군락지가있는깊고울창한숲,초록색과노란색이정표를따라걷는숲의피크닉,그리고언젠가살아보고싶은소박한풍경속의숲.백작약같은눈이내리는아침,차를끓여종일창가에앉아금빛으로빛나는침엽수와고요히밤이내리는숲을바라보는숲속의하루도있었다.추운날후후불며먹는수프의온기처럼따스하고상냥한숲의언어들.가만히귀를기울이면들을수있을것이다.신비롭게아름다운숲이건네는다정한위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