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의 발견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

지휘의 발견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

$20.00
Description
“우리가 팔을 휘저으면 거기 음악이 있다!”

보이지 않는 소리로 모두를 이끄는 연금술사,
지휘자가 말하는 지휘의 일
음악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악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작곡가에 따라서 아주 불친절하게 설명해놓는 경우도 있고 악보의 지시어가 상세하다고 해서 그게 그 음악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클래식’이라 불리는 서양 고전음악은 음반으로 기록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며, 따라서 당대에 그 음악이 어떻게 연주되었는지, 작곡가는 어떤 음악을 상상하고 그 음악을 만들어냈는지 우리로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 그렇다면 고전음악을 연주한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그대로 흉내 낼 만한 모범이 없는 소리를,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소리를 존재하게 하는 데에는 무슨 마법이 숨어 있는 걸까?

그런데 이런 의문에 해답을 줄 열쇠가 있다. 악보의 행간을 읽고, 작곡가와 그 시대를 들여다보고, 100여 명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다양한 악기 소리를 이해하는 한 사람. 자신이 가진 온갖 지식과 경험과 통찰, 그리고 때론 순발력을 동원하여, 과거의 작곡가와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무대 위 음악가들과 등 뒤 객석에 앉아 숨죽이고 있는 청중을 눈에 보이지 않는 한곳으로 이끌고 가는 사람. 그가 바로 지휘자다.

이 책 『지휘의 발견: 마에스트로의 삶과 예술』은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을 책임지며 명망 높은 지휘자로 활동해온 존 마우체리(John Mauceri, 1945~)가 50여 년에 걸친 자신의 경력을 진솔하게 되돌아보고, 선배 지휘자들과 스승들 - 번스타인과 카라얀, 스토코프스키, 토스카니니 등 - 의 발자취를 꼼꼼히 기록하여 쓴 ‘지휘의 일대기’다. 국내에서는 『클래식의 발견』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마우체리의 저작으로, 『클래식의 발견』이 음악 전반에 관한 길잡이였다면 이 책은 그가 평생 종사해온 지휘라는 분야의 비밀을 엿보게 하는 자그마한 창문과도 같다. 그의 말마따나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문 지휘의 세계로 탐험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존마우체리

JohnMauceri

세계적인지휘자이자음악교육자,제작자.레너드번스타인의후학이자동료로18년간함께작업하며번스타인의만년작초연을맡아지휘하기도했다.뉴욕필하모닉,시카고심포니,프랑스국립관현악단,도쿄필하모닉,이스라엘필하모닉,메트로폴리탄오페라등세계유수의교향악단및오페라단을이끌었고,브로드웨이와할리우드무대에도섰다.토리노왕립극장의상임감독과스코티시오페라,워싱턴오페라(케네디센터),피츠버그오페라,아메리칸심포니오케스트라(카네기홀)의음악감독을역임했다.1991년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은그를위해할리우드볼오케스트라를창단하기도했다.2006년부터2013년까지노스캐롤라이나예술대학총장을지냈으며,15년간예일대학에서학생들을가르친바있다.
지금까지80여장의음반을발매했고,그래미상,토니상,올리비에상,드라마데스크상,빌보드상,에미상,디아파종상,독일음반비평가상을받았다.2000년에는베를린소재미국아카데미로부터베를린상을,2015년에는50년간미국음악연주에헌신한공로를인정받아컬럼비아대학에서딧슨지휘자상을받았다.

목차

들어가며

1장/지휘에관한짧은역사
2장/지휘언어와테크닉
3장/관현악스코어를읽는법
4장/지휘자가되는길
5장/마에스트로의페르소나
6장/관계들
음악과의관계
음악가와의관계
청중과의관계
평론가와의관계
소유주및경영진과의관계
7장/누가무대의주도권을쥐는가?
8장/떠돌이지휘자의일상
9장/녹음과공연
10장/지휘예술의신비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지휘의일,지휘의신비

지휘자를가리키는말은다양하다.이탈리아인들은‘대가’‘거장’을뜻하는마에스트로(maestro)라는말을주로사용하고,때론‘오케스트라의수장’을뜻하는카포도케스트라(capod’orchestra)라는표현을쓰기도한다.프랑스인들은‘우두머리’를의미하는셰프(chef)라는단어를즐겨쓴다.그러나이들단어로는,들리지만보이진않는힘을나직이돕는지휘자노릇을설명하기에부족함이있다.마우체리는지휘자를뜻하는영단어컨덕터(conductor)가본래‘전도체’를의미한다는점에착안하여,지휘자의일을다음과같이요약한다.“작곡가로부터에너지를받아,소리를생산하는많은사람들과의협업에힘입어그에너지를대중에게전달하는기능을수행”하는것.(본문168~169쪽)
정말로그렇다.지휘자는혼자방에틀어박혀악보를연구하고무대위에홀로서서악단을끌고가는고독한존재처럼느껴지지만,한편으론음악을둘러싼모든것,모든사람,모든에너지와관계를맺으며이를조율하는리더이기도하다.지휘는혼자하는일인동시에여러사람과함께하는협업이며,지휘자고유의개성을드러내는작업인동시에지휘자자신을내려놓은채작곡가의의도와여러악기및목소리가빚어내는화음을청중에게전하는작업이다.이토록까다롭고복잡한일이라니.하지만무대위에서든녹음실에서든이를가능케하는것이또한지휘자이기에,마우체리는‘신비’혹은‘마법’이라는말로자신의직업을설명할수밖에없었으리라.(479쪽)
물론지휘에도일종의기술이있다.총보를읽는법,바통을쓰는법(물론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처럼바통없이맨손으로지휘하는이들도있다),동작언어를사용하는법(가령레너드번스타인은유명한‘뜀꾼’이었다)등배워서터득할수있는기법이존재한다.이책전반부(1~3장)역시여러지휘자의사례를통해그런테크닉에관한유용한팁을던져주고있다.하지만지휘는테크닉만으로이뤄지지않으며,결국엔테크닉을넘어서는무언가가필요해진다.“오토클렘퍼러와제임스러바인은몸동작을통제할수없을정도로쇠약해져휠체어에앉은채로도주요작품들을성공적으로지휘해냈다는공통점이있다.지휘박사학위를따고바통테크닉을마스터한사람들에게이러한사실을어떻게설명할수있을까?연로한지휘자는필경얼마간의청력상실을겪을수밖에없을테지만,그럼에도소리를주무르고균형을유지하는그들의통찰력은해가가면갈수록오직날카로워지기만한다.이러니저러니해도지휘는운동으로치자면마라톤인까닭이다.”(480쪽)
이책은그런불가해한지점에관한경험과일화를,그순간이어떻게빚어졌는가를풍부하고도섬세하게들려준다.어쩌면바로그지점이위대한지휘자들을서로구별되게해주고,마우체리와같은인물을지휘의세계로이끌어주었는지도모르겠다.


예술과비즈니스사이에서진동하는
직업으로서의지휘자

이렇듯신비와마법으로가득한것이지휘의일이라지만,‘생계수단’이라는면에서놓고보면지휘도일종의비즈니스다.지휘자는어쨌든부름을받아야하는존재이기에,오케스트라경영진을비롯한여러단체의이해관계에서자유로울수가없다.또앞서수많은관계를조율하는것이지휘자의책무라고했는데,그관계속에서주도권싸움이빠질수없고성악가라든지연출자와의보이지않는힘겨루기같은일은비일비재하게벌어진다.그러니이분야에서도‘이름난지휘자가곧실력이출중한지휘자’라는등식은성립하기어렵다.사실그‘실력’이라는것의기준도저마다다를테고말이다.
이런생활인으로서지휘자의애환을가장잘보여주는사례가유럽에서활동하는객원지휘자다.무대위에오를때야잔뜩어깨에힘을주고들어서지만실상은이도시저도시를떠도는봇짐장수에가까워서,트렁크가방에는무대의상과평상복은물론이고심지어전동연필깎이까지짐이한가득이다.게다가악보는종이요,종이뭉치는또얼마나무거운가.(397쪽)그렇게짐가방을이고지고호텔방에들어서면종일틀어박혀악보연구에매진한다.공연이끝나고숙소에들어와서는,국제전화요금도비싸니전화기는쳐다도안보다가책을뒤적이던중외로움을끌어안고잠에든다.(419쪽)
그러니카라얀으로대표되는화려한지휘자이미지는지휘자라는직업의극히작은일면일뿐이다.마우체리는“재미보십시오(Havefun)”라는인사말을상당히싫어한다는데,지휘가기쁨을주는일인것은맞지만그기쁨에‘재미’는없기때문이란다.(392쪽)경력과명성을쌓아음악감독직책을맡게되면사람들이기대하는화려한삶에좀더가까워지기도하나(“집으로돌아오는길,점보제트기의3A석에앉아미모사칵테일을마시며벽에발을올려놓고맛있는식사가나오길기다리고있는데아닌게아니라대단히성공한사람이된기분이들었다”,422쪽),일이있으면있어서괴롭고없으면없어서괴로운삶은여전하다.
마우체리는말한다.“따라서무릇지휘자란,막대한도전과주변의기대를넘어서는그무언가를할수있으니실은얼마나복받은사람인가하고스스로만족감을느낄줄알아야한다”고.(4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