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일본을 휩쓴 쓰나미가 지금 우리를 덮치고 있다
인구가 줄고 있다. 나라가 늙어가고 있다. 농어촌의 빈집은 늘어나고 수도권 집중은 가속되고 있다. 폐교된 모교처럼 읍도 면도 사라지고 군(郡)이 소멸한다. 생산연령인구는 감소하고 노후대책은 부실하여 연금으로는 생활비의 절반도 빠듯하다.
일본의 지진재해와 고령화 경험을 한일 상생으로 승화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방, 소멸 생존 상생』은 『日本列島再生論』(요미우리신문 ‘열도재생’ 취재반, 中央公論新社, 2013.1.)을 도서출판 귀거래사 김연빈 대표가 직접 번역·출간한 것이다. 『일본열도재생론』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에서 노출된 일본 국토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맞아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의 생존에 영감을 제공하고자 요미우리신문이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기획·취재한 내용을 모은 책이다. 독자 여러분은 부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지방, 소멸 생존 상생’이 보여주는 것처럼 일본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국토 형성과 지방 소멸 억제를 위한 전략과 접근방법, 그리고 상생의 메시지를 얻게 될 것이다. 단순히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는 것을 떠나 이를 융합하고 승화시켜 냉각된 한국과 일본이 상생하는 길을 찾아보자는 전향적 뜻이 책 제목에 담겨 있다. 상생은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상생, 동북아의 상생을 모두 포함한다.
일본에 주는 상생의 메시지, 사방이 바다로 열린 섬나라 일본
일본은 스스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四方を海に?まれた島?)’라고 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대륙 진출이 막힌 우리나라도 사실상 ‘섬나라’이다. 한편으로 섬은 바다로 닫힌 공간이 아니라 바다로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일본이나 우리나라 모두 ‘바다로 열린 나라’이다. 『일본열도재생론』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이항대립(二項對立, Dichotomy), 즉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새로운 국토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으로 ‘발상의 전환’을 들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란 관점에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가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열린’ 나라이다. 일본 역시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가 아니라 ‘사방이 바다로 열린 섬나라(四方が海に開かれた島?)’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에서 한국이 일본에 던지는 상생의 메시지이다.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과 융합의 선물, 대한민국 헌법 제3조 개정안
우리나라는 사실상 섬나라라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수출입화물의 99.7%가 바다를 이용하는 우리나라는 조선, 해운, 수산, 해양과학기술, 해군력 등에서 세계 상위를 차지하는 세계 유수의 해양강국이다. 그러나 우리의 인식은 아직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국민 해양의식 개선과 해양문화 창달을 위해 2020년 제정되고 2021년 2월 시행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해양교육문화법」)의 제안이유에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의연히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바꾸어야 한다.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이 아닌 삼면이 바다로 ‘열린’ 대한민국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가지도층에서 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상과 국면에서 ‘바다로 열린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생활화하고 정착시켜 나가도록 하며, 초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삼면이 바다로 열린 우리나라’로 고쳐 서술하도록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정신을 개정 헌법에 포함시키도록 한다.
현행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헌법학회(당시 회장 고문현)는 2018년 3월 이 조항을 “대한민국의 영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 영해, 영공으로 한다”로 하는 헌법개정안을 제시하였다(한국헌법학회 헌법개정연구위원회 「헌법개정연구」, 박영사, 2020.9.).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김종덕)은 ‘영역’ 대신 ‘국토’로 하는 해양수산부문 헌법개정안을 제시하였다(해양수산통합행정 25주년 기념 정책토론회, 2021.8.10.).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삼면이 바다로 열린 대한민국의 영역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하는 영토, 영해, 영공으로 한다”로 ‘삼면이 바다로 열린’이란 표현을 추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보고 대사의 청해진 개설, 고려의 벽란도 무역항 등에서 보는 유구한 해양 DNA를 갖고 있는 우리 대한국민이 육지중심적·폐쇄적·획일적·국수적 사고에서 벗어나 해양적·개방적·보편적·국제적 글로벌한 사고로 발상을 대전환하여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한다는 숭고한 헌법 정신을 세계만방에 천명하는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민간분야까지, 현역에서 은퇴자까지 모두 함께 느끼는 영감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가 불러온 소멸 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한 일본과 세계 각국의 국가와 지방정부, 각종 기관·단체, 대학 등의 정책 사례와 구상을 소개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정부 공무원, 지방의회 의원들은 이런 사례를 통해 정책 구상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구정책, 교육정책, 과학기술정책, 토지주택정책, 교통정책, 복지정책, 고용노동정책, 의료정책, 에너지정책, 농어촌정책, 해양정책 등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여기에서 소개된 정책들을 참고삼아 융합하고 발전시켜 각 부처에 맞는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고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비롯하여 각급 선거에 나서는 후보, 후보들에게 정책공약을 제공하는 캠프나 선대위의 관계자들은 우선적으로 이 책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에 눈을 모아주실 것을 권유한다. 3월 9일 새로 선택되는 정부에서 중책을 맡게 될 분들에게도 일독을 권장하고 싶다.
역자는 『일본열도재생론』에서는 시기적으로 다루지 못했지만 요즘 화두인 ‘입체도로제도’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도쿄 ‘토라노몬 힐즈’와 ‘복합건축물’의 상징 도쿄 도시마구 신청사 ‘도시마 에코뮤제타운’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토라노몬 힐즈는 반세기 이상 잠자고 있던 도쿄 도심의 도시계획도로를 지하화하고, 입체도로제도를 이용하여 터널 위아래로 초고층 복합시설건축물을 건설한 사업이다. 국내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도시마 에코뮤제타운은 공공청사와 민간주택이 함께 입주하는 복합건축물로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대형 청사를 건설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 사업은 정책결정권자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 냉철한 기획력과 강한 집행력, 민간의 창의력, 지역주민과의 협력과 소통이 복합된 것으로 공무원 사회의 의식개혁과 규제개선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다.
간극 메우기와 한일 상생의 길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은 『일본열도재생론』과 9년의 시간적 괴리가 있다. 한글판 출판 과정에서 이런 간극을 메우고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새로운 노력을 하였다.
첫째, 『일본열도재생론』에서 소개된 정책과 사례들이 그 후 어떻게 추진되었는지를 추적해서 역자 주석을 통해 가능한 한 현재의 상황과 자료로 정리하였다.
둘째, 주요사항과 제도에 대해 역자 주석을 달고, 시사적이거나 짧은 역자 주석으로는 설명이 곤란한 것에 대해서는 역자 부록을 통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제공하였다.
셋째, 단순히 『일본열도재생론』의 내용을 번역해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일 상생으로 융합하고 승화시키기 위해 1개의 장을 새로 편성해서 추가하였다. 이것이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 출간의 가장 큰 의의이다. 새로 설정된 ‘제8장 이웃나라 한국과 일본, 상생의 길’에서는 국내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일본열도재생론』의 7개 장과 연계해서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도록 하였다. 『Goodbye Oil! TOYOTA』의 저자 손치근 전 알마티 총영사, 도시농업전문가 엄성준 전 보스턴 총영사, 연안어촌 커뮤니티 디자이너 송영택 현대해양 발행인, 『인천해저도시로 가자』의 저자 임현택 한국스마트해양학회 회장, 센다이에서 동일본대지진을 직접 경험했고 2014년 가을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현장을 역자와 함께 방문했던 강정환 전 주일한국대사관 원자력관, 역시 동일본대지진을 직접 겪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다룬 장기 연재 「절반의 한국」을 기획한 서의동 경향신문 스포트라이트부장, 지방행정과 안전의 귀재 김동현 전 한국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 등이 재능기부를 통해 한일 상생의 길에 동참했다.
넷째, 역자가 평소 생각해오던 정책 아이디어 중 이 책 『국토상생론』의 내용과 어울리는 몇 가지 과제를 역자 후기를 통해 간단히 소개하였다. 입체도로와 복합건물 외에 파출소 부지 등 공공재산의 활용 극대화와 아파트 관리동 복합개발에 관한 구상을 소개한다.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하여 폐기물 처분장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다.
난개발을 억제하여 국토의 품격을 높여야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장관은 축사에서 “『바다로 열린 나라 국토상생론』은 십여 년 전 일본이 저출산 고령화, 생산 인구 감소, 인프라 노후화, 국가적 경쟁력 약화, 과소 지역의 공동체 붕괴, 동일본대지진과 극한 홍수 등을 겪으면서 지역 단위를 중심으로 이를 극복하고 지속 발전을 기하기 위한 다양한 생존 전략과 아이디어, 사례 등을 담은 책이다. 세계 유수의 요미우리신문이 장기간 연재한 글을 모아 출간한 책 『日本列島再生論』을 번역한 것으로 우리나라, 타이완, 중국,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등의 관련 사례도 언급하고 있다. 언론 연재기획이 토대가 되었으므로 내용이 쉽고도 간결하여, 누구든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약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일본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리라 확신한다”고 번역서의 내용과 출간 의의를 명쾌하게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