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이 내 눈을 덮을 때

네 손이 내 눈을 덮을 때

$17.00
Description
서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아플 것이다.
아프다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아이가 아니었고
지금은 아직 그 아이이다.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것은 슬픈 책, 슬픈 음악, 슬픈 그림이다. 정나란의 소설 『네 손이 내 눈을 덮을 때』는 슬픔을 그린 소설이지만 마냥 슬프기만 한 소설은 아니다. 유년 시절의 기억과 상처, 설렘과 쓰라림,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정나란의 글쓰기는 우리를 망각의 강 ‘레테’ 건너편으로 인도하는 뱃사공이 되기를 자처한다.
정나란의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 내밀한 글쓰기 속에서 자신의 슬픔과 상실의 그림자를 목격하고, 그럼으로써 혼자 감당하던 외로움과 그리움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소설 속 기의 외딴 집에 모이던 태, 범, 은, 미, 진, 혜와 같은 아이들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더하고 싶어진다.

작가는 일찍 죽은 친구들, 그리고 그 친구들과 같은 느낌으로 존재하는 소리 없는 사람들, 작은 은둔자들을 위해 이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은둔은 “기꺼이 살아내고 싶은 세상을 향한 두려움과 사랑이 섞인 눈길”에 가깝다. 모든 경험의 시원인 고향, 보이지 않는 영혼의 고향을 확인하고 싶었다던 작가는 “결국 사람들이 유년으로 돌아가서 찾아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유년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슬픔을 동반한다. “슬픈 이야기만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슬픔이 살이 벗겨진 자리처럼 아픈 곳을 자꾸 알려주고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는 작가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에서 아픈 자리를 더듬어야만 아프구나 아프구나 결국 말하게 될 것이고, 결국 당신의 얼굴을 잊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죽은 사람들은 결코 나를 떠나지 않고 아직 이곳에서 나의 슬픔을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아는 이들, 아프지만 그 아픔이 말로 표현되지 않아 죽은 사람들을 떠나보내지 못한 이들에게 이 소설은 함께 흘리는 눈물이자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