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속,틈새로스며드는거야.
모두기억을공유하면그아이는존재했던것이돼.”
골동품점을운영하는형다로와동생산타.산타는밤에는골동품점구석에작은바를열고손님을맞는다.어느날그바에골동품업자들이모여기이한이야기를나눈다.오래된건물의철거현장에나타나는소녀가있다는것이다.평소이성적인다로는동네꼬마들이숨어들어온것아니겠냐고치부하지만,이이야기에는반전이있다.초겨울의날씨속에서도소녀는늘얇은여름원피스에밀짚모자차림이었다.다로와산타는그소녀에게기억의틈새에존재한다는의미로‘스키마와라시’라는이름을붙여주지만,이내그일을잊는다.
한편산타는한가지비밀을간직하고있다.오래된물건을만지면그물건이간직한기억이보인다는것.하지만정작자신의기억은흐릿해서어렸을때의일은제대로기억하지못한다.어느날동창회에서만난친구가“너,여자형제있지않았어?”하고묻자산타는건드리면안되는무언가를건드린듯오싹함을느낀다.
철거되는건물들,흰원피스를입은소녀,그리고비밀을품은형제.뿔뿔이흩어져있던기억과이야기가하나로연결되는순간크나큰감동의파도가밀려온다.
고도성장기시대에세워져어느덧낡고허물어가는건물들
시대의종막에바치는온다리쿠의노스탤지어
“요즘세상에철거되는오래된빌딩은고속성장기때연달아세워진건물이지.이른바일본의여름이라고불리던시대야.여름시대의상징이니까여름옷을입고있다고하면어떨까?”
《스키마와라시》에서주인공들은낡은건물을철거할때나타나는소녀가왜하필여름옷을입고있을까,하고궁금해하며위와같은나름의결론을내놓는다.1960년대고도성장기의일본은젊었고뜨거웠으며희망으로가득차있었다.여름옷을입고나풀나풀뛰어다니는소녀처럼말이다.
하지만시간은흘러갔고위용을뽐내던화려한건물들도하나둘씩철거된다.한시대가끝난것이다.도쿄올림픽이열린해인1964년에태어나고도성장기와함께자랐으며,어른이되어서는자연재해와기나긴경제불황속의일본을겪어낸작가온다리쿠.《스키마와라시》는온다리쿠가일본의어제에고하는작별인사이기도하다.자칫무거울수있는주제이지만무겁게만표현한다면타고난이야기꾼온다리쿠가아닐것이다.소설전반에흐르는오싹함은쉬이긴장의끈을놓지못하게한다.주인공형제의골동품점은옛이야기를담기에맞춤한배경이고정체를알수없는신비한소녀는오싹함과그리움을동시에자아낸다.
작가데뷔28년만에시도하는새로운도전
&온다리쿠‘취향의집대성’
“난(중략)여자가남성을화자로설정하여쓴‘나는’하고시작하는일인칭소설이너무너무싫어요.거의증오한다고해도지나친말이아니에요.”_《삼월은붉은구렁을》
1997년에출간된《삼월은붉은구렁을》에서온다리쿠는등장인물의입을빌려남성주인공의1인칭소설에대해이렇게밝힌적이있다.그랬던그가데뷔28년만에처음으로남성화자의1인칭소설인《스키마와라시》를쓰게된이유는무엇일까?
그답은소설의주제의식과도연결된다.시대가바뀌었으니자신도바뀌어야한다는것.
《스키마와라시》에는근대건축부터예술,골동품,오래된커피숍,도시의다운사이징등온다리쿠만의취향을있는그대로드러내는작품이기도하다.뿐만아니라미스터리,서스펜스,판타지,가족소설등장르마저집대성하여‘온다리쿠월드의정점’을보여주는듯하다.실제로온다리쿠는한인터뷰에서이렇게밝히기도했다.“제가관심을갖고있는것을모조리집어넣어총력전이라는느낌으로썼습니다.”《스키마와라시》는온다리쿠를처음만나는독자에게다양한장르를풍성하게맛보는온다리쿠입문서가될것이고,오랜팬에게는28년작가인생의‘총력전’을만나는기쁨을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