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개정판) (양장)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1 : 사랑의 여러 빛깔 (개정판) (양장)

$18.00
Description
“창작과 소설 읽기의 전범이 될 현대소설의 백미!”
작가 이문열을 사로잡았던 세계의 명작들,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필독서!
1996년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이 새로운 판형과 현대적인 번역으로 다시 독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간 변화해온 시대와 달라진 독서 지형을 반영해, 기존에 수록된 백여 편의 중단편 중 열두 편을 다른 작가 혹은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고, 일본어 중역이 포함된 낡은 번역도 새로운 세대의 번역자들의 원전 번역으로 바꾸어 보다 현대적인 책으로 엮었다. 바뀌거나 더해진 것이 30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새로워진 개정판이 되었다. 여기 세련된 장정과 판형으로 소장 가치까지 한층 높였다. 지난 20여 년간 그래왔듯이, 이번 개정판도 수많은 독자들을 세계명작의 산책로로 안내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엮은이인 이문열 작가는 초판 서문에서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속에 다양하면서도 잘 정리된 전범(典範)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젊은 시절 작가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작품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주요 문학잡지의 해외 특집란을 검토해 추린 후, 주제별로 세계의 다양한 나라의 작품들을 엮어내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더했다.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는 별수 없는 미진함이 남을지라도(혹은 그런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작가는 이 선집이 작가 자신의 문학 체험의 한 결산임을 분명히 밝히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학 체험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창작의 한 전범이자 기준이 될 것이며, 소설 연구자들에게는 주제별 비교가 가능한 텍스트로서, 그리고 대중 독자들에게는 수준 높은 세계명작들의 풍성한 세계를 접하는 첫 책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수록된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준의 문학 교양을 쌓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우선 1권과 2권이 동시 출간되었다.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은 사랑의 본질 혹은 속성을 다룬 작품들을 모았다. 수록된 11편의 중단편은 문학의 프리즘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여러 빛깔”을 펼쳐 보인다. 이문열 작가가 처음 책을 낼 때부터 꼭 넣고 싶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넣지 못했던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킨 이야기〉와 오 헨리의 〈잊힌 결혼식〉을 새로이 번역해 실었고, 테오도어 슈트롬의 〈임멘 호수〉와 안톤 체호프의 〈사랑스러운 여인〉은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읽는다. 그 외에도 바실리 악쇼노프의 〈달로 가는 도중에〉,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의 〈르네〉,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 토머스 하디의 〈환상을 쫓는 여인〉, 알퐁스 도데의 〈별〉, 아니투어 슈니츨러의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 스탕달의 〈바니나 바니니〉 같은 세계적 문호들의 정수를 새롭게 다듬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부터 치정 같은 사랑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를 만나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2쇄/중쇄부터 저자 친필사인 없음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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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바실리악쇼노프등저,장경렬등역,이문열

저자:바실리악쇼노프
러시아소설가.1932~2009년.러시아카잔출생.1960년에중편소설「동기생」을발표하여일약유명해졌으며,그후장편소설『별나라로가는차표』와단편소설「달로가는도중에」등의작품을연이어발표,1960년대소련문학의새로운기수가되었다.초기작품에서새로운세대에대한대담한표현으로젊은층의열렬한지지를받았으나,소련체제하에서보수적인비평가로부터혹평을받으며1980년미국으로건너가주로생활했다.이후작품인「강철새」,「화상(火像)」등은현대소련을다루면서도다분히실험적성향을보여현대러시아문학속의‘서유럽파’로도불렸다.

저자:다니자키준이치로
일본소설가.1886~1965년.일본도쿄출생.메이지말기부터쇼와중기까지왕성한작품활동을하며다방면에걸쳐문학적역량을과시한작가로,노벨문학상후보에수차례지명되는등일본뿐아니라국제적으로도높은평가를받았다.주요작품으로는『치인의사랑』,『만지』,『슌킨이야기』,『미친노인의일기』등이있다.

저자:프랑수아샤토브리앙
프랑스작가이자정치가.1768~1848년.생말로출생.화려하고섬세한정열의문체를가진19세기프랑스낭만파문학의선구자였다.주요작품으로는『그리스도교의정수』,『순교자들』,『르네』,그리고자서전『무덤저편의추억』등이있다.특히,『그리스도교의정수』로나폴레옹의인정을로마대사관의비서관으로임명되며한때외무대신의위치에오르기도했다.

저자:테오도어슈토름
독일작가.1817~1888년.독일북부후줌출생.대학에서법률을공부한그는후에상급법원과지방법원의판사를하며작가로서도활발히활동했다.주로고향인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자연과생활,역사등을소재로자신의체험을담은글을썼다.초기에는애수서린서정의세계에서서사적인심리적갈등으로,그리고최후에는입체적인비극적세계로이르는시적사실주의를완성했다는평가를받는다.『벽난롯가에서』,「임멘호수」,「백마의기사」등의작품이있다.

저자:안톤체호프
러시아소설가이자극작가.1860~1904년.러시아타간로크출생.1879년모스크바대학의학부에입학한그는재학중에가족을부양하기위해단편소설을쓰기시작했고,졸업후의사로근무하면서본격적인문학활동에나섰다.객관주의문학론을주장하며시대의변화와요구에대한올바른목소리를전달하기위해저술활동을벌였다.「지루한이야기」,「사할린섬」등수많은작품으로러시아사회에큰반향을일으켰다.주요작품으로「황야」,「등불」,「6호실」,「대학생」,「갈매기」등이있다.

저자:윌리엄포크너
미국의대문호.1897~1962년.미국미시시피주뉴올버니출생.유럽의모더니즘을미국문학에본격적으로도입한작가로평가받으며,미국남부사회의변화상을연대기적으로묘사해부도덕한남부상류사회의사회상을고발했다.주요작품으로는『음향과분노』,『내가죽어누워있을때』,『팔월의빛』,『압살롬,압살롬!』등이있다.1949년노벨문학상을,1954년과1962년퓰리처상을거듭받았다.

저자:토머스하디
영국의소설가이자시인.1840~1928년.영국도셋주출생.21세에런던에정착하여견문을넓혀나갔고,25세부터시와소설을쓰기시작했다.1891년에『더버빌가의테스』를출간해소설가로서명성을얻었으나내용이사회적통념에어긋난다는이유로신랄한공격을받기도했다.당시영국사회의인습,편협한종교적태도를과감히비판하고,남녀간의사랑을성적으로대담히폭로했다는평가를받는다.주요작품으로는『귀향』,『무명의주드』,『더버빌가의테스』등이있다.

저자:알퐁스도데
프랑스작가.1840~1897년.남프랑스님므출생.13세때부터시를쓰기시작하여시집『사랑하는여인들』을발표하기도했다.주로사랑의시각으로자연을바라보는감성적인문학성을기초로,연민과미소,눈물과풍자,유머를가미한소재들을작품속에담아왔다.주요작품으로는단편「별」이수록된『풍차방앗간에서온편지』,『마지막수업』,『월요일의이야기』등이있다.

저자:아르투어슈니츨러
오스트리아소설가이자극작가.1862~1931년.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수도빈출생.부유한유태인의학교수아들로태어난그는부친과마찬가지로의사가되었으나생의대부분을작가로활동했다.‘젊은빈’파의대표작가로정신분석의대가였던프로이트와도교류하며작품에서도정신분석적묘사를활용하기도했다.「죽음」을발표하면서이름을알린그의주요작품으로는『카사노바의귀향』,『엘제양』,『트인데로가는길』등이있다.

저자:스탕달
프랑스작가.1783~1842년.프랑스그르노블출생.본명은마리앙리베일이다.1814년나폴레옹몰락과함께이탈리아밀라노에머물면서본격적인문필활동을시작했다.『라신과셰익스피어』로낭만주의운동대변자로불렸고,발자크와함께19세기프랑스소설2대거장으로평가받는다.평론『연애론』,대표작『적과흑』,『뤼시앙뢰방』,『라미엘』등이있다.

저자:오헨리
미국작가.1862~1910년.본명은윌리엄시드니포터이다.보통사람들,특히뉴욕시민들의생활을낭만적으로묘사했다.1887년경부터습작을시작했고칼럼니스트이자만화가로도활동했다.이름을오헨리로바꾸고『현자의선물』,「마지막잎새」,「크리스마스선물」,『캐비지와왕』등주옥같은작품을발표했다.


엮음:이문열
1948년서울에서태어나고향인경북영양,밀양,부산등지에서자랐다.서울대학교사범대학에서수학했으며197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중편「새하곡」이당선되어등단했다.이후「그해겨울」,「황제를위하여」,「우리들의일그러진영웅」등여러작품을잇따라발표하면서다양한소재와주제를독보적인문체로풀어내어폭넓은대중적호응을얻었다.특히장편소설『사람의아들』은문단의주목을이끈초기대표작이다.
작품으로장편소설『젊은날의초상』,『영웅시대』,『금시조』,『시인』,『오디세이아서울』,『선택』,『호모엑세쿠탄스』등다수가있고,『이문열중단편전집』(전6권),산문집『사색』,『시대와의불화』,『신들메를고쳐매며』,대하소설『변경』(전12권),『대륙의한』(전5권)등이있으며,평역소설로『삼국지』,『수호지』,『초한지』가있다.
오늘의작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호암예술상등을수상하였으며,2015년은관문화훈장을수상했다.그의작품은현재미국,프랑스,독일등전세계20여개국15개언어로번역,출간되고있다.

역자:장경렬
서울대학교영문과교수로재직중이다.서울대학교영문과를졸업하고,텍사스대학교에서영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지은책으로『미로에서길찾기』,『신비의거울을찾아서』,『응시의성찰』,『코울리지:상상력과언어』,『매혹과저항:현대문학비평이론에대한비판적이해를위하여』등이있으며,옮긴책으로『내사랑하는사람들의잠든모습을보며』,『야자열매술꾼』,『아픔의기록』,『선과모터사이클관리술』,『젊은예술가의초상』,『라일라』,『학제적학문연구』등이있다.

역자:권희주
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일어일문학박사를취득하고건국대학교KU중국연구원동아시아문화연구센터조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는『읽는만큼보이는일본-일본문학상산책』,『일본대중문화의이해』,『근대국어교과서를읽는다』,『근대일본의‘조선붐’』(이상공저)이있으며,『후쿠자와유키치의젠더론』(공역),『그린투어리즘』등을번역했다.

역자:진형준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문학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한국문학번역원원장,홍익대문과대학장,세계상상력센터한국지회장,한국상상학회회장등을역임했다.주요저서로는『상상력이란무엇인가』,옮긴책으로『상상계의인류학적구조들』등이있다.

역자:정서웅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했다.독일학술교류처(ADDA)초청으로독일브레멘대학교환교수,숙명여대독어독문학과교수를지냈다.옮긴책으로『독일어시간』,『콜린』,『크눌프로스할데』,『환상소설집』,『스퀴데리양』,『베네치아와시인들』등이있다.

역자:이동현
육군사관학교노어과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러시아어과교수등을역임하고,『카라마조프네형제들』로1970년국제팬클럽한국번역문학상을수상했다.옮긴책으로는『대위의딸』,『검찰관』,『외투』,『코』,『카라마조프네형제들』,『백치』,『죄와벌』,『크로이처소나타』,『결혼의행복』,『의사지바고』등이있다.

역자:송전
서울대학교독어독문학과를졸업하고독일보훔루르대학에서수학했다.서울대학교대학원에서독문학문학박사학위를받았고,한남대학교문과대학장,사회문화대학원장을역임했다.현재한남대학교인문학부교수로재직중이다.연극<어느혁명가의죽음>,<갈릴레오갈릴레이>등을연출했다.지은책으로는『하우푸트만의사회극연구』,옮긴책으로는『게르만신화연구』,『드라마분석론』,『오디세우스의귀향』과희곡『에밀리아갈로티』,『녹색의앵무새』,『갈릴레이의생애』등이있다.

역자:오국근
동국대학교부총장,문과대학장등을역임하고,영어영문학과교수로재직했다.옮긴책으로는『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달과6펜스』,『무기여잘있거라』,『아들과연인』,『제인에어』,『폭풍의언덕』,『동물농장』,『노인과바다』,『첫무도회』,『젊은사자들』,『백경』,『서머셋모옴전집』등이있다.2016년별세하였다.

목차

『세계명작산책』개정판을내며
『세계명작산책』초판서문
머리말

바실리악쇼노프
달로가는도중에
싱싱하게형상화된사랑의양면성

다니자키준이치로
슌킨이야기
애달프고처절한아가雅歌

프랑수아샤토브리앙
르네
초월로가는길목으로서의사랑

테오도어슈토름
임멘호수
아프면서도아름다운영혼의낙인

안톤체호프
사랑스러운여인
세상을이해하는눈혹은삶의방식

윌리엄포크너
에밀리를위한장미
세월과죽음을뛰어넘는사랑의전율스러움

토머스하디
환상을좇는여인
외날개의새

알퐁소도데

멀고잡을수없는것의아름다움

아르투어슈니츨러
라이젠보그남작의운명
치정혹은흉기같은사랑

스탕달
바니나바니니
다른가치와의충돌

오헨리
잊힌결혼식
불같은자본시장한가운데서의사랑과결혼

출판사 서평

바실리악쇼노프‘달로가는도중에’

찰나의순간,누군가와사랑에빠지는그마법같은순간.보통의시작은낯섬,혹은결여다.스스로에결핍된육체적,지적,미적,물질적인무엇에대한갑작스런발견,혹은‘상대적박탈감’일수도있다.익숙해져서잊었거나주변에없던자극에대한반응이다.빼어난외모나타고난힘,출중한재주,잠깐의대화로도느껴지는깊이모를정신세계와지적인축적같은.다르게는극복할수없는압도적재력차이와드물게‘팜므파탈’같은성적매력앞에서도쉽게사람들은공손해지고,호기심과경외감,드물게는‘유사’사랑으로발전한다.물론역으로동정과연민,‘동어반복’(알콜중독자의딸이다시알콜중독자와결혼하는경우처럼)같은,썩논리적이지못한우월감이만든격차도있겠다.
그렇게스스로의예상치를벗어나는대상을접한감정은짧든길든격렬해지기마련.호기심,호의,존경,경악,질투,불신,...어느것이먼저이든,무엇으로이어지든.그사랑의깊이와지속시간은대부분그다음문제다.그순간견고한방어기제가사실상전략적인‘거리두기’에성공하기란참으로어렵다.익숙한제모습을수면에서재발견하는것(나르시시즘)조차존재를파멸로이끄는설득력있는신화적상징,많은경우피하기힘든사랑의비유로남아있다.
그래서사랑은언제나인간사에가장특별한일중하나,동서고금을통틀어작가들이자신의작품목록에꼭넣고싶어하는주제다.사랑이야기를쓰고싶어작가가되었다고하는경우도여럿이다.그렇다고반드시그대상이특별해야하는것도아니다.꼭머리칼이뱀인메두사나하반신이말인켄타우로스족처럼눈에틔는특이점이있어야맹목적인열정에빠지는게아니다.(메두사가여신아테나의질투를살만큼미인이었다든가,헤라클레스의스승이었던케이론이켄타우로스족임은잠시잊어두자.)
그런의미에서러시아작가바실리악쇼노프의‘달로가는도중에’역시비슷한경우다.주인공발레리키르피첸코는‘상남자’다.유배지로유명한사할린벌목현장에서일하는트럭운전사인그는어린시절부모를모두잃고고아원과군대,수용소를거쳐현장합숙소까지거친생활을이어왔다.작가의표현대로‘수틀리면그자리에서한방먹여상대방의눈이시퍼렇게멍들도록만드는그런사람’이자‘기계를좋아하고현재생활이만족스러’운사내다.그런그가여름휴양지로가던비행기안에서스튜디어스타냐에반해중간기착지인모스크바와하바롭스크를오가며돈과시간을모두써버리는얘기다.그사이끼어드는사건이래야동료바닌의여동생라리사과사흘남짓짧은흥청거림정도다.물론연애경험이없지않은그에게그녀는‘그처럼형편없는가격에자신을팔인물’이아님을되뇌이게만드는대상에그친다.
인상적인것은발레리의감정선이다.작가는수사적이거나감상적인과장없이,담담한대화처럼전지적관점으로그를들여다보지만이렇다할기복이없다.몇마디타냐와의가벼운대화,떼지못한시선끝에그녀는‘이세상사람이아닌듯한자태’로승격되고,‘그녀를통해자신의아기를갖고싶다는충동’까지갖는대상이된다.그렇지만순간의욕정과는조금다르다.“...사람들이아기를갖고싶어할때하는짓거리를그녀에게할수있으리라는생각이그에게는좀처럼들지않았다.그런일은상상조차할수없었던것이다....”그냥그렇게타냐는발레리에게들어온다.앞서며칠전라리사와의며칠이후결혼을강요하는동료를거칠게두들겨주는가하면,공항에배웅나와눈물글썽이는라리사에게하염없이약해지는감정변화같은것이타냐를상대로는없다.
유배생활같은벌목장에서떠나1년에단한번,평소라면술,도박외엔쓸곳도없는돈을탕진하러가는목적없는휴가.비싼양복을맞추고거들먹거리며술과여자에돈을탕진할기대에찬발레리가타냐앞에서한마리순한양같은사내가됐다.여드름가득한중학생이첫사랑겪듯설레인다.매사에거침없던그가그녀에게는적극적으로지분대지도유혹하지도않고,구체적인계획도없이매양비행기표를끊는다.우연히마주쳐도눈인사이상접근해말을걸마음이없다.그저양복을사고책을읽고공항과모스크바시내를어슬렁거리고그녀가있을지모를같은노선비행기를갈아타며달뜬다.
그렇다고그녀가대단히특별한여자로묘사되지도않는다.칠흑같은머리,섬세한손가락,멋진미소,그리고매혹적인목소리정도다.스스로도생각하듯공항에서비행기에서모스크바시내에서비슷한수준의외모,느낌을주는여자는많았다.“...고리키거리에나가보니천지에온통타냐가널려있었다.그녀는전차를타거나내리기도하고,상점에들어가기도했다.그녀는또한길건너편에서불량소년차림의젊은아이와어슬렁거리기도하고,심지어상점의진열장창문저쪽에서미소를던지기도했다....”
다만(거리가득한미녀들이)그녀가아니고,(그에게는꼭)그녀여야한다는차이다.“...다듬고칠한손톱,굽이높은구두위의늘씬한다리,갖은정성을들여손질한머리는비할바없는경이로움을선사했었지만,결국에는단조롭고김빠진것처럼보이기마련인...”,그간스쳐지나간여자들처럼‘한때의바람’이아닌것이다.모스크바에서도그는헌팅하러가자는동료의유혹에도불구하고차라리호텔에서잠을자고체호프를읽는쪽을택한다.그녀를떠올리면다가오는‘느긋한평온감과행복감에다시금도취’되면서.
휴가는그것으로빠르게지나간다.하바롭스크와모스크바를오가며여기가어딘지몇시인지감각을잃을정도가되고,심지어조종사,스튜어디스와낯이익는사이.물론태어나이만큼많은책을읽고,자신의삶에대해생각하고,느닷없이울어본적이없달정도의새로운경험이다.게다가이처럼멋진휴가를보냈다고생각한적이없을만큼만족스럽다.
그렇게다시벌목현장으로돌아오는그에게감정변화는없다.그간비행기로오간거리를계산하며,그녀라는‘달’에닿는거리를가늠할뿐이다.사할린에서유즈니를거쳐하바롭스크와모스크바를여러번오간거리,가까이볼수있지만갈수없는저달과의거리(약38만km)가그리차이나지않음을생각하면서.그리고중얼거린다.“그렇게멀진않은데....아무것도아니군.”
돌아가는공항에서멀찍이타냐를응시하며그는생각한다.“...트럭을몰고능선으로올라가는동안그녀를생각하게될것이다.그러나일단능선에올라가면너무도생각해야될일이많아서그녀에대한생각은하지못하게될것이다.그렇지만산허리까지내려오게되면다시금그녀생각이나리라.그리고는저녁내내그리고밤새도록그녀생각을하게되리라.다음날아침에는그녀를생각하면서잠에서깨어나리라....”
덧붙이자면러시아와미국을오가며작품활동을했던작가바실리악쇼노프는국내에여전히잘알려지지않은작가다.지난2009년별세했다지만해외위키피디아를통하지않으면검색도잘되지않고,책도모두절판돼도서관에서나찾아볼수있다.20~30년전쯤소련을필두로견고했던동구공산주의진영이무너지며잠시근현대작가들이소개되기도했지만이제는독자들의관심에서멀어진작가다.그러다보니현재출판되는것은이중단편선집이사실상유일하지싶다.
1932년러시아‘제3의수도’카잔출생인악쇼노프는28세에첫작품인중편소설‘동기생’을시작으로,장편‘별나라로가는차표’(1961),단편‘달로가는도중에’(1962)를잇달아선보이며주목받았다.구소련체제하에서새로운젊은세대에대한대담한표현으로젊은층에큰인기를끌었다.하지만보수적인러시아문단과정부에시달리다가1980년미국으로건너가대표작이라할‘강철새’(1977)‘화상’(1980)등러시아를배경으로한실험적인작품을잇달아발표하면서현대러시아문학의‘서유럽파’로불렸다.



다니자키준이치로「슌킨이야기春琴抄」

“두묘비는낮은석단위에나란히자리잡고있었는데,슌킨의묘오른쪽에소나무한그루가푸른가지를마치지붕처럼묘비위로드리웠고,그가지끝이닿지않는왼쪽으로두세자쯤(약60~90센티미터)떨어진곳에사스케의묘가황송해하며모시듯이대기하고있었다.그광경을보고있자니생전에사스케가충실하게스승을섬기고그림자처럼따라다니면서수행했던때를떠올리게하며자못묘비속에혼령으로남아오늘날도여전히그행복을즐기고있는것만같았다.”(p84)

이야기는작가가주인공인‘모즈야슌킨전’을읽고그에대한감상과평가를더하는방식으로진행된다.어릴적주인집과거래처견습공관계로시작해,옛악기고토스승과제자,그리고사실상부부관계로이어지는두사람인만큼,사스케가평생슌킨에게품었던경외와사모의감정으로써진책에서중심을잡아가는식이다.

“또다음과같이이르고있다.“슌킨은어릴때부터매우영리하고용모가단정하여그우아함을견줄자가없었다.네살때부터춤을배웠는데,춤사위를스스로터득하여손을뻗거나당기는자태의우아함과요염함은무희조차당해내지못할정도였다.그스승도혀를내두르며‘아,이아이가이렇게뛰어난자질을타고났으니온천하에명성을떨치리라기대하지만,양갓집규수로태어난것을행운이라할지불행이라할지……’하고중얼거렸다고한다.또한일찍부터글을익혔는데그속도가대단히빨라서두오빠를능가했다.”이기록들이슌킨을마치신처럼여겼던사스케로부터나왔다고하니어느정도나믿어야할지알수없지만,그녀의타고난용모가단아하고우아했음은여러사실에서확인되었다.”(p85)

슌킨은부유한약재상집안아가씨,사스케는거래처에서온가게수습생이다.덧붙이자면슌킨은아홉살에시력을잃었지만고토와샤미센에천부적재능을가진아름다운여인.부유한집안형편과음악적재능,미모가‘선물’이었다면,실명은그녀의삶을뒤틀어버린재앙이었을테다.반면사스케는형편이넉넉치않은상인집안에서거래처에위탁된견습생,당시가게를물려받는장남외엔일정시기독립해야하는에도시대관습으로는사실상‘머슴살이’신세다.결과적으로는고토명인으로성장하지만,이는슌킨과짝지어주려는주인집의도움이컸다.다시말해시작은그저건강한몸,멀쩡한눈,순종적인성품정도가장점의전부였을테다.

“슌킨보다네살많은사스케는열세살때처음이집에서일을시작했는데그때가바로슌킨이아홉살된해로,슌킨의아름다운눈은영원히닫힌뒤였다.사스케는말년에이르기까지슌킨의눈빛을한번도보지못한것을아쉬워하지않았고,오히려다행으로여겼다고한다.만일슌킨의실명전얼굴을보았더라면실명한그녀의얼굴이불완전하다고느껴졌을테지만,다행히그는그녀의용모에서무엇하나부족함을느끼지않았다.처음부터완벽한얼굴로보였다.”(p94)
“훗날사스케는슌킨에대한자신의사랑이동정이나연민으로비치는것을극도로싫어해서그렇게보는사람이있으면천만의이야기라고부인했다.“나는단한번도스승님의얼굴을보고가엽다거나불쌍하다고생각한적이없었네.스승님에비한다면도리어눈이보이는쪽이더비참하지.스승님께서저기상과용모로무엇이아쉬워남의동정을구하시겠는가?오히려‘사스케가가여워’라고하시며나를불쌍히여겨주셨어.나나너희는눈코가있을뿐,다른것은무엇하나스승님께미치지못한다.우리들이야말로장애가있는것이아닌가?”라고말했다.”(p96)

두사람이가까워지는것은고토를배우러다니는슌킨을사스케가수행하면서다.시력을잃어불편했지만동정심같은건자존심이허락치않았던슌킨을한결같이동경해온사스케의진심이느껴졌을수있다.이후사스케가몰래고토를배우다들키자슌킨이본격적으로가르치기를자청하며둘사이는더가까워졌다.

“『슌킨전』에는그순간을이렇게기록하고있다.“바로그때슌킨은사스케의뜻을갸륵하게여겨,‘너의열정이기특하니앞으로는내가가르쳐주마.틈이나면언제고나를스승으로의지하여연습에힘쓰도록하라’고말했고,슌킨의아버지야스자에몬도마침내이를허락했다.사스케는하늘로날아오를듯한마음으로수습업무를보는한편,매일일정한시간을내어슌킨에게가르침을받게되었다.이렇게해서열한살소녀와열다섯살소년은주종관계에이어이제또사제의인연을맺게되었으니,이어찌기쁘지아니하랴.””(p107)
“저녁식사를마친후에는가끔마음내킬때마다사스케를2층마루로불러가르쳤는데,그것이마침내는하루도거르지않게되었다.아홉시,열시가되어도여전히사스케를놓아주지않고“사스케!내가그렇게가르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