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신발 (남상순 소설집)

도라지꽃 신발 (남상순 소설집)

$14.00
Description
한국 소설의 끈질긴 생명력
남상순에게 따라 붙는 호명이 있습니다. ‘오늘의 작가’입니다. 장편 소설 『흰뱀을 찾아서』로 제17 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그는 세월이 흘러도 늘 오늘의 작가입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은 모순과 대면하며 오늘을 일구고 있습니다. 그가 품은 소명만큼 그의 소설은 문제적입니다. 우리에게 생각해야 할 공간을 마련하고 외면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합니다. 때론 불편하고 때론 거북하지만 소설이 가야할 길에서 벗어나지 않고 작품으로만 말하길 고집합니다.
남상순은 1992년 『문화일보』 추계 문예 공모에 「산 너머에는 기적소리가」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후 많은 작품 속에서 변모를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 변이 속에서 놓지 않고 지속하는 뜻이 있습니다. 불행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는 신음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입니다. 그것이 그의 소설 쓰기입니다. 그때마다 억눌려 사는 사람들이 독립된 주체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한 걸음 더 앞서 나가고자 하는 문학적 고투를 합니다.
이번 소설집 『도라지꽃 신발』은 도라지꽃의 꽃말처럼 영원한 사랑을 담았습니다. 서로 연대하며 공감하는 가운데 새로운 삶의 길을 여는 경이적인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도라지꽃의 끈질긴 생명력처럼 남상순의 이번 소설집은 우리에게 그래도 다시 챙겨야할 삶의 바탕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 줍니다. 한국 소설의 끈질길 생명력이 그의 작품에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도라지꽃 신발』은 무엇을 담았는가?

일곱 개의 ESC(탈출, 벗어남)

오늘날 우리는 주체 욕망 때문에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은 이를 풀어 가려는 또 다른 욕망입니다. 대중은 자본과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조정하려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관점이란 누구나 다 가진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집은 이러한 권력욕을 개인적 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시대를 진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매듭」은 젊어서 경솔하게 헤어졌던 부부가 장년에 다시 합치려고 만난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았습니다. 「도라지꽃 신발」은 파괴된 가정을 재혼으로 돌파하려는 남자와 아버지가 만든 새 가정에 소속되기를 거절하고 자기에게 맞는 집을 세우겠다는 열아홉 살 딸의 모험을 대비시키면서 집이란 무엇인가 하는 성찰을 담았습니다. 「요이지 커피」는 인생이 꼬인 두 여자의 만남을 통해 풀림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부제는 ‘죽은 자들의 카페’입니다. 두 사람은 삶의 터전에서 ESC를 누르고 나간 뒤 겪어야 했던 참혹함을 요이지 커피숍에서 만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군고구마」는 사회 운동 노선에서 변절한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내의 고군분투를, 「앞집 여자」는 재혼 가정에 가해지는 갖가지 편견을 다루었습니다. 「삭발」은 작가 레지던스에서 체험을 권력 문제와 연관시킨 작품입니다. 레지던스 공간을 강박적 장소로 문제 삼으면서 거기서 벗어나려는 여성 작가의 의지를 삭발 문제로 치환해 다루었습니다. 「장부」는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시첩(장부)’의 암호를 푸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새로운 여성 서사의 연대기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 일곱 편의 서사는 공통된 플롯을 담고 있습니다. 권력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ESC(탈출, 벗어남)의 개인적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공동체를 출현시켜 애써 살림(활동)을 꾸려나가는 개인과 그 맞은편에서 그 공간의 성격을 문제 삼으며 거기서 벗어나려는(ESC) 또 다른 개인을 등장시킴으로써 독자 스스로 현실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합니다.
저자

남상순

경북문경에서태어나동덕여대국문과와고려대대학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1992년문화일보에단편소설「산너머에는기적소리가」가당선되어등단했으며이듬해장편소설『흰뱀을찾아서』로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이후장편소설『나비는어떻게앉는가』,『동백나무에대해우리가말할수있는것들』,『희망노선』과소설창작집『우체부가없는사진』을펴냈다.2006년청소년장편소설『나는아버지의친척』을발표한이후로『라디오에서토끼가뛰어나오다』,『사투리귀신』,『키스감옥』,『걸걸한보이스』,『애니멀메이킹』,『인간합격데드라인』,『스웨어노트』,『비공개2인카페』를출간했으며장편동화로『이웃집영환이』,『코끼리는내일온다』,『특별한이웃=ㅁ』가있다.

목차

매듭
도라지꽃신발
요이지커피
군고구마
앞집여자
삭발
장부

여백
해설

출판사 서평

‘여성-서사’와‘웅숭깊은’페미니즘이나아가는지점

남상순의이번작품집『도라지꽃신발』은(청소년소설을제외하면)두번째에해당되고통산전적으로따져도장편소설을포함하여여섯번째로단행본을엮어펴내는셈이다.알다시피전업소설가로서한국사회에서살아가기위해서는경제적인문제뿐만이아니라,사회적편견과부딪치게된다.일상생활곳곳에서돌출되는장애와시시각각공격해오는복병들이자존심을무너뜨리는까닭에인내하기가여간어려운일이아니다.대인관계에서는그만큼노하우를갖추고있어야만한다.그중에서도가장고통받고시달리기로는경제적궁핍이무시못할위협이라서부업차원내지알바개념으로청소년소설을쓰거나동화창작에곁눈을팔기도한다.그래서작가들내부에서도전업동화작가와의미묘한견제,알력,깔봄,무시등의경원시현상이나타나기도한다.남상순은어떤가?아니다.이점이중요하다.
이번작품집에서공통된것이있다면서로를이해하고각자의삶의간난신고艱難辛苦를연민에가득찬마음으로공감하며더나아가서는내안에있는‘나’들에관한사유가깊이있게천착穿鑿되고있다는점이다.이전작품들에서는개별주체의누구에게도침해받지않고오롯이자기스스로의삶을구성해나가는인물들을형상화했다고한다면,이번소설들에서는‘나’의존재가관계성의맥락과교통속에서주체적으로구성되고조형되었음을알린다.마치자기밖에모르던유아적주체가상호관계의혼돈과무질서속에서점차로성숙한자기가되는면모를보이는것이다.
요즘활성화하고이슈화되는페미니즘의부상으로남상순의작업이늦은감이있고또감질나는대로유행에뒤진포퓰리즘(Populism;대중추수주의大衆追隨主義)이라고비난받을우려를생각한다면,남상순작가로서는당혹스럽고기막힌일로항변할수도있겠다싶다.그는정작데뷔때부터그러한작가의사명과소설가로서의생존전략을여성주체의독립과자립,경제적이고정서적이며심리적인,더나아가정치적이고사회적인자율성모색에두었기때문이다.설사그에게상대적주체로선택되어소설의인물로,혹은주인공으로낙점받은남성화자-초점화자가등장한다고해도여성억압의전철前轍을반성하고개과천선改過遷善하여복합적이고다면적이면서상호관계성과종합적다초점시각의불가능한노력을포기하지않으려는서술적자의식을기본적으로갖추고있다.이렇게남상순의여성-서사는역사적선례先例와현재적생례生例가교호하고대결하면서인물의마음을키우고주변사람들을조금씩변화시키면서제갈길을꾸준히걸어갈것이다.(전상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