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일의 순이 (치매 엄마의 죽음맞이)

천 일의 순이 (치매 엄마의 죽음맞이)

$14.00
Description
인생의 시작과 끝이 준 은총
이 책은 치매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기록입니다. 죽음 학자 김난희가 치매 엄마의 곁을 지킨 삼 년의 르포르타주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치매를 앓고 생전 보지 못한 사람으로 변화하며 영면하기까지 그의 가족이 치렀던 간병 일기이도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공론화해야 할 노인 복지 문제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는 순간 가족의 일상적 삶은 평온을 잃고 과거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누구의 책임도 의무도 아니면서 수많은 윤리적 문제와 맞닥뜨리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철학적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나아가 생명 소외의 자본화된 의료 현실 앞에 좌절하게 되는 사회 체계 문제와 다투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 앞에 지은이는 때론 좌절하며 때론 끈기 있게 엄마의 곁을 지킵니다. 어느 때는 황망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며 어느 때는 새로운 삶의 신비를 체험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의 가족은 전쟁터의 군인처럼 대오를 형성하며 적과 싸우는 가족애를 보여 줍니다. 특히 여성들의 눈물겨운 헌신은 희생의 차원을 넘어 숭고한 증여로 승화됩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치매가 일군 여성 계보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 어머니, 언니, 동생으로 이어지는 여자들의 움직임은 남자들을 보좌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힘을 발휘합니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한 곡신(谷神)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보다 몸이 앞서는 존재, 논리보다 실천을 앞세우는 현장에서 죽음은 어느 순간 새로운 의미로 새겨집니다.
이 책은 하이데거가 말한 죽음에 앞서가 보는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합니다. 지은이는 그것을 가장 큰 죽음 공부라 말합니다. 달리 말하면 삶의 공부이기도 합니다. 치매는 인생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드는 비극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시작처럼 인간 삶의 끝에 찾아온 은총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평화로운 죽음’의 선구자 의사 이시토비 고조는 이에 대해 치매 환자들과 접할 때는 자신이 구원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고 치매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인생의 애교’와도 같다고도 말합니다.
누구나 언젠간 닥칠지 모를 삶의 한 순간, 치매 앞에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지은이가 먼저 앞서가 보여 주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치매와 걷는 안내서이자 지침서이기도 합니다. 특히 기록 서사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며 인간애를 오롯이 담은 문학으로서 오래 두고 읽을 만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

김난희

문학박사,미국ADEC(AssociationforDeathEducationandCounselling)의죽음교육수련디렉터(FT).2011년부터서강대학교,청주교육대학교,고려대학교(세종,안암)등에서글쓰기강의를했다.현재는순천향대학교인문교양학부에서글쓰기강의를맡고있다.
저서로『부정성의시학과한국현대시』,『한국전후문제시인연구6』(공저),『삶의성찰죽음에게묻다』(공저)가있으며,「1980년대노동시의헤테로크로닉양상」,「1980년대모더니즘시의정치적무의식」외다수의논문이있다.

목차

프롤로그ㆍ7

1929년생,서정순의약전略傳
약전略傳에앞서:엄마,그리고나ㆍ27
1929년생,서정순:재주가많으면평생고생한다더니ㆍ43

병상기록1
엄마가치매라니:치매의증상과진단ㆍ53
거처를옮긴엄마,안착하지못하고ㆍ62
근데,내가누구냐:길고우울한‘터널증후군’ㆍ68

병상기록2
엄마,요양병원침대에갇히다ㆍ79
여기가엄마의마지막집이라고ㆍ88
너무오래기다리고있는건아닐까ㆍ97

병상기록3
코로나,엄마의운명을가르다ㆍ105
이상태로는어디에도엄마를보낼수없어ㆍ117
섬망과식탐,그리고실면失眠ㆍ124
돌봄,치매엄마곁에서존재하기ㆍ130

임종기록
수면장애치료와고관절골절ㆍ141
우리착한둥이,순둥이ㆍ148
우주의진흙,엄마의똥ㆍ157
엄마의울음ㆍ164
마지막만찬후,숨을거두다ㆍ170

애도기록
아버지와나란히누운엄마ㆍ183
엄마없는날들ㆍ196

에필로그ㆍ209

여백ㆍ216

추천사ㆍ217

출판사 서평

『천일의순이』는무엇을담았는가?

치매환자는사람이다

이책은만성심부전증을오래앓았던지은이의엄마가치매진단을받은후영면하기까지만삼년의시간을병상,임종,애도의기록으로나누어묶었습니다.치매진단을받고노인장기요양4등급으로2016년11월말경부터(87세)2020년9월10일새벽두시십오분,숨을거두기까지(91세)삼년하고도십개월정도근사년의기록입니다.요양병원과요양원에서지냈던일년정도의기간을빼면실제근삼년에해당하는기간입니다.
지은이의엄마는이른바‘터널증후군’이라는긴시간을거치면서치매가악화되고,엉덩이뼈마저부러져용변처리를남에게맡길수밖에없었습니다.그런가운데요양병원과요양원에서지내다가족의품안으로돌아와숨을거두었습니다.이삼년의이야기속에는치매와심장병악화로숨을거두기까지의좌충우돌간병내용을기록했습니다.
아울러죽음을향해한발씩걸음을내디뎠던엄마곁에서수시로확인할수밖에없었던간병의고통과그고통으로부터때때로도망치고싶었던충동,그충동으로싹튼죄책감,그러나다행히도그보다는더힘이셌던엄마를향한지은이의강한연민과애정의단상들을담았습니다.
이모든이야기의끝은의심의여지없이머잖아누구나맞이하게될나자신의죽음을일깨워줍니다.결코개인적인경험담만은아닙니다.이변이없는이상우리도‘최빈도죽음’의경로에서벗어나지못할확률이높기때문입니다.
오늘날‘최빈도죽음’은고령화사회노인들의일반적죽음입니다.의학기술의발달로자연스러운존엄사가허락되기어려운의학의관리체제때문입니다.그렇다면,고령화시대조만간다가올초고령화시대에노인이될우리의죽음경로이기도합니다.고령화시대에맞게평균수명을산다면지은이의엄마처럼우리는노화와질병의긴시간을거치면서죽음을맞이하게될수밖에없는숙명에처합니다.이책이담은병과죽음에관한기록은어쩌면지은이의엄마의죽음을빌린우리의미래죽음의투시도라고도할수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