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살청 (장옥근 시집)

가을 살청 (장옥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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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은 자기가 시인이라는 것을 모른다
“시인은 자기가 시인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은 김수영이 「시여 침을 뱉어라」에 담은 시의 비의(秘儀)입니다. 그리고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 두 명제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온몸으로 시를 쓰는 일은 무엇인지 어렵기만 합니다.
이 난해한 화두는 장옥근 시인의 시를 대하는 순간에 순식간에 풀립니다. 그는 정말 자기가 시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합니다. 나는 시인이며 난 지금 시를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때가 되고 궁금할 즈음 한 편의 시를 슬쩍 건네는 것이 전부입니다. 전해 준 시를 들추기도 전에 그는 온몸으로 사라집니다. 그의 사라짐은 곧 온몸으로 여기까지 다가섰을 그의 발자국입니다. 어찌 힘들지 않았을까요. 그런데도 그의 시는 그런 내색하지 않습니다.
김수영은 「토끼」에서 닭과 토끼 같은 동물을 기르며 차이를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직업적 혹은 기업의식으로 기르는 동물과 방목하는 동물에게서 느끼는 차이입니다. 전자처럼 타산적 대상으로 전락한 동물에게서 김수영은 애정의 상실을 경험하고 싫증을 느끼게 된다고 고백합니다. ‘착취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에서 벗어난 동물은 “공작처럼 귀해 보인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시에 대입한다면 이 글 첫 문장 “동물은 어떤 것이든 직업적으로 기르게 되면 애정은 거의 전멸하고 만다.”는 “시는 어떤 것이든 직업적으로 쓰게 되면 애정은 거의 전멸하고 만다.”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볼 때 장옥근의 시는 공작처럼 귀한 모습입니다. 착취의 대상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랑 가득한 시입니다. 타산적이며 세속적인 자리에서는 짚어 볼 수 없는 지경입니다.
저자

장옥근

시인.2013년『시와경계』등단하여시집『눈많은그늘나비처럼』을펴냄.

목차

제1부?ㆍ?내안의푸른곳
걷는나무11
마지막비상12
지렁이가울때13
가을살청14
나의칸나15
낯익은혹은낯선17
거대한음모18
굿당가는길19
그섬20
어떤슬픔21
다시사랑23
온달24
죄26
바지락칼국수27
오체투지28
황지29
딸에게30

제2부?ㆍ?온몸이기도여서
지리산정령치35
유리광전상사화36
기도손37
도라지꽃38
아마레39
내마음내가다읽지못할때40
나무는죽어서도서있다41
저건너42
늙은거미43
그림자나이테44
저무는시간45
남아있는길46
끝이없는48
칠성공49
거리51

제3부?ㆍ?뿌리에게가는길
선물55
임종56
뿌리가가는길58
미황사에서59
해파랑길을걷다61
봉숭아63
나무의이력64
변절을중얼거리는수국65
망개잎말라가면서67
우는게벼슬68
산에는눈들에는비69
엄마의바다70
투르기르에서71
약속72
석모도73

제4부?ㆍ?지리산아래섬진강가
아나비다-토지면177
지리산아래-토지면278
기억의강-토지면379
어머니반짇고리-토지면481
저시커먼느티나무밑에혼자앉아있었네
-토지면583
어노어노할머니-토지면685
유언무언-토지면786
검정고무신-토지면887
첫발자국-토지면988
남겨진밥-토지면1089
손바닥샘-토지면1190
고둥소리-토지면1291

여백93
해설저아름답고강한집중(이민호)95

출판사 서평

『가을살청』은무엇을담았는가?

걷는나무의신화

장옥근의시집『가을살청』은스스로죽고재생하는나무의신화를담았습니다.뿌리와줄기와가지로서있는나무는움직이지않습니다.그냥풍경으로우리눈에보여질뿐입니다.그런데이시집에서나무는우주목처럼살아움직이고있습니다.시인은그것을걷는나무에실었습니다.그를지탱하는생명의뿌리와삶을영위하는줄기와새로운길로나아가는가지들의서사가긴장속에조밀합니다.
〈제1부〉‘내안의푸른곳’에는치유와정화의의지가깃들어있습니다.그것을‘살청(殺靑)’의이미지에새겼습니다.나무가푸른빛을지우는일은죽음을향해가는자연의섭리가아닐수없습니다.그러나그죽음은거기서끝나는것이아니라다시싹을틔우는생명의역설이기도합니다.신화를만들려는욕망이라할수있습니다.
〈제2부〉‘온몸이기도여서’에는불확정적인언어에대해불신하는시인의무의식과만날수있습니다.그것은한편으로새로운소리의기다림이기도합니다.구원은소리로들려오고사랑의의미는사랑이라는언어에서오고있다고시인은귀를기울입니다.어쩌면몸이망쳐놓은현실을치유하는신화일지도모릅니다.그처럼시인은지금허기에차있고공백상태입니다.살청이후그가선택한길입니다.그리고나뭇가지처럼,뿌리처럼스며들기를소원합니다.
〈제3부〉‘뿌리에게가는길’은나무의상상력을담았습니다.가지위로뻗쳐오르는상징의억압에서자유를꿈꾸는시인과만날수있습니다.근원적상처,속죄의식,동물적폭력,역사적시간이가져온소외에서벗어나뿌리에게가서다시묻고있습니다.그렇게시인은‘지금여기’의시간과공간에자신을드러내일정한형태로원형적자기존재를지각합니다.
〈제4부〉‘지리산아래섬진강가’에서시인은영원한현존을꿈꾸며성스러운시간을얻으려합니다.섬진강가토지면은시인이태어나처음마주했던나무와만날수있는장소입니다.그곳은셰이머스히니의시속에자리하고있는‘빛나는텅빈곳’이며헤르만헤세가숭배했던‘위대한고독한곳’입니다.그곳에서시인은백석처럼‘외롭고높고쓸쓸’합니다.이모두나무가거처하는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