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음악과 평화와 (김종삼 탄생 백 주년 기념 시집)

전쟁과 음악과 평화와 (김종삼 탄생 백 주년 기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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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백 년의 고독을 불러 세우다
2021년 김종삼 탄생 백 주년을 맞이하여 출간된 김종삼 시선집 『전쟁과 음악과 평화와』는 여명을 기다리는 시간에 앞서 달 뜰 때까지 서둘러 가야만 하는 존재를 담았다. 그의 작품 중 예순한 편의 시를 전쟁에 스물한 편, 음악에 스무 편, 평화에 스무 편으로 배치하였다. 그의 시 세계에서 전쟁과 음악과 평화 세 주제는 분립되기도 하고 서로 오가기도 한다. 시집 끄트머리에 시의 출전을 밝히고 본문 시는 원전 표기를 그대로 옮겼다. 원전의 한자는 우리말과 병기하여 읽기에 편하도록 했다.

「전쟁과」 편에는 시인이 목도한 죽음의 잔상이 드리워져 있다. 그 그림자는 지울 수 없는 낙인과 같이 읽는 이의 심중을 파고든다. 평범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하다. 전쟁이 훑고 간 자리에서 무언가 움트는 생명의 꿈틀거림을 느낄 수 있다. 알 듯 모를 듯 내용 없는 아름다움이다. 「음악과」 편에는 김종삼 시의 배음을 들을 수 있다. 그의 뮤즈인 라산스카와 조우할 수 있으며 시인의 처음과 끝 모두에서 펼쳐진 시적 아우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상에 아직 나오지 않은 소리를 들으며 전쟁의 흔적을 지우는 풍경처럼 스며드는 상처를 매만지는 신비체험을 하게 된다. 「평화와」 편은 받기 어려운 선물이다. 모두 근원으로 돌아가 잔잔한 물결이 되어 파문 속에 묻히게 된다. 그 세계는 김종삼이 꿈꾸는 유토피아이다. 전쟁의 디스토피아를 겪고 난 후 맞이하게 되는 평등한 세상이다. 재미있게 놀고 있는 어린 생명의 한복판이다. 형식 없는 평화다. 이번 시선집은 전쟁이 한국 문학의 중요한 계기이듯이, 평화가 한국 문학을 세계 문학의 일원으로 자리하는 화두이듯이, ‘음악’이라는 보편적 예술을 매개로 한국 문학의 영토가 확장되기를 꿈꾸고 있다.
저자

김종삼

(1921~1984)

1921년4월25일황해도은율에서태어남.평양광성보통학교를졸업하고평양숭실중학교를거쳐일본동경도요시마豊島상업학교에편입,졸업하고동경문화학원문학과에입학함.해방이되자귀국극예술협회연출부에서음악을담당함.1954년『현대예술』6월호에시「돌」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함.『현대시회』회원으로시를쓰며『시극』동인으로각종시극의음악을연출함.1967년동아방송제작부에서음악연출을담당하다정년을맞음.1984년12월8일간경화로생을마감.경기도송추울대리길음성당묘역에영면함.제2회현대시학작품상(1971),한국시인협회상(1978)을수상함.개인시집『십이음계』,『시인학교』,『누군가나에물었다』,시선집『북치는소년』,『평화롭게』,연대시집『전쟁과음악과희망과』,공동시집『본적지』등을상재함.

목차

서문

전쟁과

원정園丁15
전봉래全鳳來17
주름간대리석大理石19
아우슈뷔치20
소리21
지대地帶23
문장수업文章修業24
북치는소년25
미사에참석參席한이중섭씨李仲燮氏26
돌각담27
엄마28
시인학교詩人學校29
달뜰때까지31
어부漁夫34
아우슈비츠라게르35
평범한이야기36
민간인民間人37
기동차가다니던철뚝길38
소곰바다39
소공동지하상가4
서시序詩41

음악과

Gㆍ마이나45
쑥내음속의동화46
드빗시산장부근48
십이음계十二音階의층층대層層臺49
라산스카50
라산스카51
음音52
라산스카53
단모음短母音54
배음背音55
스와니강江이랑요단강江이랑57
라산스카58
음악音樂-마라의「죽은아이를추모追慕하는노래」에부
쳐서59
아뜨리에환상幻想62
올페63
유성기留聲機64
따뜻한곳65
앤니로리66
최후最後의음악音樂67
라산스카68
평화와
받기어려운선물처럼71
오월五月의토끼똥ㆍ꽃73
부활절復活節74
샹뼁75
앙포르멜76
나77
오五학년일一반78
나의본적本籍80
무슨요일曜日일까81
물통桶82
묵화墨畵83
새84
두꺼비의역사轢死85
피카소의낙서落書86
장편掌篇87
장편掌篇88
미켈란젤로의한낮89
내가죽던날90
장편掌篇91
누군가나에게물었다92

수록작품출전93
해설백년의고독과시인의사라짐9

출판사 서평

백년의고독을불러세우다

2021년에탄생백년을맞은시인작가들이몇되었습니다.그틈에김종삼도있습니다.그가삶과죽음을거쳐백년을존재했다는사실에가르시아마르케스의『백년동안의고독』이떠오릅니다.‘가장중남미적인표현’으로침탈과폭력에시달린역사를깨웠던소설속에서새삼김종삼을만납니다.‘가장한국적인표현’으로폭력의비극성이극대화된전쟁의상처가덧칠된그의시를대할때마다“나는누구인가?”묻지않을수없습니다.
마르케스는말합니다.“우리자신의정체성을추구하는것은그들에게도그랬듯이너무나힘들고잔학한것입니다.우리현실을타인의방식으로해석하는행위는갈수록우리를이해하지못하고,갈수록우리를덜자유롭게하며,갈수록고독하게만드는데이바지할뿐입니다(송병선편역,『가르시아마르케스』,문학과지성사,1997,191쪽.).”
그처럼늘고독했던김종삼을불러세우는일은상처를덧내는일이며슬픔을되씹는일이라처연합니다.흉포한역사에서아직도벗어나지못하고있기때문입니다.지금도“나는,나다.”라고감히말하지못하는자기부정앞에놓여있습니다.여전히분단현실을거두지못하고전쟁공포를떨칠수없습니다.위축된삶의연속일뿐입니다.
전쟁이라는폭력을어떻게표현해야할까요?외부의폭력에자신을지킬구원의손길을찾을수없었던백년입니다.김종삼시의고독은거기에있습니다.어떻게할수없는막다른골목에서김종삼을다시소환합니다.그를불러세우는일은끔찍한폭력도동반하기에늘위험합니다.그러나그럴때마다김종삼은평화의사도로다가오고있으니받지못한선물과같습니다.
마르케스는1982년노벨문학상수상식에서다음과같이말합니다.“새로운유토피아는아무도타인을위해심지어는어떻게죽어야한다고까지결정을내릴수없는곳이며,정말로사랑이확실하고행복이가능한곳이고,백년동안의고독을선고받은가족들이마침내그리고영원히이지구상에새로운기회를가질수있는곳입니다.”가공할만한현실,우화의창조자들에대적하는유토피아를김종삼도말했습니다.

누군가나에게물었다.시가뭐냐고
나는시인이못됨으로잘모른다고대답하였다.
무교동과종로와명동과남산과
서울역앞을걸었다.
저녁녘남대문시장안에서
빈대떡을먹을때생각나고있었다.
그런사람들이
엄청난고생되어도
순하고명랑하고맘좋고인정이
있으므로슬기롭게사는사람들이
그런사람들이
이세상에서알파이고
고귀한인류이고
영원한광명이고
다름아닌시인이라고.
-「누군가나에게물었다」전문

이번김종삼시선집에서백년의고독을뚫고보여주는새롭고활짝갠유토피아는전쟁을이긴‘음악과평화의’나라입니다.

『전쟁과음악과평화와』는무엇을담았는가?

달뜰때까지고양이눈빛으로어둠을더듬다

김종삼시선집『전쟁과음악과평화와』는여명을기다리는시간에앞서달뜰때까지서둘러가야만하는존재를담았습니다.새벽은아직멀고서두르지않으면곧사라질사람들이있습니다.지난해는김종삼탄생백주년이었습니다.희년禧年이라는말처럼오십년마다노예를해방시켰다는성년聖年입니다.땅도경작을멈추고쉬게했고가난한사람에게받았던것들을돌려주었다는거짓말같은해입니다.이기쁜소식을전하고있습니다.
전쟁과음악과평화로나누어편성된시집의흐름은전쟁의참극을예술의품에서치유받고평화를얻게되는신비로가득합니다.김종삼의시「어부」의마지막시구처럼‘살아온기적이살아갈기적이된다’는기적이기적을낳는성스러운삶의이법이곳곳에생생합니다.
예순한편의시를전쟁에스물한편,음악에스무편,평화에스무편으로배치하였습니다.김종삼의새로운면모를다시금보게됩니다.그의시세계에서전쟁과음악과평화세주제는분립되기도하고서로오가기도합니다.이세주제의정립鼎立이김종삼시의황금률이라할수있습니다.시집끄트머리에시의출전을밝히고본문시는원전표기를그대로옮겼습니다.원전의한자는우리말과병기하여읽기에편하도록했습니다.
‘전쟁과’편에는시인이목도한죽음의잔상이드리워져있습니다.그그림자는지울수없는낙인과같이읽는이의심중을파고듭니다.평범하기도하고특별하기도합니다.전쟁이훑고간자리에서무언가움트는생명의꿈틀거림을느낄수있습니다.알듯모를듯내용없는아름다움입니다.
‘음악과’편에는김종삼시의배음을들을수있습니다.그의뮤즈인라산스카와조우할수있으며시인의처음과끝모두에서펼쳐진시적아우라에서벗어날수없습니다.세상에아직나오지않은소리를들으며전쟁의흔적을지우는풍경처럼스며드는상처를매만지는신비체험을하게됩니다.
‘평화와’편은받기어려운선물입니다.모두근원으로돌아가잔잔한물결이되어파문속에묻히게됩니다.그세계는김종삼이꿈꾸는유토피아입니다.전쟁의디스토피아를겪고난후맞이하게되는평등한세상입니다.재미있게놀고있는어린생명의한복판입니다.형식없는평화입니다.
이번시선집은전쟁이한국문학의중요한계기이듯이,평화가한국문학을세계문학의일원으로자리하는화두이듯이,‘음악’이라는보편적예술을매개로한국문학의영토가확장되기를꿈꾸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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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으로]이어서

해방이되자김종삼은김종문을따라북한으로갔다남하한것으로보인다.1945년김종문이군사영어학교에있을때관사에함께머물렀다.이장소는현재서대문구냉천동감리교신학대학교자리이다.전쟁기에김종삼은어떤행로를따랐을까.김종문을따라국방부정훈국이이전할때마다이동했을것이다.전쟁기에국방부는수원,대전,대구,부산으로이동한다.곳곳마다김종삼의흔적이있을것이다.대구중구에서전쟁기김종삼이머물던곳을확인하여채록했다.대구에서전봉건이있었던르네상스에자주드나들었고당시피난살이했던문인들과어울렸다.그리고이당시시를발표했을개연성이있는데이부분은조사가더필요하다.부산피난시절은기존문인들의행로따라추정할뿐이다.
생애문제와더불어등단절차를확인하는일도정체상태다.아직도시「원정」이등단작으로회자되고있는형편이다.이시는1956년『신세계』3월호에게재된것으로확인된다.현재는1954년『현대예술』6월호에발표한시「돌」이최초다.그러나생각해볼여지는있다.『신세계』는대전지역에서발행됐던잡지로전쟁기,즉1953년이전이잡지를통해시작활동했을여지도있다.더불어대구지역과부산지역어딘가에등단흔적이있지않을까가늠해본다.
이처럼김종삼문학의미망에도그의시는빛을발하고있다.그요체를현대성과세계성으로특정할수있다.시의현대성을무엇으로규정짓는가는쉽지않다.김종삼은말라르메의언어적현대감각을자기것으로했다.시가신비스러운단계를지나성스러운단계로넘어가는그지점에시인의메타적접근이필요하다는점을인식했다.말라르메가시창작의원리로삼으려했던음악의신비로움과성스러움의원리는‘「예술에서의이단」(1862년)’이라는글에잘나타난다.“모든성스러운것과그리되려하는것은
신비스러움으로감싸져있다(Toutechosesacr?eetquiveutdemeurersacr?es'enveloppedemyst?re.).”이러한음악의두요소를시속에서구현하기위해말라르메는가장먼저말소리의느낌,즉어감에주목한다.그리고청각에서시각으로이동을모색한다.그럼으로써작가의개별성이개입되지않은독립적이고자율적인하나의울림의공간으로서시구조를만들려한다.여기서김종삼이주목한것은‘시인의배제’즉‘시인의사라짐’이다.이때시는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진동과울림을낳는다.이런음악적분위기,기운,기세속에서말라르메는성스러움의배경으로‘시인웅변의사라짐’을전제로한다.시적대상과관계했던옛서정적호흡,개인적표현을포기하고말들에그권한을내어주는태도라말한다.
시인의사라짐을통해획득된언어의자율성,혹은자유는인간개개인의자율성과상호작용하는현대적감각이라할수있다.이는김수영이김종삼과교류하던당시‘새로움’을표제로삼는일련의글에서동일하게담고있는내용이기도하다.「새로움의모색(1961.9.18.)」,「새로운포멀리스트들(1967.3.)」이그렇다.특히「시여침을뱉어라(1968.4.)」에서‘시인의배제(사라짐)’을언급한다.그러므로진정한형식주의는역사를폐기하고어떻게기술하는가에앞서‘역사의식’을어떻게담느냐에고민이있어야한다거나‘언어의순수성’을주창할때도시의현대성은‘윤리’의차원에서새로움을추구해야한다는논리를편다.그‘윤리’는사회적,인간적윤리를포괄하는것이다.나아가‘자기도모르는수동적인새로움(「새로운‘세련의차원’발견(1967.7.)」에서)’즉시인의사라짐에대해언급한다.
이렇게볼때김종삼의시적현대성은관습화된이미지로서상징의파괴와균열,인식수준에서벗어난역사의식에서찾을수있다.그처럼새로운이미지와역사의순간순간에포착된사람들을시에안치시키는가운데공고한연대를통해성스러운인간본질을성좌처럼구현시키는것이다.이와관련해김수영은기인,집시,바보,멍터구리,주정꾼의소수적형식의사라짐을발견하고근대화의해독害毒에충격을가해야한다는참여의효율성에다다른다.그러므로사랑(형식)은주변적이며소수적이고,자유(내용)는파격적이며전위적이어야한다.이는김종삼시의‘형식없는평화’와‘내용없는아름다움’과도일맥상통한다.
김종삼문학의세계성은세계인의보편적휴머니즘과융합하며소통하는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면모에서찾을수있다.한국문학이피할수없이분단문학의굴레에놓여있기는하지만이를한국의민족현실에가둬놓거나한국전쟁의트라우마로특정짓는다면세계성을고구할수없다.그러므로김종삼문학을보편적가치의소통이라는시각에서새롭게이해해야한다.
김종삼시에대한기존논의를두가지로압축할수있다.하나는김종삼시의주제의식을모더니즘시의보편성안에서예술지상주의적인순수성으로파악하는경우이며,다른하나는한국의역사사회적상황의특수성으로치부하는경우다.그래서흔히김종삼의예술성을보헤미안적낭만성과주변성으로설명하거나아예귀족성으로특화시킨다.그러나그의시에수없이등장하는이국적이름과낯선풍경을방황하는영혼의폐쇄적기질에서기인했다고볼수없다.특히왜그가어린이에게그토록무거운시적섬광을쏟아냈는지전통적상상력으로는다가갈수없다.김종삼은세계인으로서보편성을소유했고한국인으로서특수성을담지했다.이점이김종삼의코스모폴리탄적기질이다.그것은인류보편주의적개방성의측면으로폐쇄적보헤미안기질과다르다.그러므로그의시에서만나는‘아름다움’과‘평화’의모티프는한국적가치를넘어보편성을띤다.

밤하늘湖水가엔한家族이
앉아있었다
평화스럽게보이었다

家族하나하나가뒤로자빠지고있었다
크고작은人形같은屍體들이다

횟가루가묻어있었다

언니가동생이름을부르고있다
모기소리만하게

아우슈뷔츠라게르
-「아우슈뷔츠라게르」전문

1947년봄
深夜
黃海道海州의바다
以南과以北의境界線용당浦

사공은조심조심노를저어가고있었다.
울음을터뜨린한?兒를삼킨곳.
스무몇해나지나서도누구나그水深을모른다.
-「民間人」전문

예를들어위두편의시는생명을두고펼치는인간본성의문제를다루고있다.각기시공간을달리함에도동일하게인간비극의현장을묘사하고있다.「아우슈뷔츠라게르」는이차세계대전을배경으로유태인포로수용소에서하나둘형장의이슬로쓰러져가는가족의죽음을스케치하고있다.「민간인」은남북분단을배경으로어린생명을희생시킬수밖에없었던한계상황을그리고있다.이두편의시는독자에게인간의보편적인식론으로서동양의‘측은지심惻隱之心’과서양의‘박애philanthropy’를떠올리게한다.전쟁과이데올로기의폭력에죽음으로희생되는서사앞에‘나’와‘남’이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