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

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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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정진남 시인의 『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어요』가 간드레 시 04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성규의 집 』(2017) 이후 8년 만에 발표하는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무심해 보이는 이번 시집의 시들은 자기애에 갇혀 감성(감상)의 소류지(沼溜地)에 빠져 허우적거리거나 대상을 가르고 헤집는 자기 학대를 일삼는 대신, 사랑의 심상을 하나씩 포개 놓는 데 정성을 모은다. 그것들이 투명해질 때까지, 수없이 다독이고 어루만져 하나의 무늬가 드러내기를 기다린다.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도 못 해본 사람처럼 서툴러 보이지만, 그는 죽었다 시로 인해 살아 돌아온 사람답게 오랜 시간 숨을 불어넣어 아픔과 불안과 절망에 익숙한 우리의 삶을 위로한다. 우리의 닫힌 마음은 무늬를 만드는데 집중한 바라봄의 시간으로부터 도착한 뜻밖의 선물을 받고는 조금씩 빗장이 풀릴 것이다.

시집 전체를 지배하는 시인의 정조는 어찌할 수 없는 삶의 쓸쓸함과 외로움에 대한 난감함의 감정인 듯하다. 시집이 지금은 이 지상에 거주하고 있지 않은 ‘부모님과 큰오빠의 영전’에 바쳐진 헌사들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감정은 그리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이 떠난 이 지상의 삶이 그렇지 않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겠다. 삶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죽음이라는 사건까지의 사이에 존재한다. 시인의 표현대로라면 “탄생과 죽음 사이의 허공”을 우리는 산다. 유한자로서 우리 존재의 운명이다. 그 ‘사이’에서 모든 존재는 “음악을 타듯 삶을 탄다, 다 탈 때까지 불태운다”. 이 ‘사이’를 무엇으로 어떻게 채우느냐 하는 문제가 존재의 관건이 된다. 생명은 사랑과 더불어 탄생한다. 주체와 타자, 너와 나의 관계 속에 사랑과 공감이 없다면 어떠한 생명의 탄생도 가능하지 않다. 모든 사랑의 진정한 힘은, 그것이 몸의 일이든 마음의 일이든,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있다. 그렇기에 사랑은 불멸의 꿈이다. 우리는 마음과 마음의 ‘공감’이 낳은 이 생명을 시라고도 하고 또 아름다움이라고도 한다. 유한자로서 우리 존재는 사라지지만, 삼라만상을 결합시키는 힘으로서의 사랑은 죽지 않는다. 그리고,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서 우리는 사랑과 시를 산다. (문학평론가 김진수의 해설 중에서)

시인은 얼마 전에 새싹을 틔운 식물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손을 오므린 채 지켜보는 사람이다. ‘공감은 한 몸이 될 필요까지는 없다’(나무 한 그루의 그림자)지만, 앓음에서 시작되는 신음은 회복을 바라는 사람의 간절한 기도문일 터. 이 시집은 꽃과 씨앗과 웃음과 초원을 상상하는 사람을 위한 기도문이다.
저자

정진남

시인정진남은경남하동에서태어나시집『성규의집』(2017)을출간하고,국립경상대국어국문학과와고려대대학원문화예술학과에서공부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
나무한그루의그림자/우산/물에비친달/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봄,봄/남겨진자들의노래/도넛만드는사람/아브라삭스/터널끝거울
방문/페미니즘/검게먹칠이된백미러

2부
새로생긴달/출항/흰개/유일한곳/겨울봄여름가을/돼지꼬리속의달
비인간하기/돌1/의자에앉다/라퓨타1/라퓨타2/향수/무지한스승

3부
설빙/슬픔의완성/이불/동글이검댕먼지/출토/헤테로토피아/일상의뮤즈
칩거/정리/분산/돌2/자축/

4부
반지하/누구나가되었다/조직/시끄러운별들을/팬티/사십삼세/연필
비둘기/반환점/키싱구라미가있는어항/오늘의주연배우/침묵/지금은간주중
5부
문병/우물/급정거/초록뱀/희망/방생/가을,가을/수태고지/세제의발달
문제아가될것이다/주방사회혹은공동체적파국/강에서만나자


해설|김진수(문학평론가)
‘거울’밖으로나가기-정진남의시세계

출판사 서평

“단한번도같이춤춘적없는사람이파트너를바
꾼다는노래를부른다”

개인적인사랑을쓰지않으려고개를숙이자

정진남시인의『한몸이될필요까지는없어요』가간드레시04번째시집으로출간되었다.『성규의집』(2017)이후8년만에발표하는이번시집에는63편의시가5부로나뉘어실렸다.무심해보이는이번시집의시들은자기애에가로막혀감성(감상)의소류지(沼溜地)에서허우적거리거나대상을가르고헤집는자기학대를일삼는대신,사랑의심상을하나씩포개놓는데정성을모은다.그것들이투명해질때까지,수없이다독이고어루만져하나의무늬가드러나기를기다린다.제대로된연애를시작도못해본사람처럼서툴러보이지만,그는죽었다시로인해살아돌아온사람답게오랜시간숨을불어넣어아픔과불안과절망에길든우리의삶을위로한다.우리의닫힌마음은무늬를만드는데집중한바라봄의시간으로부터도착한뜻밖의선물을받고는조금씩빗장이풀려나갈것이다.

겨울봄여름가을

대부분의예술가는어떤허상의경지에올라돌올하자고무던히애쓰겠지만어떤이는은둔형외톨이의길을자처한다.무리지어달리는마라톤경기에서벗어나자신만의코스를완보하는이가있다.이번시집에서시인은완보의강변산책자이다.강물이하루종일어두운색으로출렁이며흘러간날은아팠다/온마음으로스스로를밝히고있는강변(「유일한곳」)아무도속을모르는/나이테둥근거울이야(「겨울봄여름가을」)시인이걷는강변에서의계절은겨울봄여름가을로순환하고있다.출발선상이봄이아니라결승점인겨울이라는점에서시인의완보는빈‘거울’을나이테로내밀수있게된다.둥근거울이시인이보여줄수있는유일한나이테인셈이다.이세상에서찾아갈수있었던한곳도/애초에이세상아무곳에도없었다(「유일한곳」)안취安取하여오늘과내일을견딜수있었다.(「연필」)얇은점액질의보호막을두른속이훤히드러난거울을통해그의시는잠깐존재한다.먼저간이들의못다쉰숨을이어받아쉬고그들의기억을만나향유하고그들의꿈을대신꾸는동안,그도기시감에빠져다시그들과공존해살기위해‘겨울봄여름가을’로회귀한다.그리하여그의시는무수한집합의고리인교집합에뿌리내리고투명으로이동하는‘나이테둥근거울’이된다.

공중의성라퓨타
하늘에서하늘로둥둥떠다니며
꽃과풀과나무와새들이울울창창

우리는할수있는일만할수있을뿐
할수있는일들이만난
천개의기둥위에아름다운성라퓨타

내가할수있는사랑하는일
사랑의기둥만세우는일
나를사랑하는일은모두의일
온전히사랑의기둥만세우는모두의일
-「라퓨타1」부분

마지막젖을마저삼킬때이슬이내려
사과꽃이손수건에축축이피어났어요
사과나무는무럭무럭자라있었고
이제당신이보지못하는눈물을흘리고
혼자닦습니다
-「향수」부분


그가튤립공원에서엷은미소를머금고있는사진

『한몸이될필요까지는없어요』의시들은절대로친절하지않다.이를테면유튜브동영상을틀거나TV를켜놓고잠옷바람으로드러누워땅콩을까먹으며설렁설렁책장을넘길수있는그런유는아니라는것이다.그렇다고자기가정신적으로어떻게얼마나아프다는엄살을집요하게강조해퍼트려나를좀알아달라고강요하는유에도속하지않는다.음식으로치면조미료범벅의저렴한식당음식도극단적으로자극적은맛을내기위해혼합양념을첨가하는식당의음식도아니다.다만,재료를배달하고알아서요리해먹기를바라는새벽식자재배달원의임무에충실하다.일체독자의느낌에개입하여참견하는누를범하지않는다.독자는각자가가진가장근접한기억의회로를작동해자신의세계(무의식)로진입해스스로유영하면그만이기때문이다.‘공감은한몸이될필요까지는없다(나무한그루의그림자)는말이다.

너는뱀의허물을밟고소스라친다

그건최선을다한울음이바닥난울음의껍질이다
-「칩거」전문

워워혼자걷는밤가수는어두운무대위일절이
끝나고이절이시작되기전워워눈을감고머리를저
으며가을과겨울사이를걷는다바람이불고나뭇잎
이나비떼처럼날아다니는거리탯줄에서떨어진나
는바람에훨훨날며워워어제와내일사이집과집
사이너와나사이너에게로가는길노래와노래사
이아무도모르는가수는노래를위해노래아닌노래
를한다음악을타듯삶을탄다다탈때까지불태운
다나뭇잎이땅에닿기전나무의품을떠난이후부터
워워우리는산다탄생과죽음사이의허공사뿐히땅
을밟다가다시비와바람의리듬을타고다시날아오
를때가장멋진가수는워워
-「지금은간주중」전문

당신이감추었던왼손을내밀어나는오른손으로잡
는다
경첩은딸깍소리내지않는다
남아있는우리의오른손과왼손
절반씩나눠가진불투명이부서지지않도록서로
사랑할수있을까
투명과불투명의행진으로돋아나는꽃의한살이를
보고싶다
-「출토」부분


안에서는도저히열수없는방문을밖에서열기위해

시집전체를지배하는시인의정조는어찌할수없는삶의쓸쓸함과외로움에대한난감함의감정인듯하다.시집이지금은이지상에거주하고있지않은‘부모님과큰오빠의영전’에바쳐진헌사들이라는점을고려한다면,이러한감정은그리놀랄만한것도아니다.사랑하는이들이떠난이지상의삶이그렇지않다면그것이야말로이상한일이겠다.삶은생명의탄생으로부터죽음이라는사건까지의사이에존재한다.시인의표현대로라면“탄생과죽음사이의허공”을우리는산다.유한자로서우리존재의운명이다.그‘사이’에서모든존재는“음악을타듯삶을탄다,다탈때까지불태운다”.이‘사이’를무엇으로어떻게채우느냐하는문제가존재의관건이된다.생명은사랑과더불어탄생한다.주체와타자,너와나의관계속에사랑과공감이없다면어떠한생명의탄생도가능하지않다.모든사랑의진정한힘은,그것이몸의일이든마음의일이든,새로운생명의탄생에있다.그렇기에사랑은불멸의꿈이다.우리는마음과마음의‘공감’이낳은이생명을시라고도하고또아름다움이라고도한다.유한자로서우리존재는사라지지만,삼라만상을결합시키는힘으로서의사랑은죽지않는다.그리고,살아숨쉬는생명으로서우리는사랑과시를산다.(문학평론가김진수의해설중에서)


개인적인사랑을쓰지않으려고개를숙이자

시인은얼마전에새싹을틔운식물을손바닥에올려놓고,손을오므린채지켜보는사람이다.‘공감은한몸이될필요까지는없다’(나무한그루의그림자)지만,앓음에서시작되는신음은회복을바라는사람의간절한기도문일터.이시집은꽃과씨앗과웃음과초원을상상하는사람을위한기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