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2월 31일 (김준수 장편소설)

그날, 12월 31일 (김준수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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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리네 삶이 어이없게도 죽음으로 소멸된다면 대체 우리는 죽기 위해 이처럼 처절히 살아왔다는 것인가”
일반문학과 신학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김준수 작가가 첫 장편소설 《그날, 12월 31일》을 펴냈다. 신생출판사 〈밀라드〉가 출간한 이 소설은 김준수 작가가 20년 가까이 구상해 온 팩션소설이다. 팩션(Faction)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다.

이 소설에는 세 명의 주인공들이 나온다. 신문기자를 그만두고 문학을 하겠다며 겁 없이 문단에 뛰어든 무명의 젊은 작가 ‘나’(김현수, 34), 그의 옛 연인이며 고고학 박사인 윤희재(31), 현재의 삶보다는 종교적 열광과 세상 종말에 대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유토피아를 열망하는 수학박사 이필선(60).

세 사람은 지구의 종말이 언제 어떻게 올 것인지 비밀을 푸는 다윗의 열쇠를 찾기 위해 이스라엘의 쿰란 동굴에 간다. 이필선 박사는 두 번째 밀레니엄과 세 번째 밀레니엄이 겹치는 1999년 12월 31일 예수가 재림함으로써 지구와 인류 문명은 끝이 나고 지상에 천년왕국이 건설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불운한 자신의 처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생명의 은인이자 스승인 이필선을 따라 유토피아(이상향)를 찾아 나선 현수. 하지만 현수는 유토피아는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그때, 저 멀리’가 아니라, 현실에 감겨 있으면서 ‘지금, 여기 가까이’ 우리 삶에 숨 쉬고 있는 어떤 것이라고 깨달으면서 스승과 갈등을 겪는다. 대학 시절 현수의 연인이었다가 잦은 다툼과 오해로 헤어진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고고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희재. 그녀는 이스라엘 국립박물관 교환교수로 있으면서 현수와 미국에서 알고 지냈던 이 박사를 만난다. 때마침 세상 종말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던 희재는 자신의 학문적 목적을 위해 현수, 이 박사와 함께 쿰란 동굴 탐사에 나선다.

이처럼 이 소설은 세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기묘묘한 사건들과 대화들을 통해 사랑과 우정, 약속과 신뢰, 삶과 죽음, 이상과 현실, 이 세상과 저 세상, 신앙과 이성, 희생과 헌신과 같은 묵직한 주제들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서 답을 찾아간다.

이 소설의 키워드는 시간이다. 이들 세 사람이 맞닥뜨리는 ‘시간’은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그 시간이 왔다. 각기 목적이 다른 세 사람은 2천 년 이상 이사야서 두루마리를 보관해 온 쿰란 동굴 안에서 가까스로 다윗의 열쇠를 찾아내긴 했지만, 뜻밖의 사태를 맞는다. 대체 그날 그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주인공 ‘나’는 2천년보다 길었던 미스터리 그날의 시간을 벗기는데…….
저자

김준수

김준수는한국문단의대표적인비주류작가다.역사,철학,신학,문학에대한풍부한인문학적소양을바탕으로인간과신과세계에대한남다른통찰력을가진21세기형지식인이다.소설은이번이처음이다.뛰어난언어감각으로별명이‘언어의연금술사’.

그의유려한글솜씨는1998년동아일보사에서발행한『내삶을다시바꾼1%의지혜』로세상에알려졌다.이책은비소설부문에서수개월동안1위를달렸고,그해문학부문에서베스트셀러15위안에들어가는기염을토했다.
에세이건,소설이건,신학서적이건김준수의책들을관통하는한결같은주제는사랑과용서,희망과낭만,절제와품격이다.그는이러한정신으로사람들이자신의생애를충분히사랑하고이웃에게아낌없이헌신하고봉사할것을요청한다.

『모세오경:구약신학의저수지』,『말의축복』,『그래도감사합니다』,『에덴의언어』등문학,인문,신학의경계를쉼없이넘나드는그에게서우리는경이로운눈으로지성과영성의세계를탐험한다.

목차

프롤로그

1부은인을만나다03
2부내연인희재76
3부희망을바라보다161
4부그는죽고나는살다239

에필로그
작가후기

출판사 서평

인류역사에서지구종말론은옛날이나지금이나사람들의끊임없는관심사가되어왔다.지구종말론은지난천년의밀레니엄을마감하고새천년밀레니엄이도래할때마다극성을부렸다.두번째밀레니엄의끝날인1999년12월31일지구촌은큰소동을겪었다.많은기독교인들은예수가재림할것이라고하면서교회와성당으로몰려들었고,덩달아비기독교인들도세상이끝날것같은공포에사로잡혔다.

미국시사주간지《타임》에따르면,미국민의17%가자신이살아있는동안종말을맞게될거라고믿고있고,42%는언젠가는종말이올거라고신봉한다고한다.과연그럴까?종말은신의영역인가,인간의영역인가?종말이온다면어떤방식으로온다는건가?앞으로약1,000년후종교적이든,비종교적이든지구가종말을맞지않는다면2999년12월31일은어쩌면1999년12월31일보다더큰소동이빚어질지모른다(아마그럴것이다).

하지만우리는오늘도사과나무한그루를심는심정으로최선을다하며살아야한다.우리는오늘도서로사랑하며아름다운지구공동체를만들기위해헌신하고봉사해야한다.이렇듯이책은사랑과우정,약속과신뢰,삶과죽음,이상과현실,이세상과저세상,신앙과이성에관해계속해서질문을던지고답을찾아가는소설이다.남녀주인공의지순한사랑은이야기를이끌어가는추동력이되고있다.

[작가후기]

이책은픽션에약간의논픽션을결합한소설이다.소설이니무슨말인들못하겠는가.한신비한인물에얽힌이야기를소설로써볼까얼핏생각난건근20년전의일이었다.지적인데다친절하고매력적이며영감이넘치는초로의교수에관한이야기다.이이야기를오랜세월동안몽글몽글가슴에품고살아오다마침내책으로출간하게되었으니어찌감개가무량하지않겠는가.

이필선교수.
그는내인생에가장큰영향을주었던지식인이었다.그는동굴같은마음을지녔고거의완벽에가까운분이었다.나는그를선뜻스승으로삼았다.

하지만이세상에완벽한사람이란없다.누구나결함이있고문제를부둥켜안고낑낑대며살아간다.나의스승에게결정적인문제는,모년모월모시에예수님의재림으로이세상이종말을맞게되고지상에천년왕국이세워질거라고과도하게확신했다는데있다.그가확신한지구의종말은두번째밀레니엄이끝나는서기1999년과세번째밀레니엄이시작하는서기2000년이겹치는시점이었다.정확하게는한국시간으로1999년12월31일자정.

나는,무명의한젊은작가를내분신으로내세웠다.이책은젊은작가김현수가대학을조기은퇴한수학교수를만나1998년크리스마스이브저녁부터1999년12월31일밤열두시까지겪었던진기한일들을다뤘다.나머지는회상이다.한해동안의모든사건들은두번째밀레니엄의마지막날을향해치달았다.

세번째밀레니엄이시작되는서기2000년을앞두고서사람들은관심이많았다.그런관심은1982년한유행가가사에서도나타난다.서기2000년이오면인류는로켓을타고저멀리별사이우주공간을날고,그때는전쟁도없고,끝없이즐거운세상이계속되고,우리의모든꿈은이뤄질것이라는멋들어진가사말이다.

하지만애석하게도지금우리가경험하는세상은그노랫말대로돌아가지않고있다.서기2000년은우주를격변하는어떠한일도일어나지않은,그저단순한한년도에지나지않았다.보통사람들은로켓은커녕비행기도맘대로못타고있고,코로나전염병에쩔쩔매고있으며,여전히전쟁과기아에허덕이고있다.테크노토피아가인류에게꿈과희망을가져다줄것이라는장밋빛환상은자지러들고있다.아름다운지구는무차별개발경쟁으로파괴되고있고,높이솟은고층빌딩에는무기력한빈곤과실업군상들의그늘이길게드리워져있다.

인류의미래에대해사람들은애써감추려하지만내심으로는불안하다.현재우리의삶이지금여기에서끝나는게아닌가하는데서불안은가중된다.현재의삶이어떤형태로든영원한삶으로지속될수있을것이라는종교적기대는갈수록퇴색되어가고있는느낌이다.현대인들의마음은현재의세계에결박되어있다.

그렇다면우리는미래에대한기대를접고현재의삶에만족하며살아가야한다는것인가.미래보다는현재적인것들에가치를부여하고살아야하느냔말이다.결코아니다!우리는현재의삶에도의미를부여해야하고또한미래의삶에도의미를부여해야한다.

문제는그종말이언제있는지어느누구도알수없다는것이다.종말은오직신만이알수있다.인간이가타부타참견할일이못된다.우리네삶은미래를알수없는불가사의한것들로가득차있다.인간은현실에대해서도일목요연하게설명할수없는것들이너무나많다는것을인정한다면미래를안다고장담해서는안될일이라고본다.그렇다면종말에대해우리가할수있는거라곤아무것도모른다고솔직하게말하는것이다.

이처럼이책은세사람사이에서벌어지는기기묘묘한사건들과대화들을통해사랑과우정,약속과신뢰,삶과죽음,이상과현실,이세상과저세상,신앙과이성,희생과헌신과같은묵직한주제들에대해계속해서질문을던지고답을찾아가는소설이다.

이소설에는세명의주인공들이나온다.신문기자를관두고문학을하겠다며겁없이문단에뛰어든무명의젊은작가김현수,그의연인이며고고학박사인윤희재,현재의삶보다는종교적열광과세상종말에대한기대감에사로잡혀유토피아를열망하는수학박사이필선.이들세사람이맞닥뜨리는‘시간’은1999년12월31일자정을향해치닫고있다.그리고마침내그날,그시간이왔다.

이세주인공들의캐릭터는독특하다.나는그중이필선교수의캐릭터를부각하려고애썼다.그분이독자들에게는어떤모습으로비치게될지궁금하다.주인공현수는그분을스승으로받들면서많은대화를나누는가하면기기묘묘한이런저런사건들을경험한다.

나는가급적현수가정당하다는평가를받도록글을써내려갔다.하지만이책을읽는독자들중더러는현수가틀렸다고작가인나를나무라는사람들이있을지도모르겠다.아무튼종교적신념이강한이필선교수가옳든자유분방한휴머니스트인현수가틀리든그건중요하지않다.내간절한소망은이책을읽는사람들이삶의소중한가치들을돌아보고얼마간갈증이해소되는것이다.

이책은‘종말’(혹은메시아의재림)과‘사랑’이키워드이므로죽음에대한단상이띄엄띄엄나온다.사람이갑자기죽는다는것,그것도가장가까운(혹은사랑하는)사람이갑자기죽는다는건얼마나끔찍한일인가.
내가죽음을너끈히받아들이지못한다는사실은이따금꾸는꿈에서도확인되고있다.병사로전쟁터에나가칼을휘두르며백병전을치르다가적에게가슴을찔려죽임을당할때나는악,하고외마디비명을지르며잠에서깨어나곤했다.

그런점에서나는소설《모비딕》의담대한선원쾨퀘그와는성분이다르다는걸자인한다.그는고래를잡으러바다로나갔다가파상풍에걸려죽을운명에처하자동료선원들에게자신의관을미리짜달라고부탁했던사람이다.나는,바다를동경해포경선을타기는했지만,사납고거대한고래인모비딕과의혈투에서유일하게살아남은이슈마엘이고싶다.더욱이그혈투가인간의집착과광기에서나온것이라면말이다.

이런나를독자들은겁쟁이라고비웃지않기를바란다.나는젊은나이에불운을많이겪었다.하지만지독한불운앞에서도신세를탓하거나신을원망하거나하는따위의비겁한짓은하지않았다.다만,우리들인간에게호의적이지않은죽음이두려울뿐이다.아니,독재자처럼우쭐거리는죽음으로인해소중한삶을앗기는게두렵기때문이다.

우리네삶이어이없게도죽음으로소멸된다면대체우리는죽기위해이처럼처절히살아왔다는것인가.아름다웠던감정들의공허감,소중했던의미들의허무감,찬란했던연민들의절망감!아아,죽음은엄청나게큰고래가포경선과선원들을삼키는것처럼그입을벌려무자비하게삶을삼켜버리는구나.

이책에등장하는인물들은엄연히이땅에발을딛고있으면서머리는하늘을향해있는사람들이다.편견을가지고등장인물들을보지않는다면내가한가하게무가치한것을지껄이는수다쟁이가아니라,얼마만큼은여러분의관심을끌수있는작가라는사실을깨닫게될것이다.

유토피아는우리마음속에깃들어있는어떤것이다.그것은‘그때,저멀리’현실로부터동떨어져있는게아닌,현실에감겨있으면서‘지금,여기가까이’우리삶에숨쉬고있는어떤것아닐까?이책을읽는분들에게이말을꼭전해주고싶다.당신의인생을사랑하라,라고.
나는당신이이이야기에푹빠져들길바란다.

2022년가을.
김준수